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찬

 

켜켜이 쌓일 구원찬의 발자국

 

구원찬이 돌아왔다. 몇 차례의 피쳐링을 거쳐 약 2년 만에 선보이는 솔로곡 ‘표현’으로 성공적인 컴백을 알린 그는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새로운 모습이다. 모두가 사랑해 마지않는 따뜻한 감성과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섬세한 표현이 선사하는 기분 좋은 낯섦은, 그렇게 구원찬이라는 아티스트의 새로운 막을 향한 중요한 이정표인 셈이다. 지나온 모든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하나의 과정으로 설명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하나하나 모이고 모여 분명 빛나는 여정으로 이어질 구원찬의 뚝뚝한 발자국을 따라가 보았다.

 


 

Q. 정말 오랜만에 솔로곡으로 돌아오셨어요. 물론 전역 차례의 피쳐링에 참여하시기도 했지만 2 만에 솔로곡으로 컴백하신 소감은 남다를 같아요.

 

아무래도 많이 떨렸고요. 사실 6개월 전에 이미 완성한 노래라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앨범을 만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워낙 해보고 싶었던 장르이기도 해서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Q. 신곡과 더불어서 지난 11월에 공연으로 팬분들께 인사드리기도 했어요. 2 만에 무대에 오르신 소감도 부탁드립니다.

 

제 노래 중에 ‘Long Time No’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 가사(“변한 건 아닌데 뭔가 낯설기는 해 / 여전하네 네 느낌 더 뚜렷해졌네”)처럼 원래 제가 가지고 있던 모습들에서 조금 더 진해진 색깔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물론 가사를 떠나서 그냥 공연을 2년 만에 하니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멘트를 잘 못 하거든요. 뭔가 우물쭈물하고 어리숙하고. 그런 부분들은  ‘Long Time No’ 가사처럼 여전히 그대로인데 노래적인 부분에서는 사람들이 더 좋아졌다거나 탄탄해졌다는 피드백들 많이 해주셔서 마치 ‘가수가 노래 가사 따라간다’라는 말처럼 가사 내용대로 공연이 전개된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어요. 아쉬움이나 이런 것 없이 그 자체가 좋았습니다.

 

 

Q. 본격적으로 이번 싱글 [표현]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곡에 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표현’이라는 노래 자체는 사랑 노래에요. 그런데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그 감정이 너무 벅차서 ‘사랑한다’라는 말 안에 다 안 담기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미를 담은 곡이에요. 뭔가 벅찬 감정을 최대한 음악적으로 담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요. 가사가 너무 짧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게 사실 단어로 표현이 안 돼서 음악으로 표현을 한 거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상황이었어요

 

Q. 이야기를 들어보니 뮤직비디오에서 그런 감정이 많이 묻어나는 같아요. 이번 영상도 같은 맥락에서 작업하셨던 건가요?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영상 감독님과도 얘기를 많이 했는데 최대한 음악적인 무드와 영상적인 무드가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일차적으로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여러 가지 멋이 있는데 어떤 음악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뮤비가 나와서 그게 하나의 멋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조금 더 1차원적으로 바라봤던 것 같아요. 정말 이 영상이 음악이랑 잘 어울리는 무드였으면 좋겠다는 게 1차 목표였어요.

 

 

Q. 전방위적으로 많은 고민이 들어간 곡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군복무 중에도 틈틈이 작업을 이어오셨다고 들었는데 혹시표현 경우도 미리 구상하신 곡이었나요?

 

‘표현’ 같은 경우는, 노래 자체는 2018년도에 만들었고 이후에 프로듀서 ‘haventseenyou’와 디벨롭하는 과정을 전역하자마자 진행했어요. 물론 복무 중에도 작업을 계속했어요. 이제는 군대 안에서도 휴대폰 반입이 돼서 그 안에 ‘개러지 밴드’ 같은 음악 프로그램들을 깔아서 녹음도 많이 했죠. 전역하자마자 음원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protonebula’나 ‘PJNOTREBLE’ 피쳐링 같은 경우는 다 군대 안에서 진행했던 작업이고요, 복무 중에 나온 ‘Fisherman’ 피쳐링 같은 경우는 입대 전이 이미 만들었던 곡이에요. 그리고 전역하자마자 ‘Hoody (후디)’님께 연락이 와서 바로 앨범 피쳐링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Q. 복무 중에도 꾸준히 작업을 멈추지 않으셨던 만큼 창작에 대한 갈증이 심하셨던 같네요.

 

갈증보다는 불안함이 컸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시기적인 문제로 군악대가 아닌 일반병으로 입대했다 보니 음악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일이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것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일반병으로서 작업을 이어가고 싶었고 여러 루트를 찾다 보니 휴대폰으로 녹음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Q. 전역하시고 나서도 밀도 있게 작업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혹시 민간인으로서의 자유를 즐기셨다거나 하는 여유는 없었나요?

 

사실 그게 지금도 제가 아쉬워하는 부분 중에 하나에요. 제 일상이 작업 따로, 일상이나 쉼 따로가 아니라 생활 자체가 작업이거든요. 예를 들어 작곡을 할 때도 “어 이거 좋은데” 하면서 떠오른 것들을 바로바로 옮기고 녹음을 하는 행위들이 일상 곳곳에 녹아 있어서 굳이 구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그것들의 구분이 조금 필요하다는 생각을 최근에서야 하게 되었어요.

 

Q. 최근에 작업을 이어오시면서요?

 

네, 이번 앨범 만들기까지. 물론 일상과 작업이 분리되면 정말 베스트겠지만 그게 안 된다는 가정하에 한 달 정도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쉬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전역하고 나서 바로 작업에 들어간 이유는 그게 일상이기도 했거니와 괜히 빨리 돌아가고 싶은, 빨리 일을 하고 싶은 욕구도 있었던 것 같고 되게 복합적인 마음들이 작용한 것 아닌가 싶네요.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번아웃 상태가 왔었는데도 인지하지 못 하고 그 상태에서도 작업을 진행하려고 했어요. 근데 결국에 힘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힘이 없으면 일상생활도 안되고. 그러한 지경까지 갔었던 것 같아요. 그런 상황들을 ‘@konartg’ 라고 팬들이랑 소통하는 제 또 다른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는데 거기에 솔직한 상황들을 적기도 하고 그랬어요.

 

 

Q. 일과 삶의 경계에 대해서 고민이 많으셨던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군대를 다녀왔으니까, 군대는 확실히 일과하고 쉬는 시간이 구분이 돼 있잖아요. 그래서 전역을 하고 나서의 생활도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고 삽시간에 원래대로 돌아오더라고요. 아무래도 군대에서는 계속 그 경계를 구분하면서 살아왔는데 그런 것들이 잘 안 되다 보니 번아웃이 왔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음악이 잘 나왔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조금씩 넘어가 볼게요. 최근지큐 코리아 기고하신 글에서 입대 전에 내셨던 작업들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하시기도 했어요. 여기서의 아쉬움은 어떤 종류의 것이었나요?

 

예전에 ‘Tyler The Creator’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거기서 타일러가 예전에 ‘내가 왜 이런 음악을 했었는지 모르겠다, 만약에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물론 그 정도까지 제 지난 음악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마음이 들었던 같아요. 그냥 다시 들어봤을 때 ‘아 지금 들으니까 좋네’ 하는 것도 있었고, ‘편곡을 왜 이렇게 했지?’ ‘가사를 왜 이렇게 썼지?’ 하는 부분의 아쉬움들이 상대적으로 눈에 많이 띄었어요.

 

Q. 디테일적인 부분들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네. 과거의 음악 전체를 다 부정했다기보다는, ‘이때 이랬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후회스럽다’라고 표현된 것 같아요. 사실은 후회까지는 아니지만 괜한 아쉬움들이 좀 내포되어 있는 거죠.

 

Q. 그 아쉬움들이 이번 작품에 반영되었다고 생각해도 괜찮을까요?

 

네, 그래서 이번 노래에서는 최대한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중에 포인트가, 생동감을 많이 넣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조금 딱딱한 느낌이 있었다면 이번 음악에는 최대한 생기를 불어넣고 싶은, 라이브감을 불어넣고 싶은 생각이 강했어요. 이번 곡은 기존 작업 방식과 다르게 전부 리얼 세션으로 녹음을 받아서 작업했는데요, 전부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죠.

 

 

 

Q. 사실 복무라는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삶에서 통째로 들어내어 지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런 음악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작업관이라던가 하는 전반적인 부분에서도 혹시 달라지신 부분이 있을까요?

 

사실 어떻게 보면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음악을 만드는 방식에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제가 곡을 다 만들어 놓고 편곡이 되는 작업의 방향이 하나 있고요. 아니면 비트를 받아서 그 위에 제가 멜로디를 써서 만드는 방향의 두 가지가 있는데 그 두 가지도 계속 유효해요. 물론 그 방식 안에서 좀 더 유연하려고 하는 편이죠. 근데 어떠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면, 예전에는 군대라는 조금 확실한 챕터 이전의 음악 생활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아 내가 하고 싶은 거 하자, 어차피 갈 건데’ 이런 생각이었던 것과 다르게 이제는 아무래도 더 이상 갈 데가 없으니까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이에요.

 

Q. 입대 전까지 꾸준히 밀어오신행성 대한 스토리텔링도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개인의 이야기를 많이 해보겠다고 언급하신 내용도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그 행성 이야기도 제 삶, 제 인생을 행성과 우주선, 그리고 그곳을 유영하는 여행자로 비유한 거거든요. 어떻게 보면 제 삶이라는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건데 행성 이야기는 어쨌든 그것을 은유적인 이야기로 만드는 거죠. 그래서 뭔가 첫 번째 행성, 심지어는 375번째, 1200 몇 번째 같은 디테일까지 표현하려고 했었는데 그렇게 은유적으로 돌려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이제 조금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 것 같아요. 그게 제 성격의 변화일 수도 있는데요, 물론 그런 디테일에서 오는 느낌들도 너무 좋다고도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것보다도 내 인생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가감 없이 얘기하는 게 요즘의 저의 성격과 더 맞닿아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어쨌든 같은 이야기이지만 직설적으로 풀어내는 거죠.

 

Q. 그러한 성격의 변화에 혹시 군대 영향도 있을까요?

 

네, 그 영향도 있는 거 같아요. 제가 간부한테 들었던 되게 좋은 말 중의 하나가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지 말라는 거였어요. 누가 “뭐뭐 했어?”라고 물어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 했을 때 그분이 “‘그런 것 같습니다’라는 건 없다. 그냥 그렇다고 말을 해라”라고 하셨거든요. 어떻게 보면 제가 제 의견에 조금 자신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이후로는 ‘그렇다’, ‘아니다’로 얘기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그 행성 이야기가 그렇게 와닿지 않았어요. 그런데 사실 전역 후에 생활 패턴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처럼 요즘 성격도 조금씩 부딪히는 것 같긴 해요. 그래서 또 어떠한 계기가 있다면 다시 행성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죠. 지금은 그러진 않아요.

 

 

Q. ‘변화 대해서 굉장히 유동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같아요.

 

뭐랄까 어쨌든 세상은 계속 변하는데 나는 그대로라면 저는 퇴보한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물론 좋은 쪽으로의 ‘그대로’일 수도 있지만요. 그리고 아무래도 제가 프로듀서가 아닌 송라이터고 작사를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변화에 좀 더 유연한 포지션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예를 들어, 한 시대에 어떤 사운드가 대세라고 한다면 그 사운드를 제 노래에 적용을 시킬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셀프 프로듀싱 아티스트들에 비해 훨씬 유연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그 변화적인 부분에 대해서 크게 거부감은 없어요. 그렇다고 제 뿌리가 변하는 건 아니니까. 그것에 대해서 제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이유가 오히려 음악의 중심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Q. 음악의 중심이라고 표현하신 부분이 마치무슨 옷을 입든 이건 구원찬 음악이야라고 외치시는 것처럼 느껴져요.

 

저는 작곡을 한다는 게 고유한 인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트렌드나 변화 같은 것들은 ‘옷’이라고 생각을 해요. 어떤 옷이 그 시대에 조금 안 어울리면 다른 옷을 입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그 사람 자체는 변하지 않으니까. 그런 맥락으로 변화를 바라보는 것 같아요.

 

 

Q. 레이블에 들어오면서 음악이 달라졌다는 피드백을 언급하신 적도 있어요. 실제로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들어오기 , 후로 음악이 달라졌다고 생각을 하시나요?

 

레이블에 들어오고 나서 나온 앨범들은 되게 많은 의도가 들어간 앨범들이었어요. 그 전의 앨범들은 진짜 원초적으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여기서 원초적이라는 건, ‘누가 들어줬으면 좋겠다’ 혹은 ‘나 이걸로 성공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그냥 그때 당시에 너무 좋다고 생각했던 음악들을 담았다는 뜻이고요. 아무래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전부터 되게 들어가고 싶어 했던 레이블이었고, 더불어서 개인 아티스트가 어떤 회사 소속의 아티스트가 됐다는 건 되게 많은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변화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스스로의 기대에 일조할 수 있는 음악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뭔가 멋있는 음악이 아니더라도 조금 더 대중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어필이 되면서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그런 노래가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슬퍼하지 마’ 같은 노래가 나온 건데 그 곡들도 어떻게 보면 그 ‘기대’라는 의도에 의한 노래이기 때문에 스스로 110% 만족하는 노래는 아니었던 거예요. 그런데 그거는 사실 아직도 딜레마에요. 정말 웃긴 게, 그 의도한 노래들이 제 음악 커리어에서 제일 잘됐어요. 생각해보면, ‘아 나는 어떤 음악을 해야 될까’에 대한 고민도 군대 갔다 오면 끝일 줄 알았는데 그냥 계속되더라고요. 레이블에 들어오고 나서 나온 노래들이 굉장히 많이 밝아졌다는 피드백도 있었고 단순해졌다거나 조금 더 이지리스닝에 가까워졌다는 피드백도 받았어요. 이전의 음악들은 좀 차분하지만 나름의 멋이 있었고요. 그래서 이번 신곡 ‘표현’에서 그 두 부류를 모두 만족시키고 싶었어요. 물론 문제는 또 문제를 낳고 고민은 또 고민을 낳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제가 아직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것 같아요.

 

Q. 그기대라는 부분이 단순히 단순히 듣기 편한 음악인 것만은 아니겠죠?

 

그렇죠.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말 그대로 사람들의 귀에 걸리는걸 캐치하다고 표현을 한다면 캐치하고 조금 더 단순하면서도 그냥 사람들이 계속해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노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아까 말했듯이 고민은 고민을 낳기 때문에 또 다른 고민과 이유로 장석훈 형이랑 냈던 ‘너에게’가 나왔었는데요. 그런데 이전에 확 왔던 많은 반응들이 ‘너에게’에서는 없으니까 또 거기에서 고민이 생겼어요. 지금 정리해보면 엄청나게 방황을 많이 했던 그런 시기였던 것 같네요. 그래서 군대에 있을 때 한 가지 기로를 정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어요. 어떨 때는 빨간색, 어떨 때는 파란색이라면 ‘이 사람은 어떤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냐’ 라는 질문을 받아도 저조차 제대로 설명을 못 할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죠.

 

 

Q. 이기로라는 , 원찬님 음악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이신가요?

 

그렇죠. 그러니까 제가 만든 음악은 그대로인 거예요. 예를 들어 그런 거죠. 만약에 제가 한복만 입는다고 했을 때 그 한복이 디벨롭된 옷을 쭉 입고 나온다면 ‘얘는 한국과 관련이 된 사람이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복 입었다가 기모노 입었다가 치파오 입었다가 한다면 ‘이 사람은 뭐다’라고 한 마디로는 정의할 수 없잖아요. 근데 또 팝 시장을 보면 다른 얘기이긴 해요. 어떤 옷을 입든 어울리는 사람들도 있는 거죠.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스트릿 패션만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정장만 어울리는 사람이 있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제 음악은 어떠냐에 대한 대답은 아직 고민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Q. 그런 고민들이 계속되신다는 것은 아직도 레이블에 들어오기 전의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도 많기 때문이겠죠?

 

네, 특히 피셔맨이랑 같이 만든 앨범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진짜 많아요. 어떻게 보면 그게 정답이라고도 할 수도 있겠어요. 근데 어쨌든 저도 한 명의 창작자로서 그냥 개인으로서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 작품들은 어떻게 보면 하프 앤 하프로 만든 창작물이잖아요. 근데 그것들 말고 그냥 ‘구원찬’ 하나로 고유한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하고 있어요.

 

 

Q. 위에서 시장을 예로 들어주셨는데, 그럼 원찬님은 원찬님 스스로 종류의 옷이 어울리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시는 편이신가요?

 

저도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아무래도 피아노로 작곡을 하다 보니까 이게 어울리는 옷들이 또 노래마다 각각 다른 거예요. 제 개인적으로는 한 옷이 어울리는 아티스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그렇게 문장으로 설명될 있는 아티스트가 있길 바라시는 거군요?

 

네. 한 장르로 묶이는 아티스트였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힙합이면 힙합, 알앤비면 알앤비, 발라드면 발라드처럼 하나의 장르로 묶이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기도 하고 웰메이드 앨범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이 ‘Bruno Major(브루노 메이저)’의 To Let A Good Thing Die 앨범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식으로 한 앨범을 냈을 때 장르가 바뀌어도 한 마디로 설명될 수 있는 그런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이런 욕구가 앞으로 음악 방향성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면서 좌지우지하지 않을까 싶네요. 따지고 보면 피셔맨이랑 만든 앨범도 그랬었고요. 그래서 그 앨범 같은 경우는 특정 트랙을 좋아하는 것보다는 앨범 전체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죠.

 

Q. 앞에서변화 대해 유동적으로 생각하신다는 내용도 그렇고 이야기를 들어보니변화라는 키워드 앞에서 단순히 어떤 결과에 집중하기보다도 과거의 것까지 전부 끌어와서 하나로 아우르려는 모습으로 보여요.

 

네, 그것들이 전부 다 과정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이런 것도 했었고 저런 것도 했었지만 결국에 가장 최신의 것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전부 담겨 있는 거죠. 어떻게 보면 완성형 아티스트가 아니라 계속 진행이 되고 발전하면서 모든 걸 융합하고 결국 고유한 것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로 비쳤으면 좋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난 것들을 더더욱 부정하지 않는 것 같아요.

 

Q. 결국 말씀하신 것처럼 과정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거군요.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가지 방향에서 고려하셔야 것들이 굉장히 많을 같아요.

 

아무래도 그 고민은 예술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한테는 필수적인 지점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것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반면에 아예 그냥 돈이 되는 것만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제 환경에는 그 두 가지 경우들의 사람들이 전부 주변에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사실 각자의 삶 자체가 다르고 추구하는 게 다른 거죠. 그리고 저는 그 두 가지를 전부 가지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것을 어떻게 하면 영리하게 캐치 할 수 있을까 하는 게 요즘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에요.

그리고 저는 제가 가진 무기가 어떻게 보면 이쪽이랑도 어울리고 저쪽이랑도 어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비트씬의 음악이라고 한다면 그런 음악에 속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김동률, 이소라 음악처럼 발라드 음악을 하고 있다고 해도 속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이게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죠. 사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그 중간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확실한 건 지금보다 더 큰 사람이 되려면 어쨌든 그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 같아요.

 

 

Q. 그게 아까 말씀하신기로 관련된 내용이겠네요.

 

어떻게 보면 ‘표현’이라는 노래도 저는 굉장히 만족하지만 ‘아 이거 상업적인 노래야’ 라던지 ‘이 곡 진짜 멋있는 노래야’라는 감상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노래인 것 같거든요. 물론 말씀드렸다시피 너무 마음에 드는 트랙이긴 하죠. 사실 지금까지 낸 노래 중에서 제일 좋아해요. 그렇지만 만족감과는 별개로 더 큰 사람이 되려면 아예 한 가지 기로를 정해야 할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는 거죠. 진짜 상업예술의 끝을 보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쪽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독고다이로 갈 것인가. 근데 그렇다고 대중적인 것만 한다고 예술가가 아니라고 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저는 현재 딱 중간에 서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결국에는 음악도 업이기 때문에 흥행에 대한 것도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Q. 일종의 장인정신 같다고도 느껴져요.

 

네, 저는 둘 다 멋있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한 길로 가야 뭔가 납득이 되고 그런 게 좀 있는 것 같아요.

 

Q. 결국 과정 전체를 납득시키는 것이 목표이신 거군요.

 

그래서 이제 제가 해야 할 숙제가 그것들을 모두 아우르는 저만의 앨범을 내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지금 저의 디스코그라피에 있어서는 특정 앨범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많아도 제가 걸어온 모든 디스코그라피를 두고 ‘와 진짜 미쳤다’라고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거든요.

 

Q.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이전에 내셨던 모든 작품이 마치 발자국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그렇죠. 나중에 그것들을 전부 아우르는 작품이 하나 나온다면 지금까지의 과정이 전부 설명이 되는 거죠.

 

 

Q. 준비한 질문도 어느덧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앞서 언급하시기도 했던 원찬님의 개인 계정을 많이 참고했는데 솔직한 이야기를 많이 적어 놓으셨더라고요.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비밀이 없는 성격이신가요?

 

저는 혼자 가지고 있는 비밀은 많이 없어요. 최대한 공유를 하려고 하고 그게 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인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어쨌든 그 계정은 팬들을 위한 계정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제 성격상 공식 계정에 그런 생각을 적는 게 개인적으로 좀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계정을 파고 그 안에서 저의 진짜 솔직한 생각을 남기게 됐어요. 그리고 진짜로 저를 응원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 계정을 팔로우한다고 생각을 해서 더 솔직한 마음들이 담겼던 것 같네요.

 

Q. 이전 원찬님 음악을 들었을 때도 그렇고, 예를 들어서 사랑 노래를 한다고 해도 진짜 사랑을 하는 사람이 썼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그런 솔직한 성격이 음악에도 반영된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엄청 돼요. 그게 어떤 포인트냐면, 제가 예전에 음악을 만들고 작사를 할 때 픽션을 되게 많이 썼단 말이에요. 물론 그 과정에서 실제로 발매까지 이어진 곡은 거의 없지만 작사를 하면서 이상한 허무함이나 후회 같은 것들을 느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힙합이라고 가정했을 때, 금목걸이 있고 비싼 차 끌고 다닌다는 가사들이 사실은 다 픽션인데 그런 것에 대해 덧없는 감정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최대한 내 솔직한 감정을 적는 게 훨씬 설득력 있고 와닿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솔직한 내용을 많이 담으려고 일기장처럼 노력을 많이 하기도 했어요. 음악에 자전적인 얘기를 많이 담았던 이유도 다 그런 것들 때문이고요.

 

근데 이게 또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다 보니까 표현적인 부분들에서 최대한 중의적으로 적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상황에 그 노래가 적용될 수 있도록.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게 아니라, 이 노래를 들으면서 각자의 상황에도 적용되게끔 가사를 쓰려고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직설적으로 쓰는 거죠. 특히 저는 사랑 노래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게 오히려 더 안되더라고요.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그 감정 자체를 그대로 담는 걸 선호해서 제 사랑 노래는 좀 많이 직설적인 것 같아요.

 

Q. 그래서 이번 곡을 듣고 가사 이렇게 짧냐는 피드백이 나온 수도 있겠어요.

 

그렇죠. 그런데 이번 노래는 사실 개인적으로 가사가 짧다고는 생각 안 하긴 했어요. (웃음)

 

 

Q. 모두가 공감할 있는 지점을 마련하는 정말 중요하면서도 신경 부분이 많아 보이네요.

 

그렇죠. 제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 중에 가사 때문에 제 음악을 듣는 분들도 꽤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가사를 쓸 때도, 예를 들어서 ‘그는’, ‘그가’, 그를’ 같이 글자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최대한 중의적으로 쓰려고 하다 보니까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쓰게 되는 거죠.

 

Q. 마지막 질문을 드리면서 인사드릴게요. 앞선 내용에서 번에 설명될 있는 아티스트, 그리고 문장으로 설명될 있는 앨범 관해 이야기해주셨어요. 그것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그려보고 계신 모습이 있을까요?

 

일단은 장르가 그 설명에 대한 키라고 생각해요. 조만간 앨범을 하나 작업할 텐데 그 앨범을 한 프로듀서랑만 작업할 계획이에요. 그게 한 마디로 설명을 할 수 있는 키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제가 조금 더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도 생각해요. 현재는 여러 사람 중에서 제안할 프로듀서를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Interview | 월로비

버둥

 

버둥이 나아갈, 지지 않는 곳. 

 


 

버둥은 솔직하게 나아가는 음악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결핍과 두려움을 마주하고, 실패 한 적은 있어도 패배하지 않고 앞으로만 간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좋은 친구와 동료를 만나며 사랑과 고난을 동시에 엮어, 긴 이야기 <지지 않는 곳으로 가자>를 만들었다. 언젠가 마주치게 될 슬픔을 예감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행복을 향해 나아간다.

음악가이기도 하고 개인이기도 한 버둥을 처음으로 만나 지나치게 솔직할 정도로 이야기한 90분 간, 웃고 농담하는 사이에서도 온전히 버둥 혼자서 헤쳐 나아가는 방식이 쉽지 않았음과 함께 단단해진 다짐을 느꼈다. 다짐하고 나아가는 말을 이야기로 만들고, 그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해주는 버둥은 언제나 그래 왔듯이 또 다른 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저는 올해 10월에 이제 정규 1집 <지지 않는 곳으로 가자> 를 발매한, 나아가는 이야기를 음악에 담는 뮤지션 버둥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괜히 아이돌이야 뭐야 그러실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지만 저는 이 문장을 찾고 굉장히 행복했어요. 뭔가 나를 관통하는 한 가지가 분명히 있을 텐데 생각하면서 작년부터는 이렇게 저를 소개하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Q.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지금 최근 텀블벅 펀딩을 통해 실물 음반 제작 지원금을 확보했고, 요즘 열심히 제작 중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 내내, 오늘도 계속 리워드에 필요한 굿즈와 원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일정대로 발주되지 못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고, 덕분에 멘탈이 깨져서… 그래도 어쨌든 해결을 해야 하니까 어떻게 할지 구상하다 보니 어려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Q. 종일 어떡하지 고민하는 하루를 보내신 거네요. 그렇다면 텀블벅 펀딩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 볼까요? 

 

사실은 안 하려고 했다가 진행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지난 EP에서도 텀블벅 펀딩을 이미 진행해 본적이 있어요. 이게 지난 발매와 연달아서 하게 되어 ‘너무 자주 하면 오히려 달성율이 떨어진다’ 혹은 ‘한 번 했으면 기간을 길게 두는 게 좋다’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구요. 인지를 붙여 정식으로 실물을 유통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지금은 에세이집 형태로 만들고 있지만요. 그래도 제작비는 들고 어떤 발매 루트가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실물을 만나시려면 아직은 텀블벅이 제일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다면 한번 다시 진행해보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매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데 그 때 참고를 하고 싶어 시청자 분들께 물어봤어요. 펀딩을 진행한다면 팬 여러분에게 부담 드리는 것 같아 이번에는 그냥 심플하게 음반만 만들까 싶다고. 그렇게 말씀을 드리고 다른 피드백을 받으니 함께 만드는 것 같았고 또 팬들 입장에서도 좋다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결국에는 대박이 났네요.

 

사실 텀블벅 펀딩 페이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불친절하게 해 놨어요.  불친절 하다는 건, 어떻게 할 건지 적어만 놓은 거죠. 실제 다른 프로젝트는 시안도 올리고 뭔가 많이 안내 되어있는데, 저는 부족한 것 같고 그냥 이런 거를 이렇게 할 거다 정도였기 때문에 그래서 목표 금액도 적게 잡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쇄 비용 정도만 나와도 감사히 제작 하자 생각했는데 다들 기대를 많이 해주시고 계셨나 봐요. 감사합니다.

 

 

Q. 정규 1집으로 준비하고 있는 에세이집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가나요?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는 걸 이제야 안 지금인데요. 저는 사실 cd 제작 단가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지금 출판물을 해보니 이것에 비하면 정말 낮은 편이긴 하지만, 요즘은 cd로 음악을 듣는 것 같지 않고 저도 cd플레이어는 없으니까 서서히 음원을 소유하는 방식이 변해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평소의 저는 작업기를 써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악기를 사용했고 어떻게 믹스를 했는지도 대부분 적어 놓거든요.

 

왜냐하면 다음에 작업을 할 때에는 이전에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을 해내려면 디테일한 기록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과정을 팬들도 궁금해하실 수도 있는데, 실제로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서 프로듀서나 선배들이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그 작업기의 한 두 마디에 아이디어나 영감을 받기도 했고, 저에게는 도움이 아주 많이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음반을 만드시는 분께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너무 어렵지 않게, 하지만 그냥 에세이만 담기지 않도록 곡마다의 이야기들을 준비했습니다.

 

곡 별로 보통 제가 느끼는 곡의 ‘감상’_말 그대로 에세이 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고, 작사와 작곡에 관련된 ‘이야기’_언제 어떻게 만들었고 멜로디는 어떠한 이유로 만들었으며, 곡에 재미있는 요소를 첨가하거나. 곡에 어떠한 이미지가 보였으면 좋겠으니까 무슨 악기로 녹음했는지 전반적인 과정도 들어가 있을 거예요.

 

Q. 음반 하나를 위해 프로듀서와 밴드세션이 붙고, 편곡을 해서 녹음을 하고 트랙별로 믹스와 마스터링 하고 그런 과정들이 사실은 이게 듣기로는 되게 그냥 되게 쉬워 보이긴 하지만 그 순간순간에 조율하는게 영향을 받죠.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궁금하고 흥미가 생기는데 저도 펀딩하시는걸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너무 아쉬워요. 돈으로 표현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하하.

 

버둥 – [조용한 폭력 속에서]

 

Q. 버둥님은 2018년에 첫 EP를 내고부터 꾸준히 매년마다 음악을 계속 발표하고 있지만, 그 뿐 아니라 TV에도 나오고 라디오 디제이나 유튜브도 하는 등, 뭔가 많은 것을 해왔어요. 그리고 드디어 첫 정규 1집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느낌이 드나요?

 

일단, 이제서야 내가 일을 정말로 많이 했다고 드디어 스스로 인정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직장을 다니며 음악도 하신 동료는 음악가가 전업으로 음악을 한다고 말을 하려면 ‘하루에 8시간 이상은 음악을 만들고 연습하거나 그런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야 되는 거다.’ 라고 말해 주신 게 저에게는 큰 영감이 되었어요. 그렇다면 나도 직업으로 음악이라는 일을 가지기 위해서는 하루에 8시간 정도 그리고 주 5일은 음악과 연관된 일을 하고 있어야 되는 것이라 생각해서 그 시간 동안 할 일을 처음에는 많이 찾아 해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도 다 이렇게 산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삶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과 내가 하고 싶었던 게 많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음악과 함께 열심히 살아왔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정규 앨범 작업을 하면서 첫 EP를 요즘 많이 돌이켜봤어요. 왜냐하면 첫 EP와 정규음반까지 같은 프로듀서님과 작업했고 자연스럽게 당시 서로 못했던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는 이게 좀 아쉬웠으니까 이번 작업에는 이렇게 개선을 해보자. 그리고 저의 노래하는 방식이 그 때와 지금 어떻게 달라졌고, 달라짐의 기준을 첫 EP에 많이 두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돌아보니 저는 거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데 같은 프로듀서님과 작업을 하게 되니 그때와의 이미지가 겹치지 않을까 고민도 있었어요. 하지만 당연히 프로듀서님도 그 사이에 많은 경험을 하시고 발전된 모습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우리가 달라지고 변화한 부분을 음악을 통해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음반 작업하면서 가장 큰 의미가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Q. 버둥님과 함께 작업해온 프로듀서는 밴드 줄리아드림의 박준형님이신데. 어떻게 처음부터 같이 일을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막 홍대에서 공연하기 시작하던 스물 두살에 파제라는 뮤지션을 만나게 되었어요. 파제님이 싱글을 발매하면서 처음으로 음원 사이트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파제님의 친형이 지금 저와 계속 작업하고 계신 프로듀서 박준형님이세요. 파제의 싱글을 작업하시면서 저의 목소리와 노래를 너무 칭찬하셨다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듣고 ‘아. 그렇구나’ 라고만 생각하다가 EP을 내야겠다고 결심은 했는데 혼자서는 막상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나를 아끼고 잘 챙겨줄 수 있는 프로듀서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고 찾다가 문득 그 때 좋은 얘기를 해 주셨던 게 생각나서,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또 시간을 내주셔서 지금까지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시간이 지나면서 프로듀싱의 결이 어떻게 조금씩 달라졌는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저에게는 음악이나 어떠한 예술은 언어(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언어가 필요한 상황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언어는 이야기를 활용하는 도구잖아요.  저는 장르를 특별하게 정해서 언어를 갈고 닦는 사람은 아니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길 때마다 음반을 만드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저는 계속 언어에 대한 고민을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매번 조금씩 바뀌어서 애초에 같은 결의 음악을 만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준영 님은 저의 목소리를 워낙 좋아해 주세요.

 

그래서 프로듀서님은 저의 목소리가 있으면 장르가 무엇이 되었든, 악기가 많든 적든 크게 신경 쓰지 않기도 해요. 프로듀서님은 지금 대중음악 전반적으로 꾸준히 작업을 하고 계시니까 제가 보기엔 장르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어쨌든 목소리가 있고 이야기가 있으면 어떻게 바뀌어도 저도 상관없고 프로듀서님은 마침 하고 싶으신 게 있고 잘 맞겠다 싶은 게 있으면 편곡을 전복시키기도 하고. 이런 방식으로 크게 구애 받지 않고 계속 새로운 걸 만드는 게 편해졌어요.

 

그리고 신기해요. 하고 싶은 의사가 둘 다 있어도 서로 시간과 일정이 맞지 않으면 할 수 없었을텐데 지금까지 그래도 타이밍이 맞았어요. 사실 저는 이번 정규음반은 같이 못할 줄 알고 다른 분을 알아봐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타이밍이 맞아서 다행입니다.

 

 

Q. 그러면 이 정규음반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을 하셨나요? 왜냐면 음반 소개 글에서 트랙 제목 옆에 연월을 적어 두었어요. 적어 둔 연월은 작업을 시작한 시간이 기준인가요 아니면 완성된 기준일까요?

 

한 곡을 처음 썼을 때 제가 항상 옆에다 써 놔요. 곡을 처음 만든 날, 처음 데모가 나온 날. 혹은 이 노래가 전해야 되는 언어는 ‘이거다’ 라고 제가 생각 하고 중요한 테마나 벌스가 나온 날이라고 해도 사실 어쨌든 저만 알고 있기는 하죠. 그 의미의 대부분은 ‘좋아 이 이야기로부터 출발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한 그 날짜를 적어 둡니다.

 

Q. 그렇다면 시작을 하기 위해서 시작이 되는 과정이 마무리된 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왠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제 생각의 버둥님은 가사를 먼저 쓰는 사람일 것 같기는 한데 맞나요?

 

네. 그런데 요즘 바뀌고 있어서 좀 당황스러워요. 요즘에는 가사 없는 멜로디가 쌓여 있어요. 이전에는 가사만 얼만큼 있어도 멜로디가 붙는 건 없었어서 아무튼 좀 혼란스럽습니다. 하하하.

 

Q. 노래를 쓰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는 계기 혹은 난 이걸 쓰고 불러야겠어라는 순간 중에 기억나는 게 있어요? 사실은 어떤 트랙이든지 물어보면 다 얘기해 주실 것 같지만요. 하하.

 

저는 아직 자식을 낳아본 적은 없지만 작업을 하면 할수록 내 노래가 내 아이 같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해요. 그러니까 언제 곡을 만들었고, 어떤 상황에서 노래가 나왔던 기억이 결국에는 곡마다 전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음반을 어떤 주제로 만들자 하고 결정해서 곡을 쓰는 게 아니라, 곡들이 점점 쌓이기 시작하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찾아내서 엮는 것 같아요. 제 노래는 저의 고민과 해답이 계속 생기면서 만들어지니까요. 그리고 이번에는 긴 이야기 였고요. 그래서 장편이라 생각을 하고 정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엮어보다가 처음으로 앨범에 넣어야겠다 생각하고 만들어서 완성시킨 곡도 있어요.

 

버둥 – 공주 이야기

 

Q. 오, 무슨 노래인가요?

 

5번 트랙, 공주 이야기라는 노래가 있어요. 저는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만들다 보니, 그렇게 치면서 노래할 수 있는 트랙을 만드는거에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스타일에 한계가 생기는 점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혼자서 이 노래를 라이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지만 사실 이 노래는 라이브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든 건 아니었어요. 기타를 따로 쳐서 루프를 돌리고, 그 위에 멜로디를 얹고, 드럼 비트를 받아서 넣은 뒤에 또 그 리듬에 맞는 멜로디를 다시 짜고 그렇게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한 곡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걱정만큼 제일 마음에 드는 곡이 되었습니다.

 

Q. 어떻게 보면 정규를 통해서 새로 시도해본 방식이었다는 답이 나오네요. 사실 제가 할 다음 질문의 답을 해 주셨어요. 이건 질문할 필요가 없네요. 하하하.

버둥씨를 두고 네오포크 뮤지션으로 소개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이번 정규는 네오포크보다 팝의 느낌이 더 많이 들고 있어요. 하지만 팝의 느낌은 이제 음반의 처음에 배치되어 있고, 듣다 보면 밴드 사운드에도 충실한 위에, 프로듀서님의 터치와 부풀어 가는 듯한 편곡이 또 이렇게 얹어져서 음반의 마지막까지 듣는 재미가 있었어요. 

 

네, 맞아요.

 

Official髭男dism – Pretender

 

Q. 그렇다면 이 음반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르를 팝으로 수렴하다 보니 작업할 때 영향 받았다는 음반이나 작업 중에 유별하게 많이 들었던 노래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레퍼런스를 디테일 하게 잡는 편이에요. 예를 들자면 믹스는 이런 곡으로, 편곡은 저 앨범 따로 따로 잡는데, 당시 저와 프로듀서님이 함께 많이 들었던 건 일본 밴드 중에 오피셜 히게단디즘_Official髭男dism의 1집 <Traveler>, Pretender가 수록된 음반이었는데 그게 사운드믹스를 정말 잘해 놓은 앨범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는 지금까지 편곡과 믹스를 간결하게 해온 편이라서, 밴드 사운드로 채우기 위해 악기를 많이 쓰고 더블링도 쳐서 구현할 수도 있었겠지만 어떤 방향으로 우리가 음악적 공간을 채우면 좋을까 그런 대화를 많이 하면서 그 앨범의 믹스를 좀 많이 참고하며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정규 음반 하면서 개인적으로 충격적이라고 느낀 건, 전 보통 4-5곡의 EP사이즈로 음반작업을 마무리 해왔기에 뭐랄까… 몸이 그 정도에 맞춰져 있더라고요. 다섯 곡을 끝냈는데 아직 다섯 곡이 남아있는 거예요. ‘응? 왜 곡이 계속 나오는 거죠?’ 세상에 그게 그렇게 섬뜩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나쁜 기억은 빨리 잊기 때문에 생각나는 게 많이 없지만, 당시에 장필순님의 5집을 다시 많이 들었어요.

 

저는 의도해서 만든 건 아니었지만, ‘나의 모든 슬픔이’ 라는 트랙을 들어 주신 분들께서 조동익님이 만든 발라드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라는 말씀도 있었어요. 제가 처음으로 공연장에서 커버로 불렀던 노래가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 였거든요. 정규 앨범을 통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음악을 해왔던 저의 이야기를 그리고 배워 온 노하우가 전부 들어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그렇다면 나는 처음에 무슨 마음으로 노래를 했는지 이 노래가 그때는 어떻게 느껴졌고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서, 내가 이 앨범을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만들고 있는지 흔들릴 때 다시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Q. 음반을 작업하는데 굉장히 고심하고 고민한 모습이 많이 보이네요. 에피소드 천국인데요?

 

대외적으로 저의 음반에 대해 소개하거나, 아껴 주시는 분들께 단순하게 어떤 음반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보다 작업하던 그 때 정말로 작업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를 시니컬하게 이야기 하는게 더 재밌을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계속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저는 일단 작업하는 것이 매우 즐거운 사람입니다. 그냥 저의 몸에 무리가 가는 것들이 있잖아요. 프로듀서님의 일정이 많으셔서 보통 작업들은 밤 10시부터 시작하게 되고 끝나고 나면 아침이 되어 귀가하는 패턴이었어요. 그리고 수록해야 하는 곡이 많아서 열흘을 넘게 그런 일과를 보낸 거예요.

사실 그 과정만 힘든 거예요. 작업 막바지가 다가오니 내가 다음 작업을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인디음악가에게는 제작비가 쉽지 않아서요. 하지만 저는 작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모든 과정이 마법 같아요. 혼자서 기타를 치며 만든 데모가 어떻게 이런 멋진 노래가 됐는지, 이 모든 과정을 워낙에 좋아하고 즐기는데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뭐랄까 기약 없는 이별의 느낌도 있죠. 프로듀서님과 새벽까지 동고동락하며 계속 음반을 만들어 왔지만 언제 또 같이 만들자는 기약 없이 마무리될 때면 ‘다음에 또 배울게요.’ 그렇게 마무리되는 이 과정을 매번 겪었지만 아직까지는 저에겐 좀 힘든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제나 프로듀서님과 미팅할 때 정말로 열심히 준비해서 가거든요. 제가 가진 데모를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잘 준비하고 녹음해서 결과적으로는 프로듀서님이 낚인 느낌도 있어요. 제작비에 부담이 있어 스스로 프로듀싱을 하려고 궁금한 부분을 여쭤보러 가는 식으로 ‘커피 한 잔 마셔요’ 이러고 ‘작업실로 놀러 갈게요’ 이렇게 준비했던 데모를 다 가지고 가서 들려드리면 프로듀서님은 ‘제가 해볼까요?’ 그런 말을 들으면 저는 너무 좋았죠. 프로듀서님도 작업을 하다가도 내가 이렇게 바쁜데 이걸 또 한다면서 ‘저 지금 제 앨범보다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러시더라고요. 하하하.

 

Q. 두 분 너무 즐겁네요. 언제나 일은 그렇게 흘러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게 음반을 작업하면서 생긴 즐거운 에피소드인 것 같아요. 실제로 저의 첫 EP 작업 전에도 프로듀서님은 정말 바쁘셨고 거절을 해도 들어보고 거절을 하자 생각하셨다고 해요. 그래도 들어 주시고는 어떻게든지 시간을 내서 작업하고 싶다 라는 마음으로 해 주셨는데, 그러니까 제 음악이 마음을 바꿔 놓을 수 있었다는 것. 이것을 시작점으로 해서 만났고 지금까지 함께 해온 일련의 작업 과정이 저는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버둥 – 연애

 

Q. 버둥씨는 자기 자신을 잘 끌고 가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중요한 건 내 음악에 자신감이 있어요. 음악에 자신감이 있다는 게 언제나 느껴지네요.

전반적인 음반 작업 이야기라든가 좀 해봤으니까 타이틀 곡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요? 먼저 ‘연애’는 워낙 버둥님의 팬들이 좋아하는 트랙인데 어때요? 

 

‘연애’가 타이틀곡이 된 이유는 깁니다. 저의 첫 EP부터 이번 정규음반까지의 제가 연결되어 있어요. 10대에서 20대 넘어오면서 예술을 하면서 대부분 이렇지 않을까 생각하는 게 있어요. 예민한 경향이 있고, 예민하면 남과 같은 일을 겪어도 그보다 더 힘들고 더 슬프고 근데 또 더 기쁘고 더 즐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또 있으니 나름 똑같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요. 초연하고 담담한 영화의 주인공을 보면 물론 대본이 있으니 당연히 화나는 순간에도 침착했고 너무 슬픈 순간에도 결국엔 뭐랄까 멋있고 모양이 빠지지 않잖아요.

 

그렇게 저는 거기에 이입되고 스스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싫어서 완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 완벽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첫 EP는 내 잘못이 아닌 것에도 너무 움츠러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으로 만들었고, 두 번째 EP는 잘못에 대해 정확히 인정하고 그걸 해결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되어야 이후에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후에는 담담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이번 정규 1집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좋은 친구들이 옆에 있었어요. 음악을 하기 전부터 저를 좋아해준 친구. 음악을 하면서 만나게 된 친구. 이 친구들은 제가 뭘 잘하고 완벽한 사람이라 좋아해 주는 게 아니라 각각의 이유가 있었겠죠. 이제 그것을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타이밍이 된 것과 그리고 그 친구들도 함께 예술을 하고 있어요. 그 친구들과 같이 밀고 나갈 수 있는 타이밍이 된 덕분에 완벽해야겠다는 마음을 버리게 된 첫 음반이에요.

 

그래서 완전한 인간이 되고 싶다. 더 이상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결국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깨닫고 계속 옆에 있어 주는 사람 덕분에 내가 이렇게 되었다 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던 노래입니다. 그래서 노래 제목은 ‘연애’이지만 영어로는 ‘Lovers’라고 붙였어요.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사랑이라 느끼는 감정을 나에게 보여준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사람에게 환상을 가지고 나를 더 잘 보여주려고 하는 겉치레보다, 일단 겉치레를 버렸을 때가 되어야 보이는 서로의 모습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연애’를 음반에 수록했고 타이틀곡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편곡하는 과정에서 사실은 정말 마지막까지 ‘연애’가 너무 힘들었어요. 뮤직비디오 촬영하기 전이 되어서야 겨우 완성을 했습니다. 프로듀서님이 정말 많이 힘들어 하셨어요. 제가 너무 행복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보이니까요. 그리고 특히 이 코로나 시대에 활동하고 있는 제가 가사에 너무 부합하는 거예요. 내가 이 시국에 사치스러운 일을 벌였는데 함께 하겠다는 당신이 있어서 진행이 되고 있다고. 멘트도 항상 그렇게 했고 공연에서도 그렇게 노래해 왔으니, 공연 중 가장 행복한 순간에 저는 늘 이 노래를 불렀어요.

 

공연장에 와서 보신 분들은 이 노래가 굉장히 밝고 따뜻한 노래라고 느껴지겠지만, 이 노래가 가지고 있는 코드 진행과 구성은 마이너해요. 하려는 이야기도 질문이 아니라 이미 다 확정되어 있는 거 거든요. 나는 사치스러운 일을 했고 네가 왔고 이게 다 정해진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편곡의 의도는 검정치마나 혁오밴드 같은 편곡처럼 풀어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편곡 과정에서 프로듀서님과 학부모 상담하는 마음으로 ‘어머니 제 아이가 자기 고집이 좀 세서 안 되겠다’고. 대체 우리는 뭘 하고 싶은 걸까요? 결국에는 타이틀곡을 바꿔야하나 싶은 고민도 마지막까지 했어요.

 

‘씬이 버린 아이들’을 메인타이틀로 하고 ‘연애’를 서브로 수록하거나 해야 한다. 왜냐면 기존에 제가 생각한 대중적인 이미지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서 괜찮을까 고민하다가도 음반의 전체적 흐름으로 봤을 때 ‘연애’는 타이틀곡이 될 수밖에 없어서 지금의 편곡 그대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라이브 버젼과 음반의 편곡이 달라지는 부분에 있어서는 두번째 EP의 ‘태움’이라는 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밴드셋 편곡을 통해서 사고 친 케이스와 비슷하구나 생각하거든요. ‘태움’이라는 노래는 애초부터 밴드 편곡이 아니었고 EP에서도 난해한 트랙이지만, 그 편곡에서 제가 보고 있는 그림이 있었어요. 혼자 하는 라이브에서는 구현이 되지 않는 트랙이다 보니 밴드셋으로 하게 되었는데, 밴드 버전을 너무 좋아해 주셔서 사실 쫄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저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가 들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래도 뭐 어때? 하며 완전 다른 노래로 만들었지만 크게 다른 이야기는 없었거든요. ‘연애’도 새로운 편곡으로 수록했지만 기본적으로 밴드 편곡이고 제 기준에서는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으니 괜찮을 거야 했지만, 이 노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너무 아쉬워해 주셔서 리워드로 받으실 에세이에 해명을 길게 쓰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라이브에서 했던 편곡을 그대로 음원으로 옮겼을 때 별로인 곡들이 은근 많아요. 밴드셋 라이브에서는 현장감으로 채워지는 이미지가 있지만, 음원에서는 채워야 되는 공간도 많고 편곡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져서 음원으로 넘어 갈 때 더 욕심을 내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이번에 라이브에서 또 어떻게 편곡하게 될지 몰라도 일단 의견은 다 들으면서 맞춰보려고 합니다.

 

 

Q. ‘연애’의 편곡이 전체적인 음반의 유기성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아서 순서대로 쭉 들으면 너무나 무난하게 어떤 음반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음반을 해치지 않기 때문에 저는 더 좋게 들었던 것 같아요. 

 

늘 죄송하다고 제가 말씀드려요. 여러분도 저의 죄송한 마음을 아시겠지만, 제가 죄송하다고 해서 제가 하고 싶은 걸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너무 죄송한 마음이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건 이거였습니다. 어쩔 수 없었어요.

 

버둥 – 씬이 버린 아이들

 

Q. ‘씬이 버린 아이들’도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이거는 영어 제목이 ‘Guess Who’잖아요. 음반의 트랙들이 한글 제목과 영어 제목의 결이 다 달라요. 그리고 솔직히 저는 이 노래의 가사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도 자부심이 있는 가사예요. 쓰고 나서 저에게 후련한 가사들이 있어요. 고민으로 뭉뚱그려져 있다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딱 만들어지는 순간 내가 산을 하나 넘었구나 생각하는 경우가 되어서 좋아하는 가사에요.

 

Q. ‘씬이 버린 아이들’은 버둥님께서 지금까지 해 왔던 이야기들과 유기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시원시원하게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느낌. 그래서 좋다고 느끼는 걸까라고 생각 했어요. 

 

어떻게 보면 누구든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을까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사람들. 사람도 그렇지만 내 마음도 그런데요. 그러한 관점으로 봤을 때 저도 굉장히 허를 찔렸던 가사인 것 같습니다.

 

Q. 스스로도 후련하고 작업하시면서도 되게 만족도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처음부터 그림이 그려지는 노래가 있어요. 저는 페스티벌에 맞는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관심은 없었지만, 2019년부터 여러가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페스티벌에 갈 일이 생기면서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당시 저에게 웃겼던 상황에서 출발을 해 보려고 했어요. 이메일로 데모를 드리며 연락을 드리고 공연장에 CD 들고 찾아다니던 시절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곳에서 역으로 공들인 메시지들을 받게 되었어요.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음악 잘 듣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뭐지 싶다가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 거죠. 어떠한 동기라도 저를 찾아 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프로듀서님께도 제 음악을 들려드리고 난 뒤의 상황이 바뀐 것처럼 제 음악을 들려 드리고 보여드리면 다음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당시의 저를 웃게 했던 상황이었어요. 이 상황과 고등학교 학생들이 스쿨밴드로 연습하기에 적합한 난이도로 곡을 만들자는 의도로 곡을 완성했습니다. 제 공연을 봐주시는 분들이 따라 부르기 쉽고 마음 먹으면 연주도 할 수 있는 류의 노래를 만들자 하고 처음부터 구상해서 만들어 봤어요.

 

‘씬이 버린 아이들’의 이야기와 코드가 단순하고 귀에 잘 들어와서 그런지 왜 타이틀곡인지 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씬이 버린 아이들’은 그러니까. 이야기가 가진 힘은 사실 ‘연애’가 더 컸어요. 그래서 음반의 어딘가 대중적인 면을 보이려면 다른 제목을 붙여야 생각을 해서 내기 전까지 고민이 있었어요. 가제로 그냥 일단 정해 둔 건데 막상 저는 특별히 어디서 저를 선택했다 생각하지 않거든요. 저는 제가 씬의 아이들 중 한 명이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중요한 순간에 기적적으로 선택 받은 사람은 또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 이 곳이 나를 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내가 이런 노래를 내면 버려지는 게 아닌가 그런 걱정도 들었어요.

 

Q. 어떻게 보면, 버둥님이 씬을 선택한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노래의 제목을 ‘씬이 버린 아이들’로 할지 ‘씬을 버린 아이들’로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근데 어떻게 하다 보니 가제가 진짜 제목이 되어 버린 그런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하하.

 

버둥 – 처음

 

Q. 혹시 이 두 곡 외에, ‘공주 이야기’도 이야기했지만, 또 애착이 가는 곡 하나 더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첫 번째 트랙 ‘처음’이라는 노래는 정규 앨범을 위해 곡을 추려낼 때 나온 곡 중 처음으로 나오고 완성한 노래예요. 첫EP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이걸로 음악을 그만 두자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었거든요. 지금까지 해 온 것이 있으니 정리를 하고 끝내자는 마음으로 만들었지만 작업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음악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느끼고, 사실 사비를 들여서 음반을 만들어 놓고 나니까 이대로 끝내기 아쉬운 거예요.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작업이 마무리될수록 끝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커지고, 그런 고민을 문득 프로듀서님께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어도 봤어요. 막상 프로듀서님도 당시에는 뭐라고 설명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던 거였죠. 그래도 음악이나 예술 쪽에 있어서는 갑자기 찾아오는 기회를 통해 몇 단계씩 올라가 있기도 하니 다양한 경연대회를 경험하면 어떨지 대답해 주셨죠. 경연의 위상도 시기에 따라 달라서 쉽지 않게 느껴지고, 저 나름대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답답한 마음에 쓴 가사였어요.

 

당시에는 스스로에게 하소연하듯이 썼는데, 그 뒤로 3년이 지난 시점에 작업하면서 다시 보니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저에게 비슷하게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어요. 친한 동생들이나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하려는 분들께서 보기에는 제가 제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이나 봐요. 그래서 어떻게 저의 커리어가 탄탄하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어떻게 해야 작업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까요? 라는 말을 들을 때 저는 대답하기가 어려워졌어요. 왜냐하면 지금 헬로루키는 없어졌고, 싱어게인에서는 저도 제 능력으로 잘했다고 말하긴 어려우니까, 저도 그 친구들과 비슷한 위치가 되어 ‘처음’을 다시 해석할 때 과거의 내가 나에게 편지를 쓰고 난 뒤, 시간이 지나 제가 다시 답장하는 편곡이 되어 완성하고 기분이 묘했던 곡이에요.

 

‘처음’은 첫 시작의 처음이 아니라, 처음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음악을 만든 경험이 처음이라는 뜻이에요. 과거에는 내가 어떻게 했지 과거와 지금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하면서 작업한 게 ‘처음’인데, 가사에 “아는 체 하는 건 어디까지 인지/모르는 것들은 물어봐도 되는지” 라는 가사가 있어요. 과거에는 이게 답답했거든요. 사실 잘 모르는데 모르는 티를 내면 무시 당하기도 하고 이 사람은 잘 모르니까 대충 하자 그러면서 넘어가는 사람도 있으니 몰라도 아는 척을 하게 되는 것이 어렵고, 아는 척을 하게 되면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으니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안 될 것 같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3년 뒤, 제가 이 가사를 다시 읽으면서 지금의 나는 어떻게 하고 있나 돌아보았죠. 이제는 저 사람에게는 내가 모르는 걸 물어보면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정도의 사람을 보는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아요.

 

 

Q. 음반 작업을 통해서 많이 돌아보고 느낀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지금은 또 새로운 고민들이 계속 생겨요. 저를 소개하는 문장처럼 제가 나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을 연다는 식으로 생각해요. 익숙한 곳을 벗어나는 것, 새로운 곳에 간다는 건 좋을 수 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고, 다시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그러면 겉으로 보기에 다시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익숙해지는 동안에 이전부터 하던 것도 잘 안 되고 새로운 것도 잘 되지 않을 수 있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 힘듦, 기쁨 이런 감정들이 새삼스러워요.

 

Q. 텀블벅 펀딩을 통해서 스스로에게 답을 내는 과정을 통해 정규 1집을 만든 것 같다고 소개하셨어요. 정규 음반을 통해서 나름대로의 마무리를 지었지만, 새로운 고민이 생긴 것이군요.

 

네. 현실적인 고민도 있어요. 결국 저는 펀딩을 통해서 음반제작을 위한 큰 제작비를 수령했고 그 제작비를 통해서 기존에 하려던 걸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작비가 예상보다 늘었으니 이전의 견적에서 더 좋은 것으로 시도해서 결국 예산 전체를 사용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그저 음악적인 일을 이어가는 게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직업으로서 수익을 만들 수 있어야 할 텐데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저는 적자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하고 있어서 저의 직업을 일종의 사업으로 봤을 때 버둥은 흑자를 만들 수 있을까 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지고 있던 고민은 이번 정규를 통해 답을 냈다고 하기보다 직업인으로서의 음악가 버둥이 평생 나아가야 하는 고민에 가까운 것 같고, 이번 펀딩을 통해서 정리된 것 같아요.

 

Q.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고민을 통해 느낀 것 같네요.

 

하나의 답만 생각하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애초에 나에게 던진 질문 자체가 어딘가의 핀트가 다른 거였어요. 사람이 완벽해진다는 것에 대해서 마지막 곡인 ‘기일’로 음반을 마무리하게 되었어요. 완벽한 안정은 결국 죽음으로 오는 걸까? 그러니까 미래가 없는 걸까?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없는 상황을 나는 원하고 있는 걸까? 그럼 나는 죽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이대로 사람들이 나를 좋다고 인정해주면 나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이어가다가 생각이 든 거에요. 그렇다면 내가 3년 전 스스로 한 질문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거라고. 나는 실제로 완벽한 사람이 되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완벽하지 않아도 나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떠나지 않을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부족함과 외로움을 함께 공유하면서 같이 나아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결국 내가 가진 질문부터 핀트가 좀 나가 있을 수도 있다 라는 생각도 하면서 더 좋은 질문과 답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하려고 해요.

 

 

Q. 앞만 보고 음악만 만들었던 과거의 자신에게 뒤도 돌아보자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럴 수도 있어요.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 중간에 굉장히 쓸쓸한 상황이 있었어요. 음반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니까, 이 음반은 처음 노래를 쓰던 그 때의 버둥에게 필요한 음반이었어요. 음반을 만들면서 과거를 떠올렸을 때, 내가 노래를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건지, 그러니까 재능이 있는 건지, 좋은 건지 감도 못 잡겠고 그래서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걸까? 라는 불안감이 컸는데 이제는 이렇게 10곡을 만들어서 음반의 흐름을 짤 수 있고,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어. 네가 계속 고민을 하면서 받아들이고 살면 이렇게 좋은 작품을 계속 만들 수 있어 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사실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 때의 나에게 어떻게든 전달할 수 있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에게 전해줘야 되는 무언가를 쥐고 있던 마음이어서 복잡했던 것도 있고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어 라는 마음보다 어떻게든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느리고 아무도 몰라주고 이렇게 예산을 모으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려도, 결국 어떤 고민을 계속하고 결과가 나오면 노래로 만들고 그 안의 공통점을 찾아서 또 음반으로 만들고 이거를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는 계속 하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이 생각이 저를 편하게 해줬어요. 나아가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든다고 한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야 하니까. 내가 더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으면 어떡하지 걱정이었는데, 이번 음반을 작업하면서 나는 3-4집까지 계속 이야기를 하고 싶겠다, 당분간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사라질 걱정은 없습니다.

 

Q. 지금까지 4~5곡이 들어간 ep를 제작하시다가 10곡의 정규를 마무리하셨는데 후련하지 않으세요?

 

후련한 느낌을 예로 들자면 단편 영화를 찍다가 드디어 장편 영화 입봉 한 감독이 된 것 같아요. 나 이제 긴 이야기도 다룰 줄 알아 그런 뉘앙스로요. 원래 두번째 ep를 정규로 만들고 싶었고 지원사업도 받아서 예산이 있었지만 그 때의 그 이야기는 아무리 늘려도 지금의 정규처럼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억지로 이 노래를 여기에 왜 넣었을까 의문이 생기는 음반보다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정규로 만들 수 있는 긴 이야기는 때가 되면 오지 않을까? 쉽지 않은 마음으로 넘겼는데 드디어 해낸 것 같아서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시작이에요. 여기까지 에너지를 다 쓰고, 음반이 나오자마자 힘이 떨어진다면, 이후에 감당이 되지 않았던 경우를 지난 ep를 통해서 경험했기 때문에 에너지 분배를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긴 호흡의 음반을 만드는 과정에 최대한 신경을 쓰되, 이후 활동을 끌어갈 수 있는 에너지와 자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20211011 마포fm 뮤직홍 <버둥의 둥둥이는 섬> 118화

 

Q. 정규음반 작업 사이에도 유튜브 라이브 방송과 라디오 디제이도 계속 하고 계셨어요. 10월에 라디오 <버둥의 둥둥이는 섬> 첫 시즌 마무리 하셨잖아요.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방송하는데 쉽지 않거든요.

 

맞아요. 끝내고 서야 알았어요. 해야 할 때는 어떻게든 시간 맞추어 해온 걸 마무리하고 다른 일정을 소화하면서 ‘와 내가 진짜 저걸 어떻게 했지?’ 싶은 거예요. 대본 멘트 선곡 편집까지 전부 다 제가 혼자 했거든요. 제가 혼자 다 준비해서 파일을 전달하면 마포FM에서 송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SBS 김창환 님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PD님께 저 라디오 원고 잘 쓸 수 있다고 자기PR도 하고 왔습니다.

 

Q. 라디오를 혼자서 꽤 오랜 시간 진행했고 시즌 1 종료를 했는데 시즌 2의 계획이 있나요?

 

마지막 방송에서는 12월에 돌아오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조금 더 잘 준비해서 1월에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라디오 방송을 2년 반 정도 했더라고요. 처음 제가 라디오 방송을 하겠다 생각 했을 때, 저에게 정기적인 일이 있는 게 아니었어요. 음악 관련한 일로 일주일에 한 번 마감을 쳐야 되는, 정기적인 사이클을 유지할 수 있는 이타적인 힘이 필요했어요. 규칙적인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마감 일자를 정하고 그 마감을 지켜야 하는 약속이요. 1시간 분량을 하려면 a4용지 5장 정도의 대본을 써요. 쓰고 읽기 전에 수정을 한번 하고 다시 읽고 수정하는 과정이 저의 글쓰기에 도움이 많이 되었고 또 좋은 점이 있다면 공연할 때 멘트가 확실히 좋아졌어요. 시즌 1을 마무리하게 된 계기는 언젠가 했던 말을 또 하고 있는 걸 어느 순간 느끼게 되어서, 제 방송이 계속 발전하는 콘텐츠가 되려면 다른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 결정했어요. 함께 진행 할수 있는 사람 그러니까 인원 충원을 해서 돌아오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Q. 혼자서 이걸 또 2년 반이나 했다는 게… 리스펙트 합니다.

 

스스로도 많이 배우고 자부심도 생겼어요. 음악가로서 실패하게 된다면 어디 가서 라디오 막내 작가 들어가도 할 수 있지 생각해요. 이 정도 경력이 있다면 장난 없죠. 저. 지금까지 한 방송도 대본도 정리를 다 해 두었거든요. 대본만 100개는 되는 것 같고, 제가 방송에서 부른 게스트만 해도 저의 사력으로 불렀기 때문에. 질문부터 시작해서 저도 이렇게 인터뷰를 준비한다면 질문 짜는 것도 할 수 있고 그래서 다른 직업을 가져도 될 것 같아요. 하하하

 

Q. 저는 <살롱 드 헤르츠> 에피소드를 잘 들어서 시즌 2로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혹시 다른 새로운 프로그램에 도전해 보고 싶은 것도 있나요?

 

<살롱 드 헤르츠>는 마포 fm에서 주최를 하신 거예요. 저한테 해 볼 생각이 있는지 이야기를 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입니다. 음악을 만들면서 가사를 만드는 게 도움이 됐던 부분이 많아서 일종의 심리 상담 요소로도 되게 잘 쓰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글을 쓰고 작사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경향도 있겠지만, 글을 쓰고 가사로 다듬으면서 한 단어나 한 문장의 주제를 남겨야 해요. 자신의 생각에서 필요 없는 말을 걸러내면 스스로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울 것 같아 함께 작업을 한 건데, 실제 그 것도 제가 공부하는 마음으로 하게 되어서 해야 할 일이 많았어요. 곡을 녹음하고 편집하는 과정이니까요.

 

시즌 2 라기 보다 저의 텀블벅 펀딩을 통한 <부둥켜 프로젝트>가 있어요. 제 노래 중에 마음에 드는 한 곡이나 상황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사연이나 노래로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가지고 기존 저의 곡을 개사하고 편곡도 새로 해서 한 곡 만드는 작업이 있습니다. 두 곡을 섞어서 만들어 본 적도 있어요. 펀딩을 위해 제공하는 리워드 중 <부둥켜 프로젝트>를 정말 좋아해 주셔서 기다려지고 재미도 있겠지만 일단은 제가 한 두 달 안으로 끝내야 하는 다른 작업이 있어서 연락을 드려야 해요.

 

 

Q. 매번 스스로 나의 이야기를 쓰다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드는 것도 공부하는 느낌으로 하셨다고 하지만 아주 많은 도움이 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도움이 많이 되고 또 새로워요. 많은 사람이 나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구나, 아니면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구나를 같이 느낄 수 있어서요.

 

Q. 너무 좋아요. 유튜브 채널은 라디오보다 더 이전부터 했잖아요.

 

대학교 다닐 때부터는 조금씩이요. 6-7년전 처음 제가 유튜브를 한다고 말하기에 그 때는 꾸준히 뭔가를 업로드 하기 보다도 그냥 내 채널을 가지고 있던 거였죠

 

Q. 노래 커버 영상부터 브이로그, 라디오의 아카이브, 뮤직비디오까지 전부 스스로 채널 관리를 하고 계시잖아요.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스스로의 채널을 가지고 라이브 방송이나 콘텐츠를 유지해 나가는 부분에 많이 노력하셨을 것 같아요.

 

네. 그렇죠. 그래서 아직 타협점을 잘 못 찾겠어요. 실제로 유명한 크리에이터처럼 매일 영상을 만들 수는 없고, 저는 영상 편집이 어렵다고 느끼지만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제가 음반을 자주 내는 사람이 아닌 만큼 콘텐츠도 빨리 만들 수 없는 사람이지만요.

 

Q. EP사이즈로 1년에 한 번이면 부지런하다고 생각해요. 싱글을 네다섯개 한번에 내는 거니까.

 

최근 인터넷으로 어느 분이 저는 혼자 끌어가서 그런지 음악을 발매하는 기간에 있어 텀이 긴 게 아쉽지만 그것만 빼면 다 좋다라는 이야기를 읽어서요. 저는 음악으로 소통을 계속 하고 싶었어요. 특히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요. 저는 일주일에 공연 하나씩은 하던 사람인데 공연을 할 수 없게 되니 감이 떨어지는 것도 느껴지고 그래서 어떻게든 만나면 좋지 않을까 싶어 연습한다 생각을 하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계속 한 것도 있어요. 지금까지 저는 유지해 온 일이 많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이게 유지를 하려고 노력을 했다기보다, 배우는 자세로 어떻게든 지난 방송보다는 낫게 하려고 노력하고 그런 마음으로 나아간 것 같아요.

 

라이브 방송은 처음에는 100% 저의 의지로만 이끌어 나가야 했는데, 지금은 감사하게도 들어 와 주시는 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세요. 공연을 하게 되면 제 이야기만 하잖아요. 제가 일방적으로 사람들을 모아놓고 제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하는데, 라이브 방송에서는 실시간으로 감상도 들려주시고 같이 이야기로 소통 할 수 있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해외에 계신 분들도 시청해 주세요. 가끔 미국이나 독일에서 보고 계신다고 하는데 그냥 출근하거나 일하시면서 틀어 놓으시는 거예요. 저는 저녁에 하지만 그 분들은 다른 시간이라는 게 느낌이 새로웠어요. 이제 저의 공연이 연말까지 일주일에 하나씩은 있을 예정인데, 라이브 방송은 계속하고 싶어요. 저를 마냥 좋아해 주시지만 민감한 부분도 있어요. 예를 들면 휴방이겠죠. 또 지난주에는 10곡을 불렀는데 이번주에 8곡을 하면 더 불러 달라는 요청도 있고 앵콜도 물러서지 않으세요. 팽팽한 덕분에 저도 혼나면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일주일에 한 번 꼭 시간을 비워서 준비하려고 해요.

 

 

Q. 슬기롭게 판데믹을,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넘어가신 것 같아요. 그래도 공연 하셔야죠.

 

최근의 라이브 방송은 라디오와 섞어 놓은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말도 많이 하고 노래도 실전 연습하는 느낌으로요. 예전에 라이브 방송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지금은 열심히 준비한 건 대면 공연으로 와서 봐 주십사 비교적 편하게 방송하고 있어요. 가끔 댓글로 설렁설렁한 거 아니냐는 피드백 들어요.

 

Q. 정말로 2021년 열심히 달려오셨네요. 벌써 11월이잖아요. 어때요? 올해를 돌아 보니까.

 

결과에 집착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정규 음반이 나오기 이전만 해도 올해의 나는 게을렀던 게 아닐까 생각 했어요. 보이는 결과가 딱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예를 들어 19년에는 헬로루키가 있었고 20년에 싱어게인에 출연 했다면, 올해는 정규 음반을 빼면 제가 무엇을 했다라고 보여 줄 수 있는 결과가 없잖아요. 그래도 10월에 정규음반을 내 놓았지만, 그 전까지의 과정은 공연이 없는 상태에서 해결한 것도 없다는 마음으로 지나 왔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도 결국 2021년에 결과물이 나왔고 음반에 대한 피드백이 좋으니 갑자기 저도 그 앞의 힘들었던 기억이 미화가 되는 거예요. 내가 열심히 살았나 보다 라구요.

 

Q. 추억 보정 같은 느낌일까요?

 

어떤 결과물이 좋으면 예전에 실패한 과거도 역경을 딛은 미화가 되기도 하니까요. 이제 저는 결과물에 대해 때가 되면 나올 것이 나오겠지. 또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이 의미를 부여해서 생각하는 일은 없게 해야 어떤 일이든 오래 하겠다라는 생각이 올해에 들은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나아 간 내 자신에 대해서, 드디어 올해 정규음반을 냈고 생각보다 해온 일도 많아서 괜찮은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뭐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어때요? 스스로에 대해 만족 할 수 있나요?

 

네. 조금만 생각을 돌아 보면 매우 행복한 한 해였어요. 사실 정규 음반을 내도 되겠다라고 생각했던 계기 중 하나는 진짜 내 음악을 내 주변의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만 듣고 그 사람들만 좋다라고 이야기 해주면 그저 내가 조용히 없어져도 괜찮겠다 라는 마음으로 음반을 만든 거예요.

 

당연히 반응이 좋으면 또 좋겠지만, 그런 건 제가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그저 나는 최선을 다했고 피드백이 어떻든 이 음반은 올해 나와야 되는 음반이었으며 나는 제 때에 일을 마쳤다. 이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에 만족할 수 있었기 때문에 행복하고 만족합니다. 뭐랄까 이번 음반을 통해 저의 음악을 더 좀 다른 분들도 많이 들어주시고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요소가 된 것 같아요.

 

잘 안 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 없이 작업 자체에 만족하면서 친구들과 뮤직비디오도 즐겁게 찍었고 그저 행복하게 보내는 지금입니다. 이전의 저라면 한 해를 보내는 게 힘들었고 불안하고 불행하게 느껴져서 스스로 채찍질 하는 마음이었지만, 지금의 저는 왜 이렇게 많이 들어주시지? 아니 이게 이렇게 잘 될 일이었어? 펀딩으로 천만 원이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야? 230장에 사인을 해야 된다고? 지금? 이런 상태이구요.

 

 

Q. 숫자로 보이는 척도가 대중이 보이는 반응들 가운데 가장 와닿잖아요.

 

돈으로 보이는 부분에 저는 진짜로 놀랐으니까요. 평소에 인스타그램을 올려도 좋아요 200개 까지 되지 않지만, 그런 저의 음반을 위해 좋아서 펀딩해 주신 분이 200명이 넘은 게 좋아요. 아끼는 마음을 돈과 숫자로 표현해 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Q. 아끼는 마음은 돈으로 표현하는 거예요. 

 

진짜 가지고 싶은 리워드를 만들려고 많이 노력 했습니다. 연말이라 그런지 인쇄소가 많이 바쁜가 봐요. 원고 교정 다 끝났고 곧 인쇄 넘길 것 같은데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불안해요. 펀딩에 알려드린 스케줄보다 밀릴 것 같은 예감이 있어요. 원래도 약속한 날짜에서 일주일 정도 밀리는 일정이었는데, 오늘 연락 받은 따끈따끈한 소식으로는 12월 중순쯤에야 완료가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어서 이 상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될지 지금 고민 중이에요. 제일 속상한 건 이 손해를 펀딩해 주신 분들이 감수해야 하니까 제가 어떻게든 AS를 드려야죠.

 

Q. 힘내세요. 텀블벅이 마무리 되면 연말은 어떻게 보내실 예정인가요?

 

12월 17일 벨로주에서의 단독 공연이 올해의 마지막 공식 스케줄이에요. 곧 홍보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단독 공연을 마치면 올해 활동을 마무리하고 연말엔 쉬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그리고 2022년, 내년에는 전국 투어를 할 계획이에요. 처음으로 지방 공연을 예정하고 있어서 계속 지켜봐 주시면 제가 찾아가는 공연으로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의 연말은 합주나 공연 준비가 없다면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유튜브도 휴방인가요?

 

그건 아직 디테일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일단 할 일을 해야겠죠. 리워드를 마무리 하고 단독 공연 전 까지는 매주 다른 공연도 있고 라이브 방송도요. 홍보 제 때에 못한다고 혼나는데 제가 잘 할게요.

 

Q. 스스로를 돌본다는 게 개인으로서의 버둥이 아니라 음악가로서의 버둥까지, 혼자서는 힘들죠. 

 

혼자서는 버거울 정도로 해야 할 일이 많은데요. 이 일을 두 명으로 나누면 수익이 되지 않는 상황이 그런 것 같아요. 혼자서 다 하면 저 하나 먹고 살 수 있지만, 이걸 나눠서 일을 더 키우기에는 계산이 되지 않아서 이런 부분을 고민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회사를 찾는 게 내년의 목표 중에 중요한 하나에요.
제가 혼자 낑낑 대고 있으면 옆에서 저에게 회사가 필요하겠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어요. 적극적으로 저에게 회사가 필요하다는 걸 말해야 알아 줄 수 있다고 하셔서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살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크게 어필 해본 적은 없지만 여기저기 열심히 이야기 하겠습니다.

 

Q. 그렇게 하셔도 돼요. 이 정도 하셨으면 스스로 자신감 가져도 됩니다. 원하는 대로 되실 거예요.
이제 슬슬 마무리 해볼까요? 혹시 지금까지 한 이야기 중에 한마디 더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해 주시면 마무리 하겠습니다.

 

요즘은 비교적 싱글을 많이 발매하는데, 저는 정규 앨범의 10곡이 한 번에 나오게 되니까 싱글 10개 처럼 한 곡 한 곡이 다 주목 받았으면 좋겠어요. 작업 하면서 프로듀서님이 정말 열심히 작업 한 노래들, 이 아이들이 한 곡씩 다 주목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 주셨거든요. 저도 작업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고, 결국 발매를  했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한 곡, 한 곡 다 홍보할 수 있게 끔 노력하겠습니다. 전국 투어를 할 내년까지 쭉 이어서요. 그래서 한 곡 마다 담겨진 이야기나 앞으로 제가 어떻게 곡을 또 소개할지도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 진심으로 버둥님이 원하는 대로 나아가시길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nterview | 조한나 (EARWIRE A&R)

I Mean Us (w/ ENG)

 

그러니까, I Mean Us는 우리들입니다.
I mean, I Mean Us is us.

 


 

안타깝게도, ‘나’가 정말로 ‘우리’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I Mean Us”, ‘나’가 ‘우리’를 의미한다고, 혹은 “I’M U”, ‘나’는 ‘너’라고 발화하면, 분명하게 나뉜 줄 알았던 의미 값들이 서로에게 충돌하고 각자와 겹쳐지며 인상적인 장면들이 나타날 수 있다. 대만의 인디 팝 밴드 I Mean Us의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의 현장이 만들어진다. 록 밴드로서 주로 사용하는 악기들부터 온갖 전자음을 만들어내는 신스와 가상악기들, 오랜 역사의 관현악기와 전통 악기 등에 얽힌 장르적 특징을 결합하며, I Mean Us는 웅장하고 극적이게 펼쳐지는 사운드스케이프로 꿈과 상상, 혹은 기억과 같은 신비한 세계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두 번째 정규 음반인 [Into Innerverse]에서 밴드는 감정이 흔치 않아진 미래를 배경으로, 폭넓고 다채로운 내면세계로 들어가는 탐험자가 되었다. 멤버들부터 악기 소리와 구간들의 전개, 장르 문법까지 제각기 다른 요소들이 한데 모여 ‘우리’이면서도 ‘너와 나’로 풍부히 나타날 때, 몽환적인 동시에 직설적이고자 하는 사운드 속에서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뜻은 정말로 가까워질지 모른다. 한국의 청자들에게는 아직은 낯설 I Mean Us의 세계에 대해 메일과 번역을 거쳐 질문을 보내, ‘이너버스’의 여행자들을 위한 안내서를 그 답변으로 받아보았다.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미 [OST]가 Beeline Records를 통해 한국에서도 정식 발매되기도 했지만, 이번에 [Into Innerverse]로 처음 만나는 청자들을 위해 I Mean Us를 간략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리는 대만의 인디팝 밴드 I Mean Us입니다. Sigur Rós, M83 그리고 Agnes Obel에게 큰 영향을 받았고, 드림팝을 기반으로 포스트록, 사이키델릭, 슈게이징과 클래식 음악의 요소들을 결합한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I Mean Us의 음악에서는 현대의 악기들과 관현악기와 전자음, 신비로운 사운드들이 조화를 이룹니다. 이러한 풍부한 요소들로, 우리의 음악은 사람들의 사고를 제한하지 않고, 청자들을 가능성으로 가득 찬 차원으로 인도합니다. Into Innerverse는 모든 종류의 상상, 감정, 기억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프리즘이 될 것입니다.

 

Q. I Mean Us, 가끔씩 줄여서 ‘I’m U’이나 IMU로도 표현되는 팀명이 참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이름 속에 ‘나’와 ‘우리’와 ‘너’가 다 함께 있다는 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혹시 팀명에 의미가 있다면 무엇인지, 어떻게 아이디어를 떠올렸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밴드의 이름은 우리가 밴드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일상의 대화 속에서 나왔던 말이에요. 누군가가 “I mean us”라고 말했고 그 이름이 우리를 바로 뭉치게 했습니다. 음악도 우리에게 비슷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아요. 공연이나 파티 장면들을 보면, 사람들은 음악 속에서 하나가 되어 기쁨과 슬픔을 나누잖아요.

 

 

Q. 이러한 팀명에서는 바이오그래피에서 “각기 다른 모든 악기, 아이디어와 생각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uniting every single piece of different instruments, ideas and thoughts as one)”이라고 하신 것도 생각났는데, 이 문장이 마치 밴드의 형태로 음악을 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더라고요. 하나의 ‘밴드’로서 I Mean Us가 지향하는 음악이나 그 이미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가 특별히 집중하고 있는 장르는 없어요. 모든 멤버들은 각각 다른 음악적인 배경과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클래식부터 포스트록, 전자음악, 한국 힙합까지 모든 장르를 포함해요.

 

우리는 모든 악기, 아이디어 그리고 생각들이 각 멤버들의 강점과 취향이 드러나는 응축된 문장으로 결합되는 걸 목표로 합니다. 밴드로서 우리가 함께일 때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Q. I Mean Us의 음악에서 또한 ‘각기 다른 부분이 통합된 전체’와 비슷한 인상이 들었어요. 신시사이저와 전기기타 모두가 다른 소리를 내지만 균형을 잡으면서, 선잠을 잘 때 꾸는 꿈같은 분위기의 사운드를 만드는 인상이 느껴졌습니다. 작업을 하실 때에 이렇게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있어 가장 집중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처음에는 보컬라인에 집중해요. 그리고 나서 다른 악기들이나 이펙트를 매치해요. 각 악기가 가지고 있는 음색 외에도, 소리의 잔향이나 울림에 집중해서 더 몽환적인 사운드를 만들고자 합니다.

 

Q. [Into Innerverse]에서는 그러한 ‘균형’이 느슨하게 머물고 있던 드림 팝의 기반을 아예 떠나서, 악기들을 더 폭넓게 사용하며 가볼 수 있는 많은 영역들을 탐색하는 느낌입니다. 이번 음반을 “전적으로 새로운 여정(whole new journey)”이라 부르셨던 것이 함께 생각났는데요, 특히나 이번 음반에서는 어떤 측면이 ‘전적으로 새롭게’ 될 수 있도록 하셨나요?

 

“여정”이라는 단어는 앨범의 제목과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청자들이 앨범을 듣는 동안 각자의 내면의 세계를 탐험하는 마음의 여정을 떠나길 바라요. 물론 더 로맨틱하고 젊음을 담고 있는 첫 번째 앨범 OST와 비교했을 때 Into Innerverse는 더 성숙하고, 어둡고, 공격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음악적인 스타일과 주제적인 측면 모두에 있어서요. 지난 3년 동안 너무나 많은 쓰라리고 달콤한 변화들이 있었어요.

 

 

Q. 이 ‘전적으로 새롭다’는 느낌은 이번에 새로 찍으신 프로필 사진에서도 좀 느껴졌습니다. 저마다의 색깔이 담긴 흰옷을 입고 눈가에 페이스 페인팅을 한 것이 묘하게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Aladdin Sane] 속 글램한 이미지들이 떠올랐거든요. 어쩌다가 이런 프로필 사진을 찍게 되셨는지, 그것이 [Into Innerverse]와 관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앨범의 비주얼 아트의 배경과 주제는 감정들이 드물고 귀중해진 초현실적인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수정 구슬은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고 각각의 목적지가 다른 정서적인 감각을 나타내죠.

 

콘셉트 회의를 기반으로, 우리의 스타일리스트 Dorene은 각 멤버들의 착장에서 먼 곳으로부터 방랑하고 있는 “수정 구슬 요정”의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했습니다. 흰색이 다른 색들을 중화시켜주고, 무(無)의 개념을 상징하기 때문에 그녀는 흰색을 착장의 시각적 포인트로 사용했어요. 또 보존 처리된 꽃잎으로 만든 얼굴 장식은 사랑과 애정의 지속을 나타내고, 소중한 감정들을 지난한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지키고 영원한 기억으로 우리의 마음속에 기억으로 간직합니다.

 

Q. 음반 제목에 ‘Innerverse’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는데, 이 ‘이너버스(Innerverse)’가 정확히 어떤 “세계”인지가 궁금해지더라고요. 밴드 자체가 탐험해 보고 싶은 어떠한 공간인지, 정말 단어 뜻 그대로 누군가의 “내적 우주” 같은 곳인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우연히 앨범의 메인 아이디어를 지난 질문에서 이야기했네요.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소중한 감정들을 살펴보고 지켜내길 바랍니다. 각 노래들에 특정 감정을 부과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느꼈던 감정들을 간직하길 바라요.

 

 

Q. 이제 본격적으로 [Into Innerverse] 속 음악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우선 트랙들에 새로 들어온 소리가 두드러지는 편이었어요. 대표적으로는 “E.D.E.N”에서의 색소폰과 함께 몽골 지역의 전통 창법인 흐미(khoomei)의 소리가 있을 거 같네요. 어쩌다가 대중음악 트랙에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이런 창법의 목소리를 넣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E.D.E.N’의 작곡가 Chun은 트라이벌한 사운드에 주목하고 있어요. 그는 전세계 곳곳에 있는 오래된 노래들이 어머니 지구에 대한 사랑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E.D.E.N’의 데모를 만들고 있는 중에 마침 그의 친구가 내몽골에서 흐미와 마두금을 배우고 귀국했고 친구를 초대해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Chun이 전통음악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트랙의 작곡가로서 곡의 사이키델릭한 분위기와 흐미가 완벽하게 호응할 것이라는 걸 알았죠. 흐미 파트의 가사는 “욕정을 삼가라”라는 의미로, 문수보살(Manjushri)의 진언에서 유래되었습니다.

 

 

Q. “E.D.E.N” 얘기를 좀 더 하자면 ‘네오 사이키델리아’나 ‘드림 팝’의 분위기를 강조하던 전작과는 거리가 꽤 먼 것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댄서블해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신스음을 중심으로 반복적인 그루브를 강조한 건 “E.D.E.N”의 앞뒤에 놓인 “普通人類”이나 “I Dot Car”에서도 그랬고요. 어떻게 해서 이런 트랙들에서 그루브나 리듬감을 특히 강조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조금 더해서, 춤추게 하는 음악들을 꿈꾸게 하는 음악들보다 좋아하시는지요?

 

둘 다 좋습니다! 공중에서 부유하는 것과 땅 위에서 춤추는 것 둘 다요.

 

‘I Dot Car’는 우리가 함부로 보냈던 어느 멋진 밤을 위한 노래에요. 이 곡의 믹싱 엔지니어인 Caesar Edmunds는 이 노래가 고등학교 무도회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어요, 하하.

 

‘普通人類 Humans’를 만들 때 우리가 집중했던 단 한 가지는 “더 스타일리시하면서도 거침없는 사운드를 만들자”였습니다. 절대 “댄서블”하게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Q. 한편, 한 트랙 안에서도 분위기나 박자, 장르적인 특징이 지속적으로 뒤바뀔 때가 많다고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E.D.E.N” 얘기를 하자면 곡 내의 강약의 조절이 굉장히 극적인 것도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무언가 지난 음반의 제목이 ‘OST’였던 것도 떠올랐습니다. 이를테면 “Run Ran Run”의 도입부나 브릿지 구간들이 트랙에 ‘삽입’된 듯 들어간 것이 은근히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퀀스처럼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이외에도 “普通人類”의 도입부나 장엄한 “Muséum”의 시계 소리 효과음이 비슷한 감상을 줬는데, 곡 작업을 할 때 어떤 극적인 이미지나 진행을 염두에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Muséum’은 평화와 슬픔으로 가득 찬 혼란 속의 꿈과 같습니다. 도입부의 퍼커션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의미하고 반복되고 패닝하는 리버스 기타 사운드와 함께 우리 머릿속의 작은 카오스를 포착합니다.

 

‘普通人類 Humans’에서는 무감각의 차원에서 비생물적인 존재가 된 당신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곡에는 이교도적이고 종교적인 의식을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를 넣었어요.

 

‘Run Ran Run’의 이미지는 바쁜 날을 보내고 한 후 침대에 누워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당신과 닮아 있습니다.

 

 

Q. [Into Innerverse]에는 현악기를 사용하는 트랙들도 있었습니다. “Run Ran Run”에서는 컨트리나 웨스턴 음악과 같은 스트링 솔로가 들어오고, “9”에서는 왈츠가 울려 퍼지는 무도회장처럼 나타난 현악 연주가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전환시키네요. 이런 식의 사운드가 록에 현악기를 접목시키는 일반적인 방법들과 조금 다르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스트링 세션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려 하셨나요?

 

두 노래에서는 실제 브라스, 스트링 세션과 녹음했어요. ‘9’는 감정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곡이고, 첫 번째 파트와 두 번째 파트의 갭이 상당히 큰 곡이에요. 프로듀서는 브라스의 톤과 텐션이 곡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연결 고리의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두 번째 파트의 (왈츠풍의) 우아한 분위기는 오케스트라로 인해 두드러지죠.

 

‘Run Ran Run’의 작곡가의 의도대로 원 데모에서 스트링과 바이올린을 추가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넓고 광대한 느낌을 좋아하는데, 도입부가 마치 옛 중국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기도 해요. 프로듀서는 이 노래에서 블루그래스의 정신이 느껴진다고 했는데, 와이드한 코러스와 스트링을 사용해서 클라이맥스 부분을 만들고자 했어요. 아웃트로를 들을 때 모두가 “와우!”라고 느낄만한 요소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Q. 굉장히 인상적인 톤의 건반과 함께 현악기를 탄탄히 적용한 “24 Years Old of You”는 음반에서 특히나 돋보이는 곡입니다. 싱글로서는 이번 음반과 지난 음반 사이에 놓인 연결점 같은 위치에 있기도 하고,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가사(“Something begin to change and embrace / But you might not know that my feelings will never change”)도 있어서, [Into Innerverse]의 정수가 담겨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곡에서 가장 중점으로 두었던 요소가 있다면, 어떤 걸 담아보려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24 Years Old of You’는 I Mean Us에게 굉장히 중요한 곡이에요. 대만의 멋진 시상식에서 상을 받게 해주었고, 밴드로서 우리의 발전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작곡가인 Mandark는 이곡의 특별한 요소로, 오보에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보통 머릿속에 있는 멜로디와 노래의 이상적인 사운드로부터 작업을 시작해요. 그래서 오보에와 스트링 사운드가 그 노래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거죠. 프로듀서인 LUB의 제안으로 오보에와 스트링 사운드를 실제 악기의 질감과 가장 비슷하게 구현했지만 더 독특한 느낌을 주는 신스와 가상악기를 사용했습니다. 우리 모두 그게 마음에 들었어요.

 

 

Q. 이번엔 노랫말에 대해서 조금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음반 내내 ‘너’와 ‘나’가 함께 혼란스러운 감정들의 공간 속에서 헤맨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첫 곡인 “Muséum”에서 제시되는 ‘Suddenly awake from the end of the dreams’이나 ‘What if we turned around / There’s nothing there?‘에서 불안하게 요동치는 심정이 음반이 진행될수록 격해진다고 느껴졌는데요, [Into Innerverse]를 관통하는 감정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각각의 노래를 독립적인 개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사와 감정의 측면에서, 듣는 사람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들을 남겨두고 싶었어요.

 

굳이 이야기하자면, 어떤 감정이든 좋고 나쁜 건 없어요. 그저 지켜보고, 느끼고, 받아들이는 거죠. 어느 날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면, 그게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닐 거예요.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동반하니까요. 모든 감정을 평가하거나 정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저 흘러가게 놔두는 거죠.

 

 

Q. 조금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긴 한데, 음반의 8번째 곡이자 마지막 곡의 제목이 하필 “9”더라고요. 이런 불일치가 일종의 농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한편, ‘Fear landing / Inside your heart and you break’ 같은 가사를 보면 “Muséum”에서 시작된 혼란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채 끝난다는 인상도 있습니다. “9”의 진행 또한 에너지가 가장 높이 오른 부분이 갑작스레 뚝 끊기면서 음반을 끝내는 게 겹쳐지기도 했고요.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음반을 마무리하거나 “9”를 끝내보려 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트랙의 순서에 대해서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하지만 우리 모두 이 앨범을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지막 트랙을 끝내고 ‘Muséum’으로 돌아와 반복해서 듣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몰입하고, 반복하는 거죠.

 

 

Q. 2018년에는 <Focus Asia 3>으로, 2019년에는 <잔다리 페스타>로 내한을 하셨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올여름에는 <On-Tact ‘ALIVE’ 축제>로 ‘온라인 내한’을 하시기도 했고요. 그중에서도 18/19년도의 내한 공연 때에 이러저러한 에피소드들이 있었다는데, 그게 어떤 것이었는지, 아니면 내한 공연 당시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한국에 머무르며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어요. 그 친구들과 우리의 음악을 사랑해 주는 팬들은 우리가 가장 아끼는 아름다운 것들이에요. 솔직히 한국의 음악 시장은 외국의 인디밴드가 진입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의 팬들이 나날이 늘어간다는 사실에 굉장히 감사하고 있어요. 매번 한국에 갈 때마다 긍정적인 피드백도 많이 받았고요. 게다가 우리는 삼겹살의 노예에요. 사랑하는 친구들과 삼겹살/오겹살을 먹었던 순간들이 그리워요.

 

 

Q. 반대로 대만에서 열렸던 공연에 보수동쿨러(Bosudong Cooler)를 초청하기도 하셨죠. 종종 한국과 대만 밴드들 사이에서 이렇게 공연을 통해 오고 가며 만나는 일들이 많은데, 한국 공연에 함께 가고 싶은 다른 대만 밴드나, 아니면 대만 공연을 함께 하고 싶은 다른 한국 밴드가 있을까요?

 

우리의 친구인 淺堤 Shallow Levée와 함께 하고 싶네요. 예전에 한국에서 공연을 한 적도 있죠. 두 팀이 함께 한국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면 엄청 재미있을 것 같네요. 倒車入庫 Reversing into Garage, 甜約翰 Sweet John, Deca Joins와 함께 하는 것도 좋겠네요. 대만에는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좋은 음악가들이 굉장히 많아요.

 

한국에도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가들이 많아요. 잔나비, 카더가든, 우효, 장기하, 라드 뮤지엄, Mokyo, 나이트오프 등 셀 수 없이 많아요. 물론 우리 친구들인 보수동쿨러, 랜드 오브 피스, 플랫폼 스테레오, 사뮈도 사랑합니다. 지금, 드러머 PP L의 최애는 원슈타인이에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다시 한번 [Into Innerverse]를 되짚어보는 의미에서, 멤버분들 별로 이번 음반에서 애정이나 개인적인 의미가 많이 담겼다거나, 이것만큼은 한국의 청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드려요!

 

Vitz: ‘Muséum’과 ‘I Dot Car’ 중에 고르기가 아주 어렵네요. 둘 다 제가 처음 썼던 데모로부터 많은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좋아해요. 두 곡 모두 소중한 밴드 멤버들과 프로듀서가 없었다면 아름답게 변하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가 함께일 때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곡들입니다.

 

PP L: 사람들은 변하고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이번 앨범은 저에게는 발전이자 성장의 증거에요. 지난 앨범인 [OST]에서 [Into Innerverse]로 오기까지 저의 연주와 편곡 실력이 더 깊이 있어졌고 풍성해졌습니다. 제 자신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 밴드 멤버들에게 감사해요. 또 저의 개성을 지켜주면서 드럼 사운드를 더 멋지게 만들어준 프로듀서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Chun: ‘Run Ran Run’을 가장 추천하고 싶어요. 당신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가만히 멈춰서 생각하게 만드는 곡입니다. 저녁노을과 잘 어울릴 거예요.

 

Mandark: ‘Unicode’에요. 저에게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Hank: 우리가 만든 사운드와 음악들 이외에 앨범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은 앨범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더 이상 사람들 사이에 사랑이나 로맨틱한 감정에만 집중하지 않고 죽음이나 증오, 후회와 같은 감정들도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우리의 음악을 들으며 더 많이 느끼고 상상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앨범의 모든 곡을 추천하고 싶지만 한 곡을 꼭 골라야 한다면 ‘I Dot Car’를 추천합니다. 젊고, 무모하고 멋진 느낌을 주는 곡입니다. 저는 그러한 정신을 소중하게 여기는데, 우리가 너무 커버린 다면 사라질 감정들이기 때문이죠.

 

 

Interview | 나원영 (대중음악비평가, 웹진 weiv 필진)
번역 및 협조 | Beeline Records

 


 

 

I mean, I Mean Us is us.

 

 

Hello, nice to meet you! [OST] has already been officially released in Korea through Beeline Records, but can you briefly introduce I Mean Us to the listeners who are discovering the band for the first time through “Into Innerverse”?

 

Hi everyone. We are I Mean Us, an indie pop band from Taiwan. Having been greatly influenced by Sigur Rós, M83 and Agnes Obel, our music is based in Dream pop, but also combines styles from genres such as Post Rock, Psychedelic Rock, Shoegaze and Classical music as well.

 

Modern instruments are combined delicately with orchestral and electrical/ethereal sounds in our songs. With those plentiful elements, our music won’t limit one’s thoughts. On the contrary, it can lead the audiences to a dimension full of possibilities. Into Innerverse can be that prism which reflects any kind of imaginations, emotions or memories.

 

I Mean Us, sometimes abbreviated as “I’m U” or IMU, thought the team name was very interesting. I liked the fact that “me,” “we” and “you” are all represented in the one name. Can you tell me what exactly the name means and how you came up with it?

 

Before we started the band, this name had already come up just through general conversation. Someone had said “i mean us”, and we instantly bonded over that name. We thought music meant the same thing to us. In a scene like a gig or party, it’s because of the music that people gather together to share their joy and sorrow.

 

In the album biography you say you are “uniting every single piece of different instruments, ideas and thoughts as one,” and this sentence felt like the story of music being told by a band. What kind of music and image is IMU aiming for as a band?

 

So there’s no specific genre that we try to focus on. All the members of the band have really different music backgrounds and tastes. Everything from classic music, post-rock, electronic music to Korean hip hop.

 

We aim to unite all the different instruments, ideas and thoughts into one cohesive sentence that shows each member’s strengths and tastes. As a band we want to make music that only we can do when we get together.

 

I also had a similar impression that I Mean Us’s music unites instruments, ideas and thoughts as one. Both the synthesizer and the electric guitar make different sounds, but it is balanced well and I felt the impression of a dream-like sound like I was sleeping. What do you focus on the most when making music to create this special atmosphere?

 

Basically we focus on the vocal lines first and then try to match them with other instruments and effects. Besides the timbre of each instrument, we focus on the reverberation and echo effects to make it sound more dreamy.

 

[Into Innerverse] although loosely still tied to Dream Pop feels like you’re exploring instruments more widely and searching out new musical territories to explore. I remembered that you called this album “a whole new journey,”what aspect of it did you make completely new?

 

The word “journey” kind of relates to the album title. We hope that the listeners can go on a journey of the mind to explore their innerverse with us while they listen to the album. Of course, compared to our first album OST which delivers a more romantic and young spirit, Into Innerverse is more mature, dark, and aggressive……? Both in terms of the music style and the topic of the songs. There have been so many bitter and sweet changes during the past three years.

 

This “completely new” feeling was also felt with the new profile picture you took this time. The white clothes with splashes of colour around the eyes reminded me of glam images such as David Bowie’s [Aladdin Sane]. How did this idea come about and how does it relate to the album [Into Innerverse].

 

The time frame/theme for the visual arts of the album is set in a surrealist future where emotions are rare and treasured. The crystal balls act as vehicles for emotional transmission, with each destination representing a different emotional sensation.

 

Based on the concept discussed with us, our stylist, Dorene, attempted to construct an impression of “crystal ball fairies” for the band members’ attire —vagabond fairies who have drifted from afar to many places. She has chosen the color white as the main visual cue for the outfits, because white neutralizes other colors and embodies the concept of nothingness. Also, the ornamental petals on the faces made from preserved fresh flowers attributes to the longevity of love & affection; safeguarding precious emotions from the unforgiving passage of time and forever preserving them in our minds as ever-lasting memories.

 

You used the word “Innerverse” in the title of the album, and I was curious about exactly what an “Innerverse” is. Please let me know what kind of space the band itself wants to explore, is it really someone’s “internal universe” or something else.

 

Coincidentally we mentioned the main idea of the album in the last question. We want to explore and preserve the precious emotions in peoples’ minds. We didn’t assign specific emotion or image to each song, we just hope the listeners could feel something while the music plays, and preserve it.

 

Now, let’s talk about the music on [Into Innerverse]. The first thing that stood out to me is the new sound of the tracks. ‘E.D.E.N’ with the saxophone and the sound of khoomei (a traditional Mongolian throat singing technique) is a good example of this. How did you work this rarely used vocal technique into a pop song?

 

The composer of “E.D.E.N.”, Chun, is really into tribal sounds in music. He thinks ancient chants from all over the world have a deep connection to our love for mother earth. At the time he was making the demo of “E.D.E.N.”, a friend of his has recently returned from Inner Mongolia where he has been learning khoomei and morin khuur, so Chun invited him to collaborate on this song. Even though Chun does not specialize in ethnic music, as the composer of this song, he knew immediately that the sounds of khoomei would fit perfectly with the psychedelic atmosphere of the song. Notably, the lyrics of the khoomei part of the track are from the Manjushri buddha mantra, which means “refrain from the lust”.

 

To talk a little more about “E.D.E.N,” despite it being quite far removed from your previous work that emphasized “neo psychedelia” and “dream pop,” it is very danceable and a lot of fun. The emphasis on repetitive grooves centered on synths was also apparent in “普通人類” and “I Dot Car,” which come lie before and after “E.D.E.N.” on the album. I wonder how you came to emphasize grooves and rhythms in these tracks. Do you like music that makes you dance more than music that makes you dream?

 

We like both! Floating above and dancing on the ground.

 

“I Dot Car” is a song for those wonderful nights that we spent recklessly. Our mixing engineer of this song, Caesar Edmunds, said the song reminded him of high school prom haha.

 

When we were producing “普通人類”, the only thing we thought was to “make it sounds more stylish and ruthless”. We never tried to make it “danceable” at all.

 

On the other hand, even within one individual track, I feel that the atmosphere, beat, and genre characteristics often change continuously. Last mention of “E.D.E.N,” the control of the strong and quiet parts within the song make it very dramatic, and that reminded me that the title of the last album was “OST.” Also, the introduction part of “Run Ran Run” and the bridge section seems to have been “inserted” into the track, and that feels like a sequence in a blockbuster movie. In addition, the introduction of “普通人類” and the sound effects of the majestic “Muséum” gave similar impressions. I wonder what dramatic image or process you had in mind when working on these songs.

 

“Muséum” is like a dream in chaos, filled with peace and sadness. In the beginning, the percussion instruments imply a sense of time, and with those repeating, panning reverse guitar sounds, it captured that tiny chaos inside our brain.

 

In our song “普通人類”, you can imagine yourself as a non-biological being living in a senseless dimension. We also added some heretic and ritual flavors in it.

 

The image from “Run Ran Run” is quite like after you’ve been through a busy day, lying on your bed and starting to get along with yourself.

 

[Into Innerverse] also has tracks that use string instruments. The song “Run Ran Run” contains string solos that are almost like ‘country and western’ music. The song “9” has a string performance that has a waltz-like feel that completely changes the mood of the song. I felt that this kind of sound was a little different from the general methods of incorporating string instruments into rock music, but how did you intend to use the string session in your songs?

 

We recorded real brass and string sessions for both of these two songs. “9” is a song that builds up the emotions little by little, and has a huge gap between the first part and the second part. Our producer thought that the tone and the tension of real brass would work as a link, helping the whole song be more united. Also, the elegant feeling of the second part (waltz-like feel) was accentuate against the orchestra.

 

“Run Ran Run” has arranged strings and violin in the original demo as the composer wanted. We all like the wide and vast feeling, and make fun of it sometimes during rehearsal – in the beginning it feels like riding horses in ancient China. The producer feels the Bluegrass spirit on this song, and tries to make the climax of the song by adding a wide chorus and real strings. We hope everyone can feel the “WOW!” factor while they’re listening to the outro.

 

“24 Years Old of You,” with its very impressive tone keyboard and a solid string instrument part is a stand out track on the album. As a single, I felt like this song links your previous work on the last album with this new album. It also contains the lyrics “Something begin to change and embrace / But you might not know that my feelings will never change” . I think this might be the essence of [Into Innerverse] and thus is a vital part of the album. Was there a particular element you focused on the most in this song, if so, what was it?

 

“24 Years Old of You” is really an important song for I Mean Us! It not only brought us a cool award in Taiwan, but also represents a great improvement for us as a band.

 

As for a particular element of this song, the composer of this song, Mandark insisted on using an “Oboe”. She usually starts her works by having a melody in her brain, and imagining the ideal sounds of the song. So she really insisted on having oboe and the strings in this song. With the suggestions of our producer, LUB, we chose to combine some synth and VST which made the “oboe” and “strings” sounds really close to the texture of real instruments, but also have a more distinctive flavour. All of us really love it.

 

This time, I’ll ask you a question about your lyrics. Personally, throughout the album, I felt that the words “you” and “me” were wandering together in a space of confused emotions. The first song “Muséum” features the lyrics ‘Suddenly awake from the end of the dreams’ and ‘What if we turned around / There’s nothing there?’. The song sets ther scene with an anxious feeling that grows as the listener progresses through the album. What is the emotion that penetrates throughout [Into Innerverse]?

 

We regard each song as an independent individual. As for the lyrics and emotions of songs, we like to leave some space for the listener to interpret it in their own way.

 

If it has to be said, no matter what kind of emotion, there is no good or bad. Just look at it, feel it, then accept it. For instance, if one day we must leave this world, it is not an entirely bad thing. An end must be accompanied by a new beginning. We don’t need to rate or define every feeling, just go with the flow.

 

It may feel a little out of the blue, but the title of the eighth and last song on the album happens to be “9.” While this inconsistency feels like a kind of joke, there is also an impression that the confusion that started with Muséum ends without being properly resolved when looking at lyrics like ‘Fear landing / Inside your heart and you break’. On top of that, the song seems to suddenly end, right at its most intense moment. Why did you decide to end the song and the album in this way?

 

We didn’t think too much about the meaning when we were discussing the track order. But we all agree that the perfect way to listen to this album is on a loop and to go back and restart from Muséum once you have finished. Immerse in it, and repeat.

 

You visited Korea as part of Highjink’s Focus Asia project in 2018 and Zandari Festa in 2019. After the COVID-19 pandemic, you also took part in an online festival called <On-Tact ‘ALIVE’ festival> this summer. Can you tell us about anything you remember from your trips to Korea in 2018/2019. Also, what was the atmosphere like at those concerts?

 

We made many good friends during our stay in Korea. These friends and the people who love our music are the most beautiful things that we want to cherish. To be honest, the Korean music scene seems like it is very hard for a foreign indie band to break into. However, we really appreciate the fact that there are more and more Koreans listening to our music. We received positive feedback every time we were there. Besides, we are slaves of 삼겹살. We miss every moment we had 삼겹살 or 오겹살 with our lovely friends.

 

You also invited Bosudong Cooler to play at one of your shows in Taiwan. There are often times when Korean and Taiwanese bands have performed together. Are there any other Taiwanese bands you would want to bring with you to Korea next time? Or are there any other Korean bands you would like to play with?

 

One of our good friends, 淺堤 Shallow Levée, used to play gigs in Korea too. If we could play shows in Korea with them it would be a lot of fun.  Besides them playing in Korea alongside 倒車入庫 Reversing into Garage, 甜約翰 Sweet John, Deca Joins would be great. There are so many good Taiwanese bands we love and want to introduce to you guys.

 

There are many Korean artists we like. Such as JANNABI, Car the Garden, OOHYO, Kiha Chang, Rad Museum, Mokyo, Night Off… Countless. We also love our friends 보수동쿨러, Land of Peace, Platform Stereo, and Samui (3amui). For now, the top of PP L’s dream list is Wonstein. (Haha)

 

This is the last question. To reflect on [Into Innerverse], could each member of the band tell us what they love most about the album or what it means to them personally. Or, if there is a song you want to recommend to Korean listeners, please let us know which one and why. Thank you so much!

 

Vitz: It’s hard for me to pick my favorite between “Muséum” and “I Dot Car”. I love them both so much because they changed so much from the demos I wrote at first. Neither song would have turned out as beautiful as they did without my dear band members and our producer. It symbolizes how much we can do when we stay together.

 

PP L: People change and improve, so does music. For me, it’s progress and proof of my growth. My playing and arrangement become deeper and richer from [OST] to [Into Innerverse]. I’m grateful that my band members give me space to be myself. I also appreciate our producer kept my personality in the recording and made my drums sound better.

 

Chun: I sincerely recommend “ Run Ran Run”. It’s a song that makes you stop and think about what you lost and got in your life. It also fits with the sunset!

 

Mandark: “Unicode”. It meant a lot to me.

 

Hank: Beside all the sounds and music we made, I think the most precious part in this new album is its core idea. We no longer only focus on “love” or “romantic” emotions between people, but also talking about “death”, “hatred” and even “regrets”. We’d like the audiences to be able to feel and picture more while listening to our music.

 

Actually I recommend all the songs in our new album. However if I really have to pick one, I’d recommend “I Dot Car”. I love the young ,reckless and groovy feeling it represents. I cherish that kind of spirit because it may disappear after you grow up.

 

 

Interview | 羅元煐, Na Won Young
Support | Beeline Records

알레프 (ALEPH)

 

알레프라는 이름의 단편선

 


 

우연히 ‘알레프’라는 이름을 알게된 건 꽤나 인기 있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에서였다. 음악 한 곡을 귀로 다 소화하기도 전에 먼저 호기심이 갔던 건 흡사 단편소설의 제목 같은 제목들이었다. ‘홰홰’, ‘궁전’, ‘맞불’ 같은 단어들이 담긴 [홰홰] 앨범이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홰홰], [파수꾼] EP 2개를 내고도 3월부터 매달 싱글을 하나씩 내고 있는 알레프의 이야기와 그 저변의 기록들이 궁금했다. 누군가는 스쳐지나갈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한 시절을 대변하는 단편선이 될지도 모르는 알레프라는 사람의 음률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시작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궁금한 게 많아요. 어린 시절 이야기가 별로 없어서 궁금했어요.

 

인터뷰 자체를 많이 하지 않아서 드러난 게 많이 없죠. 초등학교 때 중국으로 가족이 다 함께 가서 살게 됐어요. 그러다가 대학을 미국으로 가서 생활을 했고, 군대 때문에 한국에 왔어요. 전역할 때쯤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한국에서 밴드를 하다가 학교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려던 찰나에 소속사랑 계약을 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2016년부터 쭉 지금까지 음악을 하면서 한국에 남아있게 됐죠.

 

중국에서 미국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살았던 게 영향을 미쳤겠네요. 어떤 아이였나요?

 

중2병이 오기 전까지는 좀 발랄하고 나서는 스타일이었는데요. 대부분이 그렇듯 중2 때부터인가, 중3 때부터 자아성찰을 하기 시작하잖아요. 그때부터 집에 오면 방 안에 틀어박혀있고, 자연스럽게 내향적인 성격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럼 중국에 있었던 시절부터 음악을 시작하게 된 거네요.

 

네, 처음으로 만들기 시작한 게 고2였는데 그땐 음악을 업으로 할 생각은 전혀 없었죠. 제가 살던 중국 동네가 런던처럼 1존, 2존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제가 학교 다니며 살던 곳이 제일 끝인 3존이었어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근데 친구들은 1존에 거의 사니까 친구들이랑 어울리려면 버스 타고 1-2시간은 이동해야 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자연스럽게 ‘뭐라도 해보자’ 해서 기타를 치기 시작했어요. 글 쓰는 걸 좋아하니까 가사도 같이 쓰게 된 거고요.

 

그러다가 고3이 됐는데, 딱히 특출난 분야가 없는 거예요. 당시 국제 학교 음악선생님이 “내가 다니던 학교를 한번 가볼래?” 권유해 주셨던 게 계기가 됐고, 또 장학금도 준다고 해서 미국에 있는 대학교로 진로를 정하게 된 거였어요. 미국에서 가서 2년 정도 학교를 다니다가 군대 때문에 한국에 돌아왔죠.

 

글 쓰는 걸 좋아했나 보네요.

 

기록하는 걸 좋아했던 거 같아요. 일기는 쓰면서도 누가 볼 것 같다는 불안감이 항상 있잖아요. 중학교 2,3학년 때는 그래서 일부러 영어 필기체로 못 알아보게 쓰려고 하고. 국제 학교를 다녀서 중국어보다는 영어가 편했거든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읽고 쓰는 행위에 대해서 파고 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집도 읽고, 문학도 읽고요.

 

 

궁금했어요. [홰홰]는 전 트랙이 다 한글로 구성되어 있는데, 8월에 발매했던 ‘Like No Other’ 같은 경우는 한글이 한 글자도 나오지 않죠. 왜 둘로 나뉠까 궁금했어요. 곡마다 들려주고 싶은 청취자가 다른 건가요?

 

데뷔 앨범을 다 영어로 썼었어요. 그런데 한국 음원 시장에서는 영어 가사만 있으면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주변의 권유를 받아서, 개사를 하게 됐었죠. 이전에는 언어를 섞는 걸 싫어했어요. 왜냐하면 한 언어로 들었을 때 통일감이 있는데 섞이게 되면 청취자가 한번 더 번역해서 들어야하니까요. 청취자를 통일해서 영어는 영어대로, 한국어는 한국어대로, 이렇게 하자라고 해서 썼는데 개사를 하라고 하니까 처음엔 좀 거부감이 있었죠.

 

그런데 해보니 어떤 부분은 영어로 불러야 뉘앙스가 살고 어떤 건 한국어로 개사해도 괜찮은 거예요. 그래서 낸 게 2017년에 냈던 EP [1] 앨범이었고요. 그런데 작년에 몸 담았던 회사를 나오고 관념에 빠졌었어요. 한국어가 더 아름답다고요. 소위 국뽕에 찼다고 하는… (웃음). 그렇게 [홰홰] 앨범을 만들었어요. 앨범 전체에 쓰인 영어 문장이 몇 개 안돼죠.

 

 

[홰홰] 이후에 발매했던 ‘Morning Sun’이라는 곡이 담긴 노래는 해외 여행 하며 써뒀던 노래라 가사가 전부 다 영어였거든요. 미리 써놓은 곡들이기도 하고, 영어로 표현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영어로 앨범을 내봤는데요. 여러 시도 이후로는 영어과 한글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풀린 것 같아요.

 

[도시 단편]도 국뽕에 취해있을 때 만드신 거예요? (웃음)

 

살짝… 있었어요. 그때부터 차오르기 시작했던 거죠. 맞아요.

 

앨범에 대한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꽤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왔어요.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받았을까요.

 

중간에 음악을 그만두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 학위를 따야 하나, 마음먹은 적도 당연히 있었지만 제 안의 열망 덕에 그만 두지 않고 온 것 같아요. 제가 작업 속도가 되게 빠른 편인데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컨펌을 받아야 하고, 제작비를 지원 받아야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제가 내고 싶을 때 바로 내기가 어려운 환경이었어요.

그래서 내지 못한 곡이 몇 년간 쌓였는데, 그걸 다 못 내고 미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든 이걸 내야겠다는 생각에 제가 저의 ‘셀프 제작자’가 되어서 음원을 내기 시작한 거죠.

 

 

그렇게 나온 게 [홰홰] 앨범이군요.

 

네, 그렇게 [홰홰]를 낸 건데 앨범을 내고도 여전히 내고 싶은 곡이 많은 거예요. “지금까지 있는 쓴 곡들을 다 소진을 해보자!” 그래서 또다시 내게 된 게 [파수꾼]이었죠. 회사에 있었을 때나, 미니 앨범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썼던 곡도 몇 가지 섞여있지만 대부분 예전에 쓴 노래들이에요.

 

쌓아뒀던 곡들을 보여주고 싶은 열망이 계속 음악을 이어오게 한 모티베이션이 됐네요.

 

네, 지금 돌아보면 회사의 입장도 이해가 가요. 하지만 회사에서 나오고 순수히 제가 혼자가 됐을 때, 회사에 소속되지 않았을 때 ‘하고 싶은 걸 얼른 확 하자’는 마음이 연료가 되어서 지금까지 혼자서도 음악을 이어온 것 같아요. 일 년 정도 이렇게 셀프 제작자로 활동을 하니까 조금씩 길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이 기간을 더 유지해 볼 수 있겠다 싶어서 다달이 싱글을 내고 있죠.

 

어떤 길이 보이나요.

 

우선 스스로의 작업 스타일을 더 잘 알게 됐어요. 외국에서 왔다 보니까 같이 음악에 대해서 피드백을 주고받거나,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풀(Pool)이 없었는데요. 이제 같이 작업할 수 있는 작업자들도 생겨서 좋아요. 제 주변 사람들이랑 합을 맞춰가면서 2-3년은 더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혼자 음악을 하는 뮤지션에게 그런 ‘풀’, 네트워크 형성은 어려운 일이죠. 알레프는 자연스럽게 형성이 됐나요?

 

몇몇 친구들 덕분인 거 같아요. 알레프 밴드 세션을 도와주던 친구들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다 음대를 나왔으니까 그 친구들 주변에 알음알음 괜찮은 친구들을 소개받았어요. 그러다가 ‘전현명’이라는 친구를 만났는데요. 작업을 하면서 합이 되게 잘 맞아서 쭉 함께 해오고 있죠.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더라고요.

 

[도시 단편](2019), [홰홰](2020), [파수꾼](2021), 20대 후반에 짧지 않은 기간 동안 3부작을 냈어요. 지금 29살이시죠? 어떻게 보면 알레프의 20대 후반의 기록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각각의 앨범에 대해서 그리고 의미에 대해서 말해준다면?

 

재작년에 [도시 단편]을 만들 때만 해도 지쳐있었던 것 같아요. 보컬 아티스트로서의 스트레스도 있었고, 앨범 작업 자체도 좀 힘들었고요. 스스로가 지치니까, 주변에 저희를 도와주는 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으로 만들었던 거죠. 앨범이 잘 돼야한다는 압박을 받으면서도 ‘잘 안된다면?’ 같은 앞서가는 생각들 때문에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당시 일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작업을 했는데, 컴퓨터 한 대랑 마이크 하나 있는 작은 작업실에서 어렵사리 앨범을 만들었죠. [홰홰]부터는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저에게 집중했던 앨범이에요. 소설 쓰는 걸 좋아해서 요즘도 글을 쓰거든요. 단편, 장편 소설들이요. 장편 소설은 공모전에도 출품할 만큼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물론 공모전은 떨어졌지만요. (웃음)

 

[홰홰] 앨범을 봤을 때 단편소설집 같다는 인상을 받은 게 그런 의도였군요.

 

네. ‘이야기’로 만들어진 무언가를 좋아하다 보니까. 앨범도 그렇게 구색을 맞춰서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제목도 다 두 글자로 일부러 통일했었고. 곡이 각각 한 편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되, 앨범 소개를 읽으면 “이게 이런 걸로 이어지는구나” 깨달을 수 있게 하는 게 그 앨범의 목표였는데 잘 됐다고 생각해요.

 

[파수꾼]은 제가 제일 아끼는 앨범이에요. 그 앨범 내기까지가 제일 오래 걸렸어요. 2014년에 만든 곡도 있고. ‘바람들’이나 ‘조금 일찍 알았더라도’는 2015년 쯤에 만들어졌고 나머지는 대부분 군대에 있을 때 쓰거나, 2016~17년도에 작업했던 곡들이에요. 좋아하지만 차마 다 못 냈던 노래들을 모아서 낸 앨범이죠.

 

 

[파수꾼] 앨범 중에 그래도 제일 애정이 가는 곡을 고른다면요?

 

‘파수꾼’을 제일 좋아해요. ‘파수꾼’ 가사에는 [도시 단편]을 작업하며 느꼈던 저의 아쉬움이 담겨 있어요. 주변인들을 챙기고 싶지만 챙기지 못했던, 나의 능력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서 오는 무력함. 자기 자신이 남들에게 미운 사람이 되는 거 같은 초라함들이 담긴 곡인데요. 스스로의 감정에 가장 진실 되게 쓴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 개의 EP가 어쩌면 알레프의 성장의 기록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올해는 매달 한 곡씩 노래를 내고 있어요.

 

제일 큰 이유는 일단 다작을 하고, 그 곡들을 빨리 소진하고 싶고 세상 밖으로 보여주고 싶은 욕구예요. 왜냐면 겪어보니까 EP 앨범 하나를 만드는데도 큰 에너지가 필요한 거예요. 앨범이라는 구색을 맞춰야 하고, 제작비도 많이 들어가죠. 그런데 한편으로 곡의 반응을 미리 가늠할 수 없으니까 리스크가 있는 것에 비해 싱글은 좀 더 가볍게 낼 수 있어서 좋아요. 시장의 흐름이라는 게 있고 그 물살을 같이 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음원을 자주 내서 ‘노출’이 일단 많이 되야겠다는 게 두 번째 생각이었고요.

 

세 번째로는, 그냥 마음이 편해요. 제가 작업을 다 하고도 마음에 안들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일단 내고 보겠다는 마음이요. 저는 어차피 세상 밖으로 곡을 내보내면 그 이후로는 상관 안 해요. 평가는 어차피 청취자들이 하는 거기 때문에. 물론 각 곡에 대한 의미는 있지만, 발매하고 나서는 “알아서 너네가 자생해서 살아라 곡들아~내가 너희를 곳간에 꿍쳐 두지 않겠다.”라는 마음인 거죠. 오히려 그 편이 곡들한테도 좋은 것 같고요.

 

 

매달 내는 것에 대한 압박은 없나요? 영감이나 체력이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거나요.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힘이 나요. 많이 작업을 하고 이걸 바로바로 내니까. 스스로 나름 부지런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한 번 늘어지면 정말 한없이 늘어지는 편이어서요. 작업을 하는 게 스스로 채찍질하는 느낌도 있어서 오히려 괜찮아요. 근데 최근에 1년 반 정도하다 보면 지치는 타이밍이 있겠다고 요즘 느끼고 있어서, 계획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금처럼 하다가 EP 준비하면서 쉼도 좀 가지려고요. 페이스를 맞추고 있죠.

 

매달 낸 음원을 묶어서 낼 계획도 있나요?

 

내년 1월쯤 아카이브 개념으로 앨범을 묶어서 하나 내려고요. [2021 아카이브]로 해서 3월부터 12월까지 낸 노래, 그 외에 2-3곡 추가해서요. 곡이 1년만 지나도 낡은 곡이라는 평가를 받는 시대인데, 그런 걸 좀 무마하면서 재조명 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까요. (웃음)

 

 

그럼 매달 지금까지 낸 싱글 중에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요?

 

‘Instant Lover’요. 일단 작업이 엄청 간단했어요. 마이크도 원래 콘덴서 마이크를 쓰는데 유독 다이내믹 마이크를 쓰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4만 원짜리 SM58 마이크를 썼는데 오히려 다이내믹 마이크가 주는 느낌이 곡이랑 잘 맞아서 놀랐어요. 실험적인 부분이 잘 살았고, 부르기도 쉽고. 모든 게 편했던 것 같아요. 반면에 제일 힘들었던 곡이 ‘순애보’라는 5월에 낸 곡인데. 그 곡은 과정에서 레트로함을 살리려고 테크닉이랄까, 가성이나 이런 걸 사용하는 데 있어서 힘들었어요.

 

알레프 노래를 이야기할 때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수 없어요. [파수꾼]까지는 굉장히 시적이고 무거운 가사들이 많았어요.  

 

이성에 대한 사랑 노래를 쓰는 걸 시도를 많이 했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가사를 다 뒤집어엎게 되는 거예요. 결국 맘에 드는 가사를 보면 스스로에 대한 고찰과 관련된 가사가 많았어요. 마음에 어떤 빈 감정들을 담아내야 직성이 풀리더라고요. 마음의 그런 빈 공허함들을 가사로 풀어내면서 스스로 치유하는 편인데 너무 적나라하게 담아내면 듣는 사람들이 불편해 할 것 같아서 은유적으로 많이 담아내는 편이었죠.

 

근데 주변 친구들이 어렵고, 못 알아듣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피드백을 들은 이후로 ‘내가 굳이 가사를 어렵게 쓸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좀 덜해진 것 같아요. [파수꾼] 다음 앨범부터는 좀 더 의미를 줄이고 직설적으로 쓰고 있어요. 좀 더 표면적으로 드러내려고 하고요. 가사에 대한 그런 사소한 변환점이랄까, 그런 게 스스로 보이니까 스스로에 대한 에너지가 되기도 하는 거 같아요.

 

가사를 쓸 때나, 노래를 만들 때 가장 동기 부여가 되는 감정이 어떤 것들이예요?

 

[파수꾼] 때까지는 우울감, 공허함이었다면 그 이후에는 평정심인 거 같네요. 요즘 뭐가 없어요. 걸리는 게 없으니, 막 쓰면 나오더라고요. [파수꾼] 이전에는 어떤 감정에 심취해서 썼다면 지금은 편안한 상태예요. 이것저것 끄적이다가 ‘이거 마음에 드네’하면 그 소절이 출발점이 되기도 하고요. 요새는 물 흐르듯 가사도 편안한 상태에서 잘 쓰는 것 같아요.

 

 

지금은 직업으로서 뮤지션 같네요. (웃음) 때 되면 책상에 앉아서 차분히 노래 쓰고, 매달 노래 내고.

 

맞아요. 아, 근데 어떤 소절이 출발점이 돼서 노래를 만들더라도 평정심의 상태와 어떤 감정에 취해 있는 상태와는 또 다른 게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완전히 평정심이라고만 이야기할 순 없겠네요. 가사는 짜깁기를 할 때도 있고, 직업인처럼 이것저것 탐구하는 느낌이라면 곡을 쓸 때는 확실히 어떤 무드가 필요한 거 같긴 해요. 기쁜 무드의 멜로디를 슬픈 상태에서 쓸 순 없으니까요.

 

그럼 요즘 제일 영향을 받는 존재는 뭔가요?

 

전 자연? 아티스트를 이야기하면 끝도 없죠. 20대 초반에 좋아했던 제이슨 므라즈, 제이미 칼럼… 포크, 재즈, 락에 돌아가면서 빠지고 음악을 듣고 하면서 아티스트한테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20대 중반이 되니까. 어르신들 왜 나무 사진 찍고, 꽃 사진 찍으시는지 너무 알 거 같아요.

 

(카페 창문 밖으로 보이는 맞은편 건물 벽을 가리키며) 문득 저런 돌로 된 벽을 보면서도, 지하철 창문으로 잠깐 보이는 한강을 보고도. 바쁜 도시에서도 저한테 평정심을 주는 존재들이 그런 자연이라, 자연에서 가장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알레프에게서 묻고 싶던 질문이 있어요. 만약 알레프가 스스로, 알레프를 하나의 단어로 설명한다고 하면 어떤 단어로 표현하고 싶은지요.

 

음, 요새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이요. 걱정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 편히 지낸다는 뜻이잖아요. 있는 듯 없는 듯한데, 보면 그대로 있는? 그런 느낌이에요. 지금 제가 그런 느낌의 생활을 주로 하기도 하고요. 일상도 주로 집-작업실 반복이고, 코로나19 때문에 돌아다니는 데도 제약이 있으니까요. 근데 제 곡도 그런 것 같아요. 아는 사람들은 알고,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고. 아는 사람들은 편하게 부담 없이 듣기 좋다고 하셔서, 제 음악은 ‘유유자적’ 하면서 틀어도 좋지 않은 음악일까 싶고요.

 

 

내년엔 어떨까요?

 

내년엔 좀 바뀌지 않을까요. 제가 다음, 다다음으로 낼 곡들이 색깔이 조금씩 다른데요. 기존 알레프와 조금 다르지만 팬분들이 부담 없이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실험을 하고 있거든요. 만약 R&B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싶으면 R&B 부담 없게 조금씩만 섞어서 만들고 있거든요. 하지만 내년에는 알레프가 한 색채를 뚜렷하게 낼 생각이어서 그때는 다른 단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지금은 내년을 위한 선택적 ‘유유자적’의 기간이라고 봐야겠네요

 

그렇죠. 지금은 궁금했던 것들을 시도해 보고 데이터를 모으는 시기인 것 같아요. 기존 알레프가 기존에 포크와 락과 팝의 색을 가져갔다면, 타 장르들을 섞는 시도를 하고. ‘아 내가 이 음악에 묻었을 때 이런 식으로 표현이 되는구나’라는 걸 직접 경험해가면서 알아가고 있으니까요. 조금씩 어떤 장르는 좀 더 깊게 표현해 봐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기고 있죠. 그래서 내년에는 올해 냈던 곡 중에서 ‘이 색깔이 맘에 들었었지?’ 하는 색들을 뚜렷하게 하는 과정일 것 같아요. 올해 친 곁가지들을 더 깊게 파는, 마인드맵을 확장시키는 해가 되겠네요.

 

‘월간’이 그럼 실험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네, 맞아요. 다분히 저의 만족을 위해서 내는 앨범이죠. 스스로의 진로 상담 같은? (웃음)

 

 

미끼를 던지면서 대중들의 반응을 보고요.

아티스트들은 어느 한 색깔로 국한되고 싶지 않아 하잖아요. 물론 30대든, 40대든 언제 해도 이 실험들이 늦은 건 아니겠지만 지금의 제 에너지와 그때의 에너지가 너무 다를 것 같은 거예요. 29살인 제가 낼 수 있을 때 많이 많이 내보려고요. ‘이 장르 좋아했었지.’, ‘이 느낌으로 내보자.’라며 스스로 생각하면서요.

 

앞서 알레프를 단어로 표현하면 ‘유유자적’이라고 했어요. 그럼 한 권의 책으로 비유를 해서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의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라는 책을 꼽고 싶어요. 파블로 네루다가 칠레의 공산당 출신의 시인인데요. 그런 작가의 배경을 제외하고 읽더라도, 자연을 굉장히 잘 풀어냈어요. 자연이 요즘 제일 좋다 보니 그런 거 같아요. 파블로 네루다 책을 다시 읽고 있는데 진짜로 충만한 힘은 자연에 대한 느낌에서 오는 거 같아요.

 

 

최근에 발매한 ‘Night and Night’은 어떤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건가요?

 

사실 ‘Night and Night’은 만든지 오래 안된 노래예요. 저번 달에 만들었거든요. 요즘 한밤중에 밖이 너무 소란스러운 거예요. 주택가에 살고 있는데 저녁만 되면 취객들이 넘쳐나고, 이른 새벽에는 어르신들 소리에 잠이 깨기도 하고요. 외부인들의 소리 때문에 조금 괴로워서… (웃음). 그래서 쓰게 된 노래예요. 방해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요.

 

앨범 소개를 보면 ’고요함 속 스스로가 내는 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이라고 적혀 있어서 굉장히 상상하게 됐는데 그런 생활적인 비하인드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재밌네요. 앞으로는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데이터를 구축하는 게 현재, 29살의 알레프라고 하면, 30대에는 파악하고 수집한 것으로 “와 정말 잘 만들었다”라는 생각이 드는 앨범을 내고 싶어요. 지금은 저라는 아티스트의 색채가 굳어지기 전에, 확고해지기 전에 이것 저것 덧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만의 색깔을 만들어내서 한 앨범을 장편소설처럼 풀어낼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그게 바로 알레프의 정규 1집이 될 거라고 기대해봐도 될까요?

 

네. 앞서 말씀드린 내년 1월쯤 낼 아카이브 앨범을 제외하고요. 아마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 상반기를 목표로 준비 하게 되겠죠. “알레프가 이제 뭘 하는지 알겠다”라는 느낌이 들었으면 하는 거죠. 쓰고 싶었던 악기부터 곡의 퀄리티까지. 쓰고 싶은 재료들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아티스트요. 지금의 알레프는 가성비 기준으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만 하자는 생각인데, 점점 더 상황이 나아지면 음악 색깔뿐만 아니라 곡에 대한 퀄리티도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양한 협업들도 많이 하면서 더 재밌게 하는 게 목표인 거 같아요.

 

지금은 새롭고 재밌는 걸 시도해 보는 시기인 거네요?

 

네. 근데 그 새롭고 재밌는 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기엔 아직 무리인 거 같아요. 아직까진 혼자 작업하는 게 좋고 편해서요. 몇 사람이 합쳐졌을 때 산으로 가는 게 싫고요. 지금은 혼자 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올해는 오로지 혼자서 실험하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내년, 내후년쯤은 다른 분들과의 작업도 고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고, 이 인터뷰를 듣고 알레프님의 노래가 궁금해서 들어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추천 하는 가장 ‘알레프’스러운 노래? 제일 먼저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곡, 추천해 줄 수 있을까요?

 

‘파수꾼’이요. 저를 제일 잘 표현한 노래여서요. [파수꾼] 앨범에서는 ‘파수꾼’이랑 ‘호랑이의 숲’을 추천해드리고 싶고 그 이외에는 ‘홰홰’라는 곡을 추천하고 싶어요. 그 곡에 담은 메세지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라는 건데요. 저 역시 아티스트로서 지금도 그렇게 느끼고 있고. 그 생각으로 열심히 고민하며 곡을 만들고 있거든요. 알레프를 경험하고 싶다면 [파수꾼]부터 앨범을 시간 역순으로 들어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Photographer | Park Young Jun @khuss_goods
Stylist | Jo Hye Su @sooksmell
Hair & Make up | Kim Jung Hyun @_beenb


Interview | 이진수 (GQ KOREA 에디터) @offblue

김예림 (Lim Kim)

 

세이렌이 건져 올린 김예림의 목소리

 


 

Lim Kim이 [MAGO] 이후 4개월 만에 새 싱글 [FALLING]으로 돌아왔다. 신화 속 존재인 세이렌에서 모티브를 얻어 주조한 [FALLING]에서 Lim Kim은 회상을 통해 기억의 시간축을 움직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끊임없이 횡단한다.

발매로부터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일찌감치 뮤직비디오가 100만 뷰를 돌파하는 등 자신의 파급력을 실시간으로 몸소 증명 중인 Lim Kim. 그를 만나 신곡 ‘FALLING’을 비롯하여 그간 Lim Kim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았다.

 


 

4개월 만에 신곡 ‘FALLING’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보내셨나요?


일단 최근에는 싱글 발매 후 여러 가지 활동들을 계속 하고 있고요. 인디펜던트로 활동하고 있다 보니, 대부분의 활동에 집중하는 시간들로 많이 보내는 것 같아요.


직접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정신없겠어요.


사실 스케줄 자체가 너무 빡빡해서 힘든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웃음). 단지, 제가 직접 출연하는 방송이나 프로그램에서 최대한의 모습을 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그런 측면에서 에너지들을 많이 쓰게 되네요. 제 스스로의 욕심일 수도 있고요.

 

최근엔 <비긴 어게인>을 통해 오랜만에 TV 출연을 하기도 했죠. 실없는 질문이지만, 가족들이 좋아하셨겠어요. (웃음)

 

네네. 아무래도 엄마 아빠는 다른 활동보다 TV에 나오는 걸 훨씬 좋아하시니까요. (웃음)

 

 

본격적으로 새 싱글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해요. [FALLING]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세이렌에서 모티브를 얻은 노래로, 과거에 대한 회상에서 출발해 미래로 자유롭게 나아가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런 측면에서, 과거의 저를 회상하게 하는 목소리가 보컬적인 요소로 들어가게 되었고요.

 

흥미롭게도 최근작인 [MAGO] 역시 한국 신화에 등장하는 마고할미를 주제로 하고 있어요.

 

[MAGO]는 브랜드 미스치프(MISCHIEF)와 함께 발매했던 노래였는데, 당시 미스치프의 컬렉션이 <MAGO> 였어요. (웃음) 그래서 MAGO라는 주제가 처음부터 정해진 상태에서 저의 생각을 담았던 케이스였고, [FALLING]은 ‘회상을 일으키는 노래’를 이미지로 옮겼을 때 세이렌에 다다랐던 경우라 약간 접근이 달랐어요.

 

바다의 여신 세이렌은 신화 속 인물이잖아요. 평소 판타지나 신화에 관심을 많이 두는 편인지, 아니면 어떠한 계기에 의해서 불현듯 세이렌 모티브를 얻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세이렌은 노래로 사람들을 유혹하는데, 사람들의 익숙한 무언가를 불러내어서 유혹하게 될 테잖아요. 그 과정에서 ‘회상하는 노래’를 부른다는 아이디어가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신화 속 세이렌을 그저 신비로운 이미지로만 생각했는데, 그런 비화들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니 작업하면서도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예전에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듣고 ‘인어 목소리 같다’던 평도 떠올랐고요. (웃음)

 

세이렌의 단편적인 요소에서 한층 더 생각한 고민의 결과물이네요.

 

그렇죠.

 

 

목소리 얘기가 나왔으니, 질문을 또 이어가 볼게요. 전작과 달리 이번 싱글에서는 보컬적인 측면이 더욱 부각되었어요.

 

맞아요, 이 노래엔 회상을 갖게끔 하는 보컬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음악적 측면에서의 회상도 충족하지만, 또 사람들이 기억하는 김예림의 목소리에 대한 회상이기도 해요.

 

목소리가 음악을 완성하는 일종의 도구처럼 사용되었네요.

 

예전 인터뷰에서 얘기한 적 있는데, 제가 지금 말하는 목소리와 노래할 때 목소리가 다르잖아요. 그때그때 작품에 따라 ‘제가 되어야 할 무언가’가 정해지면 거기에 맞게 가사부터 목소리까지 모든 적합한 메이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의도한 부분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유독 이번 앨범 댓글에서 예전 김예림의 목소리를 좋아하던 팬들의 반색이 자주 보여요.

 

맞아요. 그런 반응을 보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웃음)

 

 

앨범과 함께 공개한 뮤직비디오는 현재 100만 뷰를 돌파했네요. 형식적인 질문이지만 소감이 궁금합니다.

 

어떤 뮤지션이라도 당연히 그렇겠지만, 열심히 작업한 결과물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질 거예요. 감사한 일이죠.

 

트랙 프로듀서로 DPR CREAM이 참여했어요. 림킴님과의 첫 협업인데,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2~3년 정도 전에 DPR 크루 멤버 중 한 분께 연락이 와 같이 만난 적이 있어요. 그 자리에 DPR CREAM씨도 계셨고, 나중에 한 번 기회가 되면 작업하자고 얘기를 나눴어요. 그렇게 인연이 닿았다가 한동안 서로 연락이 없었는데, 갑자기 DPR CREAM과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DM을 보냈더니 흔쾌히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작업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FALLING]의 스케치나 데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DPR CREAM이 적임자로 떠올랐을까요, 아니면 어떠한 작업물을 그와 함께 본격적으로 같이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이었을까요.

 

후자인 것 같아요. DPR CREAM과 같이 작업하기로 한 이후로 만날 때마다 계속 작업을 이어갔어요. 어느 날엔 EP (Electric Piano) 만들고, 또 만나서는 보컬 라인 조금 만들어보고. 그렇게 처음부터 같이 두 달 만에 작업한 노래라 할 수 있어요.

 

이전 작품들보다 확실히 인터뷰나 라디오/방송 출연의 빈도가 높아졌어요. [FALLING]을 통해 이전에 많이 만들지 못했던 대중과의 소통을 갖고 싶다는 의중이 있었을까요.

 

그런 측면이 아예 없지 않고, 확실히 출연 횟수가 많아진 것도 맞지만요.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에게 제 모습을 보이고 제 음악을 들려주는 게 저의 직업이기도 하잖아요. 물론 이전에도 일부러 출연을 안 한 것은 전혀 아니지만요. (웃음)

 

 

누군가는 분명 오해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Lim Kim으로 다시금 등장했을 때 모든 것이 달라졌잖아요. 이름부터 시작해 장르적 색채, 음악적 태도까지 전부요.

 

사실 Lim Kim은 저의 영어 이름이기도 해서, 활동명을 영어로만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당시 있었는데 ‘이름을 완전히 바꿨다’고 많이들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마침 음악 스타일도 많이 바뀌다 보니 더욱이 그런 크고 작은 오해들이 생겼던 것 같고요. 저는 시리어스한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되게 열려있는 사람이거든요 (웃음). 이런 오해들을 앞으로 더 쌓지 않으려면 저의 오픈된 모습을 더욱 보여드려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최근에 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SAL-KI]가 워낙 임팩트가 컸기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아무래도 이렇게 소통할 기회도 많이 없었고, 오래 쉬다가 갑자기 이런 음악을 시도하다 보니 (웃음) 그런 오해가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이번 싱글을 발표하면서, 음원 플랫폼 내 아티스트명을 “Lim Kim”에서 “김예림 (Lim Kim)”으로 병기 표기했어요. 지금까지 얘기 나눴던 내용들과 맞닿아있는 지점이라 생각해도 좋겠네요.

 

네. 사실 저는 그냥 Lim Kim이면서 김예림이기도 하잖아요. 이름도 김예림이고 (웃음). 오늘 한 TV 프로그램 사전 인터뷰를 하고 왔는데요. 작가님께서 “Lim Kim을 부캐라고 소개해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인간 김예림의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나타내는 방법이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구분하진 않았으면 해요.

 

[SAL-KI]와 [GENERASIAN]을 발표하던 2019년 당시에도 그 생각은 같았을까요.

 

항상 제 마음에 충실했던 거 같아요. 제가 가장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음악으로 발표하고 싶었고, [SAL-KI]와 [GENERASIAN]때도 마찬가지였죠. 그때 당시에 제가 너무나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다 토해냈어요. 원래 사람이 화를 내고 나면 힘을 소진하고 고요해진다 하잖아요. (웃음) 저에게 지금 그런 시기가 찾아온 것 같아요. 인간 김예림으로서 생각했을 때, 어떻게 보면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고요. 사람은 계속 변화하고, 그러한 흐름에 저는 계속 충실해지는 것 같아요.

 

(WONDER! by Lim Kim 바로가기)

 

이제는 조금 가벼운 질문을 드리려 해요. 포크라노스의 플레이리스트 컨텐츠인 <WONDER!>를 통해 여러 음악들을 선곡해 주셨지요. 빛과 소금이나 유재하의 음악들이 빌리 아일리시나 브록햄튼과 같은, 소위 트렌드한 넘버들 사이에 섞여 있어 흥미로웠어요.

 

음악은 예전부터 장르 상관없이 다양하게 들어왔어요. 주제가 ‘저녁에 혼자 방 안에서 있을 때 시간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이다 보니, 그에 걸맞은 음악들을 선곡하게 됐던 것 같아요. 요즘 활동기에 노래를 부를 일이 많았다 보니 보컬 중심의 팝을 많이 듣기도 했네요.

 

여가는 주로 어떻게 보내시나요.

 

제가 별거 안 하긴 하는데요. (웃음) 혼자 시간을 보낼 땐 산책하거나 커피 마시러 카페에 주로 가요.

 

평이하네요. (웃음)

 

혼자 처리해야 할 것들이 워낙 많다 보니까요.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서 여러 행정적인 업무까지 아우르고 있는데, 힘에 부치진 않아요?

 

인디펜던트의 단점이라 말하는 그런 일련의 업무들이 물론 혼자 다 해내기엔 어려운 일들이긴 하지만 ‘못할 일은 아니다’. 딱 이 정도인 것 같아요. (웃음)

 

인터뷰도 어느덧 막바지입니다. 차기작을 비롯해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활동과 조금씩 병행하면서 꾸준히 신곡을 작업하고 있고요. 정규 앨범 단위의 규모 있는 앨범에 관해서도 항상 고민 중이에요. 코로나로 해외 활동에 여러모로 제약이 있지만, 내년에는 해외 페스티벌을 비롯해서 더 넓은 음악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Interview | 키치킴

전진희 (Jeon Jin Hee)

 

전진희의 새로운 도전

 


2집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라는 앨범 제목부터 새 EP의 제목, 타이틀곡 ‘여름밤에 우리’까지 전진희의 최근 음악에는 유독 ‘여름’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전진희의 새 앨범 [summer,night]의 댓글에 “짙은 여름색 전진희”, “여름엔 전진희, 겨울엔 강아솔”과 같은 내용이 달리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심지어 어떤 이는 “싫어하던 여름도 좋아졌어요”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전진희는 여름에 관하여 “정말 싫은 계절이었다”라고 언급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이 사랑을 이야기하는 타이틀곡 ‘여름밤에 우리’에 대해서는 “울컥하게 만드는 곡”이라고 설명한다.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답이지만, 아래의 인터뷰를 끝까지 읽고 나면 그의 말이 어떤 의도였는지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연주 앨범 [Breathing]과 음악 동아리 ‘작은평화’의 추후 계획 그리고 전진희가 준비하고 있는 ‘비밀 프로젝트’까지 그의 팬이라면 놓치면 안 될 내용이 가득하다.

 


 

 

지난 7월 1일에 EP [summer,night]이 발매됐죠. 그때와 지금은 날씨도, 상황도 많은 게 바뀌었는데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지금까지 앨범을 많이 냈는데 그중에서도 반응이 뜨거웠어요. 섭외부터 동료, 팬분들의 피드백까지 연락을 많이 받았거든요. 발매 당시의 날씨가 ‘rain, summer, night’이나 ‘night’를 듣기 좀 그랬다면, 지금은 딱 좋아진 것 같아요.

 

EP [summer,night]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여름밤에서 느껴지는 여러 가지 정취와 기분을 담고 싶었어요. 어느 날 돌아보니 제가 여름에 관해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름에 관한 곡이 쌓였어요. 그것들을 나중에 정규 앨범에 잘 섞어서 풀 것인지 아니면 한 번에 모을 것인지 고민하다가 모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완성된 앨범을 듣다 보면 여름밤의 심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기분이 들어서 재밌네요.

 

 

이번 EP도 그렇고 전진희 님의 음악에서는 ‘여름’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이더라고요. 여름을 좋아하시나요?

 

사실 여름은 정말 싫은 계절이었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을 ‘비수기’라고 표현하곤 했을 정도예요. 여름에는 발라드 듣기 싫어지잖아요. 저 같아도 무더운 날씨에 지치고 진이 빠지면 흥을 돋워주거나 살랑살랑 흔들 수 있는 음악을 들을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여름이 비수기가 아닐 수 없을까’라는 생각에 꽂혔어요. 나도 여름을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동시에 싫은 것 투성이였던 여름이 끝나는 게 서운하다는 생각이 몇 해에 걸쳐서 들었어요. 잠도 안 오고, 에어컨 바람은 너무 싫고, 버틴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 여름이 9월 1주 차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확 끝나버리잖아요. 이런 점이 어쩌면 사랑이나 감정, 세월같이 지나가 버린 것들과 되게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당시에는 견디느라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까 아름다운 거예요. 쨍한 햇빛과 살아있는 것 같은 나뭇잎의 색, 비 내린 후의 하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하늘의 색은 여름에만 볼 수 있던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여름에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타이틀곡 ‘여름밤에 우리’는 그런 내용이 담겨 있겠네요.

 

‘여름밤에 우리’를 만들면서 느리고 슬픈 음악을 만들 때보다 더 울컥한 감정을 느꼈어요. 제가 솔로로 낸 곡 중에서 BPM도 가장 빠르고, 신나고 밝은 느낌인데도 곡이 완성될수록 이상하게 울컥하더라고요. 듣다가 차 안에서 눈물이 흐르기도 했고요.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이 곡은 결국 여름밤이 그리워서 만든 곡인 것 같아요. 제가 젊었던 때에는 젊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그러다 서른이 훌쩍 넘은 시점부터 ‘끝나버린 건가? 생이라는 게 사실 이때 끝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벽을 마주친 것 같았어요. 인생이라는 게 고독한 게 아닌가 싶었고요. 그런 감정에 휩싸였을 때가 이 곡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젊은 날의 젊음에 대해 곱씹고, 생각하고, 지금은 어떤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 곡의 가사가 나오고, 멜로디가 나오고 또 사운드가 나오게 된 거죠.

 

 

곡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앨범 아트워크도 비슷한 맥락일까요?

 

사람들이 ‘여름밤에 우리’를 듣고 나서 밝고 반짝이는 여름밤의 이미지가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거든요. 근데 제게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지금 앨범 아트워크 사진을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어요. 고독하고 차가운 여름밤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리운 ‘여름밤’이 가사와 멜로디에서 드러났다면 ‘우리’라는 부분은 wave to earth의 피처링으로 구현된 것 같아요. 전진희 님의 목소리 위로 피처링 게스트의 목소리가 쌓이는 방식으로요.

 

편곡자인 김다니엘 씨의 의도였어요. 제가 노래를 다 부른 뒤에 김다니엘 씨가 어느 부분을 맡을지 고민을 많이 했죠. 아무리 생각해도 제 목소리가 빠지면 좀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목소리는 중심으로 가고, wave to earth의 목소리가 작게 등장해서 뒤로 갈수록 존재감이 점점 커지는 식으로 완성이 됐어요. 저는 그게 정말로 너무 좋았어요. 그 다이내믹 때문에 울컥했던 것 같아요. 제가 혼자였던 날을 그리워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때는 더 많은 사람이 함께였으니까요. 다 같이 있는 그림이 그려지면서 어디론가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사운드에서는 넓게 퍼져있는 소리에서 여름밤의 정취가 표현된 것 같아요.

 

믹스할 때도 와이드한 사운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죠. 저도 소리 톤에서 장면이 그려지는 걸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역시 저보다는 편곡을 해준 김다니엘이 더 많이 고민했겠죠. (웃음)

 

전진희 님의 지난 음악들을 좋아하시던 분들은 ‘여름밤에 우리’를 듣고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제 목소리는 전혀 록이 아니지만, 어쨌든 피아노라는 주체를 조금 벗어났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피아노가 저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면, 제가 자주 듣는 음악은 원래 이런 음악이거든요. 피아노 위주나 슬픈 곡을 찾아 듣는다기보다는 얼터너티브한 음악을 항상 곁에 두고 있어요. 사운드를 유심히 연구해보기도 하고요. 실제로 wave to earth가 하는 음악의 사운드를 정말 사랑해요. 음악을 듣자마자 이 친구들한테 연락해야겠다 싶었어요.

 

 

어떻게 본다면 사랑하는 그 소리를 표현할 기회가 적었던 거네요.

 

1집 [피아노와 목소리]는 제목 그대로 피아노와 목소리로만 만들겠다고 스스로 약속을 했었어요. 2집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에서부터 제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던 것 같아요. ‘낮달’에는 그런 시도가 담겨 있고요. 들어보시면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레이어가 되어 있어요. 제가 좋아하고, 추구하고 싶은 사운드를 조금씩 건드려본 거예요.

 

말씀해주신 ‘본질’이란 무엇인가요?

 

제 본질은 피아노에 있다고 생각해요. 피아노 연주로만 구성된 ‘rain, summer, night’를 1번에, 피아노와 목소리로 구성된 ‘night’를 마지막에 넣은 이유도 비슷해요. 저에게도 모험이었어요. ‘여름밤에 우리’는 여름과 당연히 어울릴 거로 생각했는데, 나머지 두 곡은 자투리 곡이 될 것 같아서 속상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비 오는 날이나 여름밤의 감정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생각보다 여름을 고독하게 보내시는 분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night’가 끝난 뒤 앨범을 연이어 들으면 세 곡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저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묻어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rain, summer, night’는 저의 본질이고 ‘여름밤에 우리’는 제가 조금 더 시도해보고 싶은 거예요. ‘night’는 1집 [피아노와 목소리]와 2집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를 만들 때의 제 기분과 관련이 있고요. 그래서 세 곡을 하나의 앨범으로 만들었어요. 세 곡이면 싱글 사이즈인데 EP라고 이야기한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인트로, 아웃트로의 개념이 아니라 저라는 사람이 확실하게 담겨있는 것 같았거든요.

 

한편으로 ‘rain, summer, night’는 지난 연주 앨범 [Breathing]과 연결되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요.

 

의도했어요. 친구들은 제게 ‘rain, summer, night’가 아깝다고, 앨범에 안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거든요. 다른 연주곡을 모아서 두 번째 연주 앨범에 수록하는 게 어떻겠냐고요. 저도 ‘여름밤에 우리’ 앞뒤로 이 곡들을 섞으면 이도 저도 아닌 앨범이 될 것인지, 아니면 정말 저다운 앨범이 될지에 관한 고민이 있었죠. 발매 3주 전까지도 고민하다가 수록하기로 마음을 굳혔어요. 결과적으로 잘했다 싶어요.

 

 

[Breathing]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당시 앨범을 ‘살려고 만든 앨범’이라고 언급하셨었는데요. 앨범을 만드는 과정이 회복에 도움이 되었을까요?

 

현재진행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앨범을 냈던 당시에는 인터뷰나 기사에서 마치 회복이 다 된 것처럼 나왔었는데요. 거기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내가 이 정도까지 이야기하고 다녔으면 당연히 회복해야지” 같은 식으로요. 저 자신에게도 ‘회복이 됐다’라고 되뇌었고요. 근데 사람이 쉽지 않더라고요. 다시 돌아간 때도 있었고요. 그래서 현재진행형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어쨌든 회복하려고 앨범을 만든 것은 맞아요.

 

[Breathing]은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공개하시던 연주곡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죠. 회복을 위해 연주를 하셨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따지자면 제게는 [Breathing]에 들어가 있는 곡들을 만들고, 연주하는 게 가장 자연스러워요. 그 앨범은 애를 써서 만든 게 아니라 뱉듯이 나온 앨범이거든요. 늘 가사가 있는 음악을 발표해왔지만, 사실은 그게 저인 거예요. 지금까지 연주 앨범을 내지 않았던 이유는 일단 제게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재즈 연주에 가까운 방향으로 앨범을 만들까 싶다가도, 제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들은 [Breathing]에 수록된 곡들이니까요. 그러다 제 안에서 확신이 생겼을 때쯤 [Breathing]이 나왔죠. 가사와 노래가 있는 곡들이 먼저 나오면서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제 시초는 [Breathing]처럼 피아노로 표현된 곡들이에요. 지금도 쌓여있는 연주곡들이 많아요. 언젠가 자연스럽게 또 다른 연주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뱉듯이 나온 앨범’이라는 점에서 [Breathing]도 일종의 재즈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정말 존경하는, 재즈를 하시는 교수님이 제게 “[Breathing]도 재즈 아냐? 다 즉흥으로 한 거라면서”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재즈라는 장르에 대해 더 많은 연구와 자기 단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재즈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난 6월에도 사운드클라우드에 ‘Breathing in June’을 업로드하셨어요. 처음 업로드할 때와 지금은 심정이나 상태가 많이 다르실 것 같아요.

 

상황은 확실히 다르긴 하죠. 그런데 저라는 사람은 변함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여전히 요동치는 감정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저를 덮치고 먹어 삼킬 것 같은, 좋지 않은 감정들을 이겨내려고 어떻게든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 6월의 호흡에는 아마도 그런 마음이 담겨 있었겠죠.

 

[Breathing]에는 어떤 음악이 담겨있나요?

 

당시 저는 음악적으로 저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지쳐있었어요. 평생 열심히 연습하고, 음악을 만들고, 일하며 살았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증명해야 하나 싶었어요. 제가 왜 증명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고요. [Breathing]은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음악이에요.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것들이거든요.

 

전진희라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담겨있는 게 가장 중요했던 것이네요.

 

자연스러움이라는 의도와는 달라서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렸다가 지운 음악들도 있어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다 보니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생기고, 저도 곡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이 느껴지더라고요. 매달 호흡하겠다고 했는데 어쩌지 싶어서 30일, 31일 밤에 뭐라도 해보겠다고 피아노 앞에 앉은 적도 있어요. (웃음) 그렇게 억지스럽게 나온 곡들은 올렸다가 지우고, 지우지 않더라도 앨범에는 넣지 않았어요.

 

 

[Breathing]은 ‘Breathing in January’부터 ‘Breathing in December’까지 내림차순으로 구성되어 있죠.

 

아무래도 12개월을 넣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았어요. 제가 이걸 4월에 시작했으니 4월부터 시작하는 게 맞지 않나 싶었는데 그래도 1월부터 12월까지 순서대로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수록곡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조회수였어요. 7월, 10월이 가장 높았고요. 10월은 ‘Breathing in October’입니다. ‘Breathing in October Ⅱ’는 그냥 제가 좋아해서 넣었어요. 하나만 넣어도 되는데, 그렇다고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첫 번째 10월을 뺄 수는 없잖아요.

 

타이틀곡이 ‘Breathing in September’인 것도 조회수의 영향인가요?

 

아니요. 그냥 제가 제일 좋아해서 골랐어요. 생각해보면 저는 어렸을 때부터 타이틀곡을 잘 안 들었거든요. 같은 가수를 이야기해도 저는 9번, 10번 같은 자투리 곡 좋아하고, 정작 타이틀곡은 못 외웠어요. [Breathing]도 ‘Breathing in October’가 청취수가 가장 많으니 타이틀곡으로 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는데 제가 밀어붙였죠. 후회하고 있어요. (웃음)

 

본인을 기록하는 식으로 만든 곡이라면, 당시의 감정이나 상황이 담겨있을 것 같기도 해요.

 

‘Breathing in October’는 불안장애가 생긴 첫해에 쓴 곡이고 ‘Breathing in October Ⅱ’는 두 번째 해에 쓴 곡이거든요. 1년의 세월이 흘러서인지 곡의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첫 번째는 10월의 덥기도, 춥기도 한 쓸쓸한 날씨 있잖아요. 병원에서 나와서 그 날씨 속을 천천히, 무겁게 걷는 느낌이라면 두 번째의 10월은 조금 가볍고 산뜻해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지금도 계속 기록하고 계시죠.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이걸 3년이나 할 필요는 없잖아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요. 근데 댓글이 꽤 달려요. 제가 정식으로 발매한 앨범들보다 더 날 것의 댓글이요. 다이렉트 메시지도 많이 오고요. 이 음악들이 사람들의 날 것 같은 마음을 꺼낼 수 있나보다 싶어요. 동시에 2018년과 2021년의 7월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어쨌든 자연스럽게 나오는 소리라면 아무 욕심 없이 기록하자는 생각으로 한 것 같기도 해요. 앨범도 아무 욕심 없이 만들었으니까요.

 

아티스트로서 꾸준함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게 있으신 걸까 싶었어요.

 

책임감으로 하면 못할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다른 얘기지만, 앨범도 즉흥적으로 내요. 언제부터 앨범을 만들고 이때쯤 내야겠다는 계획을 짜고 움직이지 않아요. [summer,night]도 발매 한 달 반 전에 계획을 세우고 무작정 날짜를 여쭤봤어요. 진상 고객 같은 거죠. (웃음) ‘낮달’도 그랬고요. 하고 싶어서, 내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에요.

 

 

전진희 님의 앨범을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이 앨범에 수록된 에세이인 것 같아요. [낮달]과 [summer,night]에 수록된 글을 모두 즐겁게 읽었어요. 이렇게 매번 에세이를 요청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도 에세이를 좋아해요. 제 음악을 듣고 무언가 떠오른다고 말씀하시는 피드백을 되게 감사히 여기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박선아 작가님과 좋아하는 뮤지션인 이아립에게 부탁했어요. 둘의 글 쓰는 스타일을 알고 있으니까 믿고 맡겼죠. 저는 자기검열을 많이 하는 편인데, 저를 알고, 제게 애정을 주는 사람들이 보는 ‘제가 모르는 저’를 보는 일이 너무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하지 않을까 싶어요.

 

미디어에 비춰진 전진희 님과 실제 전진희 님의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을 써주신 두 분은 그런 전진희 님의 모습을 알고 계셔서 그런 글을 쓸 수 있던 게 아닐까 싶어지네요.

 

대부분 저를 참하고, 조용하고 우아한 사람일 거로 생각하시는 그렇지 않거든요. 제 친구들이 찍어준 사진 속 저는 철이 없고 웃음이 많은, 애 같은 유형에 가까워요. 그런데 워낙 고요하고 슬픈 노래들을 쓰다 보니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강아솔, 박현서, 신온유 님과 작은평화라는 음악 동아리를 하고 계시죠. 우선, 왜 동아리인가요?

 

상업적인 느낌이 들지 않기를 바랐어요. 작은평화로 큰 업적을 만들고 돈을 벌기보다는 우리를 위해 모였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고요. 모였을 때 부담스럽지 않고 기분이 좋았으면 했기도 하고요.

 

작은평화라는 이름은 하비누아주의 곡에서 따온 거겠죠?

 

강아솔이 작은평화라는 단어가 너무 좋았대요. 동아리의 취지에도 딱 맞는 것 같다며 이름으로 써도 되겠냐고 묻더라고요.

 

작은평화의 첫 번째 싱글은 ‘메리 크리스마스’였죠.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요?

 

[여름의 마음]이라는 제목의 싱글을 8월 중에 내려고 해요. 수록곡은 두 곡이고요. 제가 아닌 나머지 두 명이 곡을 쓰고 있어요. 공연도 준비하고 있어요.

 

 

 

2018년에 이설아 님과 함께 만든 곡 제목은 ‘크리스마스의 추억이’였어요. 언젠가 전진희 님이 홀로 이야기하는 크리스마스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요?

 

비밀인데… 사실 크리스마스 캐럴을 편곡한 앨범을 준비 중이에요.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싶어서 계획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 때 꺼내 듣고 싶게 만들고 싶어요.

 

[summer,night]의 발매 공연도 준비되어 있죠.

 

예매가 끝났고 8월 중에 열려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이후에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큰 이변이 생기지 않는 이상 공연을 할 것 같아요.

 

그 외의 여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기타리스트 임헌일 오빠와 함께 만든 싱글 “울어도 돼요”가 7월 19일에 나와요. 8월에는 제 공연이 있고, <제2회 자라섬 온라인 올라잇 재즈 페스티벌>에 출연하고요. 작은평화 앨범이 나오고 나면 여름이 끝나있겠네요.

 

꽉 찬 여름이네요. 전혀 비수기가 아닌걸요.

 

학기 중에는 출강을 하다 보니 음악에 목말라 있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음악을 계속해야 하는 사람인데 학기 중에는 해야 하는 일들이 있으니까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여름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도 있어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하고 있죠. 너무 신나요.

 

마지막으로, 전진희 님의 음악 중 더운 여름을 이겨내기 위해 추천하고 싶은 곡들이 있나요?

 

아무래도 “여름밤에 우리”인 것 같아요. 힘든 것들을 잠깐이라도 잊었으면 좋겠다  싶어 만든 곡이기 때문에 들으시며 환기를 하면 어떨까요. 한편으로 제가 요즘 요가를 다니는데, 선생님이 항상 [Breathing] 앨범을 틀어두셔요. 사실 저는 되게 민망했거든요. 처음에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상황에 되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걸 보고 ‘숨쉬기 좋은 음악이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힘들고, 화가 많이 나고, 지치고, 갈 데까지 간 것 같은데 더 심한 것들이 남아있는 요즘이잖아요. 그럴 때 차분하게 숨 쉴 수 있는 [Breathing]을 들어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누워서 쉰다고 생각하시면 좋겠네요.

 


 

Interview | 심은보 (VISLA 에디터)

실리카겔 (Silica Gel)

 

팝과 언더그라운드, 경계선을 허물다

 


실리카겔은 한국 인디 음악 신에서 독특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필자는 실리카겔 만큼 ‘얼터너티브’나 ‘인디펜던트’ 같은 표현이 어울리는 밴드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이키델릭 록이나 드림 팝의 화려한 음색, 웅장한 곡 전개와 변칙적인 리듬을 도입한 실험성, 박력 있는 밴드 연주까지. 실리카겔은 멤버 모두의 참여로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곡들로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을 받는 등 데뷔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멤버들의 군 복무로 인해 공백기를 가진 그들은 작년 8월, 약 1년 반 만에 싱글 ‘Kyo 181’, 올해 2월에는 싱글 ‘Hibernation’을 발표하며 보다 세련된 연주와 강력한 일렉트릭 사운드로 밴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한편 지난 5월에는 23분에 달하는 연주곡 ‘S G T A P E – 01’으로 실리카겔만의 실험적인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들이 제시하는 고유의 음악적 태도나 표현 방식은 다양한 대상에 대한 ‘얼터너티브’라고 할 수 있다. 그 대상은 여러 팀의 분업으로 완성되는 메인 스트림 음악일 수도, 지금 한국 인디신의 모습일 수도, 혹은 ‘장르’라는 견고한 기준일 수도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실리카겔의 음악은 그 무수한 ‘틀’에 대한 단어 그대로의 ‘대안’이라는 사실이다.

 

복귀 후에 발표한 싱글 ‘Kyo 181’와 ‘Hibernation’의 음악성, 멤버들의 취향, 더 나아가 지금의 한국 인디신에 대한 그들의 생각까지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실리카겔의 새로운 출발과 함께 나온 신곡,  ‘Kyo 181’, ‘Hibernation’에서는 기존의 사이키델릭한 음악성에 전자음악이 더해진 사운드 덕분인지 공통적으로 밴드 음악과 전자 음악의 경계선을 허물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졌어요.

 

한주/ ‘Kyo 181’이랑 ‘Hibernation’에 공통점이 있다면 반복성이 심하다는 것이에요. 이전에 비해서 기존 팝 음악의 포맷을 빌려온 것도 있고 예전에는 프로그레시브 록적인 전개가 많았는데 그런 걸 덜어내고 심플하지만 강하게 가고 싶었죠.

 

 

팝 음악의 포맷을 빌려왔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한주/ 팝 음악이라기보다는 기존의 대중음악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저희는 사실 악기 연주를 통해 사운드로 어필하는 밴드였어요. ‘두 개의 달’이라는 트랙도 있었고요. 예전의 저희를 비유하자면 연주곡, 클래식 오케스트레이션 같은 걸 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기타나 보컬 중심의 곡을 쓰게 됐고 그런 의미에서 이제 팝 음악적인 접근을 했다, 기존 대중음악의 어떤 기본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연주곡 같은 것은 요즘도 써요. 이제는 라인을 두 개로 가져가는 느낌이죠. 한쪽 라인에서는 ‘Kyo 181’, ‘Hibernation’ 같은 메인 느낌의 트랙, 다른 한쪽에서는 최근에 24분 짜리 트랙(‘S G T A P E – 01’)도 만들었어요.

 

 

‘Kyo 181’보다 하드한 사운드의 ‘Hibernation’을 ‘실리카겔 스타일의 메탈’이라고 표현하신 적이 있어요.

 

춘추/ ‘Kyo 181’을 시작으로 해서 이제 실리카겔의 시즌2 같은 느낌이 시작되는데 이전 곡들에 사이키델릭 성향이 있었다면  ‘Kyo 181’부터는 이전 스타일보다 조금 더 묵직하고 하드한 록의 느낌이 가미됐어요. 거기다가 ‘Hibernation’이라는 곡은 우리가 지금까지 접근해보지 않았던 스타일이 뭐가 있을까 했을 때 이전까지 잘 없었던 메탈이나 더 무겁고 붉은 에너지를 담고 싶다는 생각으로 써봤어요. 메탈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묵직한 리프가 계속 반복되는 곡을 써보고 싶었죠.

 

춘추/ 저는 원래 기타리스트이다 보니까 기타록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딥한 분야를 생각했을 때 예쁘고 멋진 느낌보다는 좀 더 무섭고 화나 있고 공격적인 느낌의 곡을 써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실리카겔의 메탈’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전자음악적, 사이키델릭한 느낌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다 보니까 완전히 메탈 장르의 느낌보다는 실리카겔이 재해석한 느낌의 메탈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Kyo 181’도 ‘Hibernation’도 계속해서 같은 멜로디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는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단조롭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혹시 그런 반복적인 구성을 의도적으로 고집하고 계신 것인지, 혹은 그걸 활용하고 싶은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춘추/ 생각보다 집요하게 반복되는 곡들이 실리카겔에 있었어요. ‘hrm’이나 ‘오렌지’도 있었고 그런 것들에서 주고 싶었던 느낌은 약간 댄스음악의 비트 자체를 계속 즐기는 거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Hibernation’도 그런 느낌이고 ‘Kyo 181’은… (Kyo 181를 작곡한 한주를 바라보며)

 

건재/ 우리들이 집요한 인간들이라… (모두 웃음)

 

한주/ 우리가 별로 집요한 인간은 아닌데 (웃음) 사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어’에 가까워서 음악을 만들 때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추측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제가 그 곡을 만들던 시기에 Philip Glass의 음악을 많이 들었고 자서전도 읽었으니까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게 관련이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힙합도 기본적으로는 루프로 만들어진 음악이다 보니까 그런 음악들이 주는 매력이 있고 어떻게 보면 고도의 음악이 루프 음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예전부터 해왔어요.

 

그렇다면 공백기 전과 비교했을 때 일관된 부분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춘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실리카겔이 만들어보고 싶었던 음악을 계속 도전해보았다는 점이에요. 근데 그게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서 실리카겔이 어떤 사이키델릭 록 밴드인지 같은 장르적인 구분이 힘들어요.

 

사이키델릭 음악은 늘 실리카겔 음악의 핵심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건재/ 시끄러운 걸 좋아하니까 (웃음). 기본적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사람이랑 달리 자기들의 방식으로 어떤 매체 안에서 뭔가를 느끼려고 해요. 가사 같은 것보다는 형질이 있는 소리라든지 그런 것들에서도 감정이나 어떤 의미를 읽으려고 한다는 말이죠. 소리에 집중하는 걸 좋아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는 거고. 사이키델릭 음악은 (다양한 이펙트 등으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에 여지가 많아서 그런 소리를 좋아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싱글 ‘Kyo 181’에서는 리믹스가 세 곡이나 수록되어 있고 이전에도 두 곡의 리믹스가 있었네요. 다른 DJ, 프로듀서에게 리믹스를 받는 것에 남다른 의미가 있나요?

 

웅희/ 의미를 갖고 리믹스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때그때 앨범에 이 사람이 참여하면 확 살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부탁했던 것 같아요.

 

춘추/ 싱글 앨범이나 EP의 경우 규모를 더 풍부하게 만들고자 할 때의 접근 방식이 리믹스였던 것 같아요. 또 우리가 평소에 관심 있었던 사람들 혹은 우리 곡을 멋있게 편곡해줄 것 같은 사람들에게 부탁하면서 나오는 결과물이 우리가 생각했던 방향과 다르게 나올 때도 있고 그런 것들이 재미있기도 해요. 다른 아티스트들과 같이 작업하는 게 고마운 일이기도 해서 리믹스 트랙을 싣는 것에 어떤 의미가 된 것 같아요.

이번에 한주 씨는 반대로 백예린의 ‘Lovegame’의 리믹스를 담당하셨네요.

 

한주/ 리믹스를 하려면 그 아티스트의 세부적인 데이터를 받게 되거든요. 거기서부터 재미있더라고요. 언제 백예린이라는 뮤지션이 나오고 어떻게 편곡했는지 같은 정보를 자세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돼서 그걸 보는 것만 해도 공부가 돼요.

 

한주 씨랑 춘추 씨는 다른 아티스트의 편곡 작업도 자주 하시잖아요. 편곡 작업의 경험에서 실리카겔 음악으로 환원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춘추/ 쉽게 말하면 일이고 실리카겔 외의 다른 개인적인 업무라고 생각할 때도 있는데 완전히 다른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것도 음악을 만드는 일이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과 작업을 하면서 편곡을 하든 믹스를 하든 실험이나 아이디어들을 시도할 수 있는 게 재미있고 어떻게 보면 공부를 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해보다가 굉장히 결과가 괜찮으면 실리카겔 작업에도 직접적으로 활용을 해보고 그런 식으로 서로 다른 작업에 적용되거나 순환되는 것 같아요.

 

한주/ 저도 비슷해요. 사실 예린 씨 같은 경우는 이례적인 예였고 저는 거의 새소년만 해왔기 때문에 새소년도 제 작업처럼 해요. 동시에 그것도 실리카겔에 어떻게 활용될지 기대되기도 하고.

 

 

가사는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한주 씨는 스스로 “제가 만드는 모든 노래의 상징은 큰 의미가 없어서”라고 하셨네요.

 

한주/ 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그냥 즉흥적으로 적어내는 편이라 그냥 그중에서 좋은 걸 추려요. 가사는 별생각이 없어요. 어떻게 써도 안 들린다고 하니까 (웃음).

 

(가사가) 안 들린다는 게 한주 씨에게는 괜찮은 거예요?

 

한주/ 사실 가사가 잘 들려야 한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없었어요. Cocteau Twins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Cocteau Twins의 음악을 들어보면 가사가 잘 안 들리고 심지어 가사지도 안 넣었다고 해요. 가사가 주는 느낌도 있는 것 같아서 사실 앞으로 나올 실리카겔 곡들은 잘 들리게 작업을 해볼까 싶긴 한데 여태까지는 그런 것에 신경을 안 써서.

 

춘추/ 가사로 어떤 스토리텔링을 한다던가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이라든가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그 발음에서 느껴지는 음악적인 부분에 더 집중해서 적어내는 게 있지 않나 싶어요. 저는 보컬도 악기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해서 어떤 단어에서 느껴지는 톤이나 인상 같은 것들을 전달하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요.

 

 

멤버 각자가 본인의 작곡, 연주 스타일 등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는 아티스트나 장르 등을 세 개 골라주세요.

 

춘추/ 너무 많은데… 최근에 크게 영향받았다고 생각하는 분은 바흐, 바로크 쪽의 선생님들이에요. 바흐 곡을 많이 들었고 그 외에도 바로크 스타일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바로크 자체가 선율 중심인 음악이다 보니 그런 멜로디를 이용해서 어떤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영향을 크게 받았어요. 그리고 최근에 많이 듣는 아티스트는 Ariel Pink예요. 촌스러우면서도 귀엽기도 하고 약간 무섭기도 하고 묘하고 재미있는 느낌이 들어서 깊게 듣고 있어요.

한주/ 바흐도 그렇고 저도 고전음악에서 영향을 크게 받았어요. 원래 클래식 음악으로 음악을 시작했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 뭔가가 있더라고요. 완전히 약간 피 안에 있는 혈액형이 돼버린 느낌이 있어서 첫 번째는 고전음악인 것 같아요. 두 번째는 Thom Yorke예요. 그분이 약간 인생을 바꾼 사람이어서. 클래식하다가 대중음악으로 전환한 계기가 사실 Radiohead랑 Thom Yorke예요. 최근에도 ‘Anima’를 들었는데 엄청난 음악이더라고요. 그 사람의 삶의 취향도 귀감이 되는 부분이 있고요.

 

웅희/ 저는 Beatles 뽑겠습니다. 최근에도 John Lennon랑 Paul McCartney를 듣고 있는데 뭐라고 해야 하지? 내가 좋아하는 Beatles 특유의 뻔한 것들에서 클래식함이 생각나서 그래요.

 

한주/ 건재형이 진짜 “노잼”이라는 표정으로 보고 있어요. (웃음)

 

건재/ 나는 되게 전통적이거나 토속적인 그런 컬러의 것들을 좋아해요. 곡 제목도 없는 이상한 것이나 진짜 민족적인 거… 한참 일본 쪽으로 빠졌을 때도 각 시리즈 (가가쿠, 노가쿠 등), 샤미센 그쪽으로도 엄청 많이 들었어요.  약간 중국 쪽으로 빠졌을 때도 있었고 의식에 쓰이거나 뭔가를 바라거나 염원하면서, 그 당시에 인간의 기술력으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빌기 위한 걸로 시작된 것 같은데 공통적으로 각 국가의 장송곡도 좋아해요. 사실 드럼 연주 쪽으로도 쿠바, 라틴같이 원래는 생활적인 리듬이었던 것들에 빠지기도 했고요. 근데 우리나라 것은 자료를 구하기 어려워서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춘추 씨는 고전음악에서 선율적인 부분을 언급하셨는데 한주 씨는 구체적으로 고전음악의 어떤 부분에서 영향을 받으셨나요?

 

한주/ 8살~17살 때까지 거의 10년 정도 고전음악 공부를 했고 음악을 하는 방식 자체를 배웠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지만 대중음악으로 전환하고 나서 전자음악이나 신디사이저를 다루게 된 후 알게 된 결정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고전음악을 공부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음표로 적히는 음, 그러니까 악보 중심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전자음악으로 넘어오기 시작하면서 악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모호한 음들이 많아졌어요. 사실 고전음악도 John Cage나 지금의 현대음악 같은 경우는 방금 얘기했던 모호한 음들이 많이 생겼지만 어쨌든 저는 대중음악으로 넘어오고 나서 악보 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되게 어려웠어요. 다행히 실리카겔 하면서도 노력을 많이 해서 지금은 많이 벗어나 있는 상태에요.

 

한주 씨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대의를 향해가는 팀워크가 아니라 각자의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재능을 발휘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 팀워크가 아니라 팀플레이”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각자의 취향이나 스타일을 존중하는 신뢰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주/ 제가 말을 이렇게 했는데 진짜 이렇게 흘러가고 있진 않아요. 공백기 동안 각자 강해지는 시기가 있었던 걸 아니까 이제 이 사람한테 믿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아까 얘기했던 24분 자리 연주곡도 사흘 동안 저희끼리 스튜디오에 모여서 같이 자고 그러면서 만들었는데 그때 극단적으로 저런 말이 나온 것 같아요. 그때도 보니까 건재 형이 만든 어떤 테마가 갑자기 예상치 못한 기능을 해줄 때가 있었고 김춘추가 만든 어떤 테마가 중간에 난입할 때도 있었고 그러다가 웅희가 에디트해주고 그런 식으로 뭔가 유기적으로 각자 능력을 발휘하면서 돌아가는 그림이 되게 보기 좋더라고요. 아무리 자유로운 팀플레이라고 해도 통제는 필요해요. 팀인 이상. 그런 각자의 역할을 기반으로 팀 활동을 확장할까 생각해요. 어쨌든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멤버들이 신뢰할 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죠.

 

공백기도 포함하면 결성한 지 한 7년 정도 되었네요. 특히 어떤 부분에서 성장했다고 생각하시나요?

 

한주/ 실리카겔 차원에서 따지자면 서로 못 본 만큼 멤버들 간의 신뢰가 커져서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 외에는 각자 음악 외에 사회생활을 경험해왔기 때문에 거기서 생긴 성취감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음악적인 발전보다는 인간적인 발전, 사회적인 발전 그런 것들이 크게 있는 것 같아요.

 

 

당시랑 지금을 비교하면 한국 인디 음악 신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춘추/ 저는 점점 메인스트림과 융합되고 있다는 점에서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렇다 보니까 메인스트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콘으로서의 이미지 같은 것들이 이제 인디신에서도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지금의 인디 신 또한 여러 사람한테 어필하기 위해서 더 멋진 이미지와 비주얼적인 부분들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노력하게 되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어떨 때는 아쉽다는 생각도 들고 오히려 이런 시기야말로 음악에 계속해서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건재/ 공연장이 많이 사라졌죠. 근데 신이라는 게 계속 바뀌니까 인디라는 단어가 가지는 뜻이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시대 때 인디랑 지금의 인디를 하나로 규정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뭐가 달라졌고 안 좋아졌다고 하는 게.

 

한주/ 생각나는 게 각자 많이 차이가 날 수 있는 질문인 것 같아요. 저도 인디신이라는 표현 대신 ‘언더그라운드 음악’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하려고 하는 편인데 사실 저희는 신이라고 할 수 있는 영향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태 같거든요. 왜냐하면 언더그라운드 사람들 사이에서 안 좋은 것들도 느껴와서 그런 것에서 자발적으로 벗어나 보고자 했어요. 그러면서 한 발 떨어져서 그 자리를 다시 보니까 지금은 사실 많이 해체되기도 했고 활동 방식도 다양해져서 신이라고 묶어서 얘기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아요. 지금은 변화의 시기인 것 같고 사실 변화는 코로나 때문만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었잖아요. 앞으로 뭐가 더 생길 건지는 지켜봐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특히 코로나가 끝나면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까도 신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하셨는데 음악적으로도 하나의 장르 안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하고 새로운 걸 시도하는 모습이 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한주/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특별하게 갖고 있지 않은 것 같긴 해요. 물론 뭔가 좋은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구축할 수 있죠. 요즘에는 사실 신보다 작은 크루 형태로 그룹을 만드는 경우도 많이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런 방향에 가능성이 있어 보이긴 해요. 근데 저는 여러 뮤지션과 작업을 하고 싶지만 그것을 통해서 신이나 크루를 만들거나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끼리만 있는 것도 힘드니까 (웃음). 지금은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더 중요해서 각자 (신이나 크루 같은) 세상에 크게 의지하지 않으려고요. 우리가 중간에 어디에도 걸치기 애매한 캐릭터가 되어버려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의 상황은 저희가 자처한 거예요. 계속 이상한 애들이 되고 싶고 얼터너티브 한 방향으로 가고 싶어서요.

 

건재/ 주변인 같은 포지션 너무 좋아.

 

춘추/ 우리는 독립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때그때 우리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고 싶고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하면서 작업하는 거고요. 근데 동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입장이 비슷한 뮤지션들이 많으면 재미있을 것 같긴 해요. 아무튼 (우리 같이) 뭔가 어떤 신이라고 하기에 애매한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하는 거 하지 뭐…. 라고 하는 팀들이 장르적으로 따지면 더 있을 수 있지만 비슷한 폼에서 동료들이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리카겔이라는 밴드의 변화를 생각할 때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요?

 

웅희/ 만화 BECK에 나오는 Mongolian Chop Squad가 아닐까 생각해요. 처음에 밴드를 시작할 때 생각했던 그림이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몰입하기도 했고. 최근에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BECK처럼 하면 행복하겠다는.

 

한주/ 가상의 밴드로 대답하는 게 괜찮은 건지…(웃음)

 

* 본 인터뷰는 일본 음악 매거진 TURN(@turntokyo)에서 릴리즈된 컨텐츠를 한국어로 가공/편집한 건입니다.
* http://turntokyo.com/features/silicagel-interview/

 

Interview | 야마모토 다이치
Edit | 키치킴, 월로비

구름 (Cloud)

적당히 우울하고, 적당히 행복하게

 


 

Bye Bye Badman의 키보드 주자, CHEEZE의 멤버 및 작, 편곡자로 커리어를 쌓으며 백예린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장르의 프로듀서로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구름이 무려 4년 만에 솔로 아티스트로 컴백했다.

 

백예린이 2019년 창립한 레이블 ‘블루바이닐’의 두 번째 아티스트가 되면서 발표한 정규 앨범 [많이 과장해서 하는 말]은 이전에 발표했던 싱글뿐만 아니라 그동안 구름이 보여준 다양한 활동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Nujabes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의도를 보여주듯 로파이한 비트와 건반 연주만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의 심플한 사운드는 섬세한 보컬 톤과 구체적이고 솔직한 가사와 함께 어우러져 구름만의 ‘우울’과 ‘행복’을 담아내고 있다.

 

프로듀서 활동과 솔로 프로젝트 모두 충실하게 이어가고 있는 구름과 이번 앨범의 음악성과 가사, 그리고 프로듀서 활동과의 관계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솔로 작품을 발표하셨네요. 정규 앨범을 만들자는 생각과 본격적인 곡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하신 건가요?

 

구름: 원래 4년 전에 싱글을 냈을 때 이미 정규 앨범을 내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엔 솔로 활동을 해본 적이 별로 없었고 스스로도 그런 포지션(솔로 뮤지션)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공부도 필요하고 예린이의 앨범에 집중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서 ‘언젠가는 하겠지’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올해가 되면서 예린이의 작업 패턴이 안정기에 접어든 덕분에 전에 있던 곡들과 함께 새로 만든 것들을 더해서 정규가 나오게 되었어요.

 

EP도 아닌 정규 앨범을 내기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구름: 이미 곡이 많이 있었던 것도 있고 수록곡끼리 잘 어울려서 묶일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곡을 쓸 때의 감정적인 상태 같은 것들이 비슷해서 하나의 정규로 내려고 했어요. 그리고 저는 공연을 많이 하거나 라이브 클립 같은 활동을 하는 타입의 아티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노래를 많이 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방금 언급한 것들을 대체할 활동이 정규라고 생각한 거죠.

 

첫 정규앨범인데 작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셨나요?

 

구름: 그런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랑 일하게 되면 그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제 앨범은 스스로가 허락하면 되는 거라서 꽤 순탄하게 잘 된 것 같아요.

 

작곡, 편곡 뿐만 아니라, 연주나 믹스까지 전부 혼자 하신 것 같은데 원래부터 그럴 계획이었나요?

 

구름: 원래 마스터 정도는 맡기려고 했는데 일단 저는 혼자 다 하는 걸 선호하거든요. 다른 외부 작업을 할 때도 그렇고. 그리고 특히 이게 되게 개인적인 부분이 많은 앨범이라 그걸 누가 연주해주거나 멋있게 다듬거나 하는 게 스스로가 보기에 가식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냥 직접 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 곡 작업을 하실 때 무엇을 중요시하셨는지 궁금해요.

 

구름: 사실 저는 다른 사람의 음악을 작업하는 일이 더 많은데 이럴 때는 음악적인 컨셉이나 퀄리티가 당연히 좋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 앨범 같은 경우는 뭔가 그러려고 만들지는 않았거든요. 무언가를 특별하게 의도해서 담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옛날 힙합 같은 걸 들어보면 샘플링 비트 같은 걸 많이 쓰잖아요.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편하게 뱉어서 얹어놓는 식으로 작업했어요.

 

 

사운드에 주목해보면 기타나 베이스도 없이 전체적으로 건반과 비트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전 작품들보다 미니멀한 느낌이 들었어요. 솔로 작품은 이와 같이 미니멀하게 만들자는 의도가 있었나요?

 

구름: 피아노 비중이 많은 게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만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다른 사람과 일할 때는 사운드를 모두 만들어 놓고 그 위에다 노래를 만들면서 정리하게 되니까 다양한 악기를 써보게 되는데, 이번 앨범은 노래를 만든 다음에 그대로 플레이트에다 옮기는 식으로 작업을 하느라 피아노를 치면서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걸 굳이 기타로 편곡하고 싶지 않아서 피아노곡들이 많은 것 같아요.

 

피아노로 연주하는 싱어송라이터 음악이라는 이미지도 들었어요.

구름: 사실 저는 자신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생각하지는 않고요. 저는 제 앨범을 Nujabes 앨범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Nujabes를 많이 좋아하기도 하고 이번 앨범에 Nujabes 처럼 만든 사운드도 있어요.

 

Nujabes 같은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런 음악의 매력을 느끼셨는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을까요?

구름: 일단 이런 사운드 자체를 좋아하기도 해요. 그리고 저는 전체적으로 Nujabes 노래는 슬픈 노래라고 생각하거든요. 편하게 들을 수 있으면서도 마냥 신나지는 않는, 슬픈 상황을 굳이 설정하지 않아도 그냥 그 사람의 슬픈 마음이나 우울한 감정 같은 걸 차분하게 플레이해주는 느낌이 좋았어요. 그리고 저도 그런 부분을 제 작업에 담고 싶었던 것 같아요.

 

평소에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도 음악을 통하면 표현하기 편하다고 느끼시나요? 이런 감정을 부르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구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대신에 노래를 만들다 보면 “내가 평소에 이런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구나”라고 알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노래를 만들 때 글을 적잖아요. 적다 보면 “이런 생각도 머릿속에 있었네” 하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서 제 감정을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사는 어떻게 쓰시나요?

 

구름: 메모를 하는 편이긴 해요. 그런데 대부분 메모가 ‘어떤 방식으로 써야지’ 정도에서 끝나요.

 

그렇다면 가사는 생각보다 편하게 쓰신 건가요? 참고한 가사 스타일은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구름: 네, 편하게 썼어요. 이소라 씨 음악 중 어떤 곡은 특정 사람의 이름 같은, 엄청 개인적인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가끔 등장하거든요. 그리고 그런 걸 들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도 대충 상상하면서 듣게 되잖아요. 마치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모르지만 남의 대화를 훔쳐 들어도 뭔가 소화가 되는 것처럼요.

제 가사도 엄청 개인적인 것들이에요. 예린이 노래 같은 경우에도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사실 모두가 다 비슷비슷하게 사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두가 똑같지 않을 수 있어도, 상황이나 나이, 장소가 조금씩 다를 뿐이지 누구에게나 어떤 특정한 슬픔이 있는 거죠. 개인적인 걸 사소한 것까지 막 적어도 그걸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 저랑 비슷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제 가사도 쉽게 쓰는 것 같아요. 일기 쓰고 편지 쓰고 하듯이.

 

저도 가사를 읽으면서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인데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인 것 같다고 느꼈어요. 수록곡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해볼게요. ‘많이 과장해서 하는 말’은 중간중간 템포가 바뀌는 혼란스러운 간주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혹시 이 부분이 특정한 감정을 상징하 는 건가요?

 

구름: 사실 저는 이 노래가 가사 내용이나 분위기, 구조적인 것들을 모두 포함해서 이번 앨범을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것도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집에 들어와서 혼자 있을 때 밀려오는 감정이나 후회 같은 것들이 뒤엉킨, 그런 여러 가지 형태의 마음을 만들고 싶어서 아무거나 구겨 넣다 보니 그런 게 나왔어요.

 

자기 전’은 유일한 댄스 비트의 곡이네요. 어떻게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궁금해요.

 

구름: 그것도 1번 트랙이랑 감정선은 비슷해요.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은 연인 사이의 대화처럼 삶 속에서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잖아요. 내가 한 이야기에 대해 전혀 상상하지 못한 피드백이 올 수도 있고요. 그런 걸 표현하려고 비트에 뭔가 막 이렇게 와장창하는 느낌이 있어요. 뭔가 해소되는 느낌이랄까? 곡을 썼을 때 그런 시기였던 것 같아요.

 

다른 곡에도 이렇게 잔잔한 부분과 시끄러운 부분을 하나의 노래 안에 넣고 감정 기복을 표현한 경우가 많으신가요?

 

구름: 제가 그런 방식이나 형태의 음악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팡 터뜨려주는 포인트가 있는. 제 성격도 그렇고 직설적으로 뭔가를 하는 성격이 아니라 그런 파트가 들어간 음악을 만드는 일로 푸는 것 같아요. 그런 기분이 더 많이 드는 내용일수록.

 

다섯 번째 곡 ‘귓속말’은 앨범 구조상 가운데에 있는 인터루드(간주) 같은 곡인데 청자에게 휴식을 주는 느낌이네요. 어떤 의도로 만든 곡인지 궁금합니다.

 

구름: 원래 이 노래에 가사가 있었어요. 근데 제가 이걸 부르려면 키를 엄청 높이거나 낮춰야 되더라고요. 저는 딱 지금 이 키가 좋은데 그렇게 하면 피아노 소리가 안 예쁜 거예요. 그래서 가사 내용은 혼자만 알고 있고 수록만 하려는 생각으로 뒀거든요. 그리고 제가 중간에 인스트루멘탈 트랙이 있는 앨범을 되게 좋아해요. 앨범을 들을 때 그 부분에서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서 쭉 들어봤는데 원하는 흐름이 생긴 것 같아서 넣었어요.

 

혹시 중간에 인스트루멘탈 트랙이 담긴 앨범 중에 특히 좋아하는 작품이 있으세요?

 

구름: Jamiroquai의 3집 [Travelling Without Moving]이에요. 그 앨범에는 엄청 긴 인스트루멘탈 두 곡이 (‘Didjerama’, ‘Didjital Vibratoins’) 들어있거든요. 이 두 곡이 음악보다 소리에 가까운데 앨범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엄청 잘해주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많이 들었어요. 최고예요.

 

 

4년 전 솔로 프로젝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어떤 차이점을 느끼시나요?

 

구름: 일단 그때는 제가 음악 자체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 지금처럼 능숙하지 않았어요. 지금이랑 똑같은 일을 해도 방법을 정확하게 모르니까 조금 시간이 걸렸거든요. 제 작업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었다고 해도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그리고 믹스 마스터 같은 후반 작업도 아직 능숙했던 시기가 아니어서 지금의 제가 들으면 그 당시 음악은 되게 아마추어 같이 들려요. 실제로 후반 엔지니어링 과정에서 꼭 해야 하는 작업을 모르고 안 하고 발매해버렸던 부분도 많았고, 그런 차이점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이제 능숙해져서 어떻게 하면 어떻게 된다는 걸 머릿속으로 생각해서 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노래를 부르거나 글 쓰거나 할 때 되게 편하게 집중할 수가 있어요. 예전엔 이것저것 어설퍼서 아마추어 같이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프로듀서 활동은 이번 앨범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구름: 프로듀싱을 하게 되면 저도 최선을 다해야 하잖아요. 그것에 맞는 테크닉과 지식, 체력도 필요하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삶도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제 앨범에만 매달렸다면 해야 하는 일도 한정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덕분에 개인 앨범을 작업할 때는 상대적으로 좀 수월했던 것 같아요. 내가 다른 데서 공부했던 걸 베이스로 작업하게 되니까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고. 테크닉적인 부분에서 남에게 맡기지 않아도 돼서 좋은 것 같아요.

 

프로듀서 활동을 할 때는 솔로 작품보다 해야 하는 일, 배워야 하는 일들이 많은 것 같네요. 솔로 작업을 하실 때는 어떠신지 궁금해요.

 

구름: 제가 제 앨범을 위해서 따로 노력하고 싶진 않아요. 슬픔, 기쁨, 우울함 같은 감정들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하면 멋있게 만들지? 같은 걸 고민하는 게 아직 부끄럽거든요. 저는 스스로가 제 앨범에 대해서 노력을 많이 하지 않은 이 상태가 완벽하다고 생각해요. 테크닉적인 고민과 다르게 노래의 감정을 어떻게 담느냐는 고민을 하고 노력을 하는 과정은 뭔가 조금 부끄러워요. 가사의 내용이 픽션이나 머릿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어쨌든 되게 개인적인 부분을 쓰는 것이다 보니까.

 

 

반대로 솔로 활동은 앞으로의 프로듀서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나요?

 

구름: 저는 사람들이 저를 특징짓는 느낌이 들거든요. 제가 프로듀싱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사실 대부분은 예린이의 히트곡을 갖고 와서 “이런 걸 한 번 같이 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해요. 그런데 저는 사실 스스로가 이런 걸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단지 그게 잘되는 거지. 저는 그런 걸 계속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서요.

저는 제 개인 앨범이 프로듀서 활동보다도 차라리 글을 쓰는 데에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스스로가 테크니컬한 프로듀서가 아니고 되게 코드를 멋있게 쓰는 화려한 프로듀서도 아니고 어디에 치우치지 않는 하이브리드형 프로듀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 앨범을 듣고 ‘이 사람은 이런 것도 할 수 있네’ 라던지 ‘이 사람이 쓰는 글은 이런 톤이구나’ 같은 반응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프로듀서로서의 정체성 같은 걸 그렇게 구체적으로 한정하고 싶지 않으신 거군요?

 

구름: 그렇죠.

 

그런 점에서는 밴드 음악, 록 음악부터 힙합이나 R&B, 그리고 솔로 활동까지 매우 다양한 활동을 해온 커리어는 자신의 평소 성격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구름: 그런 게 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16년도에 싱글을 냈을 때 약간은 일 중독이나 강박증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아직 제 캐릭터가 정해지지 않아서 히트곡도 없었고 제가 뭘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이런 것도 해야 해’, 이런 것도 잘해야 돼’라면서 다 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힙합 하는 사람한테 비트도 보내보고 가요도 하려고 해보고 그냥 R&B 작업도 해보려고 했고요. 물론 록밴드는 재미있어서 하는 거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당시에 만들었던 데모들을 보면 아이돌 댄스음악도 해봤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그런 게 조금 없거든요. 다 잘하지 않아도, 굳이 일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라서 지금은 되게 한정적인 일만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차이인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힙합 하는 친구랑 작업하는 게 있긴 한데 접근하는 방식이 예전이랑 조금 바뀌었다고 해야 하나.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지금은 변한 것 같아요.

 

앞으로 솔로 아티스트로서 어떤 커리어를 쌓고 싶은가요?

 

구름: 구체적인 목표가 있진 않아요. 저는 공연을 많이 하는 포지션이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바이럴을 해서 뭔가를 만들고 소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음원을 많이 내고 싶어요. 그때그때 내가 어떤 생태였는지 알 수 있는 것들을 계속 내고 많이 작업하는 사람으로 활동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오래 발표하지 않기도 했고요.

 


Interview | 야마모토 다이치
Edit | 월로비

새소년 (SE SO NEON)

 

자유를 찾아서

 


새소년이 2021년을 여는 새 싱글 [자유]를 발표했다.

지난 [비적응] EP에서 두려움과 불안에 관해 이야기하던 이들이 약 1년 만에 자유라는 대명제와 함께 돌아온 것.

음악, 비디오, 프로필 이미지를 비롯하여 머천다이즈, 슬로건 플레이까지. 새소년이 설파한 자유는 그렇게 온/오프라인 곳곳으로 스며들어갔다.

그들의 노래가사처럼 어느 자유로운 날, 새소년을 만나 ‘자유’에 관한 깊고 넓은 이야기를 나눴다.

 


 

 

싱글 발매 후 약 한 달 정도가 지났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소윤 / 정신없이 보냈어요. 훌륭하게 소화해야 할 스케줄이 이어지다 보니 아직 쉰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지만, 이제 좀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신곡 ‘자유’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해요. 간단한 곡 소개 부탁드립니다.

 

소윤 / [비적응]에서 사회에서 느끼는 혼란이나 두려움, 불안을 노래하고 나서 시간을 보내며 느낀 생각은 각자가 가진 두려움을 마주하는 게 중요한 맥락이라는 것이었어요. ‘자유’라는 노래에는 자유를 찾았다는 완결된 의미보다는 자유를 찾아야 하고, 그것이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자유’를 착수하게 만든 결정적인 트리거는 무엇이었을까요?

 

소윤 /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작년 이유도 모른 채로 한동안 침잠하며 보냈던 시기가 있었어요. 단순히 저의 기분이 아니라, 해소되지 않는 어떤 무언가 때문이었죠. 결국에는 제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새끼 고라니처럼 (웃음) 몸을 가누지 못하고 털썩 쓰러진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바닥을 치고 올라와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하면서, 자기비판적 태도를 거두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자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었어요.

음악적인 부분 역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어요. 음악 전반에서 데이비드 보위를 위시한 70년대 클래식 팝/락의 정취를 많이 느낄 수 있는데, 단순히 이것이 재해석이나 오마주라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소윤 /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핀포인트를 잡고 작업하진 않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만들어낸 트랙에 가까워요. 물론 데모 트랙에서부터 클래식한 느낌이 있긴 했어요. 클래식은 새소년이 한 번도 다뤄보지 않았던 영역이기 때문에 꽤 조심스러웠죠. ‘너무 올드하게 느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클래식과 올드함은 한 끗 차이니까요. (웃음)

 

소윤 / 네. 심지어 제가 클래식 락에 관해서 깊게 연구를 했던 사람도 아니기에 어쭙잖게 (클래식을) 재해석한 느낌이 나올까 봐 걱정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새소년이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트랙의 아이디어는 소윤 씨에게서 출발했지만, 노래를 완성하는 데 두 분이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요.

 

유수 / 데모엔 드럼이 없었는데 편곡을 거치면서 드럼을 넣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어요. 처음 데모를 들었을 때, 어떤 방향으로 드럼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상상한 지점을 음악에 그대로 구현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6~70년대에 제작된 스네어나 베이스 드럼 등 말 그대로 클래식한 악기를 좋은 상태로 보존하고 있거든요. 그것들을 일일이 스튜디오에 가져가서 녹음에 들어갔는데, 멤버 모두 선뜻 좋아해 주었어요.

현진 / 저는 유수 님보다 더 나아가서 5~60년대로 갔습니다. (모두 웃음) 딱 10년만큼만 더 갔어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려고 앰프를 새로 샀거든요. 제가 생각했던 소리를 잘 내준 것 같아요.

 

트랙명에 관한 얘기도 간단히 나누고 싶어요. 데모에서부터 작품명은 ‘자유’였지만, 최종 제목으로 결정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고 밝힌 바 있어요. 아무래도 ‘자유’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단어의 무게 때문이었을까요?

 

소윤 / ‘긴 꿈’, ‘심야행’ 다음에 ‘자유’라니. 마치 ‘사랑’이라는 제목을 짓는 것과 비슷한 느낌의 부담이었어요. (웃음) 그런데 이번 노래에서 느껴지는 함축적인 심상을 떠올려봐도 뭐가 없는 거예요. ‘자유는 자유지, 뭘 빗대’. 약간 이런 느낌이랄까요. ‘자유’가 아닌 다른 후보들도 많았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결국 ‘자유’로 결정하자고 다짐했어요.

멤버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야, 자유가 좋아, 다른 제목은 좀 아니었어’라는 얘길 하더라고요. 그때 쾌감 쩔었어요. “그래, 아니야. 자유야!”

 

현진 / 소윤이는 늘 답을 찾아오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중간에 저희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었고 답을 찾아왔을 때 그랬죠. “그래, 그건 아니었어.” (모두 웃음)

 

소윤 / 알고 보니까 저 빼고 모든 스탭들은 ‘자유’를 좋다고 생각하고 있던 거에요. (웃음) 자유라는 단어를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일상에서 자주 쓰지는 않잖아요? 그렇다 보니 ‘자유’라는 글자를 세상에 내보였을 때 느껴지는 쾌감이 있었어요.

 

배우 유아인이 출연한 뮤직비디오 역시 큰 화제가 되었어요. 어떤 계기로 함께하게 되었나요?

 

소윤 / 모임 별 활동을 통해 친분을 쌓게 됐어요. 아인 씨가 모임 별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어느 날 아인 씨가 재밌는 거 있으면 같이 하자고 먼저 얘기를 해줬고, 그때가 마침 ‘자유’를 발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시기여서 그렇게 같이 작업하게 됐죠. 일련의 작업 과정을 무척 즐겨주어서 정말 고마웠어요. 이번 앨범을 행복한 기억으로 남길 수 있게 해준 인물 중 한 명이에요.

 

 

<놀면 뭐하니?>를 기점으로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게 되었지만, 음악은 보다 모험심이 강해지고 있어요. 이 또한 자유의 일환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소윤 / 저희 셋 모두 ‘인기를 굳히려면 더 쉽고 재밌는 음악을 만들어야 해!’와 같은 작업자들이 아닌 거 같아요.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사실 대중적이라는 기준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이 쉬운 말이지만, 굉장히 어렵고 또 중요한 태도이기도 하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대중성이란 개념이 상대적이지만 흔히 ‘대중가요’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스테레오타입들이 있잖아요. 누군가는 타협을 고민하기도 하고요.



소윤 / 갑자기 새소년이 다음 앨범으로 일렉트로닉 드럼을 도입해서 디스코를 해도 저는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해요. 대중성의 유무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했는지가 더욱 중요한 측면이라 생각해요. 물론 아예 타협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모순된 말이라 생각해요. 다만, 최소한의 타협으로 새소년의 것을 해내면서 외부를 맞이하는 것이 저희가 지킬 수 있는 태도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새소년이 방송에서 춤을 췄는데 누군가는 ‘대중들에게 어필하려고 작정했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예전 같으면 그런 피드백을 신경 썼을 텐데, 오히려 이젠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모험심이 커지고 있어요.

 

2021년을 살아가는 지금, 새소년이 하고 싶은 것을 해내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어쩔 땐 댄스 커버일 수도 있는 셈이니까요.

 

소윤 / 그렇죠.

 

이어서 질문할게요. <새참>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컨텐츠도 그렇고, I’m Not Cool 댄스 커버까지 끊임없이 새소년만의 반전 매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러한 소위 ‘느슨한’ 모습을 선보이는 것을 대중들이 가진 새소년에 관한 오해를 깨기 위한 일환이라 생각해도 괜찮을까요.

 

소윤 / 질문해주신 컨텐츠의 시작도 ‘자유’가 기점인지 모르겠는데, 일단은 재밌어서 시작했어요. 반면 걱정도 조금 있었어요. ‘아, 내 이미지!’ 같은 생각들. (모두 웃음)

 

현진 / 소윤이는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있지만, 저희 둘 같은 경우는 아니거든요. (웃음)

 

 

소윤 / 이 오빠들에게는 플러스에요, 완전. 아무튼 저도 사실 입체적인 사람이거든요. 사람의 한 가지 면모만 보여주는 것은 재미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놀 땐 놀고, 작업할 땐 하고 그러는 거죠.

 

팬들의 반응을 포함해 돌이켜보자면, 소윤 씨에게도 플러스가 되지 않았을까요.

 

소윤 / 득과 실을 따져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찍고 있으면 그냥 너무 웃겨요.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랄까요. 저는 이런 컨텐츠가 일종의 광기 같거든요. 무대도 그렇고, 카메라 앞에서 노는 것도 모두 광기라 생각하는데 이게 결국엔 공연을 못해서 이러는 게 아닌가… (모두 웃음)

 

웃고 떠들기도 했지만, 조금은 무거운 질문을 드리려 해요. 한 인터뷰를 통해 셋 모두 새소년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공평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밝힌 바 있어요.

 

소윤 / 지금도 계속 새소년의 테크라이더를 함께 수정해나가고 있어요. 카메라도, 조명도, 악기도 멤버 모두의 이미지가 고루 (대중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새소년이 점점 위로 올라갈수록 가능한 선택지 역시 많아질 테고, 앞서 질문 주신 것들에 대한 세심한 터치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 측면에서 유독 이번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었어요. 세 명의 멤버가 모두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하모니를 만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거든요. 새소년이 오롯이 컨트롤할 수 있는 운동장에서 즐겁게 합을 맞추는 모습이랄까요. 그러고 보니 <음악중심>에서 엔딩을 각자 나눠 가지기도 했네요. (웃음)

 

소윤 / 재밌는 게, 오히려 음악 방송에서 셋을 골고루 잡아주시더라고요. 편견 없이 대한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어요. 개인 직캠도 따로 있고요.

 

현진 / 본방송에서 저는 1분 30초까지 출연을 안 해요. 그래서 솔직히 (제 모습을) 안 찍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직캠엔 다 담겨 있더라고요. (웃음)

 

 

이번 자리를 빌려, 새소년의 현진과 유수가 아닌 베이시스트 현진과 드러머 유수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네요. 라이브에서 신경 쓰는 지점이나 연주관 등 어떤 얘기라도 좋아요.

 

현진 / 공연 당일 악기의 컨디션이나 공연장의 온도/습도, 스트랩 길이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편입니다. 두 멤버에 비해 아무래도 무대 경험이 적다 보니, 퍼포먼스를 위한 연습도 은근슬쩍 하고요. 예를 들어, ‘파도’에서 박자에 맞춰 발을 움직이면 굉장히 촌스럽거든요. (웃음) 그래서, 박자랑 발을 따로 움직이는 연습을 한다든지 두루두루 신경 쓰는 편이에요. 옆에 서 있는 소윤의 기분도 많이 살펴봅니다. (모두 웃음) 공연 전 분위기가 좋아야 공연도 잘 되니까요.

 

유수 / 드럼을 녹음했을 때, 어느 곳에서 들어도 최대한 비슷한 소리가 날 수 있게끔 신경을 가장 많이 쓰는 거 같아요. 학생 때부터 재즈 씬에서도 계속 연주하고 있는데, 스케줄이 없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여하고 있어요. 밴드 활동에서 할 수 없는 부분들을 재즈 사이드에서 표현할 수 있어서 해소의 측면도 있죠.

 

소윤 씨는 그 누구보다 냉정한 프론트퍼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좋은 측면에서요. 성공에 쉽게 안주하지 않는 듯해요. 소윤 씨가 바라보는 현재 새소년의 위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소윤 / 저는 아직도 이제 시작 단계라고 생각해요. 결코 지금 자리에 머물러있고 싶어 하지 않는 습성 때문에 지금도 전진 중인데, 그 끝을 정해두고 싶지는 않아요. ‘우리의’ 음악과 애티튜드를 간직하며 타협하지 않은 채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해요.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해볼게요. 새소년을 바라보고 있으면 차근차근 한 단계씩 도장깨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천 명을 수용하는 라이브홀에서 단독 공연을 매진시키고, 해외 매체에서 호평을 받고, 이제는 공중파 가요 무대에 올랐어요. 그렇다면 새소년의 가장 가까운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요?

 

소윤 / 셋 모두 공통된 생각이지 않을까 싶은데, 더 큰 공연장에서 단독 공연을 하고 싶어요.

 

현진 / 저는 빌보드 1위요. (모두 웃음)

 

유수 / 월드 투어?

 

 

사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월드 투어도 마냥 먼 이야기는 아니었겠지요. 어느덧 마지막 질문입니다. 그 누구도 훼방 놓을 수 없는 ‘자유’의 일주일이 온전히 주어진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현진 / 건강을 위해서 6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어요. 가끔은 좀 찡하기도 하거든요. 왜 이걸 참으면서 사나 싶기도 하고. (웃음) 그래서 일주일 동안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식도락 여행을 다녀오고 싶네요. 그게 저한텐 자유일 거 같아요.

 

유수 / 입대 전, 한 달 반 정도 전국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그때만 해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다시 떠날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근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물론 1주일이라는 시간이 짧기도 하지만, 한 번 더 여행을 떠날 거 같아요.

 

소윤 / 저는 실제로 계획했던 일이기도 한데, 묵언수행과 명상을 겸하는 템플 스테이를 1주일간 다녀오고 싶어요. 내적인 디톡스랄까요. 그런 시간이 있으면 좋겠네요.

 


인터뷰: 키치킴 (kixxikim)

백예린 (Yerin Baek)

 

백예린이 두 번째 정규 앨범 [tellusboutyourself]를 발표했다. 밴드 사운드 위주였던 전작과 달리 수록곡 전반에 미디 프로그래밍을 도입하며 사운드의 변화를 꾀했고 신스팝, 하우스, 개러지 등의 장르적 다양성 또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음악적 성장의 배경에는 프로듀서 구름이 늘 함께했다. 두 사람의 음악을 향한 순수한 고집으로 완성된 본작은 하나의 장르에 치우치지 않는, 그야말로 한국 대중음악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순간을 선사했다.

 

앨범이 발표된 지 약 두 달이 지난 지금. [tellusboutyourself]를 재해석한 리믹스 앨범 또한 발매되었다. 백예린의 음악세계를 같이 구축해왔던 구름, 전위적인 힙합을 추구하는 그룹 XXX의 FRNK를 필두로 sogumm & 오혁의 ‘야유회’ 등 다양한 트랙에 참여하며 주목받고 있는 프로듀서 glowingdog (글로잉독), 한국 일렉트로닉 씬을 대표하는 KIRARA, 사이키델릭 록 밴드 실리카겔의 김한주, ‘The BLANK Shop’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윤석철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장르 프로듀서들이 백예린을 위해 한 곳에 모였다.

 

다양한 시도 끝에 또다시 음악적 성장을 이뤄낸 백예린, 그리고 그의 파트너 구름과 함께 이번 정규 앨범과 리믹스 앨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디로 활동을 시작한 지 한 일 년이 되셨네요. 음악이나 아티스트 활동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면 어떤 부분인지 궁금해요.

 

예린 / 큰 소속사에 소속되어 있는 것과 인디로 하는 것 간의 차이를 아직은 느끼지 못했어요. 코로나19가 시작되지 않았더라면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지금 모두가 힘들고 큰 소속사들도 공연이나 쇼케이스를 못하고 있고 그런 부분이 다 어려우니까. 사실 지난 1년간은 크게 느끼진 못했어요.

 

이런 시기라서 특별히 느끼신 것이 있으세요?

 

예린 / 저는 페스티벌이나 공연 같은 대외적인 활동을 못 하니까 다른 아티스트분들은 앨범을 안 낼 줄 알았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많은 아티스트분들이 음원을 더 많이 내고 언택트 공연 같은 것도 더 많이 하려고 노력을 하시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지금 앨범이 나와서 지금 잘될까?”, “사람들 마음이 힘든데 앨범이 나온다고 해서 잘 들어주실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들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것들을 음악으로 더 풀고 위로를 받는다고 하시는 게 있더라고요.

 

구름 / 언젠가는 이 음악 산업의 모습이 어떤 계기를 기점으로 바뀔 거로 생각했거든요. (저도) 클래식한, 옛날 방식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음악산업이 바뀌고 있는 게, 코로나19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기에 그에 맞춰서 바뀌는 거잖아요. 코로나19가 없어진다고 해서 지금 하는 게 다시 없어지고 예전 방식을 다시 취할 거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이걸 기준으로 많은 패러다임이 바뀌고, 전기자동차 같은 존재처럼 바뀌는 것이 생길 것이고, 저도 이런 상황을 보며 미래 음악 산업에 대한 인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그럼 음악 산업의 변화라는 점에서는 요즘의 상황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구름 / 다 끝나고 보면 긍정적인 것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밴드 연주 위주로 만들어진 저번의 앨범과 비교하면 전곡 MIDI(프로그래밍 비트)로 만들어진 점이 대중에게 큰 변화를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어떤 경위로 이런 음악 스타일을 하게 되셨어요?

 

예린 / 제가 19년도 초반에 오빠한테 MIDI 레슨을 살짝 받았어요. 제가 프로처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쨌든 곡의 스케치를 전달하면 편곡하는 입장에서 제가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어떤 스타일을 하고 싶은지 저의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잖아요. MIDI를 조금 배워서 오빠한테 샘플 쓰는 걸 배우고, 그러면서 제가 스케치를 14곡 중 13곡을 다 해서 오빠한테 먼저 줬어요. 준 것 중에 제 비트를 쓴 곡도 있고, 더한 곡도 있고, 제 건반에 쓴 곡도 있고 그래서 이 음반이 (기존 작품과는) 달라진 것 같아요.

 

대중에게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보여주자는 의도도 있었던 거예요? 작업하셨을 때 특히 조심한 것이나 의식한 것이 있으신가요?

 

예린 / 1집(“Every letter I sent you.”)보다는 변화된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음악에서 조금 벗어나서 예상하지 못하는 것들을 들려주고 싶었고, 사람들이 “예린이가 할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음악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좀 벗어나서, 너무 많은 것을 욕심부려서 다 담거나 너무 새로운 모습만 보여주는 것보다는 그런 부분은 조심하면서 저번 앨범과 이어지기는 하지만 어쨌든 새로운 매력이 있는, “저는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요”하면서 보여주는 그런 걸 의도한 것 같아요.

 

구름 / 어쨌든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예린의 포지션이 ‘포크 가수’ 같은 지칭처럼 계속 같은 특정 장르에 포함되는 아티스트인 것이 아닐까 생각했고, 어쨌든 아티스트는 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비슷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변화해야 하니까 변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 누군가가 들었을 때 “다른 걸 하려고 했구나” 하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만 조심하려고 했죠. 왜냐하면 여기서 변화를 해야 했던 이유가 있어야 하니까, 그런 걸 찾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변화하는 것에 이유를 찾으셨어요?

 

구름 / 개인적인 것이긴 했는데, 이전 앨범은 옛날 방식으로 작업을 한 거였어요. 음악이 좋고 거기에 무슨 내용을 담느냐도 있지만, 지금의 가요를 듣는 사람들에게 이런 음악을 대중가수가 만들어서 가져가면 어떻게 이해하고 소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서 시작했거든요.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오히려 굉장히 현대적인 작업을 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70, 80년대 처음 전자음악이 생겼을 때의 클래식에 해당하는, 그 당시의 산업이 격변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우울한 사람들이 만든 신나는 음악 같은 걸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어쨌든 지금은 우울한 시기이기도 하고, 디트로이트에서 테크노가 만들어진 시절이라든가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노래가 되게 신나고 파티 뮤직 같은데,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어둡고.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때의 신나고 우울한 디트로이트 테크노, 시카고 하우스 같은 음악에 매력을 느끼셨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셨나요?

 

구름 / 사실 지금은 ‘내가 무언가를 배워야지’, ‘찾아야지’ 하면 쉽고 빠르게 찾고 배울 수가 있잖아요. 옛날 시카고 하우스 같은 걸 들으면 잘 만들어진 현대적인 사운드인데, 지금 많이 쓰는 악기도 많이 있지만, 당시 그 사람들은 누구 친구가 쓰는 거, 비행기 타고 와서 구해온 LP 같은 그런 것들로 만든 음악들이니까.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엄청 가난하고 주어진 게 없는 상황인데 거기서 신나게 놀아보겠다고, 음악을 틀어보겠다고, 만들려고 했고. 지금 언택트 공연하는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든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그런 최선을 다하는 느낌이나 방식 자체가, 그 어떤 분위기나 이런 게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의 음원을 들으면서 80년대, 90년대의 음악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혹시 신디사이저 같은 악기를 고를 때 새로운 것보다는 빈티지한 악기를 써보자” 같은 생각이나 시도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구름 / 그런 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은 해요. 예린이가 노래를 부르는 방식 같은 것이 요즘 가수 같은 느낌보다는 클래식한 느낌이 있다고 생각해서. 가사를 쓰는 방식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잘 어울려서 그쪽으로 흘러간 것 같아요.

 

피아노나 기타로 작곡을 할 때가 많았던 저번 앨범까지와 달리 이번 앨범은 전곡을 MIDI로 작곡했기 때문에 비트를 먼저 만들고 거기에다가 노래의 멜로디를 만든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작곡 방식에 변화가 생겨서 힘든 점이 없었나요?

 

예린 / 제가 2019년 3월에 EP([Our love is great])를 냈잖아요. 그때 이미 녹음을 다 해놓고, 오빠가 믹싱을 다 하고 있었어요. 저는 혼자 할 게 없으니까 오빠한테 조금 배운 걸 방에서 계속한 거예요. 1집은 피아노나 기타로 반주를 하면서 동시에 멜로디랑 가사를 쓰면서 작업을 했는데,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 비트를 먼저 찾고, bpm을 맞추고, 그러고 나서 건반을 먼저 치고, 거기에 멜로디랑 가사를 붙였거든요. 아예 기존 방식에서 역방향으로 작업을 했는데 사실 엄청 장난치는 것처럼 작업한 거예요. 제가 가이드 같은 걸 만들어서 오빠한테 들려주고, 좋다고 쓰고. 이런 식의 작업이라 생각보다 다들 좋아해줘서 다 쓰인 것 같아요. 힘든 점이라기보다는 너무 편하고 재미있게 작업을 했어요.

 

 

재미있고 새로운 걸 도전하는 즐거움 같은 것도 느꼈던 작업이었네요. MIDI로 만들어진 비트와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가져다주는 편안한 분위기나 무드가 앨범 전체적으로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댄스 트랙도 비트가 과하게 화려하거나 강하지도 않아서 앨범의 편안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은 것 같아요. 자신이 평소에 듣는 음악이나 취향 또한 너무 화려한 음악보다 어느 정도 자제한 음악을 선호한다고 생각하세요?

 

예린 / 밸런스가 있는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특정 누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가사도 그렇고, 저는 요즘 음악보다는 옛날 음악을 더 좋아하고. 유재하도 좋아하고 빛과 소금도 좋아하고… 굳이 뽐내지 않아도 빛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는 새로운 프로듀서 방민혁 씨와 같이 작업하셨네요. 어떤 계기로 같이 작업하게 되었나요? 재즈로 시작해, 요즘은 잔잔한 일렉트로닉을 솔로 작품으로 선보이는 방민혁 씨를 보며 예린 씨의 음악 스타일과 맞다고 느꼈어요.

 

구름 / 같이 하게 된 건… 늘 예린이가 저랑만 (작업을) 했어요. 이게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저와 작업하는 것 외의 시도를 하지 않은 건 일단 틀린 거로 생각했어요. 그리고 변화하려고 하고 있으니까 내가 잘 다루지 못하는 거, 잘 이해하지 못하는 거, 시장에 이해도가 있는 그런 사람이랑 같이하고 싶었고. 원래 민혁 형은 저랑 되게 오래 알고 지냈거든요. 대학교도 같이 다녔고 잘 아는 분이라 처음에는 그냥 같이해본 거예요. 잘 맞으니까 그냥 다 같이 하자고 한 거죠.

 

예린 / 그리고 저는 방민혁 오빠가 합류해서 너무 좋았던 이유는… 저희는 약간은 내성적이고, 집에만 있거나 작업실에만 오거나 하는, 우리끼리만 노는 사람들이라서요. 작업방식에도 삶의 방식에도 그게 티가 나는 것 같아요. 뭔가 많은 새로운 경험을 하기보다는 둘이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방민혁 오빠 같은 경우는 굉장히 저희랑 대조되게 밖에도 많이 나가고, 경험도 많이 쌓고 테크노 클럽도 가보고 저희랑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제 앨범의 변화는 오빠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왜냐하면 중간에 테크노 브레이크 같은 게 들어가 있는 것도, 그런 부분이 사실 오빠가 좋아하는 걸 적용해봤던 건데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거예요. 그런 부분이 성격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됐고, 저도 이런 많은 경험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럼 이번 앨범에서 특히 방민혁 씨의 영향을 받은 부분은 댄스곡이신가요?

 

구름 / 주로 그런 느낌이죠.

 

댄스곡에 대해서는 두 분이 미리 이번 앨범에서는 이런 걸 해보자같은 생각이 있었다기보다는 방민혁 씨가 그런 아이디어를 낸 거예요?

 

예린 / 그런 게 있지만 저는 제가 원래 하던 음악이 콘서트에서도 그렇고, 부르면서 우울한 노래들이 많고 발라드 노래들도 많아서 ‘내가 좋아하는 게 이게 진짜 맞을까?’, ‘내가 무대에서 지금 하고 싶은 노래가 이런 노래들일까?’ 하는 생각을 했을 때 전혀 아니었거든요. 제가 듣는 음악도 조금 신나고 리드미컬한 음악들이 많고. 그래서 저도 무대에서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그걸 이제야 푼 느낌이 있어요. 제가 처음 비트를 만들었을 때도 어느 정도 신나게 하려고 염두에 두고 방민혁 오빠가 들어오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죠.

 

구름 / 원래 빠른 템포의 곡을 예린이가 갖고 있었고, 그걸 같이 작업을 하는 거잖아요. 민혁 형이 아니라 다른 분이 왔으면 이게 전부, 예를 들어 스웨디시 하우스가 될 수도 있고 덥스텝 음악이 됐을 수도 있었던 건데. 민혁 형이 들어와서 딥하우스나 디트로이트 테크노나 이런 것들이 나오게 된 것 같아요.

 

분이 평소에 즐겨 듣는 댄스음악은 어떤 거예요?

 

예린 / 저는 St. Vincent를 엄청나게 좋아해요. 처음에는 그녀가 되게 모던록 정도까지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Masseduction]을 들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관능적으로, 직관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모습을 보고 이번 앨범에서 저도 솔직한 음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한테는 엄청나게 신나는 음악만이 댄스가 아니라 그런 전자 음악, 조금 BPM이 느리더라도 신나는 요소가 악기로 있으면 그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구름 / 저도 비슷한 거 같아요. 오히려 작업 중간에는 댄스음악보다 밴드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Andy Shauf 같은 음악을 들었던 것 같아요. 그게 엄청 느리고 잔잔한 포크인데, 그것도 신나게 들으려면 들을 수가 있잖아요.

 

꼭 댄스음악 아니어도 두 분 모두 신나는 요소가 있는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네요. 이번 앨범의 작업을 하면서 보다 다양한 음악을 접하게 된 것 같은데 Apple Music FLO에 공개된 플레이리스트를 봐도 그것을 느껴요. 그중에도 특히 제작 기간에 많이 듣거나 빠진 아티스트를 두 분이 한 팀씩 뽑아주시고, 그 아티스트의 어떤 부분이 이번 앨범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시는지 알려주시겠어요?

 

예린 / 저는 그 시기에 딱 들었던 게, Your Smith라는 아티스트가 있어요. 그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고 ‘아, 나도 이런 거 해보고 싶다.’ 했는데 그게 댄스음악이 아니었어요. 그냥 MIDI로 만든 그런, 간단하지만 대중적이고 되게 좋은 멜로디를 가진 음악이라고 해야 하나. 그걸 듣고 저도 MIDI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름 / 영향을 많이 받은 부분은 딱히 꼽을 수가 없는데 제가 2019 년에 제일 많이 들었던 앨범이 Kaytranada 의 [BUBBA]인 것 같아요. 그 사람의 작업 방식이 알앤비, 힙합과 댄스음악의 경계선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해요. 파티 음악 같으면서, 힙합 같으면서 밸런스가 되게 좋아서. 음악을 되게 쿨하게 하거든요. 잡히는 걸 막 쓴 거 같은데 되게 섬세하고. 그런 무드를 만드는 데에 되게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해야 하나. 킬링 멜로디 같은 것보다는 들었을 때 멋있게 들리는 무드를 잘 만들어서 작업하면서 되게 많이 들었어요.

 

 

이번 앨범과 양쪽에 놓으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을 두 분이 두 장씩 골라주시겠어요?

 

구름 / 제가 이 앨범도 많이 들었거든요. Video Age라는 팀의 [Pop Therapy]라는 앨범인데 되게 행복한 신스팝, 디스코 앨범이에요. 다른 한쪽에는 St. Vincent의 [Masseduction] 이걸 들으면 좋겠네요.

 

[Masseduction]의 경우 어떤 부분이 어울리거나 공통된 점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구름 / 어찌 됐든 예린이의 [tellusboutyourself] 앨범도 록적인 요소가 어느 정도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St. Vincent [Masseduction] 앨범도 어느 정도 전자음악적인 요소가 많이 있는데요. 작업하는 방식이 되게 다른 전자음악이지만, 그래서 뭔가 이렇게 섞어서 들어도 다 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tellsuboutyourself] 끝나고 [Masseduction] 1번 트랙에 쭉 가면 넘어가는 느낌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보컬리스트로서의 예린 씨의 개성이나 매력이 잘 전달되는 앨범인 것 같아요. “I am not your ocean anymore” 같은 노래는 Michael Jackson이나 Whitney Houston 발라드곡을 연상시켰고 “Ms. Delicate”, “Loveless” 등에서는 소울풀하게 노래를 부르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보컬에 대해서는 어떤 것을 의식하고 작업하셨어요?

 

예린 / 녹음을 대충 하는 편이었어요. 정규 1집도 그렇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도 있지만 저는 라이브를 잘하면 된다는 주의였어요. 근데 쉬면서 앨범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분들과도 작업하고, 청하 씨나 다른 분들과 작업을 하면 정말 열심히 (노래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테이크도 많이 받고 컴핑(comping) 할 때 좀 좋은 걸 쓸 수 있게 대비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게 저랑 너무 달라서 처음에는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는데 그 과정을 계속 보다 보니까, 그리고 다른 가수분들의 이야기도 듣다 보니까 저런 부분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번 앨범에서 “Hate you” 같은 경우는 세 번씩 녹음하고, 그리고 엄청 열심히 더 힘을 냈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 전까지는 너무 대충해서, 이번엔 좀 확실히 더 다르게 해보자는 생각도 해서 녹음도 많이 받고 노력을 좀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Ms. Delicate”에서는 장르가 변화되는 부분에서 목소리가 조금 바뀌는데, 그 부분은 Alina Baraz나 Jhene Aiko처럼 소리를 내보려고 도전했어요. 그리고 “Hall&Oates”는 Hall & Oates처럼 브리지 멜로디를 만들고 싶어서 뒤에 기교나 이런 것들도 보면 그때 당시 Hall & Oates의 느낌이 나게 했어요.

 

가사는 사랑이나 연애를 주제로 한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대중들에게는 공감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고독감이나 불안감을 느끼며 갈등하면서도, 때로는 “Lovegame”이나 “Hate you” 등 연애나 상대방에 의존하지 말고 더 강하고 독립한 인간으로 성장하려고 하는 모습도 느끼고. 그런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지난 앨범까지도 사랑과 연애를 주제로 하는 노래는 많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연애에 관한 생각이나 가치관이 달라졌다면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예린 / 확실히 회사도 바뀌고 저한테는 2019년이 변화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곡을 쓸 때 안 좋은 사람들이나 인간관계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인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썼어요). 원래는 사람 만나고 하는 것들을 너무 좋아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너무 좋아했는데 너무 내가 순수했구나, 순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 좋은 사람을 구분할 줄 아는 방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아요. 아직 모자라지만. 그리고 내 사람들을 챙기는 그런 걸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래서 저번 앨범 타이틀곡인 “Square (2017)”나 “Popo”가 사랑의, 위로에 관한 노래였는데 이번의 타이틀곡은 우울한 부분이 많은 노래 두 곡이 타이틀이 됐잖아요. 우울함을 통해서 조금 더 강해진 제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요즘 멘탈이 조금 더 세진 것 같아요.

 

특히 “Hate you” 후반 브릿지 가사가 멋있고 인상적이었는데 이 부분은 어떤 것을 생각하면서 쓰셨는지 궁금해요.

 

예린 / 저는 사람을 미워하는 거 자체가 굉장히 에너지를 많이 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배려를 한다거나 지나치게 그 사람을 생각해 준다거나 그런 걸 잘 안 하려고, 그런 일들을 많이 안 만들려고 평소에 노력을 많이 하거든요. 근데 그걸 되게 순진하게 그렇게 모든 사람한테 해줬던 것 같아요. 뭔가를 기대하고, 나한테 똑같이 잘해주는 걸 바라고 잘해주는 게 아니지만 그래도 항상 저만 상처받는 관계로 끝나더라고요. “Hate you”에서 그런 부분들을 “나도 싫어해”라고 말하지만 가사 끝에는 “그래도 너한테 이렇게 진심으로 신경 쓰고 좋아해 주는 사람이 나뿐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가사는 강하지만 어쨌든 그 안에도 그 사람을 케어하고 신경 쓰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그런 곡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누군가를 증오하는 마음보다는 좋아하고 신경쓰는 사람이 좀 너무 못되게 굴 때나 정신 못 차릴 때, 그럴 때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요.

 

CD 버전에서는 “Hate you” 뒤에 tellhim”이라는 노래가 수록되고 있는데 “Hate you / tellhim”으로 하나의 곡으로 다뤄지고 있네요. “tellhim”은 제삼자에게 전 애인에 대한 소식을 물어보는 가사인 것 같은데 “Hate you”와 하나의 곡으로 되는 이유가 궁금해요.

 

예린 / 에피소드가 있어요. 원래는 King Krule한테 피쳐링을 부탁하려고 연락을 했어요. 서로 시차도 안 맞고 한 부분도 있어서 좀 연락이 계속 늦어지게 된 거예요. 발매를 얼른 해야 하는데. 무산되어서 안 하기로 했는데, 그 부분을 King Krule을 위해서 만들었죠. 그분의 스타일을 저희가 참고로 해서 만든 부분이 있었는데, 그걸 못하게 되었지만 트랙이 너무 좋은 거예요. 너무 아까워서 제가 그냥 멜로디를 붙이고, 어떻게 보면 “Hate you”라는 이야기가 지나간 후에 “그래서 개는 잘 지낸대?”라고 물어보는 곡이거든요.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I’m in love의 가사는 베를린에 체류하셨을 때 쓰셨다고 들었어요. 저번의 앨범에서도 “Berlin” “London”이라는 곡이 있어서 예린 씨에게는 방문해보신 해외의 도시 하나하나가 큰 영향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베를린과 런던은 각각 예린 씨에게 어떤 장소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을 떠나고 나서 기분이 달라진 걸 느낄 때도 있나요?

 

예린 / 베를린은 저한테 처음 가본 유럽 도시의 향기가 있어요. “Berlin”이라는 곡을 쓴 것도 어쨌든 제가 거기서 뮤비를 찍었고 사진 촬영을 했기 때문에 거기서 머물면서 몸으로써 느낀 걸 담아서 쓴 거였어요. 사실 런던은 안 가봤어요. 록스타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저런 느낌인 도시구나’ 정도로만 보고 있었고 저한테는 어떤 클리셰(cliche)인 것 같아요. “London”은 곡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 노래가 그런 느낌이 나서 그렇게 (제목을) 정했고. 저는 한국을 벗어나서 어떤 활동을 했을 때 되게 힘든 것 같아요. 원래도 밖에 안 나가기도 하고, 집에서 너무 멀어진 느낌이 들어서. 사실은 외국에 나가는 게 그렇게 행복하기보다는 좀 외로운 느낌이 많이 들고 우울할 때도 잦은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리믹스 앨범도 함께 발표되는데,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예린 / 이번 앨범은 여러모로 다양하고 새로운 장르를 도전했기 때문에 편곡 방향 역시 다양할 수 있는 앨범이라고 느꼈어요. 평소 좋아하던 프로듀서 분들과 새로운 작업도 해보고 싶었던 중에 ‘이들은 제 앨범을 어떻게 해석하실까’하는 궁금증으로 시작해 부탁드리게 되었어요.

 

구름 / 예린이는 앨범 작업을 대부분 저와 함께 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분이 합류하면 어떤 느낌의 결과물이 나올지 늘 궁금했어요. 그래서 리믹스 앨범에 대한 생각은 앨범 작업 과정에서부터 이미 어느 정도 갖고 있었어요.

 

참여 프로듀서의 리스트를 살펴보면 힙합, 일렉트로닉, 장르가 다양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음악적 시도가 있었던 이번 앨범과 어우러지는 그림이었는데요. 콜라보 아티스트는 어떤 방식으로 선정했나요?

 

예린 / 평소 좋아했던 분들께 부탁을 드렸어요. (웃음) 저와 다른 장르와 씬에 계신 분들이 어떤 식으로 작업하시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분들의 앨범을 듣고 감명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제안하게 된 것 같아요.

 

구름 / 평소에도 잘하신다고 생각했던 분, 혹은 작업을 맡겨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분들을 생각해서 예린과 대화를 나누어 결정하게 되었어요.

구름 씨는 편곡 작업도 함께 겸했는데, 이번 리믹스 앨범 작업에서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썼나요?

 

구름 / 보컬 음악의 경우, 그 음악의 주인은 보컬이기 때문에 (보컬을 위해) 많은 부분을 비워요. 리믹스 작업의 경우 그런 제약으로부터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같은 상황이나 감정도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에 예린이의 가사를 보고 느낀 마음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보려 했습니다.

 

예린 씨는 새롭게 해석된 리믹스 음원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예린 / 너무너무 재밌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프로듀서 분들께서 아무 제약 없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어 더 재밌었다고 얘기해주셔서 기뻤고요. 이렇게 멋진 분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제 음악을 편곡해 주셔서 감동이었고, 기회가 있다면 참여해 주신 분들과 함께 더 많은 작업을 함께 하고 싶어요.

 

 

비주얼 면도 아티스트로써의 예린 씨 개성의 하나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145office의 홍연수 씨와 자주 같이 작업하신 것 같은데 어떤 점으로 그분한테 신뢰를 갖고 계셔요?

 

예린 / 저랑 언니는 친구로 처음에 만나서 일 자체를 생각했다기보다는 서로 응원하는 입장이었어요. 옆에서 저를 보면서 저번 앨범도 그렇고 제가 맨날 다 혼자 하다 보니까 이렇게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는 게 안쓰러웠나봐요. 걱정하기도 하고. 그래서 계속 뭔가 필요하면 자기가 해줄 테니까 얘기하라고 먼저 말하더라고요. 이번 뮤비랑 옷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변화가 많았잖아요. 그 변화를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는 게 사진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진에서 제가 비주얼적인 면을 보여줬을 때 사람들도 약간 놀라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언니는 그런 일도 많이 해봤으니까 조금 더 전문적인 분이랑 함께 해나가면 좋을 것 같아서, 그게 참 잘된 것 같아서 서로 잘 지내고 있어요.

 

[tellusboutyourself] 앨범의 비주얼이나 사진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요.

 

예린 / 보통 저는 앨범을 기획할 때 곡이 다 있는 상황에서 곡 마다 찍고 싶은 사진의 느낌이나 장소 같은 걸 PPT로 만들어서 직원분들께 보여드려요. 그와 맞는 포토그래퍼를 찾고, 장소를 찾고. 포즈 아이디어나 같은 것도 포토그래퍼랑 논의하고 그런 식으로 일을 해왔어요. 사람이 취하고 나서의 감정 같은 것들을 표현하고 싶어서 클럽 화장실 같은 곳을 많이 찾아보았는데, 그런 부분들에 제 의견이 많이 반영되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오래 활동하는 아티스트로서 아티스트 커리어를 쌓아가는 점을 생각하면 특히 존경하시는 아티스트가 있으신가요?

 

예린 / 오빠가 동경사변 노래를 많이 들려주어서 시이나링고 영상을 많이 보게 된 거예요. 그분이 진짜 오래 활동하시고 있기도 하고, 앨범마다 하나씩 컨셉이 있고 어떤 세계관이 있고. 저는 이런 가수가 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든 엄청나게 큰 계획을 짜고 큰 자본을 들여서 해야 하는 작업이니까. 그래서 저는 그분 영상들을 보면서 ‘아, 나도 이렇게 뭔가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생각하죠. 어쨌든 일본 여성 가수라고 하면 그분이 제일 먼저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계속 오래 하고 싶어요. 컨셉도 계속 바꿔보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도 해보면서.

 

구름 씨도 예전에 저와 인터뷰를 했을 때도 동경사변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음악이나 커리어의 어떤 부분에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구름 / 프로듀서로써 시이나링고가 많이 귀감이 됐던 것 같아요. 사실 그분이 원래 약간 록스타잖아요. 1집부터 들으면 되게 록 음악을 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이렇게 밴드를 하면서도, 오히려 지금의 앨범을 들어보면 오케스트레이션 성향이 강해진, 빅밴드 형태도 그렇고 어떤 그 사람만의 변화가 있고 그런 계기도 있고, 그렇게 지나가면서 하나하나의 앨범을 냈던 게 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든 아티스트는 계속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같은 틀이라고 해도 만들고 또 납득시키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그 사람이 다른 팀이나 외부활동을 하면 스스로 아티스트로써가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으로써 일할 수 있는 모습도 되게 멋있는 것 같고. 자기가 다른 사람이랑 한 곡들을 자기가 불러서 낸 앨범도 있잖아요. ([逆輸入 ~港灣局~]) 그런 것들도 들어보면 밸런스를 맞추는 것 같아요. 이런 작업을 하는 나와, 내 음악을 하는 나와, 내 친구들이랑 있는 나. 이 아티스트의 모든 모습이 되게 멋있고 그것이 되기 어려운 거라는 걸 알아서. 그런 부분을 좀 더 리스펙트합니다.

 

이번 앨범의 작업을 통해서 아티스트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어떤 부분이 성장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예린 / 저는 일단 두 번째 정규 앨범인데, 항상 저는 아티스트들한테 소포모어 징크스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걸 조금 잘 깬 것 같아요. 1집에 담긴 얘기를 솔직한 얘기라고 해주는 분도 많았지만 저는 조금 불투명한 가사를 썼다고 생각해요. 조금 은유적이고. 이번 앨범에서의 가사는 조금 더 저의 최근 생각, 최근 고민, 그리고 저 안에서의 어떤 갈등에 대해서 진짜 솔직하게 썼다고 생각하거든요. 만들어낸 얘기 없이 제가 느꼈던 감정을 메모로 해놓았던 걸 그대로 옮겨서 쓴 거라서, 그래서 사람들한테 제 모습의 일부를 보여주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조금 사라진 그게 제일 큰 변화인 것 같아요.

 


 

Interview | 야마모토 다이치
Edit | 키치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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