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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V] 포크라노스 오리지널 바이닐 시리즈 2

발행일자 | 2025-02-14

[POV] 포크라노스 오리지널 바이닐 시리즈 2

 

음악을 소비하는 속도가 어느 때보다도 빨라진 시대. 음반을 구매하기보다 ‘플레이리스트’에 수록된 음원을 디깅하는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을 계속해서 찾고자 하는 소중한 구독자분들 덕분에 포크라노스가 제작한 바이닐이 어느덧 열 타이틀을 돌파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포크라노스의 바이닐을 차근차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각 작품들의 소개글에는, 음원 발매부터 피지컬 발매까지 전 과정을 함께한 포크라노스 스태프들의 시선이 담겨있습니다.

 


 

 

📀 전진희 <Breathing>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싱어송라이터 전진희의 세 번째 정규 앨범 [Breathing]입니다. ‘Breathing in (month)’ 형태로 1월부터 12월까지의 호흡들을 담아낸 피아노 연주 앨범인데요. 타이틀곡인 ‘Breathing in September’ 뒤에 두 번의 10월이 이어져 숨처럼 뱉어낸 13개의 트랙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반직선의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 위에 수많은 동심원을 그리며 매년 돌아오는 계절을 맞이하는데요. 그날의 전진희가 내쉰 길고 짧은 한숨들이 음표로 기록되어 누군가에게는 지금을 기억하게 하는 선율이 되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지털 커버에 쓰여진 13개의 ‘breathing’에 얹어진 푸른색 인쇄, 자켓의 펼침면에도 역시나 반짝이는 청색의 글자들이 한 글자 한 글자 숨결을 머금은 듯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인서트로는 백색으로 인쇄된 12개월 포스터와 전진희의 메시지가 담긴 정방형의 포스터가 선물처럼 담겨있고, 클래식한 블랙반 바이닐은 그 무게감을 지키며 푸른 라벨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바다를 만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 물처럼 그의 호흡이 멀리 퍼지길 바라요. [Breathing] 바이닐은 포크라노스 웹사이트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판매처를 통해 구매 가능합니다.

 

– 주말에 도합 50시간을 외출하는 익명의 스태프 F

 

 

 


 

📀 전진희 <여름밤에 우리 / 우리는 우리를>

 

 

다음 소개할 작품은 앞서 소개한 바 있는 싱어송라이터 전진희의 [여름밤에 우리 / 우리는 우리를]입니다. 2021년 어느 여름 발매된 EP [summer, night]의 타이틀 곡 ‘여름밤에 우리 (feat. wave to earth)’와 그보다 1년 전 여름날의 싱글 [우리는 우리를]이 각 사이드에 담긴 7인치 바이닐인데요.

 

종이의 질감마저 따듯하게 느껴지는 자켓의 앞, 뒷면에는 각각의 곡이 담긴 앨범 커버가 회색 프레임 속에 담겨있습니다. 지나간 찰나를 기록하는 액자처럼 가만히 놓여 있는 이 바이닐을 바라보면 지난 여름의 어느 날이 떠오르는 듯해요. 하얀색이 적당히 섞여 연한 노랑을 띄는 바이닐은 레몬의 투명한 새콤함보다는 부드럽고 은은하지만 살짝 텁텁한 바나나의 단맛을 상상하게 합니다. 마냥 산뜻하지만은 않지만 눅눅한 기억마저 진한 추억으로 기억되게 하는 여름의 날씨처럼요.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여름밤에 우리 (feat. wave to earth)’를 네이버 온스테이지 라이브 영상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영상 속 푸른 조명 탓인지, 전진희와 김다니엘의 녹진한 목소리 탓인지 물속에 잠긴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드럼과 함께 발맞춰 걷다 보면 어느새 강물이 바다가 되듯 ‘우리는 우리를’로 이어지는데요. 파열음 하나 없는 제목마저 흐르는 물 같아서 손에 잡히지 않을 우리의 지나간 그때를 더욱 아득히 멀어지게 합니다.

 

4분 남짓 그 자리를 지키며 돌아가는 노란 바이닐을 보고 있으면 수평선에 맞닿아 올라갈 듯 내려갈 듯 머물고 있는 태양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머무는 듯싶다가도 어느 틈에 사라져버리는 해처럼 순식간에 지나간 여름밤과 앞으로 우리가 만날 계절에 안녕을 전합니다.

 

-사계절 중 여름을 가장 종아하는 익명의 스태프 F

 

 


 

📀 이강승 <In other words / Korean Dream>

 

 

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싱어송라이터 ‘이강승’의 EP [In other words it’s all made by Kyeongsuk]과 [Korean Dream]입니다. 두 앨범은 포크라노스가 디지털 음원을 넘어 바이닐 영역으로의 첫발을 내디뎠던 2022년 봄, 그 시작을 함께했던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싱글 단위의 빠른 발매가 주류가 되고 있는 시대에, 다작보다는 확실한 대표작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강승의 두 앨범은 각각 2019, 2021년에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매 연도가 무색해지는 인기를 자랑합니다. 나긋하면서도 개성적인 음색과 언제 어느 순간에 들어도 부드럽게 녹아드는 아티스트 특유의 분위기는 이 피지컬로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러한 두 앨범을 보편적인 방식이었던 12인치 합본 수록이 아닌, 쉬이 보기 힘든 10인치 규격의 독립된 바이닐로 제작한 이유 또한 같은 맥락을 공유합니다. 그 희소성을 알아봐 주신 많은 팬분의 성원에 힘입어 데뷔 EP [In other words it’s all made by Kyeongsuk]은 빠르게 절판되었고 [Korean Dream] 또한 극소량의 재고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당시에 모든 제작 과정이 처음이었던 만큼 우여곡절을 참 많이도 겪었지만, 그 결과물이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팝업 스토어 현장의 뜨거운 분위기 덕분에 힘찬 스타트를 끊고 지금까지도 바이닐 프로젝트의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데뷔 초창기에 발매되어 이강승이라는 아티스트의 ‘시작’ 또한 멋지게 장식하고 있는 두 앨범. 그 안에 담긴 사랑과 청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많은 분의 출발선 또한 영감으로 가득히 빛나길 응원합니다.

 

– 수상할 정도로 카레를 사랑하는 익명의 스태프 B

 

 


 

📀 파란노을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

 

 

‘찐따무직백수모쏠아싸병신새끼
사회부적응 골방외톨이’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끌었던 이 가사를 다들 기억하시나요?

 

다음으로 소개해 드릴 작품은 파란노을의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입니다. 마음속 절망, 좌절, 우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RYM, 피치포크 등 각종 리뷰 매체와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며 큰 화제가 되어 외국 리스너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전 세계 각지에서 구매 요청이 쇄도하면서 빠르게 절판된 사례를 갖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한창 이 앨범을 즐겨 듣던 3년 전 겨울 즈음에는 별의별 것들이 이 앨범을 연상시켰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흰 천장’을 보거나 아오리 사과를 발견할 때, 혹은 요즘 같은 날씨에 입김을 호호 불 때마다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의 뿅뿅 거리는 리듬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었네요. 졸업을 목전에 두고 사회로 나와야하던 시절에 앨범을 접해서 그런지, 파란노을이 들려주는 ‘아마추어리즘’이 특히 와닿았던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이후로 파란노을은 다방면으로 왕성한 활동을 선보였습니다. 영국 슈게이징 밴드 Slowdive 내한 공연의 오프닝 게스트로 깜짝 등장하기도 하고, 2024년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무대에 진출하면서 국내 대중들에게도 존재감을 알린 바 있죠. 골방에서 홀로 막막한 현실을 감당하던 이들의 친구를 자처하던 작품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은, 그 타이틀처럼, 꿈을 현실화시킨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 한겨울에도 비빔냉면을 즐겨먹는 익명의 스태프A

 

 


 

📀 정우 <클라우드 쿠쿠랜드>

 

 

10 트랙 꽉 찬 정규앨범을 발매한다는 건, 살아가며 하나의 분기점을 찍어내는 일이 아닐까? 나의 20대는 시간의 흐름에 편승한 덕분에, 마침내 서른을 지나며 20대를 ‘어쩔 수 없이’ 덩어리 지을 수 있었다. 경이롭고 놀랍게도, 아티스트는 시간의 흐름에 편승하는 꼼수도 부리지 않고 ‘어떻게든’ 분기점을 찍어낸다. 정우는 “지금의 나를 완성한 내 미성년을 기록해 보고자 결심한 때 비로소 앨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토록 강한 의지로 덩어리 지어낸 아티스트의 기록을 관람하는 당신, 복 받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23년 11월 <클라우드 쿠쿠 랜드>가 디지털로 발매되었다. 2024년 11월 <클라우드 쿠쿠 랜드>가 바이닐로 발매된 건, 철저히 의도된 계획이다. 정우는 처음부터 <클라우드 쿠쿠 랜드>의 첫 번째 생일에 선물을 주고 싶었다. 펄이 들어간 알판과 자켓 곳곳에 자리 잡은 은박까지, 아티스트의 의도가 묻어나지 않은 지점이 없다. 바이닐의 매력은, 역시나 A면을 B면으로 뒤집는 행위에 있다. A면의 마지막 트랙 ‘충돌 1분’에서 잠깐의 멈춤을 갖고, B면의 첫 번째 트랙 ‘Strangers’가 등장하는 순간에도 역시 아티스트의 의도가 담겨있을지? 이 이상의 설명은 관람자의 관람평에 맡긴다. 앨범 작업을 시작한 의지부터 A면을 B면으로 뒤집는 지점까지, 아티스트의 영리하고 섬세한 의도가 디지털로도 바이닐로도 당신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 슈크림 붕어빵을 좋아하는 익명의 스태프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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