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출신인 그는 바다에 대한 애정은 물론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 자연스러운 자유를 얻기 위한 본인의 생각과 여정, 로컬을 사랑하는 마음가짐과 애정을 기반으로 하는 표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한 앨범에 담았다.
제이호
LOCALS ONLY
2021.05.20
한국 힙합 안에서 앨범이 안 나와 팬들의 애를 태우는 전설과도 같은(?) 몇 음악가가 있다. 제이호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낚시꾼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첫 정규 앨범 [르망]을 2016년에 내고 5년이 지나서야 두 번째 정규 앨범 [LOCALS ONLY]를 발표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아버지 간이식 수술을 해드리고 그 뒤에 발표하여 늦어진 정규 앨범은 발표와 동시에 힙합 커뮤니티 내에서 수작으로 꼽히며 좋은 반응을 얻는 중이다.
우선 앨범은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하나의 무드를 유지하면서도 결코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모든 곡이 제이호라는 사람을 드러내고 일관된 정서와 말투를 담고 있지만 각각의 곡이 담고 있는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울산 출신인 그는 바다에 대한 애정은 물론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 자연스러운 자유를 얻기 위한 본인의 생각과 여정, 로컬을 사랑하는 마음가짐과 애정을 기반으로 하는 표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한 앨범에 담았다. 한 장소를 지키고 그 자리를 사랑하면서도 자유로운 마음가짐을 지니는 그의 태도는 물론, 느긋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그의 평소 모습도 담겨 있는 듯하다.
웹 예능 등지에서 보였던 그의 유머감각부터 진지하고 깊이 있는 면모까지 고루 있으면서도 초지일관 기타를 기반으로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과하지 않고 여유로우면서도 세밀함까지 놓치지 않는 프로덕션도 인상적이다. 아이디얼(iDeal)이 주로 제작한, 여기에 VMC의 버기와 The o2, Biglightbeatz가 참여한 앨범 전반에는 제이호만이, 그리고 리짓 군즈만이 선보일 수 있는 나른하면서도 멜로디컬한 힙합 음악이 있다. 독특한 싱랩 뒤에는 마샬(MRSHLL)의 코러스가 있고, 코러스로 참여한 재달부터 피쳐링으로 참여한 뱃사공, 김아일, 버벌진트까지 여유 안에서 (역설적이지만) 기분 좋은 긴장을 느슨하게 가져간다.
앨범은 전반부에서 확실하게 분위기를 잡는다면 “동네”, “컨츄리보이”, “서프갱”과 곡에서 좀 더 위트와 삶의 태도, 제이호라는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다. 여기에 후반부 “Same Room”부터 “동해”, “Tsunami”까지는 좀 더 진중하고 무게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한 장의 정규 앨범이지만 꽤 많은 걸 담고 있으면서도 많은 사람이 기대했던 지점을 정확하게 드러낸다. 이것은 제이호만이 선보일 수 있는 것이기에 아마 다들 목말랐던 것이 아닐까 싶다. 기대에 부응하는 정규 앨범, 오랜만에 모두에게 반갑고 고마운 그런 작품이 아닐까 싶다.
Editor / 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