안0김박재재 [green dolphin]

 

두 사람의 음악적 공통점이 있다면 재즈가 아닐까 싶다. 김박재재는 음색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안0의 트랙과 함께 가기 위해서인지 조금 더 좁은 보폭으로 걷는 듯한 섬세함을 들려주고, 안0은 김박재재를 위해 공간을 마련하면서도 다이나믹함은 최대한 배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안0김박재재
green dolphin
2021.04.28

 

프로듀서 안0과 싱어송라이터 김박재재의 조합은 2017년 “X”라는 싱글을 발표하며 처음 세상에 등장했다. 이후 시간이 한참 지나 김박재재는 재즈를 기반으로 한 팝 음악을 들고 Studio MOS의 소속 음악가가 되어 자신의 싱글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안0은 프로듀서로서 꾸준히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는가 하면 소금(sogumm)을 비롯해 여러 음악가와 협업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유학을 다녀왔고, 이제는 한국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지만 아마 “X”라는 싱글을 발표할 때만 해도 두 사람이 2021년에 이렇게 달라진, 혹은 훨씬 더 성장한 음악가가 되어 각자 나름의 활동을 하게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이번에 두 사람이 함께 발표한 [green dolphin]은 두 사람의 음악적 기량이 훨씬 성장했다는 것을 각자의 작품으로 보여준 뒤, 그것이 만났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앨범에는 총 다섯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길지 않은 러닝타임은 물론 곡도, 앨범 전체도 심플한 구성을 지니고 있어 누군가에게는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작품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 짧은 탓에 아쉬움이 큰 작품일 것 같다. 안0과 김박재재를 모르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전자에 해당하겠지만, 개인적인 감상은 후자에 가깝다. 안0은 프로듀서로서, 또 곡을 만드는 음악가로서 장점이 많다. 어느 정도까지 소리를 구성해서 메워야 듣기 편안한지 아는 듯하며, 가용 범위 내에서 최대한 풍성하게, 다양한 색의 실로 천을 직조하듯 유연하면서도 알차게 채워 넣고는 했다. 김박재재는 반대로 자신의 음악에서는 좀 더 여유 있는, 적재적소의 쉼표와 넉넉한 폭의 음역대를 토대로 삼은 음악을 해왔다. 이번 앨범에서는 서로의 장점을 조금씩 양보하며 두 사람만의 화학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1차적으로는 성공한 듯하다. 김박재재는 음색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안0의 트랙과 함께 가기 위해서인지 조금 더 좁은 보폭으로 걷는 듯한 섬세함을 들려주고, 안0은 김박재재를 위해 공간을 마련하면서도 다이나믹함은 최대한 배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사람의 음악적 공통점이 있다면 재즈가 아닐까 싶다. 앨범에서 전면에 재즈가 드러나진 않지만, 사운드를 쓰는 방식이나 전개 곳곳에 묻어 있다. 결과적으로는 일렉트로닉과 알앤비가 결합한 팝 음악의 모양새가 되었지만, 그 안에 있는 재즈를 만나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두 사람이 꾸준히 각자 활동하며 함께 작품을 낸다면 더 멋진 호흡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상투적이지만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말은 그만큼 이 앨범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을 냈으면 하는 바람과 더 최선의 무언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청자로서의 욕심이 담긴 말이다.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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