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 [PC음악]

누구도 할 수 없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그것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재탄생시키는 일련의 과정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명언을 떠오르게 한다.

 


 

PAR
PC음악
2021.09.06

 

12곡을 꾹꾹 눌러 담아 완성된 이번 정규앨범 [PC음악]은 PAR의 데뷔작이다. 발매 이력 하나 없는 신인이 정규 앨범으로 데뷔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시선을 끌기 충분했지만 그 안의 모든 수록곡이 저마다의 색깔을 띠며 한데 뭉쳐있던 모습은 근래에 느껴본 적 없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충격은 곧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다 나타난 사람인가’ 하는 궁금증으로 이어졌고 그것이 PAR라는 뮤지션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PAR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통통 튀는 신디사이저 소스와 중저음의 음색이 대비되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조화를 자랑한다. 물론 그 와중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연주곡으로 완급조절을 하기도 하며 돌연 예상치 못한 가창력을 선보이며 앨범의 감정선을 쥐락펴락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쿠스틱 악기와의 궁합으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기도, 지극히 팝적인 접근을 통해 타켓층의 무수한 취향을 12곡에 걸쳐 다방면으로 만족시킨다. 곡 하나하나를 찬찬히 뜯어보기 전부터라도 이미 청각적으로 다채로운 멋을 뽐내며 음악적 스펙트럼의 다양성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신인으로서 충분히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앨범을 단순히 듣기 좋은 음악으로 치부하기엔 아직 이야기해야 할 내용이 많이 남아있다. 지극히 사적인 개인의 이야기로 운을 떼고 있는 1번 트랙 ‘너 혹시’에서 시작하여 꾸준히 개인의 고뇌에 관해 언급하고 있는 [PC음악]은 자칫 너무 사적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는 내용을 유머러스하게 포장하여 ‘일기장’과 ‘작품’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한다. 그 균형 위에 듣기 좋은 사운드를 첨가하여 결과적으로 이것을 ‘좋은 음악’으로 주조해내는 실력은 분명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리라.

 

더군다나 앨범의 후반부로 갈수록 ‘음악’과 ‘작업자’ 라는 조금 더 거대한 주제로 조금씩 시선을 옮겨 가고 있는 전체적인 서사 구조 또한 인상적이다. 결과적으로 앨범 전반에 걸쳐 소위 말하는 ‘컨셔스함’, 즉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로서의 의식 있는 태도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이번 앨범의 메인 장르가 ‘포크’라고 표기되어 있는 이유와도 그 맥락을 함께한다.

 

한편, 앨범의 제목 ‘PC음악’의 ‘PC’는 개인용 컴퓨터를 뜻하는 ‘Personal Computer’의 약자이자 정치적 올바름을 뜻하는 ‘Political Correctness’의 약자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두 가지 의미를 전부 포함하고 있는 이번 앨범은 두 ‘PC’가 공유하고 있는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핵심으로 두고 있다. 실제로 이번 앨범은 PAR가 가진 가능성을 있는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생산성의 혁명을 불러일으킨 PC의 무한한 가능성과,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수많은 것들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을 상징하는 PC의 교집합은 자연스럽게 PAR가 지향하는 음악과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PAR의 ‘가능성’은 비단 음악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초상을 왜곡하여 음악적 맥락을 재구성하고 있는 아트워크 디자인은 전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으며 아스키 코드로 적힌 앨범 소개글은 마치 그만의 세계관을 구성하듯 음악을 중심으로 한 추가적인 의미의 확장을 유도한다. (코드를 해석한 결과는 감상의 재미를 위해 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 나갈 그의 ‘가능성’을 기대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물론 모든 아티스트의 작품이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의 이번 정규 1집은 그 자체로 PAR라는 아티스트를 요목조목 알아갈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나 다름없다. 누구도 할 수 없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그것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재탄생시키는 일련의 과정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명언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PAR는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다 나타난’ 사람일까? 신인이기에 알 수 없는 과거의 행적은 지금으로선 어찌할 수 없겠지만 한 가지 만큼은 확실하다. 이 뮤지션이 ‘앞으로 어디서 무엇을 하게 될 것인가’ 하는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신선함 가득한 사운드로 꽉꽉 채워진 종잡을 수 없는 가능성은 과연 PAR의 다음 행보가 어떤 식으로 확장되어갈지에 대한 무궁무진한 상상으로 이어진다.

 


Editor / 월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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