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나이트오프 (Night Off)
기타리스트 이능룡과 보컬 이이언으로 구성된 나이트오프는 밴드 언니네이발관과 못이라는 화려한 이력 덕분에 결성 초기부터 많은 화제를 받았다. 특히, 2018년 발표한 [마지막 밤]은 큰 프로모션이 없었음에도 순항했고 타이틀곡인 ‘잠’ 뮤직비디오는 조회수 3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들이 약 2년 만에 발표한 새 싱글 [반짝이는 순간들은 너무 예쁘니까]는 나이트오프 특유의 악곡이 빛나는 가운데 따뜻한 멜로디와 가슴 저릿한 가사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바쁘다는 핑계로 일상 속에 흘려보냈던 서울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뮤직비디오 역시 체크해보길 바란다.
사공 (Sagong)
컨트리, 포크, 록 등 다양한 장르를 기반으로 총 두 장의 EP와 세 장의 싱글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사공. 악기를 쥐었을 때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지만, SNS에서는 다소 헐렁한(?) 모습을 보이는 등의 반전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새 싱글 [모래성]은 캐치한 기타 리듬이 인상적인 ‘사공식 팝’ 트랙으로, 연인 간의 사랑을 쉽게 부서지지만 그렇기에 다시 쌓아올릴 수 있는 모래성에 빗댄 가사가 인상적이다. 마치 지난 시절의 목가적인 포크/어쿠스틱 넘버들을 연상케 하는 사공의 노래와 함께 남은 가을을 보내보자.
조성태
프로듀서/피아니스트 조성태는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정은지, 세정(구구단), 선우정아 등의 음악가와 협업하는 등 메인스트림과 인디즈를 바쁘게 오가며 활약 중이다. 외부 작/편곡 및 라이브 세션으로 이름을 알리던 그는 2015년 11월, 요조가 피쳐링한 싱글 [시절]을 통해 싱어송라이터로 정식 데뷔했다.
2017년부터 1년에 한 번 꼴로 작품을 발표 중인 그가 올해도 어김없이 새 싱글과 함께 돌아왔다. 전작 [쉿!]이 유머러스하고 캐치한 인디 팝 스타일이었다면, 상반된 무드의 신작 [Stay]에서는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차분하고 포근한 R&B/포크를 맛볼 수 있다. 피쳐링으로 참여한 싱어송라이터 지언(JIEON)의 포근한 목소리 역시 인상적.
좋아하는 뮤지션의 모든 이야기가 궁금하곤 합니다. 직접 물어볼 수도, 흘러와 들을 수도 없는 질문들을 모아보고 싶었습니다. 음악을 하는 이와 듣는 이 서로가 궁금했던 이야기를 모집했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모였고, 몇몇 질문과 답변을 모아 지면에 담았습니다. 열심히 질문을 나눠준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본 인터뷰의 모든 내용은 팬들의 질문과 뮤지션의 응답으로 구성되었습니다.
Q. 안다영 정규 1집이 발매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요?
A. 케이크의 초를 불고 축하 메시지에 답장을 하였습니다! 사실 평범하게 보냈어요.
그래야 마음이 더 누그러지지도 않고 차분하더라구요.
푹 자고 쉬다가 음원 사이트에서 제대로 음반을 감상한 건 발매하고 사흘 뒤쯤인 것 같네요.
Q. 앨범을 발매한 기분이 어떠세요?
A. 작업자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가 없고, 음반에 여러 얼굴이 되어준 친구들의 힘으로 잘 마쳤다는 생각도 들고 그저 감사함 뿐입니다! 야호!
Q. 이번 앨범 너무 잘 듣고 있어요. 실제로도 듣고 싶은데, 단독공연 계획이 있나요?
A. 올해는 어려운 시국인지라 모든 동료분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도 조심스럽기에
여러 상황과 적절한 시기를 고려해보는 중이에요. 저도 어서 공연하고 싶어요!
Q. CD나 LP 판매계획도 있나요?
A. 네, 조만간 소식 들려드릴게요!
Q. 밴드 멤버로서, 세션 연주자로서, 그리고 솔로 뮤지션으로까지 자신만이 추구하는 정체성이 있나요?
A. 안다영의 정체성을 특별히 정립하고 작업에 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각 역할에 있어 개별적인 태도를 갖추려고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이 저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의, 혹은 어떠한 결로 나를 드러내는가의 차이로 다가올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sonly
Q. 대중들에게 음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신가요?
A. 글쎄요, “어떤 이야기만 들려줄 거야.”하고 콕 설정해두기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제 화법으로 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세상에는 무수한 일들이 많으니까요!
Q. 앨범의 곡들을 하나하나 떼어 살펴보는 것과,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호흡을 끊지 않는 것 중 어떤 것을 더 선호하시나요?
A. 어릴 적 음악을 배우던 시기를 기억해보면 (지금도 그렇지만) 하나의 곡을 닳고 닳도록 듣는 것을 매우 좋아했어요.
(50분 정도 걸어서 등교할 때 단 한 곡만을 들으며 갈 만큼!)
시간이 흐르고 요즘은, 앨범 단위로 발매된 음악을 들을 때 트랙 순서에 흐름을 맡기는 편이에요.
비단 음반의 길이를 떠나서 음반이 선사하는 서사가 어떤 질감으로 내게 흥미를 주고,
궁금증을 유발하는지에 훨씬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아요.
트랙 배치에 연결 고리가 없더라도 서사에 개연성이 있는 음반들도 있으니까요. 뭐 사실 서사가 없어도 좋고요.
Q. 요즘 빠진 음식이 있나요?
A. 얼마 전 와인을 선물 받아서 어떻게 즐겁게 마셔볼까 하다가 뱅쇼를 만들어볼까 궁리 중이에요. 맥주는 여전히 맛있습니다!
Q. 팥 붕어빵 vs 슈크림 붕어빵
A. 슈붕!
Q. 당장 아무 곳이나 떠날 수 있다면 제일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가요?
A. 제가 준비한 공연이 열리는 공연장이요!
Q. 평소 좋아하는 단어가 있나요?
A. 평정심 (좋아하면서도 싫어합니다)
Q. 요즘은 어떤 취미를 갖고 계세요?
A. 매일 아침마다 30~40분씩 걷곤 하는데, 올해는 밤보다 아침이 주는 기운이 참 좋더라구요.
Q. 요새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A. 선택과 삶의 중심
Q. 다영님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가요?
A. 천진난만함 그리고 그 미지의 것을 파고들지 않는 마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았답니다.
Q. 앨범 아트워크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내포된 의미를 직접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아트워크 작업에서는 입체성을 띤 형체를 만드는 데에 집중하였어요.
실재하지 않는 것을 실재하듯 만드는 것과,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나 양가적인 물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3D 작업 방식을 선택했고,
정규앨범의 얼굴이 될 아트워크이기에 이전 발매작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나의 씬이 연출되었으면 하는 의도로 만들었어요.
디지털 발매를 우선으로 둔 이미지이기보다는 피지컬 제작을 염두에 둔 작업물이었기 때문에,
CD를 구매하신다면 더 시원한 양가성을 여실히 느끼시리라 생각되어요. 하하하하하
–nsy, 이안
Q. 손톱, 지문, 엄지 등 다영님의 가사에서는 손과 관련된 소재가 많이 보여요.
시간의 흐름을 확인하거나 마음을 은유적으로 전달할 때 등등, 많은 감정을 손을 통해 전달하시는 것 같아요.
다영님에게 손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손은 나를 어디로든 가게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게 돕고,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할 수 있는 여러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연주를 하거나, 음악을 만들거나, 이렇게 인터뷰에 답변하는 등,
제가 하는 대부분의 행위는 손을 거쳐야만 여러분들께 보여질 수 있는 일이기도 하거든요.
예전에는 제 손이 꽤 크고 투박하다는 이유로 썩 좋아하는 마음이 없었는데 지금은 무척이나 좋답니다!
Q. “인간은 입체적입니다.”라는 메시지의 배경이 된 실제 경험이나 책, 영화 등의 사례가 있나요?
A. 안티히어로는 지난 몇 년간 던져온 질문의 도착지예요.
‘절대적인 무언가로 위치하는 것’ ‘모든 행위에 있어 열리지 않은 완전한 해석이 무조건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
‘오롯이 한 가지만을 취해야 하는 흐름’이 저에겐 부자연스러운 질문들이었어요.
(저는 항상 한 가지를 잘 못 고르거든요.)
그래서 인간의 자연스러운 입체적인 모습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훨씬 다양한 이야기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구요.
Q. 안다영에게 있어서 ‘ANTIHERO’는 긍정적인 의미인가요, 부정적인 의미인가요?
A. 안티히어로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키워드가 ‘고립’이에요.
고립으로부터 써 내려가고 만든 음악이었거든요.
처음 음반을 내려고 마음먹었던 시작점을 상기해보면,
지금 더 많은 작업자들과 친구들이 함께 안티히어로를 완성해주었어요.
많은 동료들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구요.
그렇기에 안티히어로는 긍정과 부정으로 이탈된 수많은 의미로 남아있지 않을까 싶어요.
Q. ‘ANTIHERO’ 영상에 대한 해석이 궁금해요.
A. 안티히어로에는 뮤직필름과 뮤직비디오가 포함되어 있어요.
뮤직필름에는 저의 지인들이, 뮤직비디오에는 ‘모어’ 님을 비롯해
제가 개인적으로 흠모하던, 흥미로운 위치에서 활동하는 출연진분들께서 출연에 응해주셨구요.
이 두 편의 비디오는
안티히어로를 만들게 된 제 이야기를 들은 영상작업자 ‘이은호’, ‘가수연’ 님이 자신들의 화법으로 안티히어로를 표현해낸 것이랍니다.
저는 저의 해석으로 다른 협업자들과 함께한 작업물의 의도가 변형되거나 단정 지어지는 것을 소망하지 않아요.
두 편의 영상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조금 더 여유롭게 풀어나갈게요!
[Music Film] 안다영 (Ahn Dayoung) – 파노라마 Panorama / Official Music Film
Q. ‘원래 그런 사람’ 뮤직비디오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A. 그래도 궁금함이 가득하실 분들께 가벼이, 제가 되던져 보아요.
“나가는 사람, 머무르는 사람, 지키는 사람, 정리하는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안다영 짱입니다영
[MV] 안다영 (Ahn Dayoung) – 원래 그런 사람 (Usual Person) / Official Music Video
Q. ‘원래 그런 사람’의 가사에서 “미안해 넌 좀 병신 같아”라는 가사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원래 그런 사람’은 3년 전에 만든 노래예요.
햇수를 거치면서 ‘병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에 있어 오랜 시간을 고민하고 수정의 시간을 거쳤어요.
사전적 의미를 차용했다 하더라도, 시대와 시선의 변화에 따라 말하는 사람이 자신을 돌아보고 목소리를 갖추는 것 역시 요긴하니까요.
이 한 문장에 힘이 실리는 것보다 곡의 전체적인 흐름이 저에게 훨씬 중요했지만,
그만큼 ‘솔직함’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 역시 저라는 사람에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미성숙함으로 남아 있는 제 모습일 테지만, 이제 한 장의 음반을 발매했고,
앞으로 더욱 견고한 중심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다짐이 생겨요.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께 더 배워 나가겠다는 약속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7,3,2,1’에서 결국 한 글자가 된다는 건 부정일까요, 긍정일까요?
A. 다시 일곱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죠!
그러니 부정도 긍정도 저보다는 들으시는 분들에 의한 투영이 될 것 같아요. 저는 열린 결말을 즐기니까요!
–이안
Q. ‘이끼’ 녹음은 몇 번 만에 끝내셨어요? 왠지 한껏 끌어올린 가장 처음의 느낌일 것 같아요.
A. ‘이끼’의 보컬은 데모로 보내두었던 보컬 트랙이었어요.
음반에서 데모 소스가 사용된 트랙이 종종 있는데, ‘이끼’는 데모에서 녹음된 첫 테이크를 사용하였답니다.
자랑은 아니고 그냥 제가 그 소스가 마음에 들었어요..
–이안
Q. ‘Intro’가 마지막 트랙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Intro는 사실 1번 트랙인 ‘램프의 요정’의 전주였지만,
가장 뒤에 두는 것이 음반의 흐름에 적합할 것 같아 마지막 트랙에 배치했어요.
단순히 제가 더 재밌고 흥미롭게 느끼기도 했고요.
Intro는 4번 트랙 ‘지문’의 간주 화성 진행과 같기도 해요.
4번 트랙에 대한 복기 혹은 복선으로 만든 건 아니었지만 다른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덧붙여 12번 트랙에 이어 1번 트랙을 감상해보신다면 그것 또한 흥미로울 것입니다!
Q. 다영님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
맑지만 추운 날 광활한 자연이 펼쳐진 곳의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기분이 들어요.
끝맺음을 위해 뛰어내리는 건 절대 아니구요.
얽매여있는, 보이지 않는 어떤 것으로부터 탈출하는 다이빙이에요.
힘차게 뛰어서 심장이 폭발하듯 고조되지만 고요함이 찾아오고,
물에 잠겨 천천히 눈을 감고 떠내려온 뒤 다시 한 걸음 두 걸음 수영해 내려오는 장면이 그려지네요.
조금 장황했지만, 다영님이 앨범을 만들거나 들으면서 상상하고 그렸던 장면들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저는 보통 장면에 대한 서사보다는 느끼는 바에 대한 표현을 더 강하게 앞세울 때가 많아요.
이번 정규 음반의 경우, 저의 집인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보다는 좀 더 닫혀진 가사가 많았다고 사료돼요.
작년 중순쯤, 꽤 오랫동안 음악을 못 만들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러다 정규 음반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후 완성한 노래가 8번 트랙 ‘깊고 맑게!’였어요.
그때 제 모습이 계속 가라앉는 것만 같았고 저는 수영도 할 줄 몰랐기에,
그저 나 자신에게 “너 수영 할 줄 모르잖아! 그러니까 얼른 세상으로 나와!”하고 사뿐히 던져본 내용이었어요.
여담으로는, 발매를 얼마 안 남겨두고까지 제목을 고민한 노래였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 이름의 한자가 깊을 ‘다’에 물 맑을 ‘영’이더라구요.
“이 노래는 오롯이 날 위한 노래였으니까.”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제목으로 삼아 ‘깊고 맑게!’가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이 노래를 들으면 오랫동안 잠수를 하다 어푸! 하고 뛰쳐나오는 장면들이 종종 떠올라요.
<우연히, 어쩌다, 얻어걸린 멋진 음악을 듣다가 함께 들으면 더 좋은 노래들까지 소개합니다>
아침에 집을 나설때면 하루아침만에 달라진 공기의 온도로 계절이 바뀐 걸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 있다.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는 날씨에 겉옷이 두꺼워지듯 플레이리스트도 따뜻하게 채우는 타이밍이다. 여기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면 후회하지 않을 Neo-Soul의 신예 Orion Sun(오리온 썬)과 국내 멋진 음악들을 소개하려 한다.
<출처: MOM + POP 공식 홈페이지>
네오 소울의 메카인 필라델피아의 신예 아티스트 Orion Sun(오리온 썬)은 사실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어렸을 적 세계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우주비행사인 ‘Mae Jemison’을 보며 우주비행사의 꿈을 꾸었지만 ‘우주선 폭발 영상’을 접하고선 그 꿈을 접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녀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브라이언 맥나이트가 파란 기타를 들고 있는 Back At One 앨범 커버를 보고 충격에 빠지면서 시작이 되었다.
“잠깐만, 흑인이 기타를 연주할 수 있다고? 말도 안돼!” 충격에 휩싸인 그녀는 엄마 덕분에 Lauryn Hill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음악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J Dilla(제이 딜라), Nancy Wilson(낸시 윌슨), Jodeci(조데시), Kirk Franklin(커크 프랭클린), Hazel Scott(헤이즐 스콧), Digable Planets(디거블 플래닛츠)과 같은 시대를 초월한 다양한 뮤지션들의 영향을 받으며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재즈/포크/R&B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Daniel Caesar(다니엘 시저)와 일렉트릭 랩퍼 Tierra Whack(티에라 왝) 공연의 오프닝 무대에 서면서 팬층을 쌓아왔고 NPR, COLORS 등 다양한 매체에서 기대되는 신예로 선정이 되고 있으니 아직 Orion Sun을 모른다면 이번 기회에 꼭 들어보면 좋겠다.
함께 들으면 좋은 차가운 밤공기같은 국내 멋진 노래들도 밤산책을 즐기면서 순서대로 들어보시라!
#Neosoul #네오소울 #OrionSun #오리온썬
orion sun – el camino [official audio]
https://youtu.be/ifVQzMkcxDk
Orion Sun의 첫 정규 앨범[Hold Space For Me] 6번 트랙 ’el camino’. 기타와 드럼 연주로 시작하는 인트로가 귀를 사로 잡는다. 그리곤 랩인듯 아닌듯 조용히 읆조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얹어지면서 독특한 그루브와 비트가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간다.
#Neosoul #네오소울 #OrionSun #오리온썬 #elcamino
orion sun – Coffee For Dinner
https://youtu.be/yAuqzo_V53c
‘Coffee For Dinner’ 또한 정규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여기 재밌는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앞서 그녀의 꿈에 대해 언급했었는데 뮤직비디오에서 그녀는 우주비행사로 등장하면서 비로소 그 꿈을 이루게 된다. 들판에서 깨어나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도시를 누비는, 마치 영화처럼 전개되는 뮤직비디오를 꼭 감상하면서 들어보자.
orion sun – ne me quitte pas (don’t leave me) [official video]
https://youtu.be/61-ca5Iscbc
앰비언트한 사운드와 강력한 붐뱁 드럼, 부드러우면서 소울풀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ne me quitte pas’. 리릭비디오에서는 가사와 직관적인 Orion Sun의 발랄한 모습들과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It feels so good”.
가사에서처럼 가볍고 기분좋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니 편안하게 감상해 보자.
#ne_me_quitte_pas #don’t_leave_me #나를떠나지마요
[MV] Summer Soul – JUNKFOOD (Prod. Charming Lips)
https://youtu.be/j2sZt4Sd9TY
8월 12일에 발매된 SUMMER SOUL의 새 싱글 ‘JUNKFOOD’. 마찬가지로 기타와 드럼의 조화에 SUMMER SOUL 특유의 부드러운 보컬이 돋보인다. 그런데 재밌게도 가사와 뮤직비디오는 날카롭다. 패스트푸드처럼 건강하지 못한 인간 관계만 쌓아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잘 표현해 냈다.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도 더 이상 속이 차지도 않는 패스트푸드보다 영양가 있는 한끼 식사를 했으면 좋겠다.”
#SUMMERSOUL #썸머소울 #JUNKFOOD #정크푸드
[MV] 퓨어킴 (Puer Kim) – Unpretty Tattoo
https://youtu.be/Vr_mDm_ucis
5년만에 새로운 앨범으로 돌아왔다. 십여 년 음악 인생의 시작점을 생각하며 작업했다는 싱어송라이터 ‘퓨어킴’의 새 EP [Bluetube 2020]의 타이틀 곡. 최애를 최애한다는 그녀의 특유의 관능적인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앨범에는 총 4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퓨어킴이 전곡 작사/작곡을 하였고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또 다른 관능의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이 편곡과 믹싱을 맡았다. 그럼 말 다한 거 아닐까?
#퓨어킴 #purekim #Unprettytattoo #언프리티타투
[Official Audio] Su2(수희) – 밤 (Night)
https://youtu.be/yqMOpzui-AY
싱어송라이터이자 디자이너로도 활동중인 ‘Su2(수희)’의 모토는 ‘누구나’ 이다. 이성과 감성이 공존된 우리의 세상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법한 이야기를 직설적이지만 유연하게 들려주고자 한다. 그래서인지 새 싱글 ‘밤 (Night)’은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으면서도 뻔하게 끝나지 않는다.
#Su2 #수희 #밤 #Night
[MV] onthedal – Lobster / Official Music Video
https://youtu.be/uTcyxPCWLFk
‘onthedal’은 한번 알고 나면 계속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색적인 목소리를 가진 싱어송라이터이다. 노래와 연주뿐만 아니라 직접 작사와, 작곡, 편곡 등 셀프 프로듀싱을 하는 능력자여서 그런지 몰라도 우주 속을 유영하는듯한 자유로운 생각과 이야기들을 그녀만의 방법으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조금이나마 따뜻해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는 ‘Lobster’ 뮤직비디오는 목소리만큼 부드럽고 따듯한 색감으로 가득하다. 랍스터의 운명은 과연?
#온더달 #onthedal #lobster
RIO – New Boots (Lyric Video)
https://youtu.be/IvbvT8eApYo
사운드 클라우드에 재즈, 팝 커버 곡, 데모곡들을 올리며 활동하다 2020년 데뷔 싱글 ‘WASH AWAY’로 정식 활동을 시작한 싱어송라이터 RIO. 프로듀싱부터 작사 작곡,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전부 홀로 해내는 그녀는 10월 26일에 3번째 싱글 [Fishtank]를 발매했다. 타이틀곡인 ‘New Boots’는 편안하고 투명한 목소리로 당신의 곁에 오래도록 머무를 음악을 들려준다.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사람은 다음과 같다.
수인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온 수인이 인스트루멘탈을 포함해 네 곡이 담긴 [일기]를 발표했다. 네이버 뮤지션리그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일기”를 비롯해 시티팝 스타일의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까지, 수인은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자신의 결을 찾고자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발라드 풍의 “당신에게”부터 청량한 “달”, 그것을 집사 기타의 대가 박주원과 함께 어쿠스틱 버전으로 바꾼 곡까지 꽤 다양한 스타일을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왔다.
수인의 이번 앨범에 담긴, 타이틀곡 외에 있는 “고장”과 “일기”는 담백한 알앤비 곡이다. 달려온 만큼 쌓이는 내공과 완급조절이 특히 두 곡에서 잘 드러나는가 하면,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가사까지 있어 한국의 인디, 알앤비 곡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만족할 것이다. 수인이 풀어내는 매력에 깊이 취해보자.
리오
자신이 직접 제작한 뮤직비디오로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그의 감성이 담긴 음악과 영상을 기다리는 이들이 생겼다. 올해 4월에 첫 싱글을 발표한 리오(RIO)의 이야기다. 첫 곡 “WASH AWAY”, 두 번째 곡 “Dream No.24” 모두 몽환적이면서도 깔끔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두 곡 모두 영상을 꼭 보길 권한다. 그런 그가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세 번째 작품을 발표한다.
[FISHTANK]는 한 곡이 아닌 세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은 아쉽게도 하나이지만, 세 곡을 모두 담아내서 그만큼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영상에 담긴 그만의 분위기도 여전하다. 반가운데, 그러면서도 새롭게 느껴진다. 영상도 영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사를 천천히 읽으며 함께 들어볼 것을 권한다.
도나
마지막으로 소개할 음악가는 도나다. 도나는 “더 킹: 영원의 군주”, “블랙독”, “시카고 타자기” 등 여러 OST와 윤지성을 비롯한 다른 음악가의 앨범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조금씩 알렸지만, 이제는 곡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음악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작품을 발표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꽤 많은 작품에 작사, 작곡으로 참여해온 만큼 자신의 곡도 충분히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그런 곡을 선보이고 있다. 리드미컬한 알앤비 넘버를 선보였는데, 여기에 [모두의 거짓말] OST에 직접 가창으로 참여한 “Who Really Knows”까지 들어보면 도나라는 음악가가 지닌 온도가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도 제한되어 있고 무엇보다 앨범이 주인공인 행사이다 보니 근황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는 묻지 않을 예정인데요. 그래도 앨범에 관한 이야기이니 탄생하게 된 과정부터 들어야겠죠. 우선 두 번째 EP이신데요, 사실 EP라 해도 결심이 필요하잖아요. 언제쯤 결심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언제부터 작업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제가 원래는 솔로로 활동을 이렇게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 없었어요. 하다 보니 차츰차츰 음악적으로 하고 싶은 것도 더 많이 생겼고, 그래서
이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도 되겠다고 생각을 했을 때쯤 팬분들도 많이 생긴 것 같아요. 팬 분들이
실존한다는 걸 이렇게 또 알아갑니다. (웃음) 사실 비대면
공연이나 만나 뵐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저도 주로 인터넷으로만 소통을 하다 보니, 이렇게 실존하시는지
잘 몰랐거든요. 근데 여기 이렇게 계시다니 반갑습니다.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제가 인스타그램으로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CD 발매 요청이 제일 많았어요. 그래서 나도 좀 CD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고, 다른 MD보다 반드시 필요한 굿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많은 분들께서 요청해주시는
것 같아 이 때쯤이면 나도 솔로 활동을 이어 가는 데에 필요할 것 같아 이번 앨범으로 이어가게 됐습니다.
피지컬 앨범 발매 과정의 경험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 제가 밴드활동을 오래 했어서, CD를
제작하는 것은 저에게는 익숙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딱히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부담감이 조금 있었어요. 워낙 지금 시디 시장 자체가 많이 죽었다고
해야 하나? 다들 온라인으로 많이 들으시니까요. 저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일단 구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까 제일 많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앨범에 관하여 알아보기 전에, 앨범 이름부터 살펴볼까 해요. 이번 앨범 제목이 조금 긴 편인데요. 어떤 뜻인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제 앨범 제목을 처음부터 정하고 만든 건 아니었어요. 앨범에 대한 구체적인 단어가 있기보다는 그냥 그림이랄까, 느낌 같은
것만 가지고 곡을 쓰면서 중간에 이루어진 건데요. 일단 저는 노을 지는 풍경에 대한 상상을 많이 하면서
이번 앨범을 준비했어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이 앨범 전에
[Rise from the Ashes]라는 EP 앨범 한 장이 더 있는데요. 그 앨범은 제가 사막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던 앨범이에요. 그러면서
사막에 대한 이미지 같은 것들에 대해서 영감을 많이 받았던 영화가 있는데, 곡을 쓸 때 [매드 맥스]를 보면서 그런 이미지를 많이 얻어갔거든요. 이번 앨범에서는 굳이 영화로 따지자면 [라라랜드]의 하늘. 노을 지는 풍경 그리고 색감 같은 게 되게 예쁘게 나오는
영화에요. 그래서 그런 이미지를 먼저 가지고 생각하면서 곡들을 썼습니다.
이번 앨범 커버를 보면 지금까지의 싱글 커버와는 다르게 조금 어두운 느낌이 들어요. 아무래도 앨범 자체가 지닌 이야기나 이미지에 맞게 가기 위해 이렇게 제작된 것이겠죠?
– 커버에 관해서는 제가 회사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앨범을 제작할 때 제가 자신 없는 게 음악 빼고 모든 부분이거든요. 저는
딱 음악만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커버나, 비디오나, 홍보나 그런 모든 것들은 회사에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생각과 의견을 전달해주시고. 제가 그렇다고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하진 않아요. 같이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 제 의견이 더해져서 커버가 나오고, 나머지 다른 아트워크도 나왔죠. 말씀 드렸듯이 제가 꼭 넣고 싶었던 것은 ‘노을 지는, 제가 상상했던 이미지들이 담겼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지금의 커버가
되었는데요. 연관성을 못 찾으실 수도 있어서 굳이 더 설명해 드리자면…
노을 질 때 색감이 완전 다르잖아요? 푸른 하늘에서 주홍빛으로 변해가면서 물들고, 퍼질 때 대비되는 색들이 나올 때가 있는데요. 그런 대비되는 색감을
많이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커버가 완성되었습니다.
– 이전 싱글도 다 제가 혼자 만든 건 아니고요. 아시는 분들은 알고 모르시는 분들은 모를 수도 있는데 백예린 씨께서 커버 사진들을 다 찍어주셨어요. 그래서 그 중에 예린씨도 맘에 들어 하시고 저도 맘에 드는 사진들을 골라서 작업을 했었고요. 제가 온전히 제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커버를 만든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다들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또 회사의 도움을 받아서. 도움을 받는 분만 바뀐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에는 물과 바다가 등장하잖아요. 사실 EP 발매 전에도 물고기, 유영이라는 곡이 있고 이번 EP에 수록된 Dive라는 곡도 있어요. 사실 소나기도 어떻게 보면 그렇고요. 모두 물과 관련 있는 이야기인데요, ‘물’에 관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시는지 궁금해요.
– 지금 앨범에서는 말씀 드린 것처럼 노을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렸고
물은 생각하지 않았었는데요. 이전의 앨범이나 싱글은 물을 생각하면서 만든 앨범들은 맞아요. 그래서 제목이나 노래 속 안에 물이 연상될 수 있는 소재로서 사용을 했습니다.
이번 앨범은 조금 더 눈 앞에 풍경을 그려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러한 부분에 실제로도 좀 더 의도를 하시고 또 고민을 많이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 개인적인 노을에 대한 생각은…
그 시간대가 주는 느낌이 어떠했냐면, 해가 지면서 하루가 끝나는 것 같지만 또 밤이 시작되는
부분의 오묘한 상태 어딘가에 속해있지 않은, 중간 지점 같은 상태라는 이미지가 저에게 강하게 왔어요. 색감의 대비가 주는 오묘하고,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오묘한 그
느낌을 담기 위해서 가사 속에도 넣어보려고 노력했던 곡이 ‘노을 속에서’고요. 그게 가장 마지막으로 쓴 트랙이에요. 노래 네 곡을 완성하고 나니까 너무 직접적으로 노을이 표현되지 않은, 추상적인, 아니면 머릿속으로만 노을이 그려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과연 들었을 때 노을이 떠오를까?’ 해서 가장 많이 담아보려고 했고,
제목에도 노을을 담았습니다.
각각의 곡에 관한 소개는 조금 있다가 할 건데요, 그 전에 타이틀곡을 두 곡으로 정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 앨범을 다 완성하고 나서 안 그래도 노을이라는 이미지를 앨범에
넣고 싶었으니까 2번 트랙인 ‘노을 속에서’는 타이틀로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5곡을 저희 회사 아이디어
공유해주시는 팀원 분들께 보내드렸어요.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회의를 하니까요. 다 들어보시고 나서 말씀해 주시길 ‘Ashby Road’라는 곡도
이미지적으로 되게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왜냐면 그 동안 제가 락 밴드를 오래 해왔기 때문에, 밴드의 멤버가 가진 이미지와 솔로 아티스트 이루리가 새로 그려내는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이런 앨범을 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저는 또 그런 의견에 귀가 팔랑팔랑하는 경향이 있어서, 맞는 말 같은 거에요. 원래는
‘Ashby Road’ 한 곡만 타이틀로 가는 건 어떨까 제안해주셨어요. 근데 제가 제일
자신 없던 부분이 있었어요. 제가 노래할 때 노래 실력에 있어서 자신 있는 게 아니라서 발음이나 가사전달이
잘 되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영어 가사다 보니 제가 영어를 잘 못하고 외국에 살다 온 경험도 없어서
발음이 좋을지, 좋게 들릴지 너무 어색해서 집중을 흐리게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래서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 더블타이틀로 두 곡을 가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셔서 그렇게 더블타이틀이 됐습니다.
혼자 곡을 쓰다 보면 굉장히 외로울 것 같기도 하고,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도 있을 것 같아요. 동료 분들이 있긴 하지만, 앨범 작업을 하면서 그런 고민이 든 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만약 그런 고민이 들었을 때 어떻게 해결하시는지도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혼자
작업을 하려 하면 제일 어려운 게 결정인 것 같아요. 머릿속에 떠다니는 것들을 풀어내서 아이디어를 꺼내
놓는 건 쉬운데, 그걸 어떤 걸 결정해서 주제를 정할까 이런 것들에 되게 자신감이 없다고 해야 하나. 저 혼자만을 위한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작업을 하다 보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눈치도
보고, 생각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런 결정을 내릴 때 혼자 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 주변에 의견을 물어보는데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싱글로 냈던 곡 중에서 “Dive”만 수록이 되었어요. 가장 최근 곡도 아니고, 발표한 지 조금 된 곡이기도 한데요. 이 곡을 담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 제가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건, ‘내가 요즘 하는 생각은 뭘까’ 하는 생각을 앨범 만들면서 항상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제가 싱어송라이터로서 해야 하는 일이 뭘까 생각하면, 뭐랄까. 노래로 거짓말을 못 하겠어요. 메소드 연기라고 연기자들한테 많이 말들 하시잖아요? 정말 그런 역할에 녹아들어서 자기 자신이 그 역할화 되어있는 걸 메소드연기라고 하잖아요? 근데 저는 반대로 노래에 제 삶이, 제가, 이루리가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주제만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되게 강하게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저도 이 노래를 들으면서 가짜를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집중이 안될 것 같고, 들으시는 분들 입장에서 저는 어디에서 만들어진 아티스트가 아닌 계속 나의 음악을 들려주는 데 익숙했던 아티스트인데 거짓말을 하면 안되죠. 내 진심이 많이 전달되기를 바라서. 그 당시에 내가 요즘 하는 생각 중에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이 순간 속에서 살고 싶다’ 딱 그 말인데, 항상 하루 하루 매일매일이 행복하지가 않잖아요. 저는 그런데요. 매일매일 행복하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매일매일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쩌다 행복한 날이 있을 때 힘들 때면 너무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에요.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그냥… 만약 내 인생이 80살이다, 거기까지다 하면 80년을 그 순간만 계속 살고 싶은 거에요. 어쨌든 그 순간에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게 가장 다이브의 주제로 담긴 메시지거든요. ‘이 순간을 영원히 살고 싶다’ 그래서 그 생각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아서 다이브를 넣게 되었습니다.
앨범 크레딧을 보니 믹싱을 대부분 직접 하셨더라구요. 사실 믹싱, 마스터링 작업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들 많이 하는데요. 그런 창작의 또 다른 고통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일단 믹싱 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음악을 만들 때 여러
악기나 소리들을 녹음을 받고, 예를 들면 한 마이크에 한꺼번에 녹음을 받는 게 아니잖아요. 이렇게 저렇게 다르게 받은 소리들을 함께 섞어가는 과정을 음악에서 편하게 믹싱이라고 하는데요. 믹싱이라는 것이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내가 바보가 되는 기분을 많이 느껴요. 작곡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작곡을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어쨌든 내 생각을 글로 풀어낼 때가 있듯이 음악으로 풀어내는 것이니까요. 믹싱은 그것도 제 취향이 반영이 되긴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들었을
때 불편함이 일단 없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를 들면 소음이라던가 너무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방해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어서 대체로 많은 사람들의 귀에 편안하게 들리는 기준을 찾으려고 하다 보니 자신과의 싸움이 되는 것 같고요. 기준이라는 게 모두가 다르고 우리가 듣는 소리는 사람마다 다 다르대요. 저음역대
고음역대가 들리는 폭도 다 다르대요. 근데 그게 하면 할 수록 들리는 폭이 더 늘어날 때도 있고 귀가
오늘 이상한가 싶을 정도로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도 있고요. 들으면 들을 수록 늘어가는 부분인
것 같아서 어렵고도 재밌는 부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좋아합니다. 즐거워요.
이렇게 관객 분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라이브하시는 것이 처음이실까요?
– 밴드 초창기에는 이런 공연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클럽 공연하면 되게 가까이서 많이 하다 보니까. 정말 얼굴 외울
정도로 많이 뵀던 분들도 많이 기억나는데. 근데 이렇게 가깝고 엄숙한 공연장은 되게 오랜만인 거 같아요. 아무래도 클럽공연은 가깝지만 모두가 술에 취해있거나 더워서 땀도 많이 나고 같이 업 되어있는 분위기에 있는데, 연주회 같은 분위기랄까요.
라이브해주신 곡, Ashby Road에 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Ashby Road라는 곡은, 제목이
Ashby Road인 이유에 대해서는 영국 러프버러에 애쉬비 로드가 있어요. 마치 우리 테헤란로같은 이름처럼 길 이름이고요. 어떤 분께서는 애비
로드를 잘못 쓴 것 아니냐고 하시는데 애쉬비 로드가 맞습니다. 구글 맵스로 찾아보시면 확인해보실 수
있고요. 제가 그 곡을 썼던 작곡자의 입장에서는 영국의 길이다 보니 정말 브리티시 락 느낌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또 제가 일부러 그런 장르를 쓴 적은 없는데, 스트리밍 서비스 중 시티팝 플레이리스트들에 제 음악이 많이 있더라고요. ‘아, 내가 사람들이 들었을 때 시티팝 느낌이 많이 나는가보다’ 하고 그
때 알았어요. 그렇게 영국의 시티팝을 만들어보자 해서 브리티시 락을 만들었구요. 제가 그 동안 작사를 혼자 해왔는데 이거는 작사를 받은 곡입니다.
이 곡을 들으시는 분들께서 밤에, 새벽에 들으신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앞서 말한 분위기나 풍경을 만드는 그런 힘이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이러한 반응은 예상하셨는지?
– 그런 반응에 대해서는 정말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감히 제가 노렸더라고 예상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 같고요.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해요. 제가 쓰는 곡들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기를. 그게
어떤 분들에게는 밤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애쉬비 로드가 레스터 시티 근처에 있는 곳이더라구요. 레스터 시티의 팬이신 것과 연관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영국에 사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산다면 런던보다는 그런 편안한 외곽으로 가고 싶거든요. 레스터 시티를 찾아보시면 런던에서 살짝 위로 가면 있는 동네인데 그쪽에 살고 싶은 마음에 썼습니다. 나중에 레스터 시티에 가면 그 말을 하고 싶어요. ‘여길 너무 좋아해서 여기 길을 보고 썼습니다’라고.
Dive, Ashby Road 이야기를 나눠보았구요. 이제 남은 세 곡에 관하여 조금 더 얘기해볼까 합니다. 우선 “순간 속에서”라는 곡부터 볼게요. 우선 굉장히 행복한, 그러니까 사랑에 빠져서 정말 푹 빠져서 일상으로부터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잖아요. 근데 저는 그보다는 굉장히 브릿팝에 가까운 곡이라는 점에 좀 더 관심이 가더라구요. 아무래도 루리님의 음악적 기반은 브릿 팝에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곡은 의도하지 않아도 브릿 팝에 가까워진 그런 것인지 궁금합니다.
– 브릿팝에 가깝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전혀 몰랐어요. 확실하게 의도하지 않아도 영향을 받았던 곡이 저절로 나타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 저는 브릿팝의 핵심이 ‘달콤씁쓸’인 것 같거든요. ‘bittersweet’이라고 하죠. 그 감정이 제가 생각하는 브릿팝의 매력인 것 같아요. 힘든데 희망이
있고, 행복한 것 같은 삶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 상처도 있고. 그런
게 인생과 닮았달까. 그런 느낌이 브릿 락에서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근데 음악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음악도 사람의 배경과 환경과 역사와 그 문화적인 걸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게 또 날씨랑도 연관이 많이 되어있는 것 같아요. 특히
영국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는 그런 날씨들, 맑은 하늘에 갑자기 날벼락이나 비가 온다던가. 그런 데서 사람들의 음악이 그렇게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알 수
없는 오묘하고, 달콤씁쓸하고, 행복한 건지 슬픈 건지 모르겠는
감정 같은 게 브릿팝의 매력인 것 같아요.
다음으로 얘기해볼 곡은 “내가 널 사랑하는 방법”인데요. 아무래도 박자가 독특하기도 하고 해서 곡에 관해서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아까 말했던 메소드 연기랑 이어지는 부분인데요. 저는 그 가수가 이 노래를 부를 때 그 사람 같은 음악을 노래해야 와 닿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실제로 좋아하는 밴드들은 그런 이미지들이 동일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분석적으로 밴드들을 보게 되는 게 있었는데, 내가 정말 마음 깊이
좋아하는 밴드들을 살펴보다 보면 그 사람의 음악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사생활적인 모습이라던가 아니면 그 외에도 뭘 좋아하는지 지켜보게 되잖아요. 근데 그 사람과 너무 닮아있는 음악이 곡으로 나올 때마다 제 가슴이 울리는 거에요. ‘나도 저런 음악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많이 생각해봤어요. 그럴 때 항상 생각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대체적으로 현실보다는 꿈을 쫓고, 현실적인 표현을 하는 것보다도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그런걸 담고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한편으로는 그게 내가 나를 생각하는 모습이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 그게 다를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했어요. 제가 인스타로 소통을 많이
했었는데 Q&A를 하면 많이 오는 이야기가 주로 고민 이야기나 되게 슬픈 얘기들이 많아요. 제가 차마 인스타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아픈 얘기들이 많아요. 그런
얘기들을 보면서 내가 이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받아줄 수 있는 느낌을 주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저에게 따뜻하게 말을 하신다는 분들이 꽤 많았어요. 제가
따뜻한지는 잘 몰랐고 모두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시는데, 거기다 대고 개념 없이 행동 할 수는 없잖아요. 저는 그 정성에 보답하는 것뿐인데 따뜻하다는 오해가 생겨서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도 그런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내가 어떤 말을 해야 이 사람한테 가장 위로가 될까, 어떤 말이 진심으로 와 닿을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러면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뭘까’, ‘내가 너무 힘든 순간에
어떤 사람이 이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죠. 근데
제가 진짜 힘들 때 많이 듣고 싶은 말은 ‘이렇게 해서 더 나아질 거야, 어떻게 해봐’ 이런 게 아니라 ‘넌
지금 그 부족한 모습 그대로 너무 좋아’ 같은 말을 듣고 싶어서 그 곡을 쓰게 됐어요.
그러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하시는 루무말대잔치가 곡에 영향을 준 것이군요.
– 큰 영향이 됐어요. 그런
생각이 없었으면 저도 곡을 쓰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저는 이런 말을 하면 주변 분들은 안 좋아하실 수도
있는데, 음악을 하면서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스무 살 때는 있었어요. 앨범을 내면 세상을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세계 재패가 꿈이고
‘어디 무대 서고 싶어요?’ 하면 무조건 외국이었어요. 근데 그런 시간을 보내보고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도 잘 챙겼으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도 잘 챙기는 사람이 되었으면. 그게 음악 하면서 가장 큰 목표고 살아가면서도 큰 목표인 것 같아요.
삼박자 곡이고, 곡을 쓰는 과정에서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 곡을 쓸 때마다 좀 다른 방식으로 쓰긴 하는데요. 주로 멜로디에 코드를 입히면서 써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데, 멜로디는
거의 가사가 있는 상태로 곡을 써요. 근데 억지로 노력해서 쓸 때도 있기도 한데, 이 곡을 썼을 때는 누워있다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하면서 가사를 흥얼거리다가 ‘어 괜찮은 거
같아’하면서 코드를 입히면서 쓰는데 3박인거에요. 3박의 곡을 쓰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저에게 익숙한
건 4박의 곡이거든요. 3박의 곡을 드럼도 풀어보려니 너무
어렵고 그래서 4박으로 바꿔보려고도 노력했는데, 이미 멜로디가
너무 잘 붙어서 바꾸기가 힘든 거에요. 그래서 3박으로 써봤습니다.
아무래도 연주자이시기도 하고, 보컬도 하시고, 곡도 쓰시고, 그러다 보면 자신의 다양한 정체성에 관해서, 그리고 그러한 역할에 관해서 고민하시게 될 것 같아요.
– 저는 가수 이루리가 되고 싶은 생각은 많이 없었고, 지금도 많지 않고요. 제가 처음 앨범을 낼 때만 해도 이게 마지막이
될 거라고 생각도 하면서 냈는데. 그런 이유들은 그냥 저는 작곡가나 프로듀서, 믹스 엔지니어가 되고 싶고 오히려 그런 쪽이 저랑 맞는 거 같다고 생각을 해요. 근데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도 예를 들어 아이유 님이 노래를 썼지만 제가 쓴 아이유님의 노래를 아이유님이 불러주진
않으실 거잖아요. 제가 뭐라도 있고 뭐라도 곡을 쓴 걸 증명할 줄 알아야 그 분과 언젠가는 작업을 할
기회가 올 수 있을 거고. 그런 식으로 그럼 지금은 불러줄 사람은 없지만 내가 불러서 내 음악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자, 내 음악을 쌓아보자 생각하고 지금까지 앨범을 내고 있긴 합니다.
다른 아티스트와의 작업 계획도 있으시겠군요.
– 원래 밴드를 했던 것도 혼자 하는 음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여러
명이 팀으로서 만들었을 때 오는 에너지와 거기서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협업을 항상 좋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협업을 할 기회가 있다면 저는 당연히 협업을 선택할 것 같아요.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다와가는데요.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곡이자 라이브로 만날 곡은 바로 “노을 속에서”입니다. 먼저 곡 소개부터 조금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노을속에서는 제목과 같이 노을이 떠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면서 만든 노래고요. 노을을 바라보면서 지난 날의 추억들을 떠올리는 노래입니다.
오늘 이렇게 보너스 트랙이라는 이름으로 리스닝 세션 자리를 가졌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 이런 대면하는 공연 자체가 올해 처음이고 요즘 대면 공연을 할
기회가 정말 없죠. 이렇게라도 만나 뵐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특히나 저는 이렇게 소수로 뵙는 것도
더 오랜만인 거 같아서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와주셔서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오늘 보너스 트랙을 통해 루리님의 새 EP에 관하여 깊이 있는 이해를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을 받았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마지막은 라이브 들으시면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카코포니의 새 프로젝트, 문소문의 앨범 [붉은 눈]이 발매되었다. 완성도 높은 스토리텔링은 물론, 카코포니일 때의 솔직함과는 또 다른 정제된 무언가가 등장하여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문소문의 이러한 작품을 훌륭하게 뒷받침한 것 중 하나가 아트워크인데, 연여인 특유의 분위기가 작품과 정말 더없이 잘 어울려 좋은 시너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주목 받는 일러스트레이터, 연여인에게 문소문에 관한 여러가지를 물었다.
이번 앨범 아트워크 첫 의뢰가 언제인지.
되게 일찍 연락을 주셨어요. 가격 말씀 드린 건 네 달 전인가 그랬던 것 같고. 그러다 한, 두 달 후에 의뢰가 들어왔어요. 그때 데모 받아서 듣고… 데모 받아서 듣고 너무 좋다고 연락 드렸는데, 그때 제대로 받았던 거니까 두 달 전인 것 같아요.
작업기간도 그 정도셨나요?
작업기간은 넉넉하게 잡고 하긴 했는데, 계속 그것만 하고 있던 것은 아니니까. 숙성기간이 길긴 했죠, 다른 작업물보다는. 왜냐면 작품도 숙성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커머셜한 작업을 할 때는. 그래서 기간이 좀 길면 좋죠. 작업을 해놓고 며칠 후에 다시 보고, 또 수정 하고, 다시 보고 해서 시간이 지나도 괜찮은 거면 내보내도 된다는 확신이 들어서. 이건 숙성기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죠.
처음 들었을 때 ‘연극을 본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막 민경님(카코포니) 음악을 그렇게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문소문을 통해서 카코포니를 처음 알았거든요. 근데 이게 되게 카코포니이자 문소문의 장점인 것 같은데, 정말 민경님 자체가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들이 강한 거 같아요. 민경님 개인으로 봐도 그렇고, 카코포니로서 봐도 그렇고. 그래서 그분이 하는 음악이 뭔가 다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근데 문소문은 더 연극 같다고 느꼈던 건, 붉은 눈을 한 여인이라는 캐릭터가 있었잖아요. 그래서 가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건 당연한데 캐릭터가 생성되어서 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니까 더 연극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붉은 눈을 한 주인공의 눈이 아트워크에는 안 나오잖아요?
그리고 뒷면의 아트워크에 나온 캐릭터도 붉은 눈은 아니에요. 그 캐릭터의 눈을 그리고자 한 게 아니었어요. 근데 이건 카코포니 분께서 전적으로 저에게 ‘맘대로 해주세요’ 하셔서 (그렇게 했어요). 카코포니님의 입장과 다른 저의 생각인데요. 뭐랄까, 그 캐릭터를 핍박하는 시선일 수도 있고, 그냥 지켜보는 눈일 수도 있고, 그냥 그 사람을 지켜보는 세상의 모든 눈이에요. 그 여인의 눈이 아니라. 그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양한 눈들을 의미합니다.
그 여인의 눈을 직접 표현하지 않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일부러 뒷모습을 그리긴 했어요. 좀더 상상의 여지를 주려고? ‘이렇게 생긴 이런 사람이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얼굴이 안 보이게 그렸거든요. 전반적인 스토리도 그렇고, 현대적이지 않은 요소들이 있어서. 처음에 옛날 이야기 같은 느낌이 있지만 옛날부터 현재까지 공존하는 이야기잖아요 결국은. 그래서 옷은 50년대 느낌으로 하고, 머리는 현대적으로 하고. 그런 요소를 넣었던 것 같아요. 옛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이야기다 라는 지점에서.
그 여인을 아래에서 바라보는 존재들이 있잖아요. 새도 있고. 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으셨는지.
새한테 의미부여한 건 없어요. 그냥 제 캐릭터여서 넣은 것도 있고, 제가 원래 다른 작업을 할 때도 종종 넣기는 하는데, 여기에 넣은 게 좀 더 의미 있었던 것은 그 새가 저한테는 나약한 캐릭터거든요. 덩치는 크고 생긴 것도 막 친근한 인상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속으로는 되게 약한 아이에요. 여린 아이 중 하난데 그런 바이브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은 했어요. 생각해보니 외에 딱히 이유는 없는 것 같네요. 근데 뭔가 결이 잘 맞았어요.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게 그렸던 것 같아요. 나머지 아래 사람들은 그냥 특징이 없잖아요. 그냥 사람들, 군중들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옷도 어떻게 보면 현대적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되게 로마 시대 옷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시간을 종잡을 수 없는, 시간개념이 없는 걸 그리고 싶었어요..
텀블벅에서 아트워크가 선공개되었고, 리워드로도 활용되었어요. 그런 부분을 고려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뇨. 민경님이 모든 걸 도맡아서 하셨어요. 제가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는데 연락을 안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되게 고생하셨을 것 같아요. 되게 꼼꼼하시거든요. 그리고 원래는 레더노트가 아니라 퍼즐을 제작하려고 했는데, 그게 또 종이가 광택이 있는 종이인데 제 그림이 잉크 기반이고, 그러다 보니 종이 재질이 광택이 들어가면 안 어울리거든요. 그래서 좀 이상하게 나와서 그거 엎고 레더노트로 가게 되었는데, 그걸 고려하고 그리진 않았어요. 제가 요즘 스타일의 앨범 커버 느낌보단 삽화 느낌이 더 강하잖아요? 그래서 딱히 제작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커버 작업을 하면서 가장 염두에 뒀던 점은?
이건 이번만 그런 건 아니고 항상 그렇게 작업을 하는 것 같은데, (커버는) 음악을 듣고 상상을 도와주는 장치라고 생각을 해요. 연극에서의 비주얼을 맡은 것처럼 그런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죠. 카코포니님이 상상하신 모습을 내가 잘 나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저도 음악을 듣고 너무 좋아했어서. 근데 정말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음악과 자신의 작품이, 혹은 감성의 결이 잘 맞는 경우에 하는 작업과 그렇지 못한 작업의 경우엔 어떻게 다른가요?
우선 저의 괴로움의 정도가… (웃음) 잘 맞으면 제가 신나서 해요. 근데 아닐 경우에는 (제 작품이) 안 좋아도 안 좋다고 말씀을 잘 안 해주시는 것 같기는 한데,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경우에 힘들게 작업을 하는 거 같아요. 되게 고통스러워하면서 작업을 해요. 그래서 웬만하면 그런 작업을 일체 받지 않으려고 하죠. 제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할지 알기 때문에. 그리고 제가 신나서 하는 게 아니라면 기계가 된 느낌이 많이 들어서 정말 노동자가 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이번 문소문이 되게 좋았던 건 저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신 거기 때문에 저도 자신을 돌아보면서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그런 게 있었죠. 생각하는 방향이 같아서.
그렇다면 잘 맞는 작품 중에서도 더 잘 나오는 작품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 주로 어떤 것들인지 궁금해요.
영민 언니(쟈드(Jade))도 그렇고 민경님도 그렇고, ‘알아서 해주세요’ 하는 스타일이신데 그런 게 훨씬 결과물이 좋더라고요. 기획을 먼저 해서 오시면 직접 작업하시는 분이 아닌 이상 ‘이렇게 저렇게 의미부여를 했는데 시각적으로 나타났을 때 어떨지’, ‘구성이 어떨지’ 같은 걸 생각을 잘 못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요소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어떤 포즈다’ 그런 게 정해져 있을 때 사실 조합을 해놓고 보면 세련되지 못하게 나오는 경우들이 종종 있거든요. 기획부터 저한테 맡겨주시면 가장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러면 보통 작업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작업 진행 방식은 항상 같아요. 연락이 오면 제가 데모 요청을 드리고, 듣고 떠오른다 싶으면 ‘오케이, 합시다’ 해서 생각하시던 컨셉이나 주제, 곡 설명 등을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그걸 받아서 제가 시안을 짜서 만나서 시안 보여드리고, 시안 확정을 하고, 그 다음 작업에 들어가죠. 그러면 결과물이 나오고 ‘수정이 필요하시면 말씀하시라’ 하지만 수정 요청은 많이 없는 편이에요.
시안작업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건… 완전 러프하게 포토샵에서 스케치만 해서 보여드려요. 왜냐면 저는 수작업으로 하니까 그것을 완전히 확정 지은 다음에 들어가는 게 훨씬 편안해가지고. 시안은 대충 여기 뭐가 들어가고 이런걸 다 짜서 보여드리죠.
작가님한테 많은 관심이 없어도 최근에 많이 알려진 작품이 하나 있잖아요, 바로 편의점에서 파는 “호랑이커피”인데요. 처음 실물로 보셨을 때 어땠는지.
사실 저는 별 생각이 없었거든요. 나오는 것도 알고 있었고 7월에 출시된다는 것도 다 알고 있었으니까. 근데 제 주변사람들이 되게 신기해했고, 또 엄마가 절 칭찬해주시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신데 엄마가 보고서 좋아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신기하잖아요. 그래서 할머니께도 사드리고, 엄마도 봉사 나가시는데 선생님들도 드리고. 그런걸 보고 확실히 (많은 걸 느꼈죠). 랩 하는 사람들은 TV 나오면 언더에서 활동하다가도 ‘됐구나’ 하신다잖아요. 그래서 엄마도 눈앞에 프로덕트가 있으니까 ‘아 그래도 얘가 방에서 뭘 꼼지락대더니 뭔가 나왔구나’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엄마가 좋아하셔서 좋았어요. 제가 좋았던 것보다도.
작품에 관한 피드백을 직접 받으실 때도 있잖아요. 어떠셨나요?
감사하죠. 저는 시작할 때는 순전히 나만을 위해서 그렸는데 그거로 어쨌든 직업이 되고 관심을 가져주시고, 거기까지만 해도 감사한데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으셨다는 게 신기하죠 사실. 혹은 내가 잘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죠. 왜냐면 일로서 하다 보면 중심이 흐트러질 때가 있잖아요. 그리고 싶지 않은걸 그려야 하고 그런 게 있으니까. 그런데 더 개인 작업 많이 하고 싶고, 욕심 잃지 말고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죠 그런걸 보면.
일러스트가 아닌 다른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계신 것이 있으신지.
준비는 항상 하고 있죠. 진척이 없어서 그렇지. (웃음) 요즘 되게 다른 매개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구상하고 있는 것들은 있는데, 애니메이션이나 미디어아트 같은 것들을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끝으로 작품을 보시는 분들께.
저는 기본적으로 음울한 음악을 좋아하고, 성격 자체가 그런 스타일이어서 문소문 전체 앨범을 다 좋게 들었어요. 처음부터 어둡긴 하거든요. 근데 그 음울함을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더라도 그걸 넘어 끝까지 들어보라고 말을 하고 싶었어요. 제 그림 감상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표면적으로 보이는 모습을 뚫고 그 내면을 보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 있는 평온함이라던지.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사람은 다음과 같다.
주애
알앤비 싱어송라이터이지만 그보다는 네오 소울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소울 음악에 가까우면서도 결코 과거지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매력적인 저음을 내세운 “Zig Zag”는 트랙의 비트와 보컬의 라인이 매력적으로 나아가면서 좋은 시너지를 낸다. 여기에 주애가 풀어 나가는 리듬과 음색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함께 담겨 있는 곡 “Diridada”에서는 좀 더 차분하면서도 아름다운 전개를 들을 수 있다.
주애는 1년 1개월만에 신곡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공백 기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같이 맞는 아침이 난 좋아”도 좋아하는데, 이번 “Zig Zag” 다음으로 주애가 지닌 매력이 잘 드러나는 곡이라 생각한다. 알앤비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주애의 음색과 창법에 반할 수밖에 없다. 주애의 사운드클라우드에는 더 많은 음악이 있으니 하나씩 접해보자.
김산
자이언티의 작곡가인 박준우와 함께 작업하는, 매체 곳곳에서 좋은 음악으로 추천되는 김산이 이번에 네 번째 싱글 “괜히”라는 신곡을 발표했다. 시티팝, AOR과 같은 키워드로 묶이고는 하지만, 레트로한 결을 유지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팝 음악을 선보이는 그는 이번에도 그러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했던 “보름달”과 “헤드라이트”, 그리고 차분한 느낌의 “12월”과 “어지러운”까지 여러 온도를 자연스럽게 오간다.
단순히 시티팝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재즈부터 일렉트로닉에 기타 사운드까지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곳곳에 배치하였고 고루 담아냈다. 김산에게 관심이 있는 분들은 그의 SNS 채널 등을 관심 있게 찾아보자. 플레이리스트에 한 곡 이상 추가될 것이다.
하린
하린 또한 신곡 “돌아가자”를 발표했다. 이 곡 이전에 발표한 싱글 “어른”이 조금 더 밀도 높은 표현을 기반으로 직관적인 느낌을 자아냈다면, 이번곡은 어딘가 쓸쓸하면서도 조금 더 편안한 사운드 구성이 인상적이다.
기존의 음악이 궁금하다면 EP [어떤 날]을 들어볼 것을 강하게 추천한다. 하린은 모든 곡을 직접 쓰면서 동시에 지금까지 조력자이자 연주자인 여러 음악가들과 함께 작업을 했는데, 함께 작업한 음악가들을 검색해가며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