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하고 본능적인 세계를 만들기까지, 이루리 EP [Brave New World] 발매 기념 인터뷰
당시에는 진심을 다해 만들었던 결과물이, 세월이 지나 꺼내 보면 부끄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세상을 너무 진지하게 대했던 탓에 좁은 시야로 바라봤던 건 아닐지 후회가 밀려든다. 이루리의 EP [Brave New World]는 그 답답함을 인식한 자리에서 출발한다.
현실과 타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가상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자신을 설정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가상일 뿐, 가짜는 아니다. 기존의 태도와 익숙했던 진지함, 스스로를 규정하던 틀을 한 번에 허문 뒤, 가장 단순한 감각부터 다시 빌드업해 만든 세계다. 증명해 보이려는 압박을 내려놓고 오직 ‘재미’만을 추구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리듬과 뾰족하게 날이 선 사운드는 그의 결정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루리는 Bye Bye Badman(이하 ‘바이 바이 배드맨’)의 베이시스트이자 2018년 데뷔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다. 밴드 활동과 솔로 작업을 병행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음악 세계를 확장해왔다. 오랜만에 솔로 앨범으로 대중 앞에 선 이루리를 만나 네 번째 EP [Brave New World]에 담긴 의미와 변화의 과정을 들어보았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베이스 치는 싱어송라이터 이루리입니다.
Q. 여러 악기들 중 베이스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밴드에 빠지게 된 건 중학교 2학년 때, 만화 ‘나나’를 본 이후였어요. 처음부터 악기를 다룰 생각은 없었고, 마냥 밴드를 동경하다가 본격적으로 마음을 먹은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그때 밴드부에 보컬로 들어갔어요. 사실 밴드 포지션 중 보컬이 제 성격과 제일 맞지 않겠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저는 전면에 나서는 걸 선호하지 않았거든요. 그렇지만 밴드를 정말 하고 싶었어요. 때마침 베이스가 적절해 보이더라고요. 눈에 덜 띄는 듯하면서도 밴드에 로망이 있다면 다뤄보고 싶은 줄악기 포지션이잖아요. 기타도 물론 줄악기이지만 보컬과 더불어 앞쪽에 서야 하는 역할이라 저에겐 베이스가 더 어울려 보였어요. 게다가 밴드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만화 ‘나나’를 보면 남녀 주인공 커플이 등장하는데, 그 커플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 바로 영국 밴드 Sex Pistols의 Sid와 그의 연인 Nancy였거든요. 마찬가지로 Sid가 Sex Pistols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었고요. 제가 ‘나나’의 엄청난 오타쿠라 그런 부분이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Q. 음악 외적으로도 스타일링이나 무대 연출 등에 ‘나나’의 영향을 받은 바가 있을까요?
어릴 때는 지금보다 더 큰 영향을 받았어요.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저 사람은 오타쿠다, 저 사람은 펑크록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게 확실히 티가 나는 아웃핏이었거든요. 밴드부 공연을 하는데 “저 오타쿠 같은 애는 누구야?”라는 얘기를 듣고 적잖이 충격을 받아 그때부턴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면서 지냈어요. 당시엔 오타쿠라는 말이 지금보다 훨씬 부정적인 워딩이었거든요. 그래서 꼭꼭 숨기고 지내다가 이제서야 당당하게 말하고 다녀요. 요즘은 전보다 드러내도 괜찮은 시대인 것 같아요. 수면 위로 많이 올라왔어요.
Q. 그렇다면 수면 위로 올라온 지금의 상태가 편하세요, 아니면 본인의 성향이 내성적인 측면이 있으니 차라리 숨기고 지내는 게 더 편하세요?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향적인 사람이 오히려 온라인상에선 더 외향적인 경우가 많다고 느껴요. 저 역시 오프라인에선 전혀 티를 내지 않고, 오히려 숨기는 편이었죠. 다만 제 직업이 사람들에게 보이는 성격을 띠고 있다 보니, SNS에서는 비교적 많이 드러내고 있는 편이에요.

Q. 본인이 생각하는 베이스만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일까요?
베이스의 매력은 2가지로 꼽을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내향인에게도 잘 맞는 악기라는 점에서 큰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두 번째는 진입장벽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점이에요. 물론 어떤 분야든지 높은 곳까지 레벨을 끌어올리려면 난이도가 어려워지지만, 베이스는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금방 합주에 뛰어들 수 있는 악기라고 생각해요.
Q. 베이스가 진입장벽은 높지 않은데 하다 보면 난관에 봉착하는 악기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이 말에 공감하는 편이신가요?
대부분 모든 악기가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더 넓게는 인생의 모든 분야가 그렇죠. 어떤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Q. 베이스를 연주할 때, 추구하는 본인만의 음색이나 연주 톤이 있나요?
부드럽고 따뜻한 톤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선 반대로 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일부러 더 날카롭고, 드라이브 톤의 그런 베이스 사운드를 넣어 작업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만화책으로 음악에 입문했기 때문에 외적인 부분을 정말 중요하게 보거든요. 그래서 실제 제 성격이 그렇지 않더라도 일단은 연주하는 사람이 스타 같고, 멋있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마 비주얼에 관심 있는, 록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울을 보고 연습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해야 턱선이 멋있을까’ 그런 것들이 저의 스킬입니다.
Q. 베이시스트로서의 이루리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이루리, 두 역할 사이에서 느끼는 차이점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송라이터로 작업할 때엔 곡 전체를 신경 써야 해요. 저는 프로듀싱까지 직접 하니까 컨셉이라던가 이 앨범으로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 등 여러 요소를 고민하며 작업하지만, 베이시스트로서 활동할 때는 그냥 정말 ‘베이스 치는 내가 즐겁고 멋있어 보이면 된다’ 이것만 신경 쓰면 돼요. 그래서 연주하는 제 모습도 훨씬 자유롭고, 편하게 나올 수 있어요. 전체를 관장하다 보면 디테일한 부분이 약해질 수도 있고, 약간은 놓치는 게 생길 수도 있으니 머리가 아파지더라고요. 그런 지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Q. 밴드 활동과 더불어 솔로 앨범도 꾸준히 발매하셨는데, 오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작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어떻게든 음악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하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하다 보면 스킬이 늘겠지’ 이런 마음에서 이것저것 열심히 해봤어요. 부딪혀봐야 느끼고, 배우는 스타일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연습해온 게 컸어요. 예를 들면, 작업을 할 때도 단순히 베이스 연주만 하고 끝이 아니라 미디도 다뤄본다던가 이런 식으로요. 제가 실용음악과를 전공했는데 그때 믹스에 관심이 생겼어요. 잘하진 못하더라도 내가 관심 있고, 재밌으니까 계속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거든요. 그런 게 성격에 맞아서 지금은 데모부터 마스터링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직접 다룰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시간을 쏟는 만큼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절약되니 다른 요소에 투자해 볼 수 있기도 하고요. 이런 방식이 마침 추세와도 맞물리는 부분이 있어 그렇게 된 것 같아요.
Q. 슬럼프나 작업이 멈추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럴 땐 어떻게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셨나요?
매해 슬럼프였는데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슬럼프를 극복하려면 일단 그냥 해라. 그래서 못할 것 같아도 일단은 움직였지만 지치기도 했어요. 웃긴 게 바이 바이 배드맨 활동을 쉬는 기간 동안 똑같은 음악을 하고 있는데도 밴드를 안 하는 제 자신이 너무 싫은 거예요. 음악을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시작한 건데 혼자 작업하는 이 모습이 멋없다고 느껴진 거죠. 그렇게 점점 지쳐가는 도중 바이 바이 배드맨 활동을 재개하면서부터 음악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합을 맞춰온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마음도 편하고, 쌓여 있던 피로가 많이 해소되면서 자유로워졌어요.

Q. 본격적으로 이번 신보에 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할게요. 이루리의 네 번째 EP [Brave New World]가 1월 21일 발매되었습니다. 앨범 소개를 간략하게 부탁드릴게요.
단순하고 본능적인 것들을 담으려고 한 앨범입니다. 그래서 재밌고 싶었고요. 그동안 제 솔로 앨범들은 조금 진지하고, 무겁기도 하고, 진솔한 저의 모습을 담으려 했던 편이에요. 어느 날, 인터넷에서 글을 읽었는데 ‘인생이 가면무도회라는 걸 알았을 때, 나만 맨얼굴로 왔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여태껏 저만 너무 진지하게 이 모든 것들을 대했던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게 진심을 다하다 보면 더 지치는 것 같더라고요. 대화를 할 때, 가볍게 농담도 하고 그래야 환기가 되는데 계속 진지한 상태로 ‘우리 인생은 말이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 삶은 뭘까?’ 이렇게만 살았던 것 같아 숨이 막히더라고요. 오히려 창작의 틀을 자꾸 가두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밴드를 다시 시작하며 음악을 하는 게 즐겁다는 본질을 떠올리다 보니 정말 단순하게 재밌는 것에만 집중해 보고 싶어 이번 앨범을 만들게 되었어요.
Q. 작사, 작곡은 물론 연주와 믹싱, 레코딩까지 모두 직접 하셨어요. 그중 작업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 있었나요?
제가 믹스를 제일 자신 없어하는 편이라 가장 공을 들이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게는 가장 약한 부분이다 보니 보완하려고 시간도 가장 오래 들이게 되고요. 사실 곡을 쓰고, 연주하고, 녹음하는 과정은 5분 컷이라고 느껴질 만큼 빠르게 진행되는 편인데, 믹스만큼은 며칠에 걸쳐 계속 들어보고, 다음 날 다시 들어보면서 뭐가 다른지 하나하나 체크해 보고 그렇습니다.
Q. 전반적으로 락킹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앨범입니다. 기존 앨범들에서 선보였던 나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와 대비되는 독기 서린 비트와 날카로운 사운드가 돋보이는데요, 이번 앨범 감상 포인트가 무엇일까요?
저는 컨셉이 있는 무언가를 굉장히 좋아해서 그런 점을 이번 앨범에 많이 담으려고 했어요. 완벽한 컨셉으로서의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준비하고 있는 라이브 클립과 퍼포먼스 비디오에도 독기 가득한 센 캐릭터를 담아볼 예정입니다. 그런 요소를 보는 것이 이번 앨범의 감상 포인트가 아닐까 싶어요.
Q. 공개될 영상들이 매우 기대가 되네요. 언제쯤 나오게 될까요?
차례대로 하나씩 나올 것 같은데요, 우선은 발매일에 맞춰 제가 직접 연출했다고 말하기 애매할 정도로 가벼운 홈 비디오 같은 영상이 먼저 공개될 예정이에요. 이후 2주 간격으로 2편, 그렇게 총 3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트랙별로 이야기를 나눠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앞서 12월 31일, 싱글 [너는 나의 미친개가 돼]가 먼저 공개되었는데 이번 앨범 첫 번째 트랙으로 수록되었어요. 선공개와 1번 트랙으로 이 곡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먼저 선공개 곡으로 정한 이유를 말씀드리면 이 곡만큼 달라진 컨셉을 가지고 등장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앨범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생각해 보니 이전엔 호불호가 갈리지 않도록 안전성을 추구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무난한 팝 성향의 음악이 많았는데 이제는 호불호가 갈리면 좋겠어요. 예전엔 욕먹는 게 두렵고 싫었는데 지금은 나이도 들고, 결혼도 해서 그런지 세상이 두렵지 않고, 미움받을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취향이 확 갈리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1번 트랙으로 선택한 이유는 이걸 견딜 수 있는 분이 다음 트랙까지 이어서 들었으면 좋겠다는 장난스러운 마음에 골랐어요.
Q. 두 번째 트랙은 타이틀인 ‘새 시대의 왕’이에요. 제목과 더불어 가사도 굉장히 가감 없고, 솔직해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탄생한 곡일까요?
위와 같은 심경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세상도 다르게 보인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지냈어요.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세상은 정말 틀 안에만 갇혀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관점을 달리하니 새로운 것들이 보였고, 이걸 끼워 맞춰 가기보단 아예 다 부숴버리고 싶었어요. 부수고 다시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 예를 들면, 인생이 살짝 꼬였는데 아예 멀리 이민 가고 싶고 이런 마음? 그래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런 거예요. ‘이제 이 세상을 다시 차곡차곡 쌓아 만들 것이고, 이 세계에선 내가 왕이야. 내 마음대로 만들어볼 거야. 내 세상은 이제부터 그런 거야.’
Q. 어떻게 보면 컨셉츄얼한 가상의 캐릭터지만 한편으론 내면에 또 다른 자아가 표출된 것 아닐까요?
맞아요. 한동안 ‘부캐’라는 개념이 유행했을 때, 전 그게 너무 부러운 거에요. 한편으론 활동명을 이루리로 정한 것까지 막 화가 났어요. ‘왜 나는 다 진심으로 대했을까, 심지어 활동명도 내 이름으로 짓고. 나도 어딘가에서 다른 이름을 빌려 다른 자아처럼 활동해도 됐는데’ 이런 후회가 밀려 들었어요. 제 MBTI가 INFJ인데 이번 컨셉에 몰입할 땐, 반대 성향을 가진 ENTP라고 최면을 걸었어요. 인터넷상에서 그런 말이 있더라고요. INFJ는 종이 한 장 차이로 예수 아니면 히틀러다. 이처럼 내면에서는 다 부숴버리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Q. 세 번째 트랙 ‘OCD’는 강박장애를 뜻하는 단어더라고요. 이 곡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저에게도 강박장애가 있기 때문에 이 제목을 썼어요. 강박장애 때문에 되게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제가 피해를 받지 않을 때는 인식하지 못했는데 점점 몸이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손 씻는 강박이 있다고 하면, 그 자체로는 큰 피해가 없잖아요. 적당한 선에서 끝나면 괜찮은데, 나중에는 (생각이) 겹치고 겹치면서 점점 부풀어져요. 손을 씻지 않으면 몸이 아픈 상태까지 가고요. 열이 나는 것 같고, 숨이 막히거나 손발이 저리는 느낌도 들고요. 이런 상태가 계속되다 보니 일주일 정도를 아예 앓아누운 적도 있었어요. 힘들어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오랜 시간 식습관을 고치고, 운동도 병행하면서 모든 초점이 건강에 맞춰지게 됐어요. 그러다 대략 1년 전부터 약을 끊게 됐고, 병적인 증상도 자연스럽게 사라졌어요. 다 낫고 보니 그 시점에 제 관점도 많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아직 부족할 수는 있지만, 사고방식도 전보다 훨씬 열린 것 같고, 다시 보이는 것들도 생겼고요. 그래서 이 앨범에 이 곡을 수록하게 됐어요. 2번 트랙처럼 어떠한 과정을 겪고, 새로운 세상이 생긴 거니까요.
Q. 1번부터 3번 트랙까지 강렬하고 거칠게 이어지는데 트랙리스트를 구성할 때, 이런 부분도 고려하신 건지 궁금해요.
그런 것 같아요. 공연을 오래 해오면서 트랙리스트 역시 공연 셋리스트 짜듯 구성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초반에는 강하고 신나는 노래가 나오게끔 배치하고, 뒤로 갈수록 점점 차분해지는 흐름을 선호하다 보니 그런 방향을 염두에 두게 된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는 ‘Unknown Artist’입니다. 마지막 트랙에서 무드가 완전히 전환돼요. 이 곡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4번 트랙은 한 20대 중반쯤 데모 단계에서부터 ‘발레리나’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가사 역시 발매된 지금의 곡과 비슷한 맥락으로 써두었던 곡이에요. 다른 가수분의 곡을 작업해 보다가 오랜만에 이 곡이 생각나 다시 꺼내 들어봤는데, 제가 직접 부르고 싶어졌어요. 제가 써놓은 가사지만 이제 와서 보니 더 제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완전히 저만의 이야기, 저만의 메시지로 녹여내고 싶어 제가 말하는 방식처럼 접근하게 됐고, 그 결과 지금의 곡이 완성됐어요. 곡을 처음 쓴 당시엔 상상한 만큼 결과물로 구현해낼 스킬이 부족해 묻혀 있었는데, 이제는 제가 그린 대로 작업이 가능하다 보니 과정도 훨씬 재밌고, 곡도 자연스레 완성되더라고요. 나라는 가수를 만나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죽은 제 곡들에게 자유롭고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이 곡에 담고 싶었어요.
Q. 앞으로 더 실험해 보고 싶은 사운드나 도전하고픈 영역이 있나요?
요즘 제 마음은 도전이 아니면 아예 시작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극단적인 편이에요. 지금은 완전히 재미있는 것에만 꽂혀 있거든요. 밴드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것에도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지속적으로 뭔가를 해야 한단 압박감도 있었고, 직업적으로 한 가지에 오래 몰두해 왔는데, 지금은 밴드 활동을 병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분산되니 그 과정에서 제가 갖고 있던 욕망도 많이 표출하고 있거든요. 아마 밴드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아쉬운 점들이 생기면 그걸 솔로 활동에서 보여 드리게 될 것 같아요.
Q. 음악적인 측면에서 이루리가 그리고 있는 ‘최종 목표’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의 최종 목표는 오래 하기. 엄청나게 유명해지는 걸 바라는 성향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음악을 오래 지속하고 싶어요. 다만 아이러니가 있죠. 오래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유명세가 따라와야 하니까요.

Q. 이후 발매 계획이나 예정된 공연, 그리고 2026년 활동 플랜도 살짝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제는 솔로 작업에 있어선 온전히 ‘재미’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작업을 하고 싶게 만드는, 재미있는 무언가가 생긴다면 금방 새로운 작업에 들어가게 될 것 같아요. 다만 현재로서는 따로 계획해 둔 건 없습니다.
공연 역시 솔로로 계획된 건 없고, 밴드 공연만 예정되어 있어요. 제가 밴드를 좋아해서 음악을 시작한 사람이다 보니 솔로 공연보단 밴드 공연에서 훨씬 더 큰 재미를 느끼고 있고요. 그래서 당분간은 밴드 공연에 좀 더 집중하게 될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고 계실 팬분들(교수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재밌게 들어주세요.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랑합니다.
Interview | 구은영
사진제공 | 이루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