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tshop [Khundi Panda Vs Damye Vs Viann Vs Noogi]

앨범의 백미는 단연 뮤직비디오지만, 앨범을 한 바퀴 돌리고 나서 나오는 감탄은 비단 재미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리라 확신한다. 네 사람의 포지션은 모두 소중하니 어느 한 사람 빠짐없이 소중한 만큼 플랫샵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일회성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Flatshop
Khundi Panda Vs Damye Vs Viann Vs Noogi
2021.05.27

 

솔직하게 말하면 있는 그대로 내가 느끼는 버전, 그리고 다른 사람 눈치를 본 버전(?) 두 가지 글을 쓰고 싶었다. 누가 봐도 뚜렷한 컨셉의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 그리고 결을 함께 하는 앨범 소개글과 가사, 여기에 절묘하게 어울리는 분위기의 곡까지 가볍고 유쾌한 이런 작품을 진지하게 글을 쓰려니 솔직히 이 앨범을 두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정해져 있는 듯하다. 그래서 네 사람의 커리어와 이번 앨범의 특징,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여러 포인트를 두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굳이 더 꺼내자면 상당히 해맑고 귀여운 느낌의 뮤직비디오와 커버, 그리고 어딘가 찌질하면서 귀여운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내용까지 상대적으로 무해하면서도 밝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요소들이 흥미롭고, 김치국을 마시는 “K-juice”부터 사랑에 빠지는 감정을 부드럽게 전달하는 “아이스스케이팅”, 킬링포인트 한 바가지인 “두유노”, 갑자기 분위기 하드코어 힙합의 “…가질 수 없다면”, 여기에 좀 더 센치해지는 “사랑 따위”에 마지막으로 강렬한 드럼과 함께 전달하는 팝 록의 무드가 담긴 “Brozone”까지, 앨범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부터 프로덕션까지 방향도, 의도도 뚜렷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프로덕션과 컨셉을 구현하는 능력, 결과적으로 드러난 퍼포먼스까지가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사랑을 목전에 둔 찌질한 남성의 이야기를 결코 우스워 보이지 않게 만들어낸 네 사람은 결국 훌륭한 퀄리티라는 탄탄한 기반이 있었기에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러한 컨셉과 가사를 가져가면서 음악적 능력이 없었다면 이토록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없다. 워낙 얼터너티브한 음악을 잘 해내는 담예의 보컬과 랩은 그동안 오히려 빛을 보지 못해 아쉬웠을 뿐인데 이번 기회에 더 많은 사람이 알 수 있게 되어서 기쁠 따름이다. 여기에 랩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도 잘하는, 다양한 분위기와 이야기를 수용할 수 있는 쿤디판다 또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자연스럽게 증명해냈다. 비앙과 누기는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가져오는 얼터너티브한 음악을 만들고 또 조율하며, 연주하며 이 앨범이 가능하게 탄탄한 뒷받침 역할을 했다.

 

앨범의 백미는 단연 뮤직비디오지만, 앨범을 한 바퀴 돌리고 나서 나오는 감탄은 비단 재미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리라 확신한다. 끝으로 쿤디판다, 담예, 비앙, 누기 네 사람의 포지션은 모두 소중하니 어느 한 사람 빠짐없이 소중한 만큼 플랫샵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일회성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아이돌은 아니지만 군백기가 있다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6월 6일 오후 네 시, 모데시에서 쇼케이스 공연이 열린다고 하니 언제 다시 올 지 모르는 라이브 공연만큼은 꼭 가보자. 공휴일을 빼앗긴 아쉬움까지 날릴 수 있지 않을까.

 

 


Editor / 블럭

제이호 [LOCALS ONLY]

울산 출신인 그는 바다에 대한 애정은 물론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 자연스러운 자유를 얻기 위한 본인의 생각과 여정, 로컬을 사랑하는 마음가짐과 애정을 기반으로 하는 표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한 앨범에 담았다.

 


 

제이호
LOCALS ONLY
2021.05.20

 

한국 힙합 안에서 앨범이 안 나와 팬들의 애를 태우는 전설과도 같은(?) 몇 음악가가 있다. 제이호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낚시꾼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첫 정규 앨범 [르망]을 2016년에 내고 5년이 지나서야 두 번째 정규 앨범 [LOCALS ONLY]를 발표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아버지 간이식 수술을 해드리고 그 뒤에 발표하여 늦어진 정규 앨범은 발표와 동시에 힙합 커뮤니티 내에서 수작으로 꼽히며 좋은 반응을 얻는 중이다.

 

우선 앨범은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하나의 무드를 유지하면서도 결코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모든 곡이 제이호라는 사람을 드러내고 일관된 정서와 말투를 담고 있지만 각각의 곡이 담고 있는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울산 출신인 그는 바다에 대한 애정은 물론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 자연스러운 자유를 얻기 위한 본인의 생각과 여정, 로컬을 사랑하는 마음가짐과 애정을 기반으로 하는 표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한 앨범에 담았다. 한 장소를 지키고 그 자리를 사랑하면서도 자유로운 마음가짐을 지니는 그의 태도는 물론, 느긋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그의 평소 모습도 담겨 있는 듯하다.

 

 

웹 예능 등지에서 보였던 그의 유머감각부터 진지하고 깊이 있는 면모까지 고루 있으면서도 초지일관 기타를 기반으로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과하지 않고 여유로우면서도 세밀함까지 놓치지 않는 프로덕션도 인상적이다. 아이디얼(iDeal)이 주로 제작한, 여기에 VMC의 버기와 The o2, Biglightbeatz가 참여한 앨범 전반에는 제이호만이, 그리고 리짓 군즈만이 선보일 수 있는 나른하면서도 멜로디컬한 힙합 음악이 있다. 독특한 싱랩 뒤에는 마샬(MRSHLL)의 코러스가 있고, 코러스로 참여한 재달부터 피쳐링으로 참여한 뱃사공, 김아일, 버벌진트까지 여유 안에서 (역설적이지만) 기분 좋은 긴장을 느슨하게 가져간다.

 

앨범은 전반부에서 확실하게 분위기를 잡는다면 “동네”, “컨츄리보이”, “서프갱”과 곡에서 좀 더 위트와 삶의 태도, 제이호라는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다. 여기에 후반부 “Same Room”부터 “동해”, “Tsunami”까지는 좀 더 진중하고 무게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한 장의 정규 앨범이지만 꽤 많은 걸 담고 있으면서도 많은 사람이 기대했던 지점을 정확하게 드러낸다. 이것은 제이호만이 선보일 수 있는 것이기에 아마 다들 목말랐던 것이 아닐까 싶다. 기대에 부응하는 정규 앨범, 오랜만에 모두에게 반갑고 고마운 그런 작품이 아닐까 싶다.

 

 


Editor / 블럭

EJO [Chameleon Man]

 

래퍼이자 프로듀서이면서 디제이, 모델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는 에조가 그간 누구인지 대략은 알면서도 정확히 그에 관해 잘 몰랐던 이들에게 이번 앨범은 그를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이 아닌가 싶다. 어딘가 깊이 있는, 그의 철학적 태도가 담겨 있으면서도 훵크와 힙합으로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이 작품을 여러분도 한 번씩 들어보자.

 


 

EJO
Chameleon Man
2021.04.20

 

클럽하우스에서 열렸던 웃음꽃의 토크 프로그램 중 에조가 한 이야기에 따르면 카멜레온 맨이라는 앨범 제목의 유래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어느 환경이든 잘 묻어나는 듯하지만 홀로 독특하게, 투명하게 존재하는 카멜레온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이 발표한 곡 “Chameleon”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한다. 재즈-훵크의 형식을 지닌 이 곡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곡임에도 스탠다드처럼 많은 이들이 연주하고는 했는데, 재즈-훵크, 재즈 퓨전으로 역사에 남았던 앨범인 [Head Hunters]의 수록곡인 이 곡은 훵크와 재즈를 높은 순도로 담고 있다. 어쩌면 에조의 음악도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에조의 앨범 [Chameleon Man]은 그동안 자신의 내면 세계를 음악적으로, 은유적으로만 담아내다가 비로소 자기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기 시작한 지점이다. 그런 점에서 에조의 첫 EP는 본인에게도, 음악가의 커리어로서도 의미가 있다. 선공개한 곡이자 첫 곡인 “Home Callin’”은 퍼커션과 랩의 리듬이 듣는 재미를 주면서도 미국, 한국, 인도에서 살아온 자신에게 집이라는 존재, 고향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에 관해 생각을 풀어놓는다. 이어지는 “Pandemic”과 타이틀곡인 “Legalize It”은 상당히 아나키즘적인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과 현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는 나름의 날카로운 통찰이 있다. 여기에 “Legalize It”은 메시지, 에조의 랩, 트랙의 구성까지 과거 힙합 음악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환영할만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곡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8, 90년대 힙합 음악에 향수나 감흥이 있는 이들이라면 음악적으로 호기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훵크, 재즈, 전자음악 등 다양한 부분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이는 음악은 (영어가 편한 분들이라면) 상당히 공감이 가면서도 해체주의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콘크리트 정글이라는 다소 뻔한 비유를 에조는 좀 더 실감나게 풀고, 그 안에 살아가는 이들 가운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풀어내고자 한다.

 

누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아도 결국 그 모든 것이 자신을 구성하는 것이고, 그렇게 자신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카멜레온 같은 존재임을 구구절절하지 않게, 투박한 듯 담담하게 나열한다. 래퍼이자 프로듀서이면서 디제이, 모델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는 에조가 그간 누구인지 대략은 알면서도 정확히 그에 관해 잘 몰랐던 이들에게 이번 앨범은 그를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이 아닌가 싶다. 어딘가 깊이 있는, 그의 철학적 태도가 담겨 있으면서도 훵크와 힙합으로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이 작품을 여러분도 한 번씩 들어보자. 아마 에조에 관한 호기심이 더욱 커질 것이다.

 

 


Editor / 블럭

Yangyang (양양) [Beautiful mess]

 

세련된 표현으로 멋진 음악을 선보이는 양양은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낯선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 들어보면, 그리고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면 아마 그 뒤로는 꾸준히 팬이 되어 새로운 소식이 없나 하고 기웃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Yangyang (양양)
Beautiful mess
2021.05.06

힙한 음악 시장에 관심이 많다면 레드불 뮤직 서울 소리 프로젝트 앨범에 참여한 양양이라는 싱어송라이터의 이름을 한 번은 본 적 있을 것이다. 당시 선보였던 “MAEHWA”는 [Beautiful mess]와는 상당히 다른 결의 작품이다. 프로듀서로서 양양은 뛰어난 감각으로 매화타령을 해체하여 다시 이어 붙였고, 타악기가 지닌 색채를 비롯해 다양한 소리를 흥겨운 구조로 만들었다. “MAEHWA” 발표 이전에는 유튜브 오리지널에 있는 GD의 다큐멘터리 [권지용 Act III: Motte]에 안신애와 함께 음악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다시 싱어송라이터 양양으로 돌아오면, [Beautiful mess]에는 매력적인 네 곡이 배치되어 있다. 먼저 공개한 “19%가 앨범 전체의 힌트였다면, 이어지는 세 곡은 좀 더 쉽게 들을 수 있으면서도 깊이를 잃지 않는다. 보컬은 화려한 전개 혹은 현란한 기교, 넓은 음역의 이동 없이도 적절히 리듬을 주며 정제된 흐름을 만들며 울림을 준다. 옛 알앤비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듯한 리듬이 등장하지만 결코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양양의 음색도 한 몫 차지한다. “19%”와 “ALCOHOL”이 연인 간의 관계나 감정에 관한 얘기라면, “LIKE ME”와 “MORE!”는 좀 더 자신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하여 더 마음 깊이 무게 있게 다가온다. 사실 “LIKE ME”는 아마 자신의 목표를 지니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사이기도 하다. 여기에 “MORE!” 역시 간결한 가사이지만 여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많으리라 생각한다. 더 마음이 가는 건 이 두 곡 모두, 아니 네 곡 모두 감정의 깊이는 크게 다가오지만 그것을 극적으로 지나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동시에 리드미컬하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세련된 표현으로 멋진 음악을 선보이는 양양은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낯선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 들어보면, 그리고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면 아마 그 뒤로는 꾸준히 팬이 되어 새로운 소식이 없나 하고 기웃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러 형태의 음악을 선보이는, 그리고 여러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을 공개하는 그의 음악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또 계속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ditor / 블럭

안0김박재재 [green dolphin]

 

두 사람의 음악적 공통점이 있다면 재즈가 아닐까 싶다. 김박재재는 음색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안0의 트랙과 함께 가기 위해서인지 조금 더 좁은 보폭으로 걷는 듯한 섬세함을 들려주고, 안0은 김박재재를 위해 공간을 마련하면서도 다이나믹함은 최대한 배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안0김박재재
green dolphin
2021.04.28

 

프로듀서 안0과 싱어송라이터 김박재재의 조합은 2017년 “X”라는 싱글을 발표하며 처음 세상에 등장했다. 이후 시간이 한참 지나 김박재재는 재즈를 기반으로 한 팝 음악을 들고 Studio MOS의 소속 음악가가 되어 자신의 싱글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안0은 프로듀서로서 꾸준히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는가 하면 소금(sogumm)을 비롯해 여러 음악가와 협업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유학을 다녀왔고, 이제는 한국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지만 아마 “X”라는 싱글을 발표할 때만 해도 두 사람이 2021년에 이렇게 달라진, 혹은 훨씬 더 성장한 음악가가 되어 각자 나름의 활동을 하게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이번에 두 사람이 함께 발표한 [green dolphin]은 두 사람의 음악적 기량이 훨씬 성장했다는 것을 각자의 작품으로 보여준 뒤, 그것이 만났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앨범에는 총 다섯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길지 않은 러닝타임은 물론 곡도, 앨범 전체도 심플한 구성을 지니고 있어 누군가에게는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작품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 짧은 탓에 아쉬움이 큰 작품일 것 같다. 안0과 김박재재를 모르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전자에 해당하겠지만, 개인적인 감상은 후자에 가깝다. 안0은 프로듀서로서, 또 곡을 만드는 음악가로서 장점이 많다. 어느 정도까지 소리를 구성해서 메워야 듣기 편안한지 아는 듯하며, 가용 범위 내에서 최대한 풍성하게, 다양한 색의 실로 천을 직조하듯 유연하면서도 알차게 채워 넣고는 했다. 김박재재는 반대로 자신의 음악에서는 좀 더 여유 있는, 적재적소의 쉼표와 넉넉한 폭의 음역대를 토대로 삼은 음악을 해왔다. 이번 앨범에서는 서로의 장점을 조금씩 양보하며 두 사람만의 화학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1차적으로는 성공한 듯하다. 김박재재는 음색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안0의 트랙과 함께 가기 위해서인지 조금 더 좁은 보폭으로 걷는 듯한 섬세함을 들려주고, 안0은 김박재재를 위해 공간을 마련하면서도 다이나믹함은 최대한 배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사람의 음악적 공통점이 있다면 재즈가 아닐까 싶다. 앨범에서 전면에 재즈가 드러나진 않지만, 사운드를 쓰는 방식이나 전개 곳곳에 묻어 있다. 결과적으로는 일렉트로닉과 알앤비가 결합한 팝 음악의 모양새가 되었지만, 그 안에 있는 재즈를 만나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두 사람이 꾸준히 각자 활동하며 함께 작품을 낸다면 더 멋진 호흡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상투적이지만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말은 그만큼 이 앨범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을 냈으면 하는 바람과 더 최선의 무언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청자로서의 욕심이 담긴 말이다.

 

 


Editor / 블럭

박기훈 [어설픈 응원가]

 

기분 좋은 연주를 통해 듣는 이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면서도 결코 어설프지 않은, 따뜻하고 진심 어린 응원까지 주는 이 작품은 재즈라고 해도 팝의 요소가 담겨 있기도 하며 결코 어렵지 않으니 누구에게나 선물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기훈
어설픈 응원가
2021.04.27

 

망원포갈릭이라는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쓰는 음악가 박기훈은 색소폰, 클라리넷, 플룻 연주자다. 사실 관악기만 연주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세션 크레딧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기타,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해온 그의 이름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세션으로서 여러 악기를 통해 케이팝, 재즈, 인디 음악 등 다양한 결의 음악에 조력해왔다. 뿐만 아니라 뮤지컬, 영화음악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려왔다. 그런 그가 2019년 자신의 첫 EP [Pathetic Memory]를 발표했고 이번에는 첫 정규 앨범 [어설픈 응원가]를 선보인다.

앨범에 수록된 각각의 곡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하다. 라이너 노트에서 공연했던 것을 기념하여 쓴 곡이 두 가지 버전으로 실려 있고, 박원의 [키스 더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며 만들게 된 곡도 있다. 연주의 방이라는 고정 코너에서 반장까지 진급(?)했던 그는 라디오 프로그램 안에서도 다양한 연주자와 호흡을 맞춰온 바 있다. 외에도 앨범 소개글을 보면 각각의 곡이 어떤 사연을 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앨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연주를 듣는 재미, 그리고 곡마다 다양한 느낌으로 호기심을 가지게 되어 크레딧을 확인하게 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박기훈 본인이 재즈피플 라이징 스타에 선정되었던 시기에 함께 선정되었던 서주영을 비롯해 라이징 스타 후배(?) 큐 더 트럼펫, PJNOTREBLE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는 중인 박종우, 최고의 피아노 연주자이자 작곡가 중 한 명인 조성태와 재즈부터 레게까지 깊이 있는 연주를 들려주는 임채선, 하비누아주부터 솔로까지 자신만의 색을 이미 증명한 전진희, 이제는 이름 석 자 외에는 설명이 필요 없는 정동환까지 다양한 이들이 참여해왔다. 주로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들의 이름을 나열했지만, 윤석철트리오를 비롯해 기타리스트 김창섭 등 많은 이들이 참여했으며 각 곡이 녹음된 장소도 저마다 다르다. 어떤 연주자가 곡을 연주하는가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뀌니 직접 그 변화를 느끼시길 바란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재즈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기존에 있는 정직한 재즈 문법보다는 때로는 유쾌한, 때로는 따뜻하고 진중한 분위기와 함께 변화가 담겨 있다. 앨범 전반부가 좀 더 즐겁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곡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면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는 편성이 줄어들면서 조금 더 차분하면서도 집중하여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기분 좋은 연주를 통해 듣는 이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면서도 결코 어설프지 않은, 따뜻하고 진심 어린 응원까지 주는 이 작품은 재즈라고 해도 팝의 요소가 담겨 있기도 하며 결코 어렵지 않으니 누구에게나 선물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설픈 응원가]를 통해 박기훈이라는 음악가가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한 번 들어보자. 아마 첫 곡부터 끝 곡까지 쭉 듣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ditor / 블럭

까데호 [FREESUMEER]

 

“기타, 베이스, 드럼의 아주아주 단출한 구성, 그러나 이들의 라이브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간결한 조합으로 이들이 얼마나 풍성하고 밀도 높은 그루브를 자유자재로 빚어내는지를.”

 


 

까데호
FREESUMMER
2019.07.11

‘춤추기 좋은 음악’에 대해 생각해본다. 일반적으로 ‘댄스뮤직’으로 분류되는 팝, 혹은 – 주로 전자음악 카테고리 내의 – 다양한 장르 음악들 외에도 평소에 음악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각자 저마다의 춤곡들이 따로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컨대 내 경우엔 ‘그루브’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적당한 템포에 적당한 그루브가 있는 알앤비 음악을 가장 선호하고,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옛날 소울이나 훵크(Funk) 음악들, 그리고 이들의 영향을 받은 지펑크(G-Funk)나 붐뱁 같은 랩음악들을 역시 좋아한다. 전자음악 카테고리 내에서는 다양한, 하지만 주로 미니멀한 사운드의 하우스 음악들을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여기 ‘CADEJO’(까데호)라는 밴드가 있다. ‘펑카프릭 부스터’, ‘세컨 세션’, ‘화분’, ‘헬리비전’, ‘비헤디드’ 등의 밴드들과 솔로 활동, 여러 세션으로 커리어를 쌓아오며 다채로운 스타일을 섭렵해온 기타리스트 이태훈, ‘소울 스테디 로커스’, ‘윈디시티’, ‘써드체어’ 등을 거치며 레게에서 록을 넘나드는 활동을 해온 베이시스트 김재호, 밴드 ‘쟈니 로얄’로 출발해 다양한 활동을 하며 단단한 연주를 선보여온 드러머 최규철의 세 멤버로 출발했고 이후 최규철이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면서 ‘플링’, ‘JHG’ 등으로 활동해온 드러머 김다빈을 새 멤버로 영입해 현재의 진용을 갖춘 3인조다. 기타, 베이스, 드럼의 아주아주 단출한 구성, 그러나 이들의 라이브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간결한 조합으로 이들이 얼마나 풍성하고 밀도 높은 그루브를 자유자재로 빚어내는지를.

 

 

‘잼(Jam)’은 음악에서는 즉흥연주를 뜻하는 용어다. 재즈가 번창했던 1930년대 미국의 재즈 클럽들에서 연주자들이 정해진 프로그램도, 악보도 없이 즉흥적으로 합을 맞추며 연주하는 즉흥연주(Improvisation) 세션이 하나의 문화로 형성되었고 이것이 ‘잼 세션(Jam Session)’이라 불리게 되었다. ‘까데호’는 잼 밴드다. 최초에 밴드가 결성된 계기도 초기 멤버 세 사람이 어쩌다 한 번 하게 된 잼 세션이 너무 좋았던 덕이고 이것이 그들의 DNA가 되어 현재에도 밴드의 확고한 개성이 되고 있다. 때로는 여유롭게, 때로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서로를 예민하게 느끼고 서로의 연주에 반응해 조화와 공방을 오가며 합을 만들어가는 잼 세션의 반복 속에서 까데호 특유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소울, 훵크, 레게, 재즈 등 주로 흑인음악에 기반을 두는 그들의 음악은 대부분 이런 잼의 과정을통해 만들어지는 탓인지 선이 굵으며 직관적인 느낌이 강하다. 페달을 쓰지 않은 생 톤으로 멜로디가 또렷한 테마를 다채롭게 변주하며 곡의 주된 인상을 빚어가는 이태훈의 기타도, 대체로 심플한 연주 속에서도 확실한 그루브를 만들며 곡의 뼈대와 몸통을 구성하는 김재호의 베이스와 김다빈의 드럼도 모두 각자의 존재감이 확고하고 그 각자의 확고함 속에서 다시 조화를 만들어간다. 까데호 음악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역시 ‘그루브’일 것이다. ‘윈디시티’ 시절부터 긴 시간 동안 벼려진 그루브 장인 김재호의 찰진 베이스는 말할 것도 없고 유일하게 멜로디를 연주하는 이태훈의 기타마저도 끊임없이 크고 작은 그루브의 파도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까데호의 음악은 템포가 빠르건 느리건, 멜로디가 정적이건 신나건, 그저 감상하기 좋은 음악을 넘어 어떤 식으로든 ‘춤추기 좋은’ 음악으로서의 성질을 분명하게 지니고 있다.

 

 

굉장히 러프한 과정으로 만들어졌기에 비정규의 성격이 강했고, 그래서 제목조차 ‘믹스테잎’이었던 첫 EP [MIXTAPE], 그 이후 싱글 단위로 연이어 공개되었던 프로젝트 성격의 ‘까데호와 친구들’ 시리즈를 지나 최근 공개된 앨범 [FREESUMMER]야말로 까데호의 진정한 ‘첫’ 정규 발매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여름’을 테마로 정해놓고 작업을 진행한 것은 아니고 쌓여온 곡들을 모아놓고 보니 여름에 어울리는 곡들이어서 자연히 제목도 저렇게 정해졌다고. 기본적으로 연주 중심의 잼밴드이기에 대부분의 곡들이 연주곡이지만 멤버들이 직접 가창을 소화한 곡들도 몇몇 만날 수 있고 최근 인상적인 정규앨범으로 데뷔한 래퍼/프로듀서 ‘EJO(에조)’가 피쳐링 아티스트로 참여, 랩을 보탠 트랙도 있다. 시원시원한 펑키 리듬과 낭만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지는 댄서블한 훵크 넘버 ‘우리’를 시작으로 탁 풀어진 느슨한 그루브가 한없이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레게 ‘여름방학’, 앨범에서 유일하게 타 아티스트와 협연한 곡으로 마치 룹을 반복해 돌리는 듯한 연주와 ‘에조’의 차분한 랩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앱스트랙트 힙합 느낌의 곡 ‘HUARANGO’, 아름다운 코러스 라인이 마치 마빈게이(Marvin Gaye)를 다시 만나는 듯한 감흥을 불러일으킨 근사한 소울 넘버 ‘Vanessa’ 등이 특히 선명하게 첫인상을 남기는 곡들. 그 외에도 앨범에서 가장 재즈적인 곡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자연스레 청자를 몰입시키는 ‘불놀이’나 흡사 비보이 배틀의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을 듯한 단단한 리듬의 브레이크비트로 시작해 이후 다채롭게 변주하며 차츰 초현실적인 무드로 달려가는 흥미로운 구성의 곡 ‘솜사탕’ 등 어느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이 멋진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대부분의 곡들이 흑인음악 범주 내 장르 음악으로서의 성격이 뚜렷한 편이고 연주곡 중심의 앨범이다 보니 몇몇 곡들은 팝음악의 친절한 어법에 친숙한 청자들에겐 조금 어렵게 느껴질 여지도 없지 않아 있다. 다만, 앞서 얘기했듯 까데호의 모든 음악엔 ‘춤출 수 있는’ ‘그루브’가 충분히 내재되어 있기에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 풍부한 그루브에 몸을 맡기며 감상한다면 곡의 난이도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분명히 어느 순간 춤을 추고 싶어질 거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천용성 [김일성이 죽던 해]

 

“무엇보다 그가 지은 노래들에서 느껴지는 예스러운 서정미에 반해 그가 쓴 가사와 글 곳곳에서 풍기는 염세적, 냉소적 기운들이 무척 흥미롭다 느꼈는데 어쩌면 이 기묘한 모순성, 양면성이야말로 천용성이라는 음악가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었다.”

 


 

천용성
김일성이 죽던 해
2019.06.26

 

1994년 초여름.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히 토요일이었고 후덥지근했지만 날씨는 화창했던 날이었다. 당시 19살이었고 고교 생활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던 내가 이른 방과 후 집에 들어왔을 때, 안방에 놓인 칼라 텔레비전이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김일성이, 그 김일성이 죽었다고. 그날의 파란 하늘이, 하얀 구름이, 그 뉴스 소리가 아직도 신기하리만치 생생하게 기억난다. 묘하게 비현실적인 순간이었다.

 

그런 내게 [김일성이 죽던 해]라는 제목은 꽤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천용성’이라는 음악가에 대해 그 무엇도 몰랐음에도 일단 들어보자 마음먹은 것도 역시 그 때문일 거다. 그렇게 11곡이 빼곡하게 담긴 앨범을 다 들었다. 음악을 들으며 앨범을 소개하는 글을 함께 읽었고 음반이 나오며 몇몇 매체에서 공개된 음악가의 인터뷰, 글들도 하나하나 찾아서 읽었다. 비록 첫인상일 뿐이지만 ‘천용성’은 묘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꾸밈 없는 목소리로 덤덤히 불러내는 노래가 우선 매력적이었고, 역시나 꾸밈 없는 말투로 – 동시에 어떤 뾰족한 냉소를 은근히 품고 – 쓴 노랫말이나 글들이 또 좋았다. 무엇보다 그가 지은 노래들에서 느껴지는 예스러운 서정미에 반해 그가 쓴 가사와 글 곳곳에서 풍기는 염세적, 냉소적 기운들이 무척 흥미롭다 느꼈는데 어쩌면 이 기묘한 모순성, 양면성이야말로 천용성이라는 음악가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었다.

 

 

앨범을 소개하는 글의 헤드라인은 “순도 1,000% 퓨어 인디 포크”라고 적혀 있었지만 사실 그건 거짓말이다. 이에 대해선 음악가 본인도 “경영학적 사유로 ‘순도 1000% 인디 포크’를 표방하고 있지만, 노래의 절반은 명쾌한 포크가 아니며, 노래의 절반은 명백히 포크가 아닙니다”라고 스스럼없이 인정을 했고. 앨범에 담긴 노래 중 몇몇은 포크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데 오히려 내게 이 작품은 ‘다양한 형태의 팝이 담긴 가요 앨범’으로 여겨졌다.

 

 

도입부를 들으며 어쩐지 ‘사이먼 앤 가펑클’을 떠올린 영롱한 발라드 ‘상처’, 다정한 선율이 편안한 – 하지만 듣고 있노라면 삶의 근원적 부조리를 곱씹게 되는 – 목가적 분위기의 포크 ‘김일성이 죽던 해’, 동명의 소설이 모티브가 된 곡으로 90년대식 모던록, 기타팝의 어법을 재현하는 ‘대설주의보’, 자기성찰적 가사와 함께 종교적 엄숙미마저 느껴지는 비장한 발라드 ‘사기꾼’, 초기 윤상을 떠올리게 하는 ‘동물원’이나 과거의 장필순을 떠올리게 하는 ‘전역을 앞두고’처럼 – 신스 사운드를 활용하는 – 90년대 초반 풍의 팝까지 수록된 열한 곡 모두를 직접 짓고 불렀다. 밴드 ‘단편선과 선원들’로 유명한 ‘단편선’이 앨범의 총 프로듀서로 참여해 제작을 주도했고 그 외에도 많은 동료 음악가들의 목소리, 연주가 보태져 완성되었다. 특히 전자음악가인 ‘FIRST AID’가 무려 세 곡의 편곡에 참여하고 있는 점이 유독 눈에 띄고 다소 의아하게도 느껴지지만 막상 그가 참여한 곡들을 들어보면 충분히 이유가 납득되는, 적절한 인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가요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프로덕션과 함께 오롯이 우리말로만 쓰여진 노랫말에 함께 집중할 때 비로소 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사는 건 고되고 자주 불공평하다. 진실은 늘 불편하고 관계도 늘 어렵다. 삶은 온통 부조리로 가득하지만 벗어나기도, 극복하기도 여의치 않다. [김일성이 죽던 해] 속에서 이처럼 정면으로 마주하면 마음이 편치 않은, 하지만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삶의 민낯들을 본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이 앨범의 진가 아닐까? 그리고 아마 이것이야말로 그가 얘기한 ‘분하고 더러운 팝’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가가호호 [당도 98%]

 

“하연주의 보컬을 중심으로 힘주지 않은 편안한 연주, 심플한 리듬이 더해진 여섯 개의 노래들은 더러는 경쾌하기도 하고 더러는 차분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모두 한결같이 느슨하고, 평화롭고, 또 풋풋하게 아름답다. 그들 스스로가 이야기한 것처럼 마치 ‘선선한 여름밤’ 같은 무드가 시종 이어지는 음반이다.”

 


 

가가호호
당도 98%
2019.06.12

 

‘청춘’은 늘 달콤한 여운을 품는 단어다. 누구에겐 현재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 추억 보정이 듬뿍 들어가 –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 기억될 그 ‘청춘’은 달고, 쓰고, 그리고 대체로 모든 것들이 엉망진창 뒤죽박죽인데 오히려 그래서 더 낭만적이고 즐거운 느낌이다. 이제 와 다시 돌이켜보면 진짜 별로였는데 단지 그때라서, 그 친구들과 함께라서 맛있었던, 학창 시절 동네 분식집의 그 싸구려 떡볶이처럼 말이다.

 

그래서, ‘청춘’은 사랑 못잖게 언제나 음악의 주요한 테마가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장르의, 수많은 대중음악들이 청춘의 낭만과 방황을,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을 노래의 소재로 삼아온 것은 사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건 한국의 대중가요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록 음악에서 청춘은 가장 주요한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록’은 왠지 그 존재 자체가 이미 청춘, 젊음과 많이 맞닿아 있는 거 같은 장르니까. 실제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한국의 록/밴드 음악들이 저마다의 방식과 시선으로 청춘을 묘사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2000년대 중후반 이후부터 형체를 갖추기 시작한 – 한국 가요적 정서의 멜로디를 바탕으로 사운드적으론 모던록, 또는 기타팝, 포크록, 서프록 등의 양식이 섞이거나 결합한 – ‘한국식’ 인디 록 음악의 어떤 부류들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도드라지는 느낌이다. 특히 최근의 젊은 밴드들 중 많은 이들은 그야말로 청춘 그 자체인 듯한 음악들을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밴드 ‘가가호호’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도 자연스레 ‘아, 청춘이구나’ 생각했다. 낙관적인 분위기 가득한, 꾸밈 없이 느껴지는 멜로디와 노랫말, 무엇 하나 멋부린 흔적 없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전개되는 보컬, 사운드, 리듬 등이 가가호호 음악의 첫 인상. 2018년 말에 데뷔한,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는 밴드인 만큼 현재로선 정보가 그리 많지 않은데 우선 하연주(보컬, 기타), 박상원(기타), 오대호(베이스), 이성은(드럼)이 결성한 4인조 밴드라는 것, 그리고 현재까지 두 장의 싱글, 그리고 이 싱글들을 포함한 EP 한 장을 냈으며 올해 상반기 헬로루키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는 것, 이 정도가 지금 내가 밴드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다.

 

최근 공개된 이들의 첫 EP <당도 98%>는 먼저 공개했던 두 개의 싱글 ‘그냥 걷지’와 ‘마음과 마음’을 포함한 총 여섯 곡을 수록하고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앞서 언급했던 것과 대체로 동일한데 담백한 음색과 꾸밈없는 창법으로 노래하는 – 그래서 왠지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연상케 하는 – 하연주의 보컬을 중심으로 힘주지 않은 편안한 연주, 심플한 리듬이 더해진 여섯 개의 노래들은 더러는 경쾌하기도 하고 더러는 차분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모두 한결같이 느슨하고, 평화롭고, 또 풋풋하게 아름답다. 그들 스스로가 이야기한 것처럼 마치 ‘선선한 여름밤’ 같은 무드가 시종 이어지는 음반이다.

 

20대 초반의 어떤 날, 학교 근처에서 친한 형, 친구들이랑 없는 돈을 다 털어 밤 늦게까지 맥주를 마시다가 버스가 끊겨 집에 갈 수 없게 된 밤이 있었다. 결국 그 자리에 있던 형네 집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고 택시를 탈 돈조차 없던 우리는 정릉에서부터 무려 효자동까지 꽤 먼 길을 걷고 걷고 또 걸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미련한, 딱 그때였기에 할 수 있던 짓이다. 한없이 한적하고, 어두운 가운데 밝고, 거리 하나하나를 지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비추던, 각색각양 서울의 밤 풍경들을 만났던 그 밤이, 이들의 음악을 듣다가 문득 떠올랐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Untell (언텔) [Hardrally (W/ KHUNDI PANDA)]

 

“빠르고 정교한 기술과 기술의 맞대결이고 이 대결을 관전하는 이들은 그저 숨죽인 채 손에 땀을 쥐며 쉴 새 없이 오가는 수준 높은 공방에 집중할 뿐이다. 그렇게 이 트랙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보컬 퍼포먼스가 어떤 쾌감을 선사하는지 제대로 맛보게 해준다.”

 


 

Untell (언텔)
Hardrally (W/ KHUNDI PANDA)
2019.06.04

음악을 듣는 취향에 대한 논의는 당연히 무척이나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될 것이다. 음악은 여러 소리들의 배열과 응집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 모든 각각의 소리들이, 그리고 그들이 하나의 ‘악곡’으로 구성되어 빚어내는 총체적인 소리의 합이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색깔을,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인간의 목소리, 그러니까 ‘보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노래이든, 혹은 랩이든.

 

그래서 ‘보컬’에 대한 내 개인적인 취향은 어느 쪽이냐 하면… 난 아무래도 ‘기술자’ 형의 아티스트들을 선호하는 거 같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경지에 오른 보컬리스트들, 그리고 래퍼들 말이다. 예술의 영역에 대해 논하며 기술자라는 표현은 좀 건조하고 딱딱한 뉘앙스일지 모르겠지만 음색, 발성, 호흡, 발음, 가창의 기술을 한계까지 갈고 닦아 인간의 목소리만으로도 엄청난 쾌감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퍼포먼스를 듣고, 보고 있노라면 나로선 도무지 ‘기술자’ 외에 이들을 적절히 수식할 다른 어떤 단어도 쉬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고등래퍼’ 세 번째 시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신예 ‘오동환’의 첫인상 또한 ‘기술자’에 가까웠다. 프로그램을 다 챙겨보진 못 했지만 그는 적어도 내가 본 모든 참가자들을 통틀어 가장 정교하고 촘촘하게 디자인된 랩을, 가장 뛰어난 기술로 뱉어내는 래퍼였고 비록 불미스러운 – 해당 방송사의 경연 프로그램들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온 케이스의 – 사건으로 중도에 경연에서 물러났지만 앞으로 씬에서 뭔가 보여줄 재목임은 충분히 증명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 ‘Untell’(언텔)이란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있다.

첫, 혹은 처음이란 단어가 서두에 붙는 무언가는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마련이다. 언텔이 첫 싱글, 그러니까 데뷔작을 함께 작업할 파트너로 그 누구도 아닌 바로 ‘KHUNDI PANDA’(쿤디판다)를 선택했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쿤디판다는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뛰어난 랩 기술자인 동시에 훌륭한 리리시스트이고 비교적 젊은 래퍼이지만 최근 국내의 대부분 다른 젊은 래퍼들이 택하고 있는 노선과 달리 컨셔스 랩(Conscious)을 추구하며 진중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그가 슈퍼프릭레코드 소속의 프로듀서 ‘비앙’(VIANN)과 만든 수작 앨범 [재건축]은 15회 한대음에서 최우수 랩&힙합 음반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꾸준히 즐겨 듣고 있는 작품이다) 언텔은 쿤디와 첫 싱글을 작업한 이유로 자신이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래퍼이고 평소에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이것은 언텔이 이후 어떤 음악을 추구하고 만들어낼지에 대한 일말의 단초를 제공하는 지점이 아닐까 한다.

 

‘Hardrally’, 제목이 모든 걸 설명한다. 이 트랙은 언텔과 쿤디판다가 그야말로 빡세게(Hard) 휘몰아치는 3분 8초간의 랩 랠리(Rally)다. 마치 70~80년대 올드스쿨 힙합의 브레이크(Breaks)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 미니멀하면서도 록킹한 비트는 두 기술자가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최적의 놀이터이고 이렇게 깔린 판 위에서 이들이 쉴 새 없이 주고 받는 타이트한 랩의 향연은 마치 과거 한국과 중국의 국가대표 탁구 매치 같다. 빠르고 정교한 기술과 기술의 맞대결이고 이 대결을 관전하는 이들은 그저 숨죽인 채 손에 땀을 쥐며 쉴 새 없이 오가는 수준 높은 공방에 집중할 뿐이다. 그렇게 이 트랙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보컬 퍼포먼스가 어떤 쾌감을 선사하는지 제대로 맛보게 해준다.

이미 단단하게 구축된 자신만의 기술과 스타일을 갖춘 유망주 래퍼의 근사한 데뷔 싱글.

+) 이 트랙의 언텔은 왠지 – 역시 한국 힙합의 대표적 기술자 중 한 사람인 – ‘Basick’(베이식)을 연상케 하는 측면이 있다고 느낀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Summer Soul, Charming Lips [The Suicide Diary]

 

“어쨌거나 수록된 여섯 개의 곡들은 저마다 템포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전체적으로 느슨하고 나른한 그루브, 무드를 시종일관 조성하는데 여기에 서두에서 언급했던 썸머소울 특유의 ‘부유감 있는’ 음색을 전면에 앞세워 일상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면 도무지 맛볼 수 없을 거 같은,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기운, 기분 좋은 나른함을 감상하는 내내 전한다.”

 


 

Summer Soul, Charming Lips
The Suicide Diary
2019.05.19

 

싱어송라이터 ‘Summer Soul’(이하 썸머소울)과 기타리스트/프로듀서인 ‘Charming Lips’(이하 차밍립스)의 만남을 처음 접한 건 2017년, 차밍립스의 –현재까지는 유일한– 솔로 싱글인 ‘Couple’을 통해서였다. 이어 이듬해 봄에는 두 사람 공동의 이름으로 함께 작업한 싱글 ‘Kill Your Darling’을 공개했다. 당시에 이제 막 본격적인 솔로 음악가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시점에 있던 썸머소울, 이전에 래퍼 ‘오르내림(OLNL)’의 곡들을 프로듀스한 비트메이커이자 프로듀서로, 그리고 기타, 베이스 연주자로 주로 활동해오던 차밍립스의 조합은 이때부터 이미 꽤 매력적이었다. 맑고 투명한 톤의 기타를 중심으로 빚어낸 예쁘면서도 느긋한 팝의 멜로디, 그리고 그 위를 특유의 부유감 있는 음색으로 나른하고도 서늘하게 노래하는 썸머소울, 이 조합은 뭐랄까… 마치 좋은 인디팝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했고 두 음악가 각각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때만 해도 이 두 사람의 협업들에 어떤 연속성이 있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단발성의 이벤트 정도로만 여겼을 뿐.

 

이후 썸머소울은 몇 개의 싱글을 더 공개했다. 무엇보다 2018년 인디씬 최대의 화제작이었던 공중도둑의 <무너지기> 앨범에 객원 보컬리스트이자 작사가로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참여한 것은 그녀의 존재감이 씬에서 좀 더 뚜렷해지게 되는, 본인에겐 굉장히 의미 있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한편 차밍립스 역시 프로듀서로서, 연주자로서 조용하지만 꾸준히 음악 작업을 이어왔다. 이렇듯 각자의 세계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와중에도 그들은 –내 예상과는 달리- 꾸준히 함께 작업하고 또 결과물들을 쌓아왔나 보다. 2019년 봄, 어마어마한 비주얼의 –그리고 양적으로도 역시 어마어마한– 굿즈들을 동반한 크라우드펀딩을 텀블벅에서 오픈하며 그룹 ‘Summer Soul X Charming Lips’의 첫 EP 발매가 임박했음을 알린 것이다.

 

 

최근 공개된 EP <The Suicide Diary>는 이전 작업들의 연장선이라고 할 법한, 그간 두 사람이 함께 들려줬던 팝의 어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음악들을 수록하고 있다. 곡 하나하나의 멜로디들에서 왠지 썸머소울의 흔적이 짙은데 크레딧에는 모든 곡들이 두 사람의 공동 작곡인 것으로 기재되어 있지만 아마 주된 프레이즈들은 대부분 썸머소울이 만들지 않았을까 미뤄 추측하게 된다. 더불어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썸머소울이 그간 발표해온 개인 작품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데뷔작 ‘How Beautiful’ 이후 ‘Barefoot’이나 ‘I Feel Love’ 등의 후속작들을 들으면서 어딘지 묘하게 퇴폐적인(?), 혹은 관능적인 뉘앙스가 있다고 느꼈는데 그에 비하면 이 EP는 좀 더 편안하고 친절한 ‘팝’으로 전작 ‘Couple’이나 ‘Kill Your Darling’의 정서를 충실하게 이어간다. 어쨌거나 수록된 여섯 개의 곡들은 저마다 템포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전체적으로 느슨하고 나른한 그루브, 무드를 시종일관 조성하는데 여기에 서두에서 언급했던 썸머소울 특유의 ‘부유감 있는’ 음색을 전면에 앞세워 일상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면 도무지 맛볼 수 없을 거 같은,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기운, 기분 좋은 나른함을 감상하는 내내 전한다.

이 음악을 듣다 보면 왠지 이런 그림을 상상하게 된다. 몸을 누이면 푹 꺼지는 푹신한 소파에 흐물흐물 널브러진 채 음악을 들으며 차가운 맥주를 홀짝거리다가 술 기운이 적당히 오르면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근본은 없지만 그루브는 충만한- 나 홀로 춤사위를 조심스럽게 행하는 그 어떤 밤을.

그렇다. 이 EP는 왠지 꼭 그런 밤을 위해 마련된 BGM처럼 느껴진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레인보우 노트 (Rainbow note) [샛별]

 

“시티팝의 재현이라는 관점에서도, 혹은 ‘레인보우 노트’ 고유의 ‘팝’이라는 관점에서도 ‘샛별’이라는 곡은 이 신예 듀오가 앞으로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그들만의 강점과 매력을 꽤나 잘 드러낸 곡이 아닐까 싶다.”

 


 

레인보우 노트 (Rainbow note)
샛별
2019.05.08

 

솔직히 고백하건대 시티팝이 여태까지 유효할 줄은 몰랐다. 몇 해 전부터 바이닐 컬렉터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일어난 이 현상이 차츰 열기를 확산될 때만 해도 과연 이것이 그들, 그리고 소위 힙스터들의 바운더리를 넘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너무 안이했던- 내 예상과는 반대로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더욱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작년 여름, 유빈의 ‘숙녀’가 그러했듯 시티팝은 이제 단지 과거의 ‘추억’에 머무르지 않고 재해석(혹은 재현 내지 복제)의 현재진행적 움직임 속에 새것으로 재탄생, 심지어 음원 챠트까지 넘나들며 오히려 더 많은 대중들을 만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딱히 이상할 것도 없지 않나 싶다. 시티팝은 현재 레트로가 유행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다 떼어놓고 생각해도 사실 그 자체로 굉장히 대중적인 요소가 강한 음악이니까. 스무스 재즈, 컨템포러리 알앤비, 훵크, 디스코 등을 음악적 바탕으로 두고 만들어진 다분히 ‘팝’적인 멜로디와 편안한 그루브, 게다가 그 특유의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분위기는 딱히 호불호 없이 누구나 두루 좋아할 여지가 충분하다. 게다가 이 음악에 배어있는 특정 시절의 ‘감성’을 각각의 세대들이 저마다 다른 관점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시티팝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80년대를 살았던 이들이 듣는 시티팝, 2000년대생들이 듣는 시티팝은 저마다에게 아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최근 등장한 ‘레인보우 노트 (Rainbow note)’ 또한 시티팝을 표방하며 레트로한 무드의 팝 음악을 들려주는 팀으로 안슬희(보컬), 이사라(건반)로 구성된 듀오다. 지난 4월에 첫 싱글 ‘1호선’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사실 이들의 데뷔 싱글은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면 못내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어떤 장르 음악을 표방한다면 ‘독창적인 해석’과 ‘완벽한 구현’ 사이에서 최소한 한 가지는 온전히 충족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는데 ‘1호선’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재해석이라기에도, 반면 장르의 완벽한 재현이라 보기에도, 그 어느 쪽에도 모두 조금씩 아쉽다는 첫인상을 줬다. 다만 귀에 잘 들어오는 좋은 팝의 멜로디, 특히 산뜻한 청량감이 돋보이는 안슬희의 보컬은 이때부터 충분히 인상적이었고 이런 점들이 이후 이들의 행보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으로 다가왔다.

 

 

한 달의 텀을 두고 공개된 두 번째 싱글 ‘샛별’은 이 기대감을 좀 더 부풀어오르게 한다. 전작에 비해 한결 선명해지고 기승전결이 분명해진 멜로디의 전개, 안슬희의 예쁜 음색이 높은 음역대에서도 호소력과 안정감을 뽐내며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후렴, 레트로 무드를 한결 여유롭게 재현해내는 리듬 프로그래밍과 실제 연주 등이 잘 어우러지는 이 곡은 3분 30초 남짓한 플레잉타임 내내 흡입력을 유지하며 기분 좋은 감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시티팝의 재현이라는 관점에서도, 혹은 ‘레인보우 노트’ 고유의 ‘팝’이라는 관점에서도 ‘샛별’이라는 곡은 이 신예 듀오가 앞으로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그들만의 강점과 매력을 꽤나 잘 드러낸 곡이 아닐까 싶다.

(오늘 이 글을 쓰는 동안 수십 번째 반복해 듣고 있는데도 도무지 질리질 않는 느낌이다)

이제 단 두 개의 싱글을 발표했을 뿐이고 게다가 아직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도 턱없이 부족해 지금 단계에서 이들이 어떤 음악을 하는, 어떤 밴드다-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도 없고 그럴 생각 역시 추호도 없다. 다만 이들이 어느 정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 무척 호기심이 있다는 것, 그래서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꽤나 흥미로울 거 같다-라는 얘기 정도만 이 글을 통해서 일단 밝혀두고 싶다. 훗날 이들의 디스코그라피가 더 풍성해지고 EP, 앨범 등 좀 더 큰 단위의 작품이 나오게 된다면 그때 다시 한 번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겠지.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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