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if [It’s always in my mind and we’ll be all right]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는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각자가 더욱 빛날 수 있는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이븐이프의 음악이 뿜어내는 기분 좋은 바이브의 이유이지 않을까. 마지막 트랙의 제목이 ‘Outro (Intro)’이라는 점에서 이븐이프라는 이름으로 선보일 또 다른 시작을 자연스레 기대하게 되는 것은 역시나 질리지 않는 이들의 맛깔스런 담백함 때문일 것이다.

 


 

evenif
It’s always in my mind and we’ll be all right
2021.10.26

 

그 맛이 담백해서 몇 번이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 향이 강한 조미료 대신 재료 본연의 맛을 억지스럽지 않게 버무린 이러한 음식들은 부담 없이 깔끔한 뒷맛으로 계속해서 손이 가게 만든다. ‘담백하다’라는 표현은 이렇듯 음식을 묘사할 때 주로 쓰이곤 하지만 그 모양이나 성격이 ‘담백한 음식’처럼 과하지 않고 산뜻한 경우, 우리는 다양한 대상을 향해 ‘담백하다’라는 표현 사용하곤 한다.

 

이번에 소개할 3인조 밴드 evenif (이하 ‘이븐이프’)의 음악 또한 마찬가지다. “여백과 절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본인들을 소개할 만큼 담백하고 균형 있는 사운드를 자랑하는 이들은 지난달 26일, 데뷔 앨범이자 첫 정규 앨범인 [It’s always in my mind and we’ll be all right]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물론 데뷔 이전부터 이어진 다수의 공연 경험과 그 흐름의 대미를 장식한 제3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 경력은 이븐이프가 선보이는 음악의 완성도가 결코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러한 완성도 있는 ‘담백함’은 이들이 음악을 이끌어가는 방식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최소한의 악기 조합을 통해 주조되고 있는 이븐이프의 소리는 많은 밴드가 취하고 있는 전형적인 구성(기타, 키보드, 베이스, 드럼) 속에서도 악기 하나하나가 빛날 수 있는 발판이 되는데, 2번 트랙 ‘The Night (Album V)’를 예로 들자면 리드미컬한 키보드 리프의 유무로 인해 되려 벌스 파트의 베이스가 확연히 강조되는 효과를 낳는 식이다. 바통 터치하듯 한순간을 빛내고 다음 악기에게로 조명을 넘기는 진행 방식은 2번 트랙뿐만 아니라 앨범 전반에 걸쳐 이어지고 있으며 그 각각의 소리가 과하지 않되 흥겨움을 유발하는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어 말 그대로 ‘담백한’ 소리를 시종일관 유지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븐이프의 음악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로 완성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7번 트랙 ‘Circle Around You’의 도입부를 담당하는 기타 리프 사운드가 사그라들며 시작되는 베이스와 드럼, 보컬의 미니멀한 조합은 마치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한순간 정적에 휩싸인 거리에 나설 때의 고요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감상은 단순히 미니멀한 조합이 가진 전형적인 효과 이전에, 상대적으로 큰 존재감을 차지하는 기타나 키보드의 ‘완벽한 퇴장’이 선행됐기에 가능한 대비 효과이자 어떠한 요소를 ‘있어야 할 곳에 있게’ 만드는, 아니 ‘있어야만 할 곳에 있게’ 만드는 이븐이프의 “여백과 절제”의 발현이라 할 수 있겠다.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여백은 그 자체로 이븐이프의 음악을 단단하게 완성한다.

 

 

많은 소리를 중첩하지 않되 악기 하나하나를 돋보이게 하는 힘은 비단 곡 구성뿐만 아니라 전곡을 믹싱, 마스터링한 이븐이프의 보컬이자 키보드, 기타를 담당하고 있는 박준영의 역량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각각의 소리가 개별적인 완성도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멤버들의 노련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박준영, 그리고 베이스의 민지선, 드럼의 박성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나름의 경력자이기도 한데, 적지 않은 수록곡에 포함된 긴 연주 파트에서는 이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오랜 기간 맞춰온 합에는 더 이상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는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각자가 더욱 빛날 수 있는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이븐이프의 음악이 뿜어내는 기분 좋은 바이브의 이유이지 않을까. 마지막 트랙의 제목이 ‘Outro (Intro)’라는 점에서 이븐이프라는 이름으로 선보일 또 다른 시작을 자연스레 기대하게 되는 것은 역시나 질리지 않는 이들의 맛깔스런 담백함 때문일 것이다.

 


Editor / 월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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