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마리 [淸, 靑]

맑을 청에 푸를 청, 이번 EP는 김마리의 두 번째 EP이자 김마리라는 음악가의 매력을 압축해 놓은 듯한 네 곡으로 되어 있다. 진심을 다하는 것과 그것을 전달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운 세상 속에서 이렇게 따뜻하고 온전하게 마음을 전하는 노래가 있다는 것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김마리
淸, 靑
2021.05.20

 

누군가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을 대부분 비슷하다고 한다. 하지만 백 명의 음악가가 있으면 당연히 백 가지의 감성이 존재한다. 물론 그 안에는 표현력이나 자신의 감성을 풀어내는 언어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리 비슷한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저마다 등장하는 결과는 다른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언컨대 김마리라는 싱어송라이터가 단 한 번도 매력적이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긴 시간 싱글 단위로 작품을 발표해왔고 그렇기에 어딘가 아쉬움을 느꼈을 수는 있지만, 스트리밍 시대의 생존 방법 때문에 음악가의 평가가 떨어지는 것은 팬으로서 아쉬운 일이다.

 

김마리의 곡은 지금까지도 그랬고 이번 앨범도 그랬지만 언제나 늘 예쁜 노랫말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한 싱글의 제목만 둘러보아도 이미 음악가의 특색이 드러나는 듯한데, 가사만 읽어도 진심이 전해지는 가사가 팝-록, 혹은 발라드 넘버의 형식으로 전달된다. 음악도 그렇지만 가사도 담백하고 아름답다.

 

 

맑을 청에 푸를 청, 이번 EP는 김마리의 두 번째 EP이자 김마리라는 음악가의 매력을 압축해 놓은 듯한 네 곡으로 되어 있다. 앨범 제목만큼 청량하고 푸른 분위기의 음악이 가득 담겨 있는데, 첫 곡인 “너의 이름은 맑음”과 “우산을 들어줄게”는 자연스럽게 학원물이라 불리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어쩐지 어릴 적 투니버스에서 본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이나 엔딩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김마리 특유의 분위기와 서정적인 전개, 결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감정선과 순수한 느낌의 전달까지 곡은 그야말로 듣는 이의 추억을 조작한다. 여기에 “영원을 걷자”는 스트링 전개가 들어옴에도 절절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좀 더 김마리만의 발라드에 가깝게 다가온다. 마지막 곡 “파란”은 내가 김마리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가 담겨 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가사를 천천히 읽어보고, 그 다음 가사를 부르는 김마리의 목소리에 집중해보자. 그리고 팝-록에 가까우며 악기의 편성을 적절하게 가져가는 곡의 구성까지 놓치지 말자.

텀블벅 프로젝트는 이미 성공적으로 끝났기에 뒤늦게 음악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면 아쉬움이 클 수도 있을 것 같다. 학생 컨셉의 비주얼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나는 [淸, 靑] 이후의 김마리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겠지만, 진심을 다하는 것과 그것을 전달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운 세상 속에서 이렇게 따뜻하고 온전하게 마음을 전하는 노래가 있다는 것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김마리의 노래를 들으면 그 온전한 마음을 전달받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EP라서, 네 곡이어서 아쉬운 분들은 김마리가 발표한 모든 곡을 한데 모아 들어보자. 특히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맘때 더없이 잘 어울린다.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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