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라노스 바이닐 시리즈의 12번째 작품, The Poles (더 폴스)의 [Anomalies in the oddity space]가 발매되었습니다.
2022년 첫 정규앨범 [The High Tide Club] 발매 이후 The Poles (더 폴스)가 2년 여 만에 선보이는 EP [Anomalies in the oddity space]는 다이나믹한 모던록 사운드에 짙은 서정성을 가미해 진일보한 음악 스타일을 선사하는 앨범입니다. 이번 바이닐은 The Poles (더 폴스)가 데뷔 이후 발매하는 첫 번째 바이닐이 클래식한 블랙반에 앨범 커버를 중심으로 확장된 이미지를 자켓에 담아내어 소장가치를 더해낸 작품입니다.
Side A
1. Vancouver ´23 (03:33)
2. Stargazing (04:22)
3. Cares (04:34)
Side B
1. Space Kids (04:00)
2. Oddities (03:33)
3. Anomalies in the (02:54)
*본 바이닐은 포크라노스 비스테이지를 포함한 온라인 판매처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바이닐 소개: [Anomalies in the oddity space] 12” 33⅓RPM, 180g, Black (1LP) 1 Pocket Gatefold (With OBI), Custom Inner Sleeve Vinyl Manufactured in France, Printed in Korea Vinyl Mastered by John Cha
김다니엘, 김경배, 이황제로 이루어진 밴드 The Poles (더 폴스)가 지난 4월 [Anomalies in the oddity space]를 발매했다. 데뷔 이후 여러가지 시도와 변화 끝에 마침내 3인조 록 밴드라는 안정적인 정체성을 이뤄내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 정규 [The High Tide Club] 이후로 무려 2년 만의 새로운 EP이기도 하다.
지난 앨범이 파도 내지는 바다를 연상케 하는 장소에서 시작되었다면, 이번 EP는 ‘우주’라는 더욱 확장된 공간에서 이들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Anomalies in the oddity space]는 무너진 자아를 회복하고 마침내 넓은 세계에서 자신들을 찾아 떠난다는 서사적 구성에 걸맞게,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사운드적으로도 탄탄함을 뒷받침하는 전개를 이루는 앨범이다. 이번 EP가 종합적인 측면에서 The Poles(더 폴스)만의 색채를 강하게 뿜어내는 데에는, 지난 두 달간의 합숙을 통해 서로 간의 싱크로율을 맞춰가려는 시간과 노력 덕택이었을 것이다.
학창 시절에 만난 친구 관계로 시작해 국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밴드의 동료가 되기까지. 각자의 세계를 포개가며 더 큰 우주로의 여정을 맞이한 밴드 The Poles (더 폴스)를 만나, 새 작업실에서 작품과 작업 과정, 밴드라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간단하게 밴드 The Poles (이하 ‘더폴스’)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다니엘: 안녕하세요, 저희는 밴드 더폴스이구요.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김다니엘입니다.
김경배: 드럼 치는 김경배입니다.
이황제: 베이스 치고 있는 이황제입니다.
좌측에서부터 김다니엘 (기타, 보컬), 이황제 (베이스), 김경배 (드럼)
Q. 정규를 발매한 지 약 2년 만에 새로운 EP를 발매하며 돌아온 더폴스인데요. 그간 멤버분들 모두 어떻게 지내셨나요?
김다니엘: 변함없이 공연을 많이는 아니지만 간간히 해왔어요. 각자의 활동도 조금 있었지만, 다음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지내왔어요.
김경배: 열심히 드럼을 쳤습니다. OURTAPES라는 밴드 활동도 새로이 하고 있는데, 작년에 EP를 발매했어요.
이황제: 저는 건강이 조금 좋지 않았어서 회복의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Q. 본격적으로 이번 EP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Anomalies in the oddity space]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김다니엘: 이상한 우주에서 일어난 기묘한 일들에 관한 앨범입니다. 예전에 ‘space’라는 곡을 발매한 적도 있고, 이상한 공간 내지는 장소에 대한 내용도 담아보면 좋을 듯 해서 이중적인 의미를 표현했어요. 확실하게 더폴스의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많이 담아낸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Q. 스페이스 오디티 (space oddity)를 연상케 하는 타이틀인데, ‘혼란’이라는 단어와 어울리게 oddity space라고 뒤집어서 기재한 점에서 멤버들의 재치가 느껴지기도 해요. 의도가 있었을까요?
김다니엘: 살짝 있기는 하죠. (웃음) 데이비드 보위 (David Bowie)를 오마주했다기보다는, oddity와 space라는 단어가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활용했음에 가까워요.
‘극점’이라는 개념을 ‘일생을 살아가면서 선택하는 순간들’로 표현했었는데, 이번 앨범을 구상할 때 세계관을 넓혀보자는 다짐이 있었어서 ‘우주’라는 공간으로 확장하기도 했고요.
Q. 최근에 작업실을 새로 옮겼잖아요. 이번 앨범은 새로운 작업실에서 제작된 걸까요?
김다니엘: 이사 날짜가 정해지자마자, 새 작업실 냄새가 다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비를 먼저 넣고,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을) 최대한 빠르게 녹음했어요. 들어오자마자 먼저 드럼부터 셋팅하고, 하루만에 작업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다 옮겼어요. 앨범 타이틀처럼 앨범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기묘하기도 했고, 작업 공간 자체도 확장됐네요.
이황제: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 작업실 이사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재미있는 포인트였죠. 물론 다시는 안 하겠지만, 그래도 과정 자체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Q. 기존의 익숙한 작업실, 그리고 새로운 작업실을 병행하면서 작업한다는 것이 음악에 영향을 끼치진 않았나요?
김다니엘: 이번에 재미있었던 점이, 제가 집을 이사해서 멤버들이랑 거의 합숙하다시피 작업했거든요. 작업 공간이 대부분 새로운 곳이었어요. 낯선 곳에서 계속 대화하다보니 가치관이 달라지기도 하고, 대화의 심도가 깊어지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음악적인 영감의 차원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많아졌던 것 같아요.
이황제: 같이 있는 사람들이 변하지 않아서 장소가 달라지는 것에 대해 큰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어요.
Q. 합숙을 하면서 작업한다는 건 결국 작업 이외의 시간도 계속 함께 있어야 한다는 거잖아요.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아서 피로하지는 않았나요?
김다니엘: 합숙이라는 개념이 wave to earth(이하 ‘웨이브투어스’) 정규 때부터 도입됐다고 봐야 하는데요. 저는 사실 음악을 만들 때 삶과 일이 분리되지 않거든요. 계속해서 같이 공유하니까 피로감이 덜 해지더라고요. 밴드는 멤버가 단단하게 결속되는 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합숙을 통해서 훨씬 많은 대화를 하니까,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더욱 깊어지기도 해요. 앞으로도 이런 작업 방식을 고수하게 될 것 같아요.
이황제: 계속 붙어있다고 음악에 대해서만 얘기하지는 않고, 다양한 주제를 같이 공유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일하고 있다’고 생각들지는 않았어요. 그런 와중에도 앨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몰입이 이뤄져서 피로감은 없었던 것 같아요.
김다니엘: 각자 삶을 살다 보면 멤버들의 가치관, 삶의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몇 년이 지나있을 때 서로 다투게 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잖아요. 확실히 서로의 간극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 건강한 밴드 활동을 위한 거죠. (웃음)
Q. 다니엘 님의 집에서 합숙한 건데, 멤버들 중에 요리 담당은 누구였어요?
이황제: 다니엘이 정말 요리를 잘해요. 당시에 다니엘이 프로필 촬영을 앞두고 있어서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었어요. 더 맛있는 걸 해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건강식 위주로 먹었어요. 하지만 건강식마저 맛있어서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더라고요. (웃음)
김다니엘: 다음엔 더 좋은 메뉴를 준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Q. 다니엘 님이 해주신 메뉴 중에 가장 맛있었던 건 뭐예요?
이황제: 건강 수프.
김다니엘: 미국 투어에서 도움이 많이 됐던 게 토마토 수프였어요. 토마토 수프에 빠져서 엄청 해 먹었어요.
Q. 경배 님과 황제 님도 합숙 기간에 다른 역할이 있었나요?
김경배: 시끄럽게 하는 역할?
이황제: 다니엘을 쉬지 못하게 괴롭히는 역할. (웃음)
Q. 앨범 작업 과정에서도 각자의 역할 같은 게 있었을까요?
김경배: 세 사람이 생각이 비슷하면서도 꽤 많이 달라요. 이번 작업 때는 교집합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 많이 얘기하다 보니 더 가까워지면서 교집합이 넓어진 것 같아요. 담당이라기보다는 시간 날 때마다 각자의 생각에 대해 대화한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김다니엘: 하나의 작업에 모두가 몰입되어야 하니까 계속해서 피드백하고, 아이디어를 바로바로 캐치해나가는 게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한 사람이 어떤 역할을 맡는다기보다는, 모두가 함께 이 앨범에 갈아 담겼다.
이황제: 녹아들었다고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웃음)
김다니엘: 갈아 들어갔다, 갈려 들어갔다. (웃음) 멤버들이 했던 말 중에 되게 웃겼던 게 ‘다니엘 시간대에서 사는 건 처음인데, 너무 힘들다’ 였어요. 일어나자마자 바로 작업실로 가서 새벽 6시 쯤 들어오는 걸 2달간 반복했어요. 저는 wave to earth 투어를 앞두고 있어서 투어 당일날 새벽까지 더폴스 앨범을 마무리하고 넘어갔거든요. 죽는 줄 알았어요.
이황제: 맞아 힘들었어.
Q. 정신없이 바쁘게 작업한 덕분인지 근사한 앨범이 나왔어요. 경배 님이 처음에 ‘교집합’을 말씀 주셨는데요. 세 분이 생각하는 더폴스의 교집합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황제: 세세한 부분은 각자 다른데, 바라보는 지향점에 있어서 공통점을 같이 만들어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거니까 밴드인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도 많이 바뀐 것 같고. 진중한 태도로 작업하고, 아이디어를 낼 때도 더 자연스럽게 임한 것 같아요.
김다니엘: 사운드적으로는 모두가 근본적으로 락 사운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교집합 같아요. 각자의 연주 스타일이나 선호하는 사운드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록 장르를 베이스로 한 앨범을 구현해 내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요.
Q. 안 그래도 이번 앨범은 컨셉이나 빈티지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비롯해 지기 스타더스트나 너바나 등 80, 90년대 록 밴드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연상하게 만들어요. 어떤 아이디어나 영감에서 탄생한 앨범인지 궁금해요.
김다니엘: 정규 앨범 때도 마찬가지고 더폴스가 목표하는 바가 어릴 때 들어왔던 음악의 구현이거든요. 음악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다시 돌아보고, 당시에 들었던 음악들을 모방하기보다 우리만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계속해서 거쳐 가고 있어요.
Q. 가사에서도 전반적으로 더 폴스가 나아가는 과정,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듯합니다. 7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꽤 많은 것들이 변하지 않았을까 짐작이 가는데요. 변화의 과정 속에서의 고민이나 방향성이 이번 앨범에도 담겼을까요?
김다니엘: 첫 트랙에서부터 ‘내 자아를 죽인 살인마’는 가사로 시작을 해요. “Vancouver ‘23”에서 더폴스의 자아가 무너지고, “Stargazing”에서는 음악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되찾고, 이후부터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나는 순서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oddities”라는 곡에서는 일생에서만 선택하는 그런 극점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나의 극점이자 행성이라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우주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담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더 폴스라는 팀이 어떻게 죽었었고, 어떻게 다시 살아났는지 담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오랜 시간 활동하면서 각자의 삶에서 무너졌던 순간들이 명확하게 존재하고, 어디를 향해 바라보고 가야 하는 지가 뚜렷해지는 지점들이 있었거든요.
Q. 개별 곡들에 대해서도 얘기해 볼게요. 2번 트랙을 제외한 나머지 곡은 전부 wave to earth (이하 ‘웨이브투어스’)의 차순종이 마스터링을 담당했어요. “Stargazing”만 별도 마스터링을 진행한 까닭이 무엇인가요?
김다니엘: 크게 특별한 이유는 아니긴 한데, 제가 믹싱을 하면 순종이가 마스터링을 해요. “stargazing”의 믹스는 투어 중에 마무리가 됐거든요. 순종이가 마스터링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였어서 wave to earth의 “sunny days”를 마스터링을 해주셨던 분께 맡기게 됐어요. 차순종과 김다니엘 듀오가 너무 공식화되어 있는 시점에서, 곡에서 대중적인 느낌이 나오려면 대중을 잘 알거나 음악을 더 많이 경험해본 엔지니어에게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했죠.
Q. ‘Cares’는 이번 EP의 선공개 싱글이기도 한 곡인데, 기존의 더 폴스 음악적인 색깔이 묻어나면서도 앨범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역할을 하는 곡이에요. 해당 곡을 선공개 싱글로 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김다니엘: 이 곡이 이번에 나올 더 폴스를 가장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곡이라고 멤버들이랑 많이 얘기했었어요. 저희에게도 전환점이 되는 곡이기도 하고요.
발매하니까 많은 반응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건 내가 알던 더폴스가 아니야’라던지, ‘너무 좋다’라던지 정말 반반으로 갈리는 것 같은데 오히려 마음에 들어요. 더폴스스러우면서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는 중간 지점에 서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Q. 그럼 이번 EP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완성된 곡이 뭐였어요?
이황제: 제일 먼저 완성된 곡은 “stargazing”이었어요.
김다니엘: “Stargazing”은 거의 1~2년도 전에 만들어져있었던 곡인데, 합숙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쓴 곡은 “Cares”였어요. “Cares”는 멤버들에게 쓰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가사에 영원한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말이 나오는데, “Good Morning Sunshine” 앨범 소개글에 ‘우리는 썩어질 몸을 갖고 있지만 영원한 마음으로 살아가자’라고 적은 적이 있어요. 다시 쓰고 싶더라고요.
Q. “Cares”를 기준으로 후반 트랙을 거꾸로 읽으면 앨범 타이틀이 나오는 점도 쏠쏠한 재미가 느껴지는 포인트예요. 트랙을 배치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김다니엘: 처음 말했던 것처럼 ‘자아의 회복과 변화’에 가장 많은 초점을 두고 있거든요. 순서대로 가사를 보시면 변화가 많이 느껴질 것 같아요.
이황제: 뒤로 갈수록 각자의 연주도 자기주장이 강해지는데, 그럼에도 충돌하지 않고 연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합숙을 하면서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모두가 연주로 자기 얘기를 하지만, 결국은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작업하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황제: “Oddities”를 녹음하면서 베이스 연주하던 순간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원래 듣던 음악들보다 더 폴스의 음악이 부드럽다보니, 평소 녹음할 때는 약간의 족쇄를 채우고 절제하면서 연주할 때가 많아요. 경배가 드럼을 마음대로 치고 싶은 만큼 쳐놔서, 베이스로 이것저것 시도해봐도 부족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나머지 친구들이 하고 싶은 마음 연주하라고 해서,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과격함을 베이스 플레이에서 다 보여줄 수 있었어요. 보이지 않는 천장을 깰 수 있었던 게 재미있는 포인트였어요.
김다니엘: 이번 앨범 만들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건 축구 관전이었습니다. (웃음) 다 같이 합숙하다 보니까 녹음 끝나면 집에 가서 국가대표 경기도 보고 그랬거든요. 치킨도 먹고, 끝나고 플레이스테이션으로 피파도 하고. 앨범을 만드는 순간을 조금 더 즐겁게 풀어주는 순간이었고, 스트레스도 해소됐죠. 물론 후반에는 못했지만. 친구다운 순간들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김경배: 개인적으로 저한테 재미있었던 건데, 다른 멤버들이 작업하거나 공연할 때 한 번씩 ‘또르르’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우는 거죠. 그럴 때마다 저는 ‘야 우냐?’이런 느낌으로 비웃거든요. 황제가 공연 때 울면 되게 비웃으면서 드럼 연주할 때도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Vancouver ‘23” 드럼 녹음이 끝나니까 여태까지 못 느껴본 감정을 느낀 거예요. 처음 그런 감정이 드니까 저도 모르게 ‘또르르’ 할 뻔했어요. 하지만 제가 했던 게 있어서 꾹 참았어요. 한 7배로 돌려받을 것 같아서 아무렇지 않은 척 참고 삭혔던 게 재미있는 포인트였어요.
이황제: “Vancouver ‘23”은 감정 과잉을 이겨내지 못하고, 경배가 놀릴 걸 알면서도 ‘또르르’ 해버린 곡이에요. (웃음) 연주자가 가장 깊게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 녹음할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곡이랑 동화되니까 싱크로율이 너무 높아져서 현실과의 괴리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만..
Q. 그럼 모두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곡은 “Vancouver ‘23”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요?
김다니엘: 저는 “Vancouver ‘23”일 것 같아요. 특이한 곡이기는 했어요. 작업 방식도 그렇고, 곡에 담긴 의미나 같이 느꼈던 감정만 해도 정말 중요한 곡이었던 것 같아요. 드럼 녹음할 때는 킥과 몇 안 되는 장비로만 녹음했어요. 가장 우울한 곡이기도 해서 자제하려고 한 포인트가 있었어요.
이황제: 경배는 드럼을 제일 잘 친 곡이 좋잖아.
김경배: 그렇긴 해. 저는 “oddities”가 제일 좋아요. (웃음) 이번에 드럼을 정말 치고 싶은 대로 치는 구간이 있어요. 그 부분을 시작하기 전에 다니엘한테 ‘너 박수치게 해줄게’하고 들어갔는데, 한 큐만에 박수를 친 거예요. 다니엘 박수 한 다섯 번 쳤잖아.
이황제: 가사적인 면에서 가장 공감했던 곡은 “Vancouver ‘23”인 것 같아요. 더폴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다니엘의 이야기기도 하고. 개인적인 성장을 이뤄낸 곡은 “space kids”인 것 같아요. 평소 하던 연주와 다르게 접근해 보기 위해서 노력했고, 녹음하기 전까지도 많이 걱정했던 곡이었어요.
Q. 더폴스가 데뷔하던 17년도 당시만 해도 록 내지는 밴드 음악이 우세하던 시기가 아니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국내에서도 파이가 크지 않더라도 조금씩 부흥하는 듯한 기운이 감지됩니다. 전 세계적인 관점으로 비추어봤을 때, 데뷔 당시와 지금의 동향 내지는 씬이 많이 변화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황제: 저희는 연주자이기 전에 리스너기도 하잖아요. 들을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많은 밴드가 생겨나고, 원래 있던 밴드의 새 작업물이 많아진다는 걸 체감하기도 하고요.
김다니엘: 예나 지금이나 좋은 밴드가 계속 있었던 건 사실 같아요. 조금 더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계기들이 생기는 게 감사한 일인 것 같고요. 밴드씬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1~2팀만이 성장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변화는 하고 있지만 지켜는 봐야 한다’ 정도인 것 같아요. 어쨌거나 인디씬 자체가 많이 성장하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리스너들의 수는 확실히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김경배: 좀 더 관심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하는 게, 저는 OURTAPES도 병행하고 있잖아요. 조금 더 강한 록을 구사하는 팀이거든요. 주변에서는 한두 번 들어보더니 ‘너무 강한데?’라는 반응들이 꽤 있었다 보니, 리스너가 전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Q. 더폴스의 프로듀싱은 김다니엘 님이 맡고 있어요. 웨이브투어스와 다른 더폴스만의 지향점,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앞서 말씀주신 락 밴드의 기조일까요?
김다니엘: 맞아요. 웨이브투어스는 이지리스닝에 근접해있고, 코지한 팝 사운드를 많이 채택하고 있어요. 더폴스의 경우는, 이 친구들의 성향 자체도 그렇게 코지하지도 않고 굉장히 강하거든요. 그래서 록 음악을 기반으로 해야한다고 확실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밴드 음악이 조금씩 성장할 거란 예상도 있었고, 웨이브투어스도 마찬가지로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을 만들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록 음악을 해도 충분히 들어주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어요.
Q. 리스너 입장에서 이번 EP가 사운드적으로 웨이브투어스와 더폴스를 확연히 분리해 주는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다니엘: 저도 완전히 분리했다고는 생각했는데, 웨이브투어스를 닮았다는 반응도 꽤 있더라고요. 그에 대한 답변으로는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사실 듣는 사람들이 판단하는 부분이다보니 앞으로도 저는 계속해서 분리해 나갈 것 같아요. 제가 곡을 쓰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해요. (웃음) 멜로디나 코드에서 오는 뉘앙스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은 드네요. 어쨌거나 분리는 잘 되어있다.
이황제: 생각보다 자주 듣는 말이거든요. 더폴스가 락밴드지만 엄연히 부드러운 부분이 존재했었고, 해야 하고요. 물론 청자분들의 생각이 중요하지만, 데뷔 시절 EP 때부터 서정적인 곡들은 언제나 자리했기 때문에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김경배: 더폴스와 웨이브투어스 공연을 모두 오신 분들은 알겠지만, 음악의 장르를 결정하는 건 드럼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동규와 저의 드럼은 전혀 다르다 보니 연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돼요.
김다니엘: 솔직히 말하면 ‘비교를 그만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바람은 있습니다. 제가 곡을 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나오는 말인 거로 생각하지만, 연주하는 사람의 마인드와 기반이 전혀 다르거든요. 비슷하다고는 말할 수 있어도 같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웨이브투어스는 재즈 기반의 멤버들이고, 더폴스는 완전히 록 기반의 멤버들이거든요.
Q. 이어서 다니엘 님에게 개인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여러 크레딧에서 편곡자로 참여한 정황이 보이고, 인디 씬에서 꽤 많은 아티스트를 제자로 양성한 바 있어요. 북미 투어까지 마무리하며 국제적 인기를 실감하는 아티스트의 입장으로서, 씬에서 지속 가능한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김다니엘: 정말 뻔한 대답으로 ‘당연히 음악이 좋아야 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티스트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시각을 변화시키는 게 제일 필요한 것 같아요. 요즘에는 확실히 SNS, 특히 숏폼들이 성행하면서 여기저기에서 음악을 듣기 정말 좋은 환경이 됐거든요. 그래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제가 감히 이런 말씀을 드릴 수 있겠냐마는.
모국어가 있는 나라에서 영어로 노래하는 게 자국민들한테 환호받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넓은 관점에서는 아티스트로서 정말 음악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기회가 생겨나는 것 같아요.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도움 될 것 같아요. 제가 뭔가를 이렇게 하라고 말하기는 어렵네요. 정말 조심스럽습니다.
Q. 이번에는 모든 멤버들에게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24년도에 EP를 발매한 시점에서, 각 멤버들에게 극점이 되는 순간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이황제: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땐 그런 게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 딱 생각이 나네요. 합숙을 처음 시작하고 마음속에 쌓아두고 담아두고 있던 생각들을 털어놓았던 날이 있었거든요. 그날이 올해의 극점이었다고 생각하고, 앨범이 시작되는 대화였다고 생각해요. 12월 5일이었나, 6일이었어요. 생일 전날이라 기억나네요.
김다니엘: 더폴스로서 꼽자면 확실히 그날일 것 같아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공백기를 갖다 보니 밴드가 아닌 각자의 삶을 갖고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각자가 어그러져있는게 느껴졌는데, 그날을 기점으로 더폴스라는 팀에 모두가 함께 속해 있다고 느낀 것 같아요.
김경배: 저는 작업물을 내놓을 때마다 많이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앨범을 낼 때마다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 같아요. 기존에는 ‘성장했다’에서 그쳤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어요.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생겼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앨범 녹음을 마치면 제 작업실이나 다른 곳에서 새롭게 연주하게 되잖아요. 그 순간이 극점이었어요. 성장한 걸 체감하는 순간이었어요.
Q. 마지막으로 24년도 더폴스의 활동 계획을 들어보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황제: 앨범까지가 정말 큰 여정이었긴 한데요. (웃음) 밴드는 라이브를 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할 수 있는 가능한 많은 무대를 하고 싶고 횟수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멋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경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시점이 많아졌는데, 그 시점을 여러분에게 공유하겠습니다. (웃음) 지금 옆에서 멤버들이 기겁하는데, 제가 ‘모두 불태우겠습니다, 모두 울게 만들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대답해서 인터뷰의 끝을 이런 식으로 파괴한 적이 많거든요. 매일 갖고 있는 계획이 그런 거라서요. 다 불태우겠습니다.
이황제: 더폴스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웃음)
김다니엘: 더폴스가 한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비춰지지 않았는데요. 영상이든 무대든 여러 플랫폼에서 멋진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할 것 같아요. 밴드는 라이브라고 황제가 말한 것처럼, 라이브 클립들도 준비하고 있어서요. 기대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