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ko [police]

그가 솔로 앨범을 내겠다고 결정한 것은 알앤비 애호가에게는 천만다행과 같은 소식이다. 올해에 오티스 림(Otis Lim)이나 히코처럼 자신만의 감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시작점부터 세련된 표현을 선보이며 동시에 과하거나 뻔하지 않은 음악을 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갑고 행복하다.


 

hiko
police
2021.10.22

 

히코(kiho)의 첫 EP [police]는 그가 섹 폴(sec paul)과 어 홈 비디오(a home video)를 할 때와는 명확하게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다. 그가 솔로 앨범을 내겠다고 결정한 것은 알앤비 애호가에게는 천만다행과 같은 소식이다. 올해에 오티스 림(Otis Lim)이나 히코처럼 자신만의 감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시작점부터 세련된 표현을 선보이며 동시에 과하거나 뻔하지 않은 음악을 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갑고 행복하다.

 

 

히코의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한국형 알앤비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정확하게는 한국의 알앤비를 자양분으로 삼아 만들어진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곡의 생김새만 놓고 보면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트랙에 전체적으로 담백한 프로덕션을 지니고 있으며, 과거 90년대 팝 알앤비부터 70년대 소울 음악까지를 관통하고 있어서 장르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조건을 지니고 있다. ‘Run With You‘에서 등장하는 히코의 음색과 창법에 푹 빠질 무렵 짧은 러닝타임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서‘가 등장한다. 죠지와의 호흡을 듣고 있으면 90년대 감미로움을 가득 제공했던 이름난 보컬 그룹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Bad News‘는 오직 이 장르에서만 들을 수 있는 편성과 질감을 만날 수 있으며, 실제 세션 못지 않게 자연스럽다. 여기에 90년대 한국의 발라드만큼 솔직하면서도 서정적인 가사가 기억에 남으며, ‘For a While‘을 비롯해 곳곳에서 등장하는 매력적인 신스 사운드가 인상에 남는데, 후반부 편곡과 앨범 전체의 흐름에서 가장 무거운 느낌이 있는 ‘Room 402‘의 등장, 그리고 발라드 넘버 ‘요즘 나는‘이 주는 깊은 여운까지, 작품은 여섯 곡으로도 탄탄한 구조와 완성도를 선보인다. 쿤디판다의 등장을 ‘요즘 나는‘의 앞에 배치한 것은 대비되는 분위기로 더 확실한 효과를 가져간다.

 

가장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부터 가장 실험적인 측면까지 고루 선보일 줄 아는 히코의 첫 앨범 [police]. 아마 이 글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알아줄 것 같지만 다들 편하게 감상해보며 직접 느껴보길 권한다.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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