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ALBUM INTERVIEW] 김오키의 처음, [Cherubim`s Wrath (천사의 분노)]

김오키의 첫 번째 앨범
/ ” Cherubim’s Wrath (천사의 분노) “

“그런 부분에서의 기쁨을 모르는 편이에요. 사랑할 때 빼곤 기쁨을 잘 못 느껴요.” “사회에 사랑이 없는 것 같아요. 좀 더 사랑하고 평등하다는 걸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었어요.” 1970년대에도, 2010년대에도 여전히 사랑이 없는 사회를 향해 자신의 첫 분노를 던졌다. 7년이 지난 지금, 그는 과연 평등하고 사랑 넘치는 사회를 살고 있을까? 2013년 6월 발매된 ‘김오키’의 첫 번째 앨범 [Cherubim`s Wrath (천사의 분노)]의 이야기다.


Q. 새 앨범 [포 마이 엔젤] 발매하셨죠. 준비 소식 듣고, 실제 발매까지 금방 끝나서 놀랐어요.

녹음 시작하고 발매하기까지 한 달 반 정도 걸렸어요. 특히 일찍 끝난 편이긴 한데, 원래도 엄청 오래 걸리진 않아요. 미리 만들어 놓은 노래들 중에서 앨범에 사용할 곡들을 뽑아 쓰거든요. 음악 관련해선 굳이 오래 걸릴 게 없죠. 오히려 오래 걸리는 건 디자인이나 뮤직비디오 등의 음악 외적 요소들이에요.

김오키 [포 마이 엔젤]

Q. 처음 발매하신 [Cherubim`s Wrath (천사의 분노)]는 작업기간이 얼마나 걸렸어요?

수록된 곡은 모두 오래전에 만들어 놓았던 노래들이고, 녹음은 두 달 정도 걸린 것 같아요.

Q. 처음 색소폰 배운 게 25살쯤이라 들었어요. “천사의 분노” 발매까지 시간이 꽤 걸렸는데, 그동안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색소폰 배울 때는 태권도장에서 일했어요. 그러다가 회사도 다니고, 직장인 밴드도 하고요. 2009년쯤부터는 아예 회사도 그만두고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면서 지냈어요.

https://youtu.be/Kn9__qrQlSA
[온스테이지] 155. 김오키 –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Q. 그렇게 지내다가 김오키의 앨범을 내기로 마음먹게 된 결정적 계기는 뭐예요?

같이 지내던 친구들이 먼저 권유했어요. 개인 앨범을 내야 하지 않겠냐고, 옆에서 많이들 얘기했어요. 만들어 놓은 노래들도 많았으니까요. 처음엔 음원으로 발매하려던 게 아니라, 기념으로 소장하려고 피지컬 CD를 제작했어요. 그 앨범을 재즈 평론하는 분들이 들었나 봐요. 좋다는 얘기들을 하면서, 그렇게 발매하게 됐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모를 때라 엄청난 걸 하나 보다 싶기도 했어요.

Q. 정신없이 앨범이 발매되고 나선 기분이 어땠어요?

반응이 되게 좋았어요.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고요. 재즈 하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길이었으니까요. 정규 교육을 받고, 유학을 다녀오고, 재즈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데, 제가 갑자기 나타나서 다른 방식들을 막 했으니까요. 이 씬에 들어와서 앨범 내고 활동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한쪽에선 띄워주고 한쪽에선 싫어하니까 처음엔 많이 힘들었어요.

Q. 그 앨범으로 최우수 연주상을 받기도 했어요. 그땐 어떠셨어요?

그런 부분에서의 기쁨을 모르는 편이에요. 사랑할 때 빼곤 기쁨을 잘 못 느껴요. 잘 됐다, 이 정도? 그런데 멤버들이 정말 좋아해서, 그걸 보는 게 더 좋았죠. 저를 도와서 같이해준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 좋더라고요.

Q. 앨범 준비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며 작업했나요?

앨범 커버, 삽입된 사진 같은 디자인 요소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지금도 그래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책을 읽고 앨범을 만들었는데, 그 책의 느낌을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래서 앨범 커버도 재개발 지역을 찾아가서 촬영했고요.

김오키 [Cherubim’s Wrath (천사의 분노)]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Q.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언제 처음 읽으셨어요?

제대로 다시 읽은 건 2010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 책을 정말 많이 읽었어요. ‘열린책들’이라는 출판사가 있는데, 그 출판사의 책을 읽고 모으는 취미가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도스토옙스키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러다가 매일 같은 책만 읽으니까 다른 출판사의 책도 읽어보자, 하고 읽었던 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었어요. 정말 인상 깊게 읽어서 이건 노래로 써야겠다 하고 만들었죠.

Q. ‘꼽추’ ‘칼날’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영희’ 등 책 속 단어를 덧붙임 없이 그대로 사용했어요. 그렇게 직관적으로 표현한 이유는 뭐예요?

책 자체로 큰 충격을 받아서요. 학교 다닐 때 모두가 읽는 책이잖아요. 그때는 못 느꼈던 감정이, 나이 들고 다시 읽으니까 느껴지더라고요. 여러 생각이 들었죠. 지금 학교 다니면서 읽는 책들이 과연 맞는 책인가, 그럼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자랐는데 왜 이 모양인가 했어요. 그런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해서 사회에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책과 비슷하게 만들었어요.

Q. 여러 단편 중에서 그 이야기들을 뽑은 이유도 궁금해요.

가장 와 닿았던 이야기들이요. ‘칼날’에서 난쟁이 아저씨가 수도관을 고치는데, 난쟁이보다 큰 고물상 사람들이 와서 폭력을 가해요. 신애가 칼을 들고나와서 난장이를 도와주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사회적 약자들이 서로의 상황에서 더 정의감에 불타고, 소설 속 고물상도 따지고 보면 엄청난 힘을 가진 이들도 아닌데 자기 몫 챙기겠다고 또 다른 약자에게 위해를 가하고, 그런 모습들에 화가 났어요. 그 장면을 상상하면서 ‘칼날’을 만들었어요.

Q. 만약 그 책을 지금 읽었다면, 2013년도의 앨범과 비슷한 것들을 느낄까요?

지금 읽으면 그때만큼의 화는 못 느낄 것 같아요. 여러 일을 겪으면서 많이 약해졌어요. 그러려니 하는 것도 있고, 다른 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있고요. 예전엔 많이 직설적이었어요. 지금은 그때보단 덜 진지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것 같아요.

https://youtu.be/uo4dF3X8O9U
[재즈월드] 김오키(김오키 동양청년) – 칼날

Q. “천사의 분노” 앨범을 지금 되돌아보면 어떤 느낌이 들어요?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됐어요. 음악적 완성도를 떠나 그 앨범을 잘 발매함으로써, 지금까지 음악 하며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저한테 정말 좋은 앨범이에요.

Q.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크게 달라졌다는 걸 느꼈어요?

제 삶이 정말 많이 달라졌죠. 저다운 걸 찾았어요. 말하는 방식이나, 살아가는 방식이나, 행동하는 방식들이요. 좀 더 저 자신에게 맞춰졌어요. 예전에는 남 신경 많이 썼거든요. 남 눈치 많이 보고, 말도 잘 못 하고, 그렇게 살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화나면 바로 얘기하고, 내키는 대로 해요. 아무리 착하게 대해도 저를 싫어하는 사람은 꼭 있더라고요. 굳이 그런 것까지 신경 써가면서 살 필요가 있나 생각하게 됐어요. 이렇게 하고 싶은 걸 표현하면서 사는 게 훨씬 나은 것 같아요.

Q. 청자들이 이 앨범을 어떻게 느꼈으면 하나요?

성별을 떠나고 나이를 떠나서 다 같은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그걸 억지로 나누고, 사회에 사랑이 없는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친절하게 다가가면 작업 건다, 이런 식으로 무언가에 굳이 힘을 주고요. 옆에서 힘들어하는 타인에게는 신경 안 쓰고,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요. 그런 것들이 잘못되어 가는 것 같아요. 다 같은 사람이고 다 되돌아오는 거니까, 좀 더 사랑하고 평등하다는 걸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앨범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런 걸 느껴주었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예정된 계획들이 있어요?

5월쯤 뻐킹매드니스로 앨범을 낼 예정이에요. 그리고 ‘아티스트’라는 웹툰이 있는데, 그 작품의 앨범이 나와요. ‘이겨내는 것들’ 뮤직비디오 소스를 제공해준 마영신 작가와 함께 하는 작업이에요. 봉식통신판매에서 준비하고 있는 정수민씨, 진수영씨의 솔로 앨범도 각각 나올 예정이고요. 새턴발라드의 라이브 앨범도 피지컬 CD로 발매될 예정이에요. 올해는 김오키 이름으로보다는 팀 이름, 봉식통신판매 작업으로 많이 준비 중이에요. 김오키의 다음 앨범은 내년 초쯤 발매될 것 같아요.


글 : 이지영
사진 제공 : 김오키

[FIRST ALBUM INTERVIEW] 애리의 처음, [SEEDS]

애리의 첫 번째 앨범
/ ” SEEDS “

“나는 언제까지 이걸 반복하고 사려나?” 우리의 다음은 처음을 반복한 형태일까, 혹은 처음과는 전혀 다른 형태일까, 그 누구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초등학교 때 몰래 적어두었던 “내 꿈은 가수”라는 글을, 5년 후에는 기억도 못 하다가 10년 후에는 실천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원하는 모습을 구현해내기 위해, 자신의 처음과 다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가 있다. 2018년 10월 발매된 ‘애리’의 첫 번째 앨범 [SEEDS]의 이야기다.


Q. 헬로루키 대상 축하드려요. 소감이 어때요?

최대한 제 음악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경연에 참여했어요. 이제까지 지원해 온 일들이 많은데, 서류심사를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그 사실만으로 굉장히 기뻤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예선-본선-결선까지 지나왔네요. 힘든 일도 있었지만 너무 재미있었어요. 특히 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여러 사람의 열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대단하다, 즐겁다라는 감정들이 주를 이루던 시간이었어요.

 

[2019 상반기 헬로루키 오디션] 애리(AIRY) – 어젯밤

Q.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에 선정되었을 땐 어땠어요?

생각도 못 한 일이었죠. 정말 많은 힘이 됐어요. 그전까지는 인정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거든요. 스스로도 부족함을 느꼈고, 무시당하는 일도 많았고요. 슬프고, 화나는 감정들이 일반적인 상태였어요. 안 좋은 생각이지만, “내가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갈망을 갖던 때가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정말 큰 힘이 됐어요.

Q. ‘루키’ ‘신인’이라는 단어들이 명확한 의미를 가지잖아요. 이 단어들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궁금해요.

기분 좋으면서도 동시에 불안해요. 다음 작업에 대한 부담일 수도 있고요. 작년에 [SEEDS] 앨범이 많은 주목을 받았잖아요. “너무 좋아요, 이 스타일을 버리지 않으면 좋겠어요.” 하는 말들을 들으면서, 감사하면서도 많은 고민이 들더라고요. 이 스타일도 결국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고, 만들어낼 수 있는 이미지의 일부일 뿐인데, 어떻게 하면 좋지? 다음 작품에서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면 실망했다는 얘기를 듣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어요.

Photo taken with Focos

Q.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비 오는 날 씨앗으로 틔우는 여정’에서 다른 스타일에 대한 여지가 보이던 걸요.

네, 일부러 마지막 트랙으로 넣었어요. 앞의 네 곡과 느낌이 사뭇 다르죠. 다른 곡들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는데, 이 곡은 휴대폰으로 녹음했어요. 비 내리는 날, 조율 안 된 통기타 들고, 두세 번 만에 녹음한 곡이에요. 정말 즉흥적이었는데,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나는 언제까지 이걸 반복하고 사려나”라는 가사가 있어요. 저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이에요. 모르니까 궁금하고요. 나의 다음은 지금과 유사할까? 전혀 다른 모습이려나? 하는 기대가 있어요. 기대하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저의 다음을 준비하고 싶어서 이 질문을 앨범의 끝에 실었어요.

Q. 그 질문의 대상일 수 있는 다음 작업물이, 1월 1일에 발매를 앞두고 있어요. 어떤 곡이에요?

‘신세계’라는 곡이에요. 얘기하면서 보니까, 곡 제목이 1월 1일이라는 날짜와 잘 어울리네요. 살아가면서 내가 아닌 다른 존재들과 만나고, 교류하잖아요. 자연스레 그 존재와 함께 하는 더 넓은 세계를 접하게 되고요. 그 과정에서 점점 ‘확장되는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애리 [SEEDS]

Q. [SEEDS]는 어떤 앨범이에요?

여러 의미로 눈물 나는 앨범이에요. 사실 평소에도 눈물이 많은 편이긴 해요. 앨범 발매되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너무 행복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것 같기도 해요. 첫 앨범이다 보니까 여기까지 지내온 시간과 노력한 일들이 앨범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요. 너무 많은 것들이 떠오르니까, 한편으로는 훌훌 떠나버리고 싶기도 하고요.

Q. 작업하면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어요?

‘에덴’이라는 곡을 작업할 때였어요. 믹싱 과정에서 주절거리는 듯한 독백을 넣고 싶었어요. 주변에서 무서울 것 같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믹싱 엔지니어분께서 “재미있는데요?”라고 해주셨어요. 저보고 “하고 싶은 거 해야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라고 하셨는데, 그게 되게 재미있었어요. 존중받는 느낌이라 기분 좋았던 기억이 나요.

Q. 앨범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뭐예요?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거요. 사운드라든가 외적 스타일이라든가, 앨범을 아우르는 느낌 같은 것들이요.

 

[MV] 애리(AIRY) – 없어지는 길(Disappearing Ways) / Official Music Video

Q. 공연장에서 공연하던 순서를, 그대로 앨범에 실었다고 들었어요.

제 곡이 길어서 밴드 셋으로 공연을 하면, 30분 동안 최대 네 곡을 할 수 있거든요.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순서를 짜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해졌어요. 항상 ‘어젯밤’을 첫 곡으로 공연을 시작했어요. 사운드가 가장 강렬해서요. 친한 음악가분들은 장난을 치기도 해요. ‘어젯밤’ 첫 마디가 따! 하고 끝날 때 “나다! 나를 봐라!” 이런 게 느껴진대요. 그게 또 기분 좋더라고요.

Q. 그 곡들로 첫 앨범을 발매하고 싶었던 이유는요?

평소에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한가 봐요. [SEEDS] 앨범을 통해서 강렬한 이미지를 보이고 싶었어요. 센 느낌을 줄 수 있는 곡들을 모으다 보니, 그렇게 다섯 곡이었어요. 공연에서 보이고 싶었던 이미지와, 앨범에서 보이고 싶었던 이미지가 같았던 거죠.

Q. 계속 얘기한 강렬한 이미지 외에, 씨앗이라든가 숲이라든가 하는 자연의 이미지도 강해요.

‘에덴’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제목을 못 정했을 땐, ‘에덴’을 ‘자연가’라는 이름으로 불렀어요. 제주도의 곶자왈이라는 숲에서 정말 큰 충격과 위로를 받고 만든 곡이에요. 아름답고 웅장하고, 생명이 돋아나는 게 자연이잖아요. 반면 경쟁하고 환경에 맞춰 변화하고, 죽어가는 것도 자연이고요. 그 설명히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나도 자연의 일부라서 힘들기도 하고 힘내기도 하고, 사는 게 그런 거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자연이 좋았어요.

Q. 숲을 배경으로 공연하면 정말 잘 어우러질 것 같아요.

처음 앨범을 작업할 때부터, 숲에서 라이브 영상을 촬영하고 싶었어요. 한 음악가의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바닥에는 풀만 자라있고, 주변은 울창한 나무로 쌓여있고, 사람 키보다 높은 바위가 하나 있어요. 그 바위 위에 앉아서 혼자 공연하고, 관객들이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더라고요. 그런 것도 해보고 싶어요.

 

[온스테이지2.0]애리 – 에덴

Q. 이후엔 어떤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좋아하는 게 많아요. 학생 때는 펑크 밴드를 커버해서 공연하기도 했고, 발라드 부르는 것도 좋아해요. 앨범을 낼 때는 공통의 것들을 모아서 내보이잖아요. 여러 이미지를 보여주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고민이에요. 이런 것들을 원하면서도, 확 바꿀 수 있을까? 그렇다고 서글픈 감정을 다 보여준 건 아니거든요. 제가 발매한 다섯 곡 외에도, 서글픈 감정의 곡들은 여전히 존재해요.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아직 남은 게 있어서 고민이에요. 그래도 여러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 싶어요.

Q. 이런저런 과정들을 거쳐오면서,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어요?

제가 창작한 곡으로 이루어내는 모든 활동이, 그 자체로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요. 앨범 발매가 굉장히 훌륭한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고요. 종종 음악을 짝사랑한다고 얘기하는데, 여전히 음악에 절절매면서도 그 음악으로 칭찬받을 때면 너무 행복해요. 정말 오랫동안 짝사랑한 기분이라서 아직도 설레고 즐거워요.

Q. 오랫동안의 짝사랑이라 하면, 언제부터 이어온 건가요?

초등학교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혼자서 부른다든지, 가창 대회를 나간다든지, 노래하는 것 자체를 좋아했죠. 자우림, Radiohead, Portishead, 언니네 이발관, 네스티요나 등을 알게 되면서 음악에 푹 빠졌어요. 13살 때 ‘나의 비밀’이라고 숨겨둔 글에 “내 꿈은 가수”라고 적었더라고요. 수년 동안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그 글을 발견하곤 무척 놀랐어요. 꿈을 잊은 채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공연 동아리 활동을 해오면서 그 마음을 달랬던 것 같더라고요. 중학교 때부터 밴드부를 하고 싶었는데 반대에 부딪혀 홧김에 풍물부에 들어가기도 하고, 고등학교 땐 실용음악 동아리, 대학교 땐 밴드부 활동도 했어요.

Q. 앨범을 발매한 지도 1년이 지났잖아요. 그 시간들은 어떻게 보내왔어요?

어떻게 하면 저를 더 알릴 수 있을까, 제 앨범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여기저기 찾아가기도 하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수집하기도 했어요. 그들의 음악 외에도 영상, 아트워크, 옷차림까지 모두 좋아했던 거구나 느꼈어요. 이런 콘텐츠들을 만들고 싶다,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어요.

 

[MV] 애리(AIRY) – 낡은 우편함(Old Mailbox) / Official Music Video

Q. [SEEDS] 앨범에서도 다양한 걸 많이 준비하셨잖아요. 뮤직비디오도 세 편이나 선보였어요.

마음만으론 다섯 곡 전부 찍고 싶었어요. ‘비 오는 날 씨앗으로 틔우는 여정’도 혼자 촬영한 영상이 있어요. 아직 공개하진 않았고 공연장에서 잠깐 튼 정도인데, 이 영상도 언젠가 꼭 공개하고 싶어요.

Q. [SEEDS]가 어떤 앨범으로 남길 바라요?

많이 알려지는 것들이 있고 비교적 덜 알려지는 것들이 있잖아요. 제가 10년 넘게 듣고, 좋아하는 음악들만 봐도 그래요. 사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이 음악이 얼마나 유명한가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냥 좋은 음악인 거니까요. 제 앨범도 그런 앨범으로 남으면 좋겠어요. 모두한테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군가한테는 위로가 되는 음악이면 영광일 것 같아요.


글 : 이지영
사진 제공 : 애리

[FIRST ALBUM INTERVIEW]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의 처음, [” sin ! “]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의
첫 번째 앨범
/ ” sin ! “

잘하려고 하지 말자. 처음이니까, 잘하는 것보단 실수만 하지 말자. “경험이 없는데 완벽에만 초점을 맞추면 분명히 문제가 생겨요.” “내가 정말 전하고 싶은 말은 이만큼인데, 어떠한 규격 때문에 억지로 늘리면 이만큼의 마음이 변질될 것 같아요.” 처음은 누구나 서툴기 마련이고, 급한 마음에 체하기 마련이다. 완벽보단 적당히가, 지루한 것보단 아쉽게 끝나는 게 처음의 미덕이고 용인이지 않을까? 2019년 10월 발매된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의 첫 번째 앨범 [” sin ! “]의 이야기다.


Q. 얼마 전에 첫 단독공연을 마쳤어요. 어떠셨어요?

준비하는 내내 계속 긴장 상태였어요. 저한테는 너무 막연한 일이었거든요. 속으로만 ‘언제 하지? 올해 안에 했으면 좋겠다.’ 하다가, 단독공연 언제 하냐는 질문들이 조금씩 들려오더라고요. 무턱대고 “연말쯤에 하려고 해요.” 얘기한 후에, 그 말을 지키기 위해 공연 준비를 시작했어요.

이전까지는 50분, 길면 1시간 셋의 공연을 해왔어요. 혼자서 100분 셋의 공연을 채울 수 있을까, 어색하진 않을까 걱정됐고, 세션 분들이랑 무대에 서는 것도 처음이라 걱정됐고, 경험이 없다 보니까 머릿속이 복잡했어요. 다행히도 여기저기서 도와주시고, 하나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공연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Q. 공연을 준비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뭔가요?

잘하려고 하지 말자. 처음이니까, 잘하는 것보다는 실수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억지로 잘하려고 하다 보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아요. 경험이 없는데 완벽에만 초점을 맞추면 분명히 문제가 생겨요. 적당히, 중간만 하자 라는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Q. 포스터가 인상적이었어요.

가독성이 없다는 이유로 디자인이 바뀔 뻔했어요.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하고 싶은 방향을 선택하고 후회하는 게 낫지 싶어서 원래대로 제작했어요. ‘데이먼스 이어’라는 걸 또렷하게 보여주고 싶으면서도 너무 광고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진 않았어요. 나를 보러 오는 관객들은, 이름을 떡하니 써놓지 않아도 이게 데이먼스 이어의 공연 포스터라는 걸 알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일/월/년 세 장을 만들었어요.

Q. 이름도 일/월/년 을 의도한 게 맞나요?

네 맞아요. 다만 Day Month Year 라고 하면 너무 뻔할 것 같았고, 사람 이름처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Damon 스펠링을 가져와서 Damons Year 라고 썼어요.

첫 단독공연 ” HD!ED!”

Q. 이전까지의 공연에서, 카페 소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요즘은 어때요?

이제는 저를 보러 찾아오신 분들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노래할 때 원두 기계가 함께 돌아갔다면, 요즘은 그런 소음들이 꺼지죠. 예전에는 저 사람들이 나를 알까?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 하는 생각에, 말없이 노래만 하다가 끝나는 공연들이 많았어요. 요즘은 제 노래를 듣고 싶고, 저를 아는 분들이 오시니까 조금이라도 더 얘기해주고 싶어요. 누가 듣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조금씩 입이 트이더라고요. 대단하게 정리된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전달하고 싶은 건 전할 수 있는 정도는 된 것 같아요.

Q. 공연 전에 멘트를 준비하는 편이에요?

아니요, 준비하면 오히려 안 되거든요. 멘트도 똑같아요, 잘하려고 하지 말자 라는 마음이에요. 할 말이 없으면 그냥 지나가고, 할 말이 생기면 얘기하자 이런 생각으로요. 말이라는 게 준비하면 할수록 꾸미게 되더라고요. 사실 70 정도의 생각인데, 남한테 들려주려 하니까 100 이상으로 과장하게 돼요. 그런 말들을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 josee! ” 가사 中

Q. 찾아오는 팬들이 생기기 시작한 건, 어느 시점부터였나요?

음원을 발매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생겼어요. 음원을 듣는 사람들이 생기니까, 자연스럽게 공연장에서 연락이 오고, 공연을 보러 찾아오고, 저를 더 알릴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겼어요. 특히 올해가 특별한 기점이었어요. 지원사업에도 선정되고, 누군가의 입에서 언급되기도 하고,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고요. 사실 단독공연도 매진될 거라고 기대 안 했는데, 되게 신기했어요.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 – ” sin ! “

Q. 이번에 첫 EP [” sin ! “]을 발매했어요. 어떤 앨범인가요?

제가 밝은 노래보다는 우울한 분위기의 곡들이 많아요. 이번 앨범은 제 우울을 다 털어내 버리는 앨범이에요. 내년에는 조금 더 밝고, 더 많은 사람이 부담 갖지 않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을 내고 싶거든요. 저의 우울을 다 담아낼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 제 어두운 부분들을 모두 모아서 [” sin ! “]을 구성했어요.

Q. 앨범 이야기가 트랙 넘버의 역순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죠.

처음엔 타이틀곡이 1번 트랙이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노래를 듣다 보니 감정의 기승전결이 보이더라고요. 이 순서대로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 싶었어요. 제 감정의 흐름이 확연하게 드러나서, 앨범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다면 거꾸로 들어주세요 라는 코멘트를 남기게 됐어요.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 – josee! [아지트라이브 Azit Live #48]

Q. 이번 EP를 작업하면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내 얘기로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노래를 만드는 사람은, 내가 평생 끼고 들으려고 곡을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남한테 들려주려고 만드는 거니까, 나 혼자만의 얘기로만 느껴지지 않길 바랐어요. 그래서 제 목소리와 가사가 더 잘 다가가기를 바랐고요. 악기 연주도 최소화해서 어떤 곡은 기타 한 대, 다른 곡은 피아노 한 대, 이런 식으로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에 더 집중했어요.

Q. 곡들이 대체로 짧아요.

2절까지 있는 노래가 몇 곡 안 돼요. 내가 정말 전하고 싶은 말은 이만큼인데, 어떠한 규격 때문에 억지로 늘리면 이만큼의 마음이 변질될 것 같아요. 사진도 애초에 조그마한 걸 억지로 늘리면 픽셀이 다 깨지잖아요. 나는 할 말을 다 했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여기까지야, 그런 생각이 들면 거기서 멈췄어요. 지루한 것보다는 아쉽게 끝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의 필름 사진

Q. 커버도 직접 촬영하셨다고 들었어요.

지난 6월쯤에, 제 방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창문을 내려다보면 교회가 하나 있는데, 밤이 되면 빨갛게 불이 들어와요. 심지어 방충망도 있는 상태에서 휴대폰을 대고 찍었거든요. 찍힌 사진이 되게 마음에 들었어요. 정사각형의 프레임도, 방충망 덕분에 노이즈 처리된 듯한 질감도 좋았고요. 그래서 앨범의 커버로 사용하게 됐어요.

Q. 앨범이 발매되고 나서는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생각보다 별거 없구나 싶었어요. 노래가 정말 많잖아요. 사람들이 내 노래에 집중하게 만들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더 분발하고,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 지금 이렇게 나에 대한 관심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힘껏 열심히 해야겠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잖아요. 음악 할 때 가장 힘든 게 무관심이에요. 제가 5년 정도 음악을 해왔는데, 무관심 속에서 지내온 시절이 너무 길어서요.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희열의 스케치북 ” yours “

Q. 이런 시기들을 지나오면서 스스로가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까요?

예전에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어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몰랐고, 사람들 눈에 내가 어떻게 비춰지는지 몰랐고요. 올해 들어서 조금씩 알게 됐어요. 사람들이 내 어떤 점을 좋아하고, 내 음악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이진 않지만 막연하게 알게 됐어요.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를 말하니까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는 한 번도 지어내서 얘기한 적이 없거든요. 저 사람도 나랑 같은 사람이구나,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예전엔 상담 치료를 받는 게 저의 결함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번 극복하고 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더라고요. 조언해줄 수도 있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위로를 원하는 사람들이 제 음악을 찾지 않나 싶어요.

Q. 올 한 해는 데이먼스 이어에게 어떤 해였나요?

올해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멍한 상태예요. 어떤 일들이 완전히 받아들여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좋은 일이 생겼는데, 다 받아들이기 전에 또 다른 일이 생기고, 또 다른 일이 생겼어요. 이것들이 꼬리를 무니까 거짓말 같기도 하고, 어딘가 계속 붕 떠 있는 느낌이에요. 이러다가 삐끗해서 실수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들고요. 많이 덜렁대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계속 되뇌고 있어요. 좀 더 차분하게, 덜 좋아하려는 마음으로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어요.


글 : 이지영
사진 제공 :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

[FIRST ALBUM INTERVIEW] 나이트오프 (Night Off)의 처음, “마지막 밤”

나이트오프 (Night Off)의
첫 번째 앨범
/ 마지막 밤

목소리가 못 보컬과 비슷하네요, 같은 사람인가요? 라는 댓글들이 달리지만 어디에도 그 진위가 드러나지 않은 이름이 있다. “왜 괄호 치고 (이이언, 이능룡) 이라고 안 쓰세요?” “그 이름으로 승부를 보고 싶은 건 아니었거든요. 저희의 새로운 음악을 새로운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거, 그게 저희가 원하던 방향이었어요.” 오랜 시간 자신의 이름을 쌓아온 이들이, 전혀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만남을 시작했다. 2018년 12월 발매된 ‘나이트오프 (Night Off)’의 첫 번째 앨범 [마지막 밤]의 이야기다.

Q.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이능룡: 보통은 집에 있고, 가끔씩 (이언) 형도 만나고, 작업을 조금씩 하고 있어요. 최근엔 이상은 씨의 앨범에 편곡 작업으로 참여했어요.

이이언: 반 년 정도 쉬다가 다시 음악 작업을 시작했어요. 작년에는 소진되었단 느낌이 들었는데, 쉬고 나니 너무 잘 되고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목적 없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곡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어요. 요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작업하며 지내고 있어요.
 
Q. 서로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되셨죠?

이능룡: 특별한 친분은 없었지만 서로에 대해 알고 지낸 건, 10년이 넘었어요.
 
이이언: 아주 사소한 교류라도 시작됐던 건 2007, 8년도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전화통화로 무얼 물어보고 그랬어요.

Q. 처음 마주했을 땐 어땠어요? 분이 함께한다는 소식에 주변 반응은 어땠어요?

이이언: 둘 다 외향적이지 않아서 낯가림이 있었어요. 술 마시면서 그 어색함을 녹인 후엔, 굉장히 금방 의기투합했어요. 재미있게 놀고, 우리 같이해보자는 말도 그날에 나누었고요.

Q. 그 첫 만남이 2012년도라고 들었어요. 실제로 나이트오프 앨범이 나오기까지 5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네요?
 
이능룡: 그날 이후로 막연한 시간들이 있었어요. 못 앨범이 나오기 전이었고, 언니네 이발관 앨범은 한참 남아있었어요. 그 이후에 함께 하자는 이야기였거든요. 또 그런 걱정도 있었어요. 술 마시고 나눈 대화라서, 혹시 나 혼자만 기억하면 어쩌지 하는 불확실함이요.

이이언: 그래서 가끔씩 만나는 자리가 생기면, 그때마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어요. “함께 하기로 했는데, 기억하시죠?” 이런 식으로 서로에게 상기시켜주는 날들이 있었어요.
 
Q. 이제 진짜 시작, 하고 적극적으로 나선 건 누구인가요?

이이언: 언니네 이발관 마지막 앨범이 나오고, 시간 여유가 생기고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능룡이가 연락을 해왔어요. “형, 이제는 할 수 있어요.” 하고요.
 
Q. 두 분이 함께한다는 소식에 주변 반응은 어땠어요?

이능룡: 되게 폭발적이었어요. 굉장히 흥미로운 뉴스가 될 거다, 재미있는 사건이 될 거다, 이런 반응이 많았어요. 정말 많은 기대를 해주셨어요.

Q. 나이트오프의 시작 단계는 어땠을지 궁금해요.

이능룡: 부담이 컸어요. 뭔가 들려줘야 하는데, 싫어하면 어떡하지? 아 괜히 하자 그랬나?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안 되잖아요. 언니네 이발관이 마무리되고 사람들한테도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하는데, 하던 걸 하면 안 되는데, 또 ‘이이언, 이능룡’이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도 있을 텐데, 하는 부담감들이 있었어요.

이이언: 서로 뭔가를 던지기는 하는데, 그게 처음에는 탁탁 주고받으면서 척척 쌓이지가 않았어요. 던지면 돌아오지 않거나, 그냥 먹히거나 했죠.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이 몇 개월간 있었어요.

이능룡: “이 부분은 이게 좋으니까 이렇게 합시다.” 말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웠어요. 서로 되게 조심스러운 것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 작업이 더디었던 것 같아요.

Q. 어느 순간부터 그것들에 대해 편해졌어요?

이능룡: 작업물을 얼추 만들어냈어요. 괜찮네 하고 헤어지려는데, 형이 “잠깐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해서 작업실로 돌아간 순간이 있었어요. 그때가 기점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작업물은 서로의 것을 그냥 이어붙인 느낌이었거든요. 그것보다는 둘이 섞였을 때만 가능한 어떤 걸 만들어내자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이이언: 능룡이의 이런 것과 나의 이런 것을 붙여 놓았으니까, 어쨌든 우리가 같이 작업한 결과물이니까 정도의 생각이었어요. 그러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흔적들을 느낀 거예요. 언니네 이발관 시절의 그것과 못 시절의 그것이라던가, 작업하는 방식이라던가 하는 것들을요.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까지의 편곡을 뒤엎고 다시 작업했던 그때가, 지금의 나이트오프로 향하는 기점이었던 것 같아요.

Q. 작업과정에선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썼나요?

이능룡: 말로 하진 않았지만, 불문율로 생각하던 게 있었어요. “미안하지만 이건 이게 맞는 것 같아.” 처럼 누군가 강하게 얘기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혹여 납득이 안 되더라도, 상대를 믿고 가는 거예요. 저는 이 포인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작업했어요.

이이언: 두 사람의 의견이 완벽하게 합의될 수 없잖아요. 누구 한 사람이 정말 강하게 맞다고 하거나, 정말 강하게 아니라고 얘기하면 그 의견을 따르는 방식으로 작업했어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니까, 그건 어쨌든 나이트오프에서 풀기엔 맞지 않는 거죠.

이능룡: 서로의 기질을 잘 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빈번하고 쉽게 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 심사숙고해서 꺼낸 얘기라는 걸 아니까요.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이 있었어요.

Q. 그렇게 상대를 믿고 따라갔던 것들이, 결과물로 나왔을 땐 어떤 생각을 했어요?

이능룡: ‘잠’의 데모버전 보컬이 지금보다 훨씬 진했어요. 저는 그 호소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형이 담담한 보컬로 다시 녹음한 거예요. 노래를 듣고 그날 밤을 새우면서 생각했어요. 한참 고민하다가, “형 저는 이런 부분이 포인트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 없어진 것 같아요.” 했는데, 형이 “그건 진짜 아닌 것 같아. 이 노랜 그렇게 부르면 안 돼.” 하더라고요.

이이언: 능룡이가 양보를 해준 거죠. ‘잠’이 저희 둘 다 서로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던, 처음이자 마지막 사건이었어요.

이능룡: 다시 녹음하기엔 시간이 촉박하기도 해서, 아쉬운 마음을 접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노래는 담담하게 불러야 했구나. 여기서 더 과잉됐으면 부담스러웠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신기했어요.

이이언: 저도 비슷한 순간들이 많았어요. “아 그래? 나는 이게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싶었지만, 능룡이 말에 따라서 포기한 것들이 있었어요. 나중에 음악을 들어보면, 제가 나무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능룡이가 숲을 보는 관점에서 얘기해줬다는 게 느껴지곤 했어요.

Q. 첫 싱글이 발매되고, 기분이 어땠어요?

이능룡: 우울했어요. 뭐랄까 현실을 인식하게 된 시작이었어요. 나이트오프라는 새로운 이름을 꺼내보였을 때, 그 반응이 미미하다고 느꼈어요. 사람들 입장에선 처음 들어보는, 전혀 모르는 신인이니까 당연한 건데 말이죠. 오랜 활동을 해오다가 다시 그 처음을 현실로 마주하게 된 순간이었어요.

이이언: 저는 그런 실망감은 아니었는데, 진행되는 여러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아서 컨디션이 안 좋았어요.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었지만, 음악 외적으로 모든 실무와 결정의 주체가 되니 힘들더라고요. 이렇게 모두 맡아서 한 건 처음이었거든요.

이능룡: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는 기대였던 것 같아요. 팀 이름이 ‘이이언, 이능룡’인 것도 아니고 어떤 대대적인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잘 될 거야. 우리를 바로 받아들일 거야.” 라는 기대를 했다는 자체가, 과하지 않았나 싶어요.

Q. 시작하는 데 있어,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존재했네요.

이이언: 또 의외였던 건, 리스너들에 대한 예상이었어요. 저희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 중에 2~30대 분들이 많아요. 예전부터 못과 언니네 이발관을 지켜봐왔다기 보다는, “나이트오프?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음악 좋네.” 하고 들어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능룡: 사실 그게 저희가 바라던 그림이었어요. 발매되고 나서, 대형 기획사 다니는 친구가 “형, 원래 다 겪는 거예요.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그런데 왜 괄호 치고 (이이언, 이능룡) 이라고 안 쓰세요?” 그런 얘기를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이언, 이능룡’ 그 이름으로 승부를 보고 싶은 건 아니었거든요. 저희의 새로운 음악을 새로운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거, 그게 저희가 원하던 방향이었어요.

Q. 앨범들이 발매되고 일 년 정도 지났는데, 요즘은 어떤 생각을 하세요?

이이언: 일 년 전에 비해 부담이 많이 사라졌어요. 우리의 작업물을 내보였을 때 어떤 반응일지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졌죠. 지금 돌이켜보면, 옳은 선택들을 해서 후회 없는 앨범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을 돌려서 다시 만든다면 이렇게 해야지, 생각해볼 법도 한데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정말 만족스러운 앨범이에요. 우리가 하던 그대로 계속해나가면 되겠다는 생각들을 요즘 하고 있어요.

이능룡: 서로 간의 시스템이 구축된 것 같아요. 작업방식뿐만 아니라 서로를 대하는 성격적인 측면도 파악됐고요. 사실 친하지가 않았던 거예요. 호감이 있는 것과, 친한 것과는 다른 얘기잖아요. 이제는 그 시스템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계속 잘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Q. 나이트오프 작업을 통해 스스로가 달라졌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요?

이이언: 음악생활에 있어서 나이트오프 작업이 정말 큰 계기가 됐어요. 못과 이이언 솔로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노력했지만, 어떤 정체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능룡이랑 작업하면서 그것들을 벗고 바깥으로 나오는 기분이 들었어요. 기존에 해오던, 잘하고 익숙해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방식들로부터요. 시야가 더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고, 덕분에 요즘 작업이 너무 잘 되는 것 같아요.

Q. 나이트오프 앨범이 어떤 앨범으로 남길 바라나요?

이이언: 좋은 유행가로 받아들여지면 좋겠어요. 생각날 때마다 꺼내 듣고, 보다 캐주얼하게 자주 듣는 그런 앨범이요. 심오하게 어떤 명반이야, 이런 것보다도 익숙하게 찾아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되고 싶어요.

이능룡: 얼마 전에 SNS 메시지로 외국 팬분의 연락을 받았어요. “굉장히 우울했는데, 나이트오프 음악을 듣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너희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내가 알아들을 순 없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서 듣고 있으면 기분이 편해지고 위로가 된다. 정말 오랫동안 너희를 지켜볼 팬이 되겠다, 너무 고맙다.” 이런 메시지를 받았어요. 저희가 담백하게 얘기하는 것들이 조금씩 조금씩 스며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 앨범으로 남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이이언: 아주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지만, 나이트오프의 곡 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예전에 발표하려다가 정리가 덜 돼서 보여주지 못한 노래들도 있고, 새롭게 작업해보려는 노래들도 있고요. 이런 것들을 정리해서 멀지 않은 시기에 또 작업물을 발표하게 될 것 같아요.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니까, 나이트오프를 계속 기대하고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능룡: 형이랑 나이가 들어서도,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드문드문일지라도, 계속 우리의 작업물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얘기한 적이 있어요. 이번에 또 새로운 음악을 발표한다면, 그 바람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요. 요즘 나누고 있는 작업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 멀고도 꾸준한 미래의 다음 단계가 될 것 같아서 기대돼요.



글 : 이지영
사진 제공 : 나이트오프 (Night Off) / 럭키펀치 뮤직

[블럭의 싱글 콜렉션] 9월 추천작: 김산, onthedal 외

블럭의 싱글 콜렉션 – 8월 추천작: 김산, onthedal 외

 

비록 9월에 발표된 곡이지만, 한 차례 더위가 지나고 나니 등장하는 음악의 분위기도 바뀌는 듯하다. 계절이 바뀌고 날이 추워져도 옷장에 담긴 옷을 바꿀 여유조차 없다면, 일하든 시간이나 공부하는 시간에 이 노래들을 잠깐 들어보자. 몇 번의 검색과 재생만으로도 일상에서 기분 좋은 무언가를 얻을 것이다. 11곡을 통해 다양한 장르를 여행할 수도 있다.

 

 

위수 – 우리에게 쏟아지는 별들을 (Feat. 구원찬)

위수가 써내는 팝 음악에는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 구원찬의 목소리가 더해지니 그 깊이와 감미로움이 한층 커졌다. 두 사람이 함께 화음을 만들어내는 것도 좋지만, 구원찬이 소화해내는 발라드 넘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날 수 있다. 잔잔하고 간소한 듯하면서도 풍성한 공간감이 전달하는 감정이 장점인 곡.

 

 

onthedal – Vinseesun

최근 오도마(O’Domar)의 앨범에서 이름을 보인 온더달(onthedal)의 싱글이다. “Vinseesun”이 이야기하는 빈 시선은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준다. 반복적인 가사 안에는 현대인의 말버릇과 사고방식을 담고 있으며, 곡의 시작과 끝이 같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뮤지션리그에는 데모 버전도 공개되어 있으며, “Vinseesun”과 함께 “Moondeuk”과 “Lobster”도 함께 들어보길 권한다. 온더달만의 색채를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D’uncanny – Heavy Eyez

이전에도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듯, 디언캐니(D’uncanny)는 매력적인 래퍼다. 2019년 한국에서 래퍼라는 단어를 쓰면 선입견이 생기는 듯한데, 그렇다면 나는 디언캐니를 랩 아티스트, 혹은 그냥 음악가라고 말하고 싶다. 어쩌면 그가 비주얼 작업도 하니 예술가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디언캐니는 다른 래퍼가 비슷하게도 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것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분위기나 바이브, 그의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온도 차에 주목해달라고 권하고 싶다.

 

 

수림 – 강아지집

나 또한 포크라노스 덕에 새로운 음악가를 알게 될 때가 있다. 수림은 그런 경우다.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출신인 수림은 이 곡의 첫 버전을 유동방송(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총동문회의 방송)에서 선보이게 되었고, 이후 싱글까지 완성을 이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가을과 겨울 사이 추워질 때 들으면 제격일 것 같은 곡. 집을 지키는 강아지에 관해 쓴 곡의 제작 과정은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가기)

 

 

김산 – 어지러운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곡 중 하나를 꼽으라면 이 곡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재즈, 팝에 가까운 김산의 곡 “어지러운”은 자이언티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파이버 펑크(Fiber Funk)를 하고 있기도 한 작곡가 박준우와 개인적으로 최근 신뢰하기 시작한 엔지니어 제임스 포렌(James Fouren)이 참여했다. 낯선 이름으로부터 반갑고 매력적인 노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류지수 – Emergency

싱글 “Emergency”는 류지수라는 음악가의 깊이와 [Period Folding], [Period Folded] 두 장의 앨범이 지닌 음악적 역량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대중적이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완성도와 성숙함까지 변하지는 않았다.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어서 알앤비, 팝 음악을 좋아하는 분께 자신 있게 권한다.

 

 

JIJI – Vicious Circle

알앤비, 팝 음악을 좋아하는 분께 권하는 곡이 하나 더 있다. 지지(JIJI)의 “Vicious Circle”이다. 독특한 전개 방식은 힙한 음악을 찾는 이들이 좋아할 법하다. 최근 유행에 해당하는 양식을 가져가면서도 자신만의 독자적인 전개를 부담스럽지 않게 이어 나간다. 앞으로 주목해도 후회하지 않을 음악가다.

 

 

nokdu – baby baby

최근 음악적 흐름과 맞물려 많은 사랑을 받는 음악가 중 한 명이 바로 녹두(nokdu)다. 비록 드라마 녹두꽃 방영 당시에는 검색이 잠시 어렵기는 했지만, 이제는 녹두라는 음악가의 존재와 그의 음악을 아는 사람이 제법 많아졌으리라 믿는다. 경솔하거나 건방지게 들릴 수 있지만, 그의 음악에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그 매력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공감할 수 있는 가사까지 있으니 그를 좋아할 여지는 충분히 많은 셈이다.

 

 

키스누 – 1000 Reasons

키스누의 팝 음악을 단순히 시티팝 언저리로 묶어두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신스팝 혹은 팝 음악으로 둬야 키스누의 진가를 파악할 수 있다. 80년대 신스팝부터 가장 최근의 음악까지를 고루 읽어낼 수 있는 키스누의 음악은 한 번 들었을 때보다 두 번 들었을 때, 두 번 들었을 때보다 세 번 들었을 때 그 진가를 알게 된다. ‘이들이 어떤 음악, 어떤 문법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구나’를 알 수 있는 정도라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선 – 3분 왈츠/난 말이야

문선이 독특한 방식으로 곡을 발표했다. 우선 “3분 왈츠”와 “난 말이야” 두 곡을 묶어 놓았고, 각각의 곡을 따로 또 뒀다. 매력적인 소리 구성을 지닌 3분 왈츠가 지나면 그에 못지않게 독특한 느낌을 주는 “난 말이야”가 기다리고 있다. 조금 과감해진 문선의 음악에 당황할 수도 있으나, 음악도 가장 과감할 때 가장 치명적이고 매력적인 법이다.

 

 

공중그늘 – 타임머신

최근 많은 사랑을 받는 공중그늘의 싱글이다. 더 설명할 필요가 있는가? 이제 유망주에서 인정받는 밴드로 거듭나는 과정을 겪고 있는 공중그늘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다. “길지 않은 젊은 시절을 함께 보내고자 결성된 밴드”라는 설명에 걸맞은, 한 시기의 나날을 공유해야 할 것 같은 음악.

 

Editor / 블럭
blucshak@gmail.com

[블럭의 싱글 콜렉션] 8월 추천작: 차세대, 윤기타 외

블럭의 싱글 콜렉션 – 8월 추천작: 차세대, 윤기타 외

 

9월이 벌써 끝자락에 접어가고 추석도 이미 끝났지만, 포크라노스는 8월에도 9월에도 쉬지 않고 좋은 음악을 발표했다. 지면이 모자라서, 혹은 시간이 없어서 소개하지 못하는 아쉬운 작품이 있을 정도로 좋은 싱글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꼭 한 번 들어봤으면 하는 몇 곡을 소개한다.

 

 

위니 – Call My Name

투엘슨의 객원보컬로 활동했던 위니가 오랜만에 싱글을 발표했다. 차분하면서도 섬세하게 감정선을 잘 전달하는 위니의 장점이 돋보이는 곡이다. 곡은 여름에 나왔지만, 긴 연휴 이후 폭탄 업무나 과제와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특히 지친 하루를 보내고 해가 질 때 즈음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

 

 

송희란 – I Don’t Care

앞선 곡이 위로를 해줬다면, 이 곡은 아마 모두가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긴 연휴 이후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퇴근 시간 30분 전에 무언가 부탁을 받거나 기타 업무환경이 상대적으로 아쉬운 곳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실제로 가사처럼 행동하지는 못할지라도 대리만족이라도 느껴보자.

 

 

치스비치 – Summer Love

여름은 다 끝나가지만 치스비치의 매력은 끝나지 않는다. 치즈, 스텔라장, 러비, 박문치로 구성된 걸그룹 치스비치의 “Summer Love”는 과거 9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어떤 이에게는 향수로 다가오겠지만, 90년대 걸그룹 컨셉이 생소한 누군가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갈 것이다. 안무가 늦게 나온다고 하여, 혹은 그룹의 활동이 뜸하다 하여 아쉬워하지 말자. 원래 덕질할 거리는 한 번에 풀지 않는 법. 우리는 이제 다음 싱글을 기다리며 존버단을 결성하는 일만 남았다.

 

 

차세대 – 타이타닉

차세대가 선보인 싱글 “타이타닉”은 낭만 그 자체다. 차세대가 풍기는 분위기나 이들의 비주얼만으로도 낭만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며 근사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무려 90년대 최고의 흥행작 중 하나인 타이타닉을 테마로 사랑을 노래하니, 이 매력은 촌스러움과 세련됨이라는 양분화된 기준 사이에서 어디로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무슈킴”이 얼른 음원으로 나오길 바랄 뿐이다.

 

 

우싸미 – 복수

“행복해서 그 녀석들의 언행이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평안한 복수”를 경고하는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이하 우싸미)의 “복수”는 그 모든 것이 남다르다. 복수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그 치열하고 불같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분노를 억누르고 덤덤하게 나아가는 느낌도 있고, 어금니 꽉 물고 이야기하는 느낌도 있다. 기타 연주와 곡의 전개 자체가 워낙 독특해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우싸미의 음악 여정은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 중이다.

 

 

eundohee – The Sea

그런가 하면 정말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음악이 여기 있다. 개인적으로 곡의 분위기나 정서가 지니는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음악가 중 하나가 바로 은도희다. 개인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정서가 음악에 가장 잘 투영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며, 곡을 구성하는 각 소리가 지닌 온도보다 결국 그 구성이 만들어내는 곡 자체의 온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루리 – 소나기

너무 자주 추천하는 것 같지만 올해의 마지막 싱글이라고 하니 당당하게 한 번 더 소개하겠다. 사실 언제나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만큼 이루리의 음악은 멋지고, 세련되었다. 소설 ‘소나기’와 실제로 내리는 비가 주는 이미지를 잘 담아낸 이 곡을 들으며, 그가 직접 쓴 작업기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바로가기)

 

 

레니 – Not Over

올해 2월 자신의 이름으로 첫 싱글을 발표한 이후 어느덧 네 번째 싱글이다. 부지런히 작품을 발표하면서도 레니라는 음악가가 지닌 결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중이며, 지금까지 발표한 네 싱글이 묶여 한 작품이 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기에 연달아 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드림팝이나 일렉트로닉 팝 등 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

 

 

Swimming Sheep, 홍효진 – Make Me Feel

스위밍 쉽(Swimming Sheep)과 룸306(Room306)의 홍효진이 만나 재즈의 문법으로, 그리고 간결한 사운드로 사랑에 관한 곡을 만들었다. 앨범 소개에는 은밀한 짝사랑 노래를 만들었음에도 어딘가 오글거린다고 했지만, 어딘가 경쾌해서 더 편안하게 듣게 된다(물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곡의 의도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재즈와 팝, 유쾌함과 은밀함 사이에 있는 곡.

 

 

윤기타 – 지나간 사랑을 읽어본다

BTS의 앨범에 참여하여 이름이 알려진 윤기타이지만, 굉장히 서정적이면서도 단단한 가사를 쓰고 그에 걸맞은 노래와 표현을 선보인다는 것이 윤기타를 소개하는 더 적절한 말이 아닐까 싶다. 특히 따로 읽어도 좋을 만큼 좋은 가사는 언제나 인상적인데, 아마 가사를 먼저 읽어본다면 곡을 꼭 들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wave to earth – wave

더 폴스(The Poles)의 김다니엘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바로 웨이브 투 어스(wave to earth)다. 더 폴스와는 또 다른 느낌을 지니고 있기에 김다니엘이라는 프론트맨의 매력은 더욱 크게 다가오며, 제법 무언가를 보여줬다 생각이 들었지만 앞으로가 여전히 기대될 수밖에 없다. 빈말인 것 같다면, 미래를 함께 지켜보자. 단 한 곡으로 확신하긴 어렵지만, 멋진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Editor / 블럭
blucshak@gmail.com

[FIRST ALBUM INTERVIEW] 구원찬의 처음, “반복”

INTERVIEW /
구원찬의 첫 번째 앨범
<반복>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최근의 유명한 한 마디가 절로 떠올랐다. “18살-24살 사이에 곡을 계속 써온 거죠. 덕분에 처음부터 계획을 세울 수 있었어요.” “충분히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하는데, 습작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앞으로 나올 앨범들에 욕심이 많아서요.” 처음의 계획을 착실히 지켜나가며, 앞으로 보여줄 게 더욱 많다고 자신할 수 있는 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2017년 9월 발매된 ‘구원찬’의 첫 번째 앨범 [반복]의 이야기다.

 


 

새로 발매한 [일지]는 어떤 앨범인가요?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지금까지 냈던 음악들을 총망라하는 작품이에요. 지금까지 저와 함께해온 사람들과 작업한 앨범인데, 곡마다 프로듀서가 다르고 색이 다 달라요. 어떻게 보면 제 디스코그래피 안에서 어벤져스라 할 수 있는 작품일 것 같아요.

 

 

데뷔 초부터 이야기해왔던 [반복] – [확인] – [빛]으로 이어지는 앨범 시리즈 사이에 [일지]가 새롭게 추가되었어요.

[반복]과 [확인] 사이에 추가된 앨범인데, 처음 구상했던 트릴로지 내에서 약간의 프로젝트성 목적을 가지는 앨범이에요. [반복] 때부터 이어온 행성 여행 과정에서의 이야기들 중에, 5개를 뽑아서 앨범으로 만들었어요. 일종의 여행 기록이죠. 이 앨범에서 저의 목표는 구원찬의 음악이 정립됐다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일지]를 통해 구원찬이라는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더욱 확실하게 드러내고 싶어요.

 

[반복]에서부터 이어온 행성 여행의 일지를 모은 앨범이면, 이야기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겠네요.

네, 두 앨범 모두 꽃을 찾으려 여행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반복]은 그중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꽃이 있겠지.”라고 특정 지어서 꽃을 찾으려고 했던 앨범이에요. [일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벗어나 꽃을 찾으려 했던 몇몇 날들의 이야기를 모은 앨범이고요.

 

https://youtu.be/FSXN1gpcghw

 

‘꽃’을 찾기 위한 여행이라고 했는데, 꽃은 무엇을 상징하는 건가요?

여러 의미가 있는데, 결국 끝은 행복이에요. “행복해지고 싶어서 이것저것 해봤지만 결국 행복해지려는 욕구를 버려야 행복해지더라.”라는 글을 봤는데, 행복이 뭘까 싶더라고요. 행복이란 단어가 추상적인 것 같아서 대체할 말을 찾아보면, 현실적으로는 성공인 것 같아요.

 

첫 앨범을 준비할 때의 꽃과, 지금 느끼는 꽃 사이에 변화가 생겼어요?

처음 꽃의 의미와 변한 꽃의 의미가 지금은 똑같아요. 그런데 그 사이엔 수없이 바뀌었어요. [반복]을 내고 지금까지, 협업을 하기도 하고 싱글 앨범을 내기도 하고 여러 상황이 있었잖아요. 그 과정에서 꽃의 의미가 수없이 바뀌었어요. 행운이기도 했고, 사랑, 욕구, 평온이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지금은 다시 성공이에요.

 

그렇다면 그 꽃은 결국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막연하게 남들의 이야기처럼, 환경적으로 편안해지고 유명해지면 “행복하다. 성공했다.” 얘기할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반복]과 [확인]까지는 꽃의 의미를 남들이 기준하는 성공으로 상정해 두었어요. 그런데 시리즈의 마지막 앨범인 [빛]에서는 그 의미가 달라질 거예요.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남들이 기준하는 성공이 행복과 동일할 것 같진 않거든요. 계속 여행을 해나가면서 감정들을 겪은 후에, 꽃의 의미를 더 찾아보고 싶어요.

 

 

[반복] – [확인] – [빛]으로 이어지는 트릴로지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어요?

18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준비하고 곡을 만들었어요. 구원찬이란 이름으로 첫 음악을 발매한 건 24살 때였고요. 18살-24살 사이에 곡을 계속 써온 거죠. 그래서 곡이 많이 쌓였는데, 그 곡들을 버리지 않고 모두 내고 싶었어요. 덕분에 이 앨범은 이 곡들로, 다음 앨범은 이 곡들로, 그 다음은 이 곡들로 구성하면 되겠다, 처음부터 계획을 세울 수 있었죠. 그 계획이 [반복]을 통해 본격적으로 실현되었고요.

 

그 처음인 [반복]은 어떤 앨범인가요?

앨범 하나만 두고 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 힘들어하고, 또다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서 이 모든 행위를 되풀이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반복적인 관계를 담고 있어요. 더 큰 주제를 얘기하면 꽃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니며 ‘반복’적인 행위를 한다는 이중적인 의미도 담고 있고요.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들으시면 더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거예요.

 

[반복] 앨범 작업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뭐예요?

모든 곡이 기존에 써두었던 노래들이었어요. 어떤 악기가 입히든 간에 이 곡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른 요인에 의해 가려지지 않길 바라서, 그 부분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작업했어요.

 

 

 

행성 여행 날짜를 매일매일 세고 있어요. 1번 행성을 세기 시작한 날은 언제예요?

“첫 앨범을 만들자.” 하고 작업을 시작한 날이 첫 번째 행성이었어요. 곡들은 그 이전에 모두 완성되어 있었고요. [반복]이 나온 게 359번째 행성에서였으니까, 첫 앨범 나오기까지 1년 정도 걸린 셈이네요.

이렇게 하루하루 날짜를 세어가다 보니까 1,000번째 되는 날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왜 연인 사이에도 1,000일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두진 않았지만, 그날은 뭐가 됐든 특별한 하루로 만들자 싶었어요.

 

그 계획이 단독 공연으로 이어진 거군요?

네, 2019년 6월 23일에 <1000번째 행성에서>라는 이름으로 단독 공연을 했어요. 구원찬 공연 중에 가장 큰 규모의 공연이었어요.

 

 

 

그 공연에선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써서 준비했어요?

제가 다뤄온 행성, 우주 이런 요소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무대에 깔리는 VJing을 그런 측면으로 접근하고, SF 영화 티저 같은 인트로 영상도 제작했어요. 그리고 Black Light라고 해서, 하얀 옷을 입으면 발광을 하는 장치도 준비하고요. 저도 하얀 옷으로 맞춰 입고 관객분들께도 최대한 하얀 옷을 입어 달라 부탁했어요. 이런 것들이 공연에 몰입하는 데 굉장히 좋은 장치였던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나고 어떤 기분이었어요?

기대하던 날을 “잘 보냈다.” 이런 기분이었어요. 후련하기도 하고, 이제 새로 나올 앨범들로 이 이야기를 탁탁 이어나가야지 생각했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인 [반복]이 어떤 앨범으로 남으면 좋겠어요?

구원찬의 습작이요. 충분히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하는데, 습작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앞으로 나올 앨범들에 욕심이 많아서요. 앞으로 보여줄 게 더욱 많다 라는 의미에서 습작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글 : 이지영
사진 제공 : 구원찬 /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MAGIC STRAWBERRY SOUND)

[블럭의 싱글 콜렉션] 7월 추천작: 은종, 잭킹콩 외

블럭의 싱글 콜렉션 – 7월 추천작: 은종, 잭킹콩 외

 

한동안 적은 선곡과 밋밋한 내용을 적으며 정체된 느낌을 받았지만, 이번엔 꽤 많은 곡을 고심 끝에 고르며 어렵게 글을 완성하게 되었다. 고른 곡 중에서 서로 비슷한 곡은 단 하나도 없으며, 여름과 잘 어울리면서도 각자 이야기하는 소재나 방식이 너무나도 다르다. 좋아하는 장르나 분위기에 따라 호불호는 있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코넛 – 코인세탁소

레드불 웜업 프로젝트를 비롯해 곳곳에서 주목을 받아온, 베이스를 연주하며 자신만의 팝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코넛이 신곡 “코인세탁소”를 발표했다. 나긋한 분위기의 팝 음악 안에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나름의 성찰 혹은 메시지를 꺼내며,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함께 실린 “낯선 도시의 밤” 역시 그렇다. 각자의 마음을 잠깐이라도 가만히 지켜보며 어루만져주는 시간을 만들자.

 

 

은종 – 너의 고민을 떠올리다 생긴 나의 고민

사실 이 노래는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고르게 되었다. 특히 “그런 너에게 힘이 돼주는 꿈을 꾸는 내가 있다는 걸”과 같은 가사가 마음에 닿았다. 외에도 “근데 있잖아 너의 옆에는 함께해주는 여전한 것들이 있어 걱정하지 마”와 같은 부분이 좋았다. 나와 너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각자의 사정 때문에, 혹은 이런저런 변화가 생겨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거나 바뀌고 때로는 더 가까이서 위로해주지 못해 아쉬울 때가 있지만, 늘 마음만큼은 여전한 나 같은 사람이 ‘너’에 해당하는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

 

 

이한철X나우 – 장미 (with 알로하하하)

굉장히 오래된 노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하다. 그런 곡을 이한철과 나우 사회공헌 네트워크가 함께 만들었다. 그리고 평균연령 77세의 어르신 합창단과 함께 불렀다. 스태프들과 합창단의 목소리가 더해져 따뜻하고 포근한 곡을 만들었다. 더위에 지쳤다면, 그리고 삶이 팍팍하게 느껴진다면 천천히 곡을 들으며 소개 글도 읽어보고, 나우(나를 있게 하는 우리)에 관해 찾아보자.

 

 

A-FUZZ (에이퍼즈) – 첨밀밀 (甜蜜蜜)

이 곡 역시 많은 사람이 익숙할 것이다. “I’m Still Loving You”, 혹은 “첨밀밀”로 많이 알고 있는 옛 노래를 에이퍼즈가 훵크, 재즈를 이용해 좀 더 재미있게 재구성했다. 메인 테마로 가져가는 구간은 익숙하게 느껴지겠지만, 그 익숙함을 바탕으로 에이퍼즈가 신나게 연주하는 곡 전체야말로 훌륭한 감상 포인트다.

 

 

Damndef & LOBOTOME – 140 Symphony

한국 유일무이 그라임 아티스트 댐데프(Damndef)가 싱글을 발표했다. 차붐과 함께한 곡이 타이틀곡이지만,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이 곡이 좀 더 멋있어서다. 댐데프만이 줄 수 있는 에너지, 로보토미의 완성도 높은 트랙, 타이트하면서도 공격적인 전개 모두 그라임만이 선보일 수 있는 매력을 잘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그라임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면 될 것 같다.

 

 

여전희 – Blame Game

얼터너티브 알앤비라고 불리는 형태의 음악이 점점 줄어들 때 즈음, 그리고 그런 음악 중에서 좋은 음악을 만나기 어려울 때 즈음에 여전희는 “Blame Game”을 선보인다. 곡을 구성하는 소리의 생김새나 연결, 여전희가 선보이는 보컬과의 균형은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매력을 잘 담고 있다. 누군가는 유행에서 조금 뒤처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유행을 이겨내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잭킹콩 – Weather

이름만 듣고 발랄한 펑크 밴드를 생각했다면 큰 낭패를 맛볼 수도 있다. 잭킹콩은 재즈, 알앤비, 소울을 기반으로 한 밴드다. 이번 싱글 “Weather” 역시 그러한 장르 문법을 사용하면서 얼터너티브한 면모를 담고 있다. 도회적인 보컬과 차분한 전개는 올해 발표한 다른 싱글과 비슷한 결을 이루고 있어서, 다른 작품도 함께 들어보길 권한다.

 

 

니들앤젬 (Needle&Gem) – 한 토막의 하루의 토막

우선 니들앤젬은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 중이다. 이 페이지부터 한 번 보고 오자. 캐나다와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니들앤젬은 현재 에릭 유 한 사람의 솔로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며, 긴 공백을 깨고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주목받는 미술가인 차지량 작가가 아트 디렉터를 맡는 등 그 준비가 탄탄하다. 시와 음악이 단순히 가사로, 음악으로 같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작품으로서 남기고자 한다. “한 토막의 하루의 토막”은 가장 먼저 공개하는 일종의 티저에 가깝다.

텀블벅 링크: https://tumblbug.com/needleandgem

 

 

서울문 – 우리들의 지난 여름밤

여름에 어울리는 노래도, 밴드도 당연히 많겠지만 서울문은 그러한 테마를 이야기할 때 무조건 꼽았으면 한다. 예쁜 가사만큼 돋보이는 건 단연 곡 전체가 가지고 있는 사운드스케이프이며, 시원시원하게 뻗어 나가면서 동시에 청량함을 주는 감각적인 전개는 곡의 큰 매력이다. 여름의 밤을 떠올리면 덥고 습하고 잠 못 드는 그런 인상만 기억한다면, 서울문의 곡을 틀어보자. 루프탑이나 밤의 한강, 밤바다가 주는 낭만으로 그 이미지가 바뀔지도 모른다.

 

 

YESEO – HOT HAND

예서가 오랜만에 싱글을 발표했다. 이번 싱글은 SM 엔터테인먼트의 임레이(IMLAY), 그리고 보이모드(BOYMOD)의 키드 X 키드(KID X KID) 세 사람이 함께 만든 곡이다. 예서 특유의 요염함과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좋은 조화를 이루는 것은 이제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이번 곡에서는 지금까지 들려주지 않은 형태의 곡을 들려준다.

 

 

uju (우주) – 미운 사람만 가득한 이 도시에도

예서와 함께 아이다호에서 공연을 진행한 바 있는 우주(uju)는 레트로한 느낌의 전자음악을 선보인다. 신스의 운용 덕분인지 마치 과거 드라마 음악 OST 같기도 하고, 요즘 이야기하는 시티팝을 언급하기에는 코러스의 사용과 간주의 모양새 등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한국의 팝 음악이라고 했을 때 여러 갈래가 존재하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스타일을 꼽으라고 하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90년대와 2010년대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곡.

 

 

Manic Sheep – Deep Dusk

아시아의 밴드 음악이 자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 사랑을 받는 추세다. 한국의 밴드도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 사랑을 받고, 다른 나라의 밴드도 한국에서 사랑을 받는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매닉 쉽(Manic Sheep)이다. 한국에 내한한 적도 있는 대만 인디 밴드 매닉 쉽의 음악은 슈게이징 노이즈 팝으로 불린다. 누군가는 록 음악으로 소개하겠지만, 매닉 쉽의 음악은 디테일도 많으며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듯한 색채 안에서 변화의 폭을 흥미롭게 가져간다.

 

 

9m88 – Aim High

아시아 음악의 위대함이나 그런 걸 얘기하려는 건 아니지만, 최근에는 아시아 내에서도 세계적으로 관심을 얻는 음악가가 등장하며 전세계 힙스터(중에서 일부)가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9m88도 그렇게 주목받는 이들 중 하나다. 9m88은 예지(yaeji)나 시피카(CIFIKA)와 같은 아시아의 힙한 여성 솔로 음악가 라인업을 꼽을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이름이며, 그만큼 이미 자기만의 무언가를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AINBOW99 – 낙검자수용소, 밤

이 앨범의 곡 수는 하나이지만, 곡의 길이는 28분이다. 몇 곡을 하나로 합쳐 놓은 곡이기도 하다. 이 곡에 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앨범 [동두천]에 관한 설명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길게 쓰기보다는 그와 진행한 인터뷰의 링크를 첨부한다.

[INTERVIEW] 전자음악가 ‘RAINBOW99’가 그려낸 역사의 굴곡 ‘동두천’
링크: http://naver.me/G9Ab9syn

 

 

늦은 감은 있지만 – 담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슬릭과 남메아리의 프로젝트, 늦은 감은 있지만이 공개한 “담”이다. “담”과 함께 수록된 “Do It For Ma”는 기존에 발표한 “Ma Girls”의 또 다른 버전이지만, 남메아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슬릭과 남메아리 두 사람의 조합은 그 시너지가 생각보다 상당하다. 남메아리가 구성한 사운드는 슬릭의 리듬을 온전히 이해한 듯하며, 단순하지 않으면서도 명쾌한 전개는 듣는 이에게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늦었는지 안 늦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시작점이 너무 멋지기에 응원한다.

 

Editor / 블럭
blucshak@gmail.com

[FIRST ALBUM INTERVIEW] 신해경의 처음, “나의 가역반응”

INTERVIEW /
신해경의 첫 번째 앨범
<나의 가역반응>

 

 

이번이 끝이라는 마음으로 임하지만, 우리는 그 끝이 곧 시작이 되는 멋진 순간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때는 시작이라는 마음이 아니라,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앨범을 만들었어요. 마지막으로 ‘꼭 앨범을 내자’ 하고 만든 게 이 앨범이에요.” “음악을 못 하는 상황이었는데 덕분에 다시 음악을 할 수 있게 됐잖아요. 정말 감사하죠.”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지만, 결국 처음이 된 시간의 이야기를 만났다. 2017년 2월 발매된 ‘신해경’의 첫 번째 앨범 <나의 가역반응>의 이야기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정규앨범 <속꿈속꿈작업하면서 지내고 있어요작업만 하면서 지내는 것 같은데아 영화 쪽 일을 하나 하게 됐어요단편영화 음악감독 일도 하고 있고앨범 작업도 하고 있고 그래요.

 

두 작업을 병행하는 게 힘들진 않아요?

지금까지 앨범 작업 때문에 할 수 없어요.” 얘기하면서 못해 온 일들이 많아요요즘엔 미룬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오히려 나태해지는 것 같기도 했고요일을 늘리면 더 많은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나의 가역반응>을 발매한 지 2년이 지났잖아요여전히 사람들이, 2년 전 앨범의 이야기를 찾을 때면 기분이 어때요?

너무 감사하죠부족한 앨범인데 많이들 좋게 봐주시는구나 싶어요사실 저는 이 앨범을 끝까지 못 듣거든요음악이 이렇게 되어야 할지 저렇게 되어야 할지스스로 결정을 못 하던 시기의 미숙함이 느껴져서요그런 애매모호함을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The Mirror(더 미러)’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1곡씩만 발매하다가, ‘신해경이란 이름으론 6곡을 묶어서 발매했어요꼭 EP 앨범으로 신해경을 시작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어요?

그때는 시작이라는 마음이 아니라,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앨범을 만들었어요. 사실은 10곡 정도 수록된 정규앨범을 내고 싶었는데, 마지막이란 생각을 가지던 와중에도 정규앨범은 시기상조란 생각이 동시에 들더라고요.

2016년도 봄쯤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음악을 아예 못 하는 순간이 왔어요. 지금 당장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아, 이제 1년밖에 안 남았다.” 느껴지는 일이 생겼어요. 발매 전날인 2월 21일에 “할 만큼 했다. 절대 기대하지 말고 아무런 반응이 없어도 실망하지 말자.” 이런 글을 써놓기도 했어요. 굉장히 힘든 시기였죠. 그런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꼭 앨범을 내자” 하고 만든 게 <나의 가역반응>이에요.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었는데계속 활동을 이어올 수 있게 된 이유는요?

앨범 발매하고 한 달 후에, 망원동에서 생애 첫 공연을 했어요. 그때 느낀 게, “어떻게 내 음악이 좋아서 여기까지 발걸음을 해주시지. 너무 신기하다. 믿기지 않는다.” 였어요. 그게 힘든 일이라는 걸 알거든요. 공연장까지 찾아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나의 가역반응> 내고, 온라인상에서 들려오는 반응들도 너무 감사했고 그걸 눈앞에서 보게 된 공연장에서도 너무 감사했고요. 그때 마음을 바꾸게 된 것 같아요. 2017년 2월, 3월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예요. 그런 행복을 한 번 더 느끼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고, 그럼 한 번 제대로 해보자 라는 마음도 생겼고요.

 

마지막이 결국 처음이 됐네요그렇다면 <나의 가역반응>이 <속꿈속꿈>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까요?

맞아요. <나의 가역반응>에 있던 화자가 <속꿈속꿈>에 그대로 나오거든요가역반응이 끝난 후에 그다음 이야기를 구상해 놓은 게 있어요이야기가 이렇게 이어지는구나화자의 감정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느낄 수 있도록 다음 앨범을 작업하는 중이에요프롤로그와 본편의 개념으로도 생각할 수 있겠네요기본적인 골격은 같지만 사운드 측면에선 다른 앨범이 될 거예요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편곡적인 면에서 해법을 찾고 있거든요.

<나의 가역반응> 발매 기념 첫 공연

 

<나의 가역반응앨범 소개글을 직접 작성하지 않았어요지금 한 번 얘기해 본다면요?

나의 가역반응은 ‘모두 주세요’ 때문에 만든 앨범이에요모두 주세요는 제가 상상한 어떤 인물에서 시작됐거든요그 노래를 만들던 시기에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어요그 장면을 중심으로 앞뒤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이 이야기 속 화자가 살아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앨범이에요.

당시에 모두 주세요를 만들고 아 음악 이렇게 하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어요그제야 싱글이 아닌 EP 앨범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요이 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그렇다면 그 전에는그럼 그 이후는결국 마지막은이런 상상들을 하면서 곡을 구성했어요

 

앨범 작업 당시에 있었던 일 중기억나는 장면이 있어요?

불면증이 심해서 잠을 못 자던 시기였어요새벽 6시에주변은 고요하고 저쪽에선 해가 떠오르고그런 풍경이었어요작업한 음악 확인하면서 혼자 걷고 있었어요그때 마침 화학평형이 들려오는데 좋다.” 하고 느껴지더라고요그 순간이 기억나네요

 

앨범 발매 직후엔 어떤 기분이었어요?

전화를 받았어요들뜬 목소리로 지금 반응이 되게 좋대.” 이런 전화를 받았어요. “아 진짜요진짜예요진짜로 반응이 좋아요?” “해경씨오늘은 그냥 즐기세요.” 하는 대화를 주고받았어요앨범 발매 전에 걱정이 정말 많았거든요실감이 안 나는데너무 좋았죠.

 

<나의 가역반응> 프로필 사진 촬영 / Photo by ‘이강혁’

 

<나의 가역반응>을 작업하던 녹음실

 

모두 주세요라는 곡이 더 미러 때도 한 번신해경 때도 한 번 나왔어요그만큼 애정이 깊은 곡이에요?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옆에 책도 펴놓고이것저것 공부하면서 곡을 만들었어요이렇게 열심히 해야 했는데지금까지 너무 설렁설렁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래서 모두 주세요를 만들고 난 후에 이 곡이 전환점이 되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실제로 더 미러 때도 이 곡 이후에 들어주시는 분들이 조금 계시더라고요그때 되게 기분 좋았죠덕분에 EP 앨범도 내게 되었고요.

 

지난 봄에공연장에서 모두 주세요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했어요기억나세요?

지금까지 사랑을 주세요관심을 주세요.” 이런 마음으로 모두 주세요를 만들었다고 얘기해왔어요예전에 너무 긴장한 상태에서 글로 옮길 수 있는 말을 고르다 보니까 의도와 조금 다르게 이야기가 전해졌어요아 그런데이번에 새롭게 한 이야기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아요그때의 영상을 봤는데입시 준비하면서 만들었다는 오해가 생기겠더라고요입시에 몇 번 도전했는데 다 떨어졌다, “하지만 지나고 돌아보니 별일 아니었다.” 이런 얘기를 덧붙여야 했는데 말이죠.

학교를 안 다녀서 그런지 몰라도 무시를 많이 당했어요제가 혼자 음악을 만든다는 거에 있어서요그걸 모두 주세요 작업 당시에 많이 느꼈거든요그런 억울한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다 보니까 음악이 너무 감정적이고 흐름이 없더라고요나중에 그것들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느꼈죠내가 누군지 알고나를 이해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관심을 갈구하는 마음이 아니라나를 돌아보는 마음으로 모두 주세요를 만들었다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모두 주세요’처럼, 지금까지의 과정 중 전환점이 되었던 일이 또 있어요?

가장 최근에 발매한 ‘그대의 꿈결’이요. 작년에 <속꿈, 속꿈> 앨범을 절반 정도 만들다가 다시 처음부터 만들었어요. 작업하던 걸 다 버리고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구성을 바꿨어요. 아마 저만 아는 일이겠지만, 작년에 준비하던 앨범과 지금 준비하는 앨범은 이름만 같고 전혀 다른 앨범이에요. 당시에 <나의 가역반응> 뒷이야기가 아니라 완전 다른 걸 하려고 준비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별로였어요. 그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하자” 하고 만든 곡이 그대의 꿈결이에요. 음악에 재미를 못 느끼고 있었는데, 그대의 꿈결 작업하면서 “맞아, 음악이 재미있었지.” 다시 느꼈어요. 그래서 ‘그대의 꿈결’에 애착이 커요.

또 피처링으로 참여해준 김사월씨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저 데뷔하기 전부터 음악을 들어왔으니까요. 다른 누구의 음악을 들으면서 “이 목소리로 내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별로 없는데, 김사월씨는 듣자마자 “와, 이 사람이 내 노래를 불러주면 정말 좋겠다.” 싶었어요. 바라던 일이 실현된 곡이라 더 좋은 것도 있어요. 

 

<나의 가역반응>과 <그대의 꿈결모두 2월 22일에 발매된 게 재미있어요특별한 날인가요?

제가 숫자 2를 진짜 좋아해요행운의 숫자 같은 느낌이에요무언가 할 때 숫자 2가 나오면예를 들어 시간을 봤는데 2가 많다던가그런 날이면 항상 좋은 일이 생기더라고요나의 가역반응 때, 2월 22일로 발매일이 잡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얘기를 듣는 순간 기분이 너무 좋았고왠지 좋은 예감도 들었던 것 같고요.

그대의 꿈결 때도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까 2월 중으로 발매일을 정해야 했는데그날 내면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사실 더 일찍 낼 수도 있었거든요이러다 정규앨범도 2월 22일에 나오려나요.

 

작업 시간이 많이 필요하신 것 같아요.

맞아요기본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려요제가 저를 믿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이거 좋은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면 그 순간 바로 의심해요그러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기회가 생기면 꼭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는데요저는 이 앨범이 오래 남는 앨범이 되었으면 좋겠어요언니네 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 이상은 <공무도하가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그래서 제가 느끼기에 그 정도로 좋지 않으면 안 낼 거예요기다려주시는 분들에게 이 얘기를 전하고 싶었어요물론 적절한 시기도 중요하지만좋은 음악을 들려 드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그만큼의 음악을 들려드리는 게 보답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또 그런 앨범을 만드는 게제 어머니와 동생에게도 좋은 일이 되어줄 것 같고요그대의 꿈결 작업하면서 음악의 재미를 찾았다고 얘기했잖아요그때 조금 알겠더라고요내가 하고 싶은 게 이런 거였지 싶었어요예전에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잡혀있었지 목표점이 없었거든요그 목표점이 지금 다시 생겼어요.

 

 

‘신해경’ 첫 단독 공연

 

발매될 정규앨범에 대해 조금이라도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아마 10곡 정도 수록될 것 같아요. ‘그대의 꿈결은 들어갈 것 같고, ‘담다디는 못 담을 것 같단 생각도 하고요나의 가역반응 작업할 때감정선을 표현하기에 6곡은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감정이 푹 찌르다가 푹 내려가고 그런 격차가 너무 빠르다고 느꼈어요새로 발매될 앨범에선 그런 부분들을 더 예민하게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신해경의 음악이 어떤 모습으로 남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음악은 그냥 즐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크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저 듣고, 좋은 감정이 생기면 되는 거예요. 저는 제가 음악을 들었을 때 좋다는 감정이 생길 때까지 작업하거든요. 이 좋음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어요. 그래서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제 음악들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어느 시절을 타지 않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좋은 음악,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에요.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들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큰 은혜를 입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음악을 못 하는 상황이었는데 덕분에 다시 음악을 할 수 있게 됐잖아요. 그리고 이 앨범을 발매할 수 있게 해준 영기획 하박국 대표님과 마스터링에 고생해준 강승희 엔지니어님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 : 이지영
사진 제공 : 신해경 / awake

[블럭의 싱글 콜렉션] 6월 추천작: 92914, 언텔 등

블럭의 싱글 콜렉션 – 6월 추천작: 92914, 언텔 등

 

오프닝을 쓸 때마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늘 고민한다. 그저 좋은 음악 중에서도 싱글로 나오는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참 빠르다(는 말도 이미 써먹은 것 같다). 포크라노스에서 나오는 작품을 보며 해외 작품이 조금씩 늘어난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싱글을 정말 꾸준히 내시는 분들도 존경스러웠다. 무엇보다 싱글이 아닌 EP, 정규로도 좋은 작품이 많으니 포크라노스 홈페이지에서 한 번씩 확인하셨으면 한다.

 

 

amin(에이민) – Twinkle (feat. Peakboy)

최근 에잇볼타운(8Balltown) 소속 브론즈(Bronze)의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던 에이민(Amin)이 자신의 싱글을 발표했다. 언제나 그렇듯 과잉 없이 매끈한 보컬을 선보이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번 곡에서 좀 더 좋았던 부분이 있다면 곡의 분위기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에이민의 보컬이 곡의 분위기에 잘 묻어나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곡의 분위기에 맞는 보컬로 곡을 끌어간다는 인상을 준다.

 

 

Jacoby, nokdu – Coin Wash

알앤비 음악을 좋아하지만 알앤비 음악이기 때문에 곡을 고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알앤비 곡이 많은 것은 최근 음악가들 사이에서의 흐름이나 시장 전체의 흐름이 알앤비 음악을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음악가들은 경쟁자가 늘어난 셈인데, 이 와중에도 녹두(nokdu)는 자신만의 느낌을 통해 생존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자코비(Jacoby)와의 호흡은 기존에 선보였던 색채를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유쾌하게,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듣기 편안하게 다가온다.

 

 

L.NDN(런던) – 너, 별

이번에도 알앤비 곡이다. 하지만 더 스트레이(The Stray)의 보컬이었던 런던(L.NDN)이라는 음악가는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더 스트레이 때도 멋진 음악을 했지만, 지금도 멋지다. 우선은 깊이 있는 표현과 곡의 완성도를 바탕으로 칭찬하며, 그 다음으로는 장르를 떠나 곡이 지닌 감성 그 자체를 느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탄탄한 음악을 하는 좋은 음악가의 작품은 싱글 한 곡이어도 큰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92914 – 9 (feat. 한민지)

두 명으로 구성된 밴드,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 2019의 국내 라인업 92914가 싱글을 발표했다. 어딘가 나른한 느낌을 주면서도 지나치게 몽환적이지만은 않은, 괜찮은 해상도를 유지하면서도 분위기 자체만으로도 승부수가 되는 92914의 음악은 그 경계 아닌 경계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이미 구축한 듯하다. 자신들만의 영역이 있으니 센스 있는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Penthouse Penthouse – Figaro (feat. heya ㅎㅇ)

사실 포크라노스의 카탈로그에서 펜트하우스 펜트하우스(Penthouse Penthouse)의 이름을 봤을 때 ‘내가 아는 그 펜트하우스 펜트하우스가 맞단 말인가?’ 생각하며 깜짝 놀랬다. 펜트하우스 펜트하우스는 내가 처음 알았던 2014년 정도에는 힙스터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음악가였다(내가 쓴 건 아니지만 힙합엘이에 가면 리뷰도 있다). 사실은 지금도 힙한 느낌이 남아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제는 덜 힙한 느낌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아도 좋지 않을까 싶지만) 이렇게 포크라노스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니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싱글] Penthouse Penthouse (Feat. JNTHN STEIN) – Last Stop
링크 / http://hiphople.com/music_feature/2765395

 

Untell – Hardrally W/Khundi Panda

언텔(Untell)과 쿤디 판다(Khundi Panda)의 만남이라고 하면, 두 사람을 아는 사람에게는 조합만으로도 흥미로웠을 것이다. 고등래퍼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 언텔과 스포츠로 치면 리그 최고의 유망주인 쿤디 판다가 무려 ‘하드랠리’라는 제목으로 곡을 발표했다. 오직 랩만으로 승부를 보는, 그러니까 랩 자체로 듣는 사람에게 쾌감을 주는 퍼포먼스를 드러내겠다는 의도와 연출 그 자체만으로도 반갑고 멋지다.

Editor / 블럭
blucshak@gmail.com

[FIRST ALBUM INTERVIEW] 김사월의 처음, “수잔”

INTERVIEW /
김사월의 첫 번째 앨범
<수잔>

 

 

‘처음’은 특별하다. 설렘과 기대, 긴장과 우려, 장담과 의문 등 복잡한 감정을 겪으면서도 그 의미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특별함이 있다. “그땐 저도 모든 상황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도 모를 이야기를 세상에 많이 남겼을 거예요. 정신없이 흘러갔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이상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최근에는 그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전혀 없었어요.” 처음이라 겪을 수밖에 없었던 모든 복잡함을 걷어내고, ‘처음’의 이야기를 상기해냈다. 2015년 10월 발매된 ‘김사월’의 첫 번째 앨범 <수잔>의 이야기다.

 


 

곧 있을 공연 준비로 바쁘시겠어요.

엄청 바쁘진 않아요. 공연을 위한 준비로 마음가짐을 세팅하면서도 여유로울 때는 여유로워요. 저는 컴퓨터 앞에서 이십 분 이상 하지 않는 일은 바쁘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휴대폰으로 계속 일을 주고받고 있긴 하지만 막상 바쁘다고 하기엔 이상하더라고요. 제가 약간 일 중독이기는 해요.

 

최근에 ‘천미지’씨 앨범에도 프로듀서로 참여하셨죠?

네, 맞아요. 저에게 새로운 뉴스였죠. 천미지씨는 중학교 친구였고, 또 운명처럼 서울에서 다시 만나게 된 친구예요. 음반을 내려는 생각만 갖고 있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반년쯤 됐어요. 그 앨범을 작업하느라 최근 6월까지는 굉장히 북적북적하게 살았어요.

 

프로듀서로 참여한 건 처음이신가요?

누군가를 프로듀싱하는 건 처음이에요. 이 작업을 통해서, 이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게다가 천미지씨의 첫 앨범이라 더 와 닿는 것들이 있었죠. “너무나 오랜 친구고, 내가 이렇게나 좋아하고 응원하고 알고 있는데, 1집만큼은 내가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번 <붉은 늑대> 뮤직비디오에도 함께 출연하셨어요?

맞아요, 친구들이 총출동했어요. 음악을 해오면서도 친구가 별로 없다가, 어느 날 짠하고 친구들이 와르르 생겼어요. 전부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고, 개그 코드도 잘 맞고, 정체성이랄까 가치관이 비슷하니까 서로가 잘 느껴지더라고요. 좋은 친구들이에요.

 

 

이전 발매 곡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2집이었죠, <로맨스> 앨범을 냈는데 의도한 것보다 이미지가 밝게 뽑혔어요. 사실 로맨스 앨범이 되게 칙칙한 앨범이거든요. 다행히도 밝아서 로맨스 앨범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죠. <수잔>은 분위기가 무거운 앨범이잖아요. 2집 때는 약간 더 귀엽고 못된 걸 해보고 싶었는데, 그냥 귀엽게만 나온 거죠. “이미지가 너무 선하게 뽑혀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이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지금의 제가 좋아하는 사운드와 비주얼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2집의 귀여운 이미지가 계속될 것 같았거든요.

 

이 이후로 따로 계획해 놓은 일들이 있어요?

우선은 <붉은 늑대> 발매 기념 공연을 앞두고 있어요. 그 후로는 조금 쉴 것 같아요. 3집에 들어갈 곡들이 모두 구성되어 있어요. 아마 3집을 준비하면서 쉬지 않을까 싶어요.

 

곡이 많으시네요?

네, 저 곡이 많아요. 아끼는 것보단 가지고 있을 때 빨리빨리 내보여야 좋은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노래들도 있지만, 대부분 곡이 만들어지고 딱 예쁠 때 내면 참 좋더라고요.

 

 

<수잔> 프로필 사진 촬영 / Photo by ‘뇌 (N’Ouir)’

 

1집 <수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최근에는 수잔 이야기를 할 일이 별로 없으시죠.

네, 거의 없었어요. 1집 땐 제가 신인이었고, 라이징을 하던 시기였잖아요. 인터뷰나 화보 등 많은 곳에서 저를 찾아주셨어요. 그땐 저도 모든 상황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도 모를 이야기를 세상에 많이 남겼을 거예요. 정신없이 흘러갔던 것 같아요. 제가 정신없이 이야기를 남겼기 때문에, 제 음악이 곡해되는 부분들도 있었어요. 그게 참 1집인 것 같아요. 1집을 냈던 당시에는 정말 이상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최근에는 1집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전혀 없고 그랬어요.

 

정신없었던 당시와 달리, 지금 수잔 이야기를 한다면 그때와는 다른 얘기들을 나눌 수 있겠네요.

네,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지금 떠오르는 대로 앨범을 소개해주시겠어요?

당시에 썼던 앨범 소개글이 생각나네요. 새벽 2시쯤에 ‘아름답고 불안한 경험들의 기록’ 하고 썼었어요. 지금 떠오르는 건 나의 예전, 졸업 앨범처럼 나의 예전이 담긴 하나의 모음인 것 같아요.

 

그 예전을 20대 때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20대 중반에 만들어진 앨범이에요. 그렇기에 20대의 이야기보다는 더 예전, 유년시절이나 10대 때의 마음이 많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조금 부정적이기도 하고, 수줍기도 하고, 어둡기도 한 그런 마음에서 생긴 습관들을 기록한 앨범이에요. 사실 앨범을 녹음하는 게 힘들었어요. ‘김사월x김해원’ 앨범을 낸 후에 제가 너무 겁먹고 있었어요.

 

 

어떤 게 무서웠어요?

좋은 평을 듣고 상을 받고, 처음부터 너무 잘되니까 부담을 느꼈던 것 같아요. 당시 사진이나 목소리를 보면 경직된 게 느껴져요. 물론 경직되어 있어서 아름다운 앨범이기도 해요. 사람들이 싫어할까 봐 눈치 보면서 목소리를 내고, 그런 것들이 담겨 있어요. 아마 수잔에 있는 목소리를 지금 다시 내라고 하면 못 내지 않을까요? 당시엔 저의 자연스러운 목소리였지만, 지금의 제가 부르면 작위적인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지금은 당시의 수줍고 경직된 모습들이 많이 해소가 되었어요?

네, 조금은요. 엄청 그렇다고 할 순 없는데요. 그걸 향해서 계속 가고 있어요.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망이 있거든요.

 

4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엔 거리감이 생기잖아요. 지금 와서 수잔 앨범을 돌아보면 어떤 느낌이 들어요?

제가 딱히 완벽주의자는 아닌데, 1집은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프랑수아즈 아르디(Francoise Hardy)’의 <La Question>이라는 앨범이 있어요. 프랑스 샹송 중에 굉장히 위대한 앨범인데, 그런 앨범이 되고 싶었어요. 사운드나 편곡, 악기의 색채감, 태도, 창법 이런 모든 것들에서 오마주처럼 느껴지게끔 하고 싶었어요. 앨범 자체도 완전한 컨셉 앨범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짜맞추려고 노력했어요. 지금 와서 보면 완벽하게 짜맞춘 앨범은 아니지만요. 반면 지금은, 완벽보다는 내가 얼마나 더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가를 시도해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수잔은 소설에 가까울까요, 수필에 가까울까요?

당시엔 소설이 되고 싶었던 거죠. 컨셉 자체가 ‘수잔’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예요. 1번 트랙에서 김사월이 나와서 “수잔이란 사람을 소개합니다.” 라며 수잔을 소개하고, 2번 트랙부터는 수잔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김사월이 나와서 “수잔의 이야기였습니다. 당신이 본 건 수잔의 머리맡이었어요.” 하고 끝내는, 그런 소설을 만들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제 이야기가 그냥 드러나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 한 겹 막을 만든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제가 만든 이상한 이야기고, 수필이 맞네요.

 

 

그 과정에서 빠지게 된 곡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2집에 수록된 <키스>와 <누군가에게>, <세상에게>예요. 그 곡들이 로맨스 앨범에서 중요한 서사를 만들고 있는데, 만약 그 곡들이 모두 수잔에 수록되었다면 지금의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첫 트랙에서 수잔을 소개할 때, 어떤 이야기를 가장 드러내고 싶으셨어요?

‘김사월X김해원’ 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노래를 만들었어요. 제가 인터뷰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 누구도 해본 적이 없잖아요. 그렇게 되면 사람이 살아온 대로 말을 하기 시작해요. 그 후에 실린 걸 보면, 제가 뭘 했는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더라고요. 말을 별로 안 하니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그 과정에서 느꼈던 막막함이 ‘수잔’에 담겨있어요. “살아온 것도 낭비된 것도 아닌 텅 빈 삶이었지 너무 초라해” 이런 가사를 그때 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저는 그래요. 제가 만든 거에 안쓰러움 같은 기쁨을 느낄 때가 있어요. 예전에 써둔 “나 너무 괴로워” 라는 글을 보면서 내가 이때 이렇게 힘들었구나, 하면서 안쓰러운데 또 그게 되게 기뻐요.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는데, 너무 구린 것 같아서 항상 참고 있어요. 예전에, 서울에 혼자 올라왔을 때는 제 어린 시절을 보듬기가 힘들었어요. “여기에 어린 시절의 사월이 있어, 안아주자.”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안아주기가 싫었어요. 그런데 수잔을 만들 때쯤엔 “지금은 그 아이를 안아주고 싶다.” 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으로 수잔을 만들었어요.

 

<수잔>과 <머리맡>을 제외한 곡들은 그 이전부터 만들어 두셨나 봐요.

네, 11년도쯤에 <콧바람>이란 곡을 만들었어요. 1집이 참 오묘한 게, 친구들끼리 그런 농담도 해요. “1집은 평생 걸리는 거다. 그 당시의 평생이 걸리는 거다.” 만약 스무 살 때 1집을 냈으면 20년이 걸린 거예요. 앨범을 내기까지의 그 모든 게 1집 안에 들어있으니까요. 그래서 1집은 되게 미숙하고 예쁜 것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 장소에서 우연히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 후에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고 들었어요. 그때 부른 곡이 <콧바람>인가요?

아니요, 그때 불렀던 곡은 ‘3호선 버터플라이’의 <꿈꾸는 나비>였어요. 아르바이트했던 곳은 <콧바람>에 등장하는 음반 가게가 맞고요. 같이 지내던 사람들이 제가 기타 치는 걸 몰랐거든요. “아 얘가 음악을 되게 하고 싶어 하는구나.” 라는 걸 그때 깨달았을 거예요. 저도 누구한테 좋다는 얘기를 들은 게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또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죠.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공연을 시작하신 거예요?

그 일이 계기가 된 건 맞지만, 적극적으로 한다고 해도 막상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냥 상상을 적극적으로 하는 거죠. 예전에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만 상상했다면, 이제는 무대를 상상하고 앨범을 상상하는 식으로요.

 

솔로 앨범을 내기로 마음먹게 된 건요?

‘김사월X김해원’ 활동 전부터 솔로 앨범을 준비해오고 있었는데, 이젠 이 앨범을 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너무 오랜 기간 곡들이 쌓이고, 동시에 저도 변하고 있는 게 느껴졌어요. 지금 바로 남기지 않으면 이 어린시절이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김해원씨도 이 부분에 공감을 해주셔서 활동을 하던 중에 솔로 앨범을 내게 됐어요.

 

첫 앨범 작업하면서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썼어요?

보컬이요. 누가 들어도 “끝내준다” 는 생각이 들만한 보컬을 만들고 싶었어요. 당시에 그런 내공이 전혀 없었어요. 전혀 없는데 짜내고 상상하고, 어떻게든 제 안에 있는 마른걸레까지 짜내서, 매력적인 것들을 최대한 끌어다가 만든 게 수잔에 담긴 음색이었어요.

 

앨범 준비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이 궁금해요.

이것도 역시 보컬이요. 제가 훈련된 보컬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에 믿을 수 있는 건 상상력과 집중력 말고는 없었어요. 이 곡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대한의 장면을 상상해내고, 표현해내는 시도를 많이 했던 앨범이에요. 어떤 곡들은 떠오르는 장면들 때문에 울기도 했어요. <아름다워>라는 곡이 있어요. 이 곡이 정말 빠르게 녹음이 끝났어요.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열차만 한 줄 지나가요. 주변엔 눈이 엄청나게 덮여있고 그 열차 하나만이 칙칙폭폭 지나가는 장면을 상상했어요. 그 기차 안에도 엄청난 디테일들이 있잖아요. 연료는 타닥타닥 타고 있고, 마른 냄새가 나고, 그런 것들을 상상하면서 불렀어요. 제가 집중해서 만들어냈던 그런 장면들이 많이 생각나네요.

 

 

<수잔>이 발매된 2015년도의 일상

 

발매 직후엔 기분이 어땠어요?

되게 두근거렸어요. 기분 좋으면서도 불안한 두근거림이었어요. 발표물을 내면, 그때부터 무언가 살짝 변하잖아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이만큼 달라지고요. 그런 걸 느끼면서 이제 진짜 ‘김사월’ 이라는 인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임감을 느꼈죠. 또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들이 한꺼번에 왔어요. 너무 좋은데,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빠르게 오니까 조금 어려웠어요. 어떻게 보면 힘든 일이기도 하잖아요. 힘들다고 말할 법도 한데 그게 너무 걱정되는 거예요. 내가 원했던 거고, 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 텐데 힘들다고 말하는 게 너무 민망하고 싫었어요. 그때부터 말하는 거에 조심스러워졌어요. 정리하자면, 엄청나게 떨렸고 조심하게 되었어요.

 

지금도 그렇게 느끼세요?

이젠 거기에서 많이 자유로워지려고 하고 있어요. 자유로워진다는 의미가 어떤 앨범에서 세계관을 직조할 때 완벽을 기하던 자세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게 아니라, 이걸 만들고 나서 내보일 때 정말 편안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예요. 발표물을 내보일 때 느끼는 불안함이나 떨림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떨림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강하신 것 같아요.

‘테니스코츠(Tenniscoats)’ 라는 일본 팀의 공연을 본 적이 있어요. 무대 아래로 내려와서 자신이 느끼는 걸 자유롭게 표현하더라고요. 멜로디언 하나만 들고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녔어요. 당시에 저는 너무 많이 긴장하던 시절이었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표현이 저 정도의 편안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날 이후로는 언제든 그 장면을 떠올려요. 라이브 앨범도 그걸 완전히 떨쳐버리고 싶어서 낸 거였어요.

 

이미지 트레이닝에 많은 도움이 되었겠네요.

맞아요, 그 사람을 상상하면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요. 올해 ‘김사월 쇼’에서 비슷한 무대를 꾸몄어요. 앵콜 곡 때 관객석을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했어요. 저도 너무 좋았고, 보신 분들도 너무 좋았대요. 저 정말 행복했거든요. 누가 행복해하고 있으면 그게 느껴지잖아요.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수잔> 발매 단독 공연이 끝난 후

 

<젊은 여자>라는 곡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으셨잖아요. 특정 곡이 주목받는 일에 부담도 느끼셨을 것 같은데, 어땠어요?

앨범을 준비할 때는 너무 부담됐어요. 친구들한테 “나 이렇게 써도 되나?” 물어보면서 곡을 만들었어요. 4년 전이니까, 그 당시는 지금보다 더 옛날이잖아요. 매일매일의 논의가 달라지던 때라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너무 무서웠어요. 발매되고 나선, 이 노래에서 용기와 공감을 느낀다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부담이라고 하면, “이럴 때 내가 진짜 말 잘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 부담이었겠죠? 이런 이슈가 있다는 것도 반갑잖아요. “이 작은 불씨를 꺼뜨리면 안 되는데, 내가 정말 잘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제 마지막 질문을 할게요. <수잔>이 어떤 앨범으로 존재했으면 좋겠어요?

이 앨범엔 저의 순수함 같은 게 담겨있어요. 어떤 사물을 대할 때의 순수함을 말하는 건데, 아까 얘기한 것처럼 노래 부를 때 장면을 상상해내는 그런 순수함 있잖아요. 그래서 그 앨범은 제 눈에 지금도 반짝반짝해요. 다른 사람의 눈에서도 반짝이려면 지금의 저도 열심히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역으로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제가 앞으로도 좋은 것들을 많이 만들어서, 1집이 계속해서 반짝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갑자기 어른이 되잖아요. 하루 차이로 갑자기 어른이 돼요. “아, 이제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건가?” 하는 시기의 사람들이 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때의 저에게 잘 못 해줬거든요. 스스로를 사랑해주지 못했어요. 그래도 수잔을 만들 때는 그런 저를 사랑할 수 있었으니까, 그게 가능해서 만들 수 있었던 앨범이거든요. 그런 앨범을 지금의 제가 사랑함으로써 대신하고 싶고, 그 앨범을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계속 메꾸어 나가고 싶어요. 이기적인 말일 수도 있지만 <수잔>을 계속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더 해주세요.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저의 모든 디스코그래피를 좋아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한때는 좋았는데 지금은 별로라고 느끼거나, 예전엔 별로였는데 지금은 좋다고 느끼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꾸준히 좋다고 느끼거나 그 어떤 것이어도 저에게는 다 추억이 되어 있어요. 여러분들이 들어주신 그 모든 것들에 정말 감사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글 : 이지영
사진 제공 : 김사월 / 유어썸머 (Your Summer)

[블럭의 싱글 콜렉션] 5월 추천작: 캐스커, 위수 등

블럭의 싱글 콜렉션 – 5월 추천작: 캐스커, 위수 등

 

몇 번의 싱글 콜렉션을 쓰면서, ‘머리말을 미리 정해둘 걸 그랬다’ 싶기도 하고 ‘이번엔 무슨 말로 문을 열어야 하나’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이번 달에는 나름의 사정으로 조금 적게 썼는데, 사실 꼽히지 않아도 좋은 싱글은 많으니 다들 꼽히지 않은 싱글도 하나씩 들어봤으면 한다. 특히 쓰진 않았지만 이루리, 리코, 디언캐니의 싱글도 추천한다.

 

 

캐스커 – Time Besides ( )

캐스커의 음악이 공통으로 주는 인상이 있다. 그리고 캐스커만이 선보일 수 있는 사운드스케이프가 있다. 그것은 익숙해졌다고 생각이 들 때쯤 다시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캐스커의 신곡 두 곡, “나를 빼고 시간은”과 “Youth”는 그런 느낌이다. 여전히 서늘하고 곡에 담긴 느낌도, 캐스커만의 감성도 있지만, 곡에 담긴 리듬과 사운드 구성, 몇 디테일은 익숙해질 법도 한데 낯설게 다가온다. 아직도 캐스커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최근에 나온 곡부터 하나씩 들어보자.

 

 

YELO (옐로) – Question Mark

최근 유투브에서 곡을 커버해 많은 조회 수를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옐로의 싱글이다. 옐로는 이전에도 싱글을 발표했던 적 있고(그때도 소개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유투브에서 곡을 커버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곡을 커버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겠지만, 나에게는 저음이 인상적인 보컬로 기억에 남아있다. 쉽게 듣기 힘든 매력적인 저음은 더 많은 사람에게 강제로라도 들려주고 싶을 정도다. 이번 곡은 그런 음색을 잘 살린 곡이다 보니, 꽤 자주 듣게 되었다. 커버 이상으로 매력적인, 자신만의 노래.

 

 

모멘츠유미 (Momentsyumi) – 미드나잇블루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멘츠유미의 신곡 “미드나잇블루”를 택한 것은, 이 곡이 좋아서인 것도 있지만 모멘츠유미를 소개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기타 사운드가 곡에서 지니는 비중이 꽤 큰 편이었는데, 물론 이번 곡에서도 기타는 중심에서 역할을 하지만 기존에 발표했던 곡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여러 악기가 균형 있게 다가온다. 모멘츠유미의 음색도, 현악기의 소리도 함께 제 역할을 하며 진행되는 곡의 분위기는 안정적이면서도 음악가가 지닌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레인보우 노트 – 샛별

이미 포크라노스에서 한 차례 소개되기도 했던 레인보우 노트의 “샛별”은 시티팝을 연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매력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충실한 재현이 줄 수 있는 쾌감이 있고, 누군가는 이 곡을 통해 기분 좋게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Editor’s Pick]에 쓰여 있듯, 아직 레인보우 노트를 파악하기도, 그렇기에 어떤 말을 얹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 곡만큼은 추천할 수 있다. 시티팝을 싫어하거나 시티팝이 유행인 것이 싫은 사람도, 시티팝의 재현을 싫어하는 사람도 이 곡이 부담 없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만큼은 인정할 것이다.

 

 

위수 – 처음

위수의 음악은 지난해 벅스에서 필청 인디 트랙이라는 이름으로 싱글을 소개할 때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는 아름다워”라는 곡을 소개했던 적 있다. 이후 위수는 꾸준히 활동하고 있고, 이렇게 또 다른 싱글을 발표했다. 위수는 음악가에게 기술적인 부분이나 장르에 관한 연구만큼 그 사람 자체가 지닌 감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추천한다.

Editor / 블럭
blucsha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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