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그리고 일생을 살아간다는 것 – 도재명 정규 2집 발매 인터뷰

 

시대를, 그리고 일생을 살아간다는 것 – 도재명 정규 2집 발매 인터뷰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녹록지 않은 일이다. 뉴스나 기사를 접하면서도, 어떤 지표를 보면서도 느낄 수 있다. 친구와의 가벼운 만남 속에 한숨 섞인 이야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개개인의 인생 역시도 쉬운 건 없다. 여러 관계가 얽히면서 부여되는 역할들에 우리는 진정 나다운 면모를 잃어가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정규 발매 소식이 우르르 쏟아져나온 듯한 11월, 오래전부터 인디 음악을 사랑해 왔던 이들에게는 하나의 반가운 이름을 접할 수 있었다. 바로 ‘도재명’이라는 이름이다. 별다른 홍보 없이 어느 날 서울레코드페어 최초공개반 리스트를 통해 정규 2집 <21st Century Odyssey> 신보 발매 소식을 처음 알렸다.

 

개인 정규로는 무려 6년 만에 발매된 이번  앨범은 사회와 개인의 면면을 담아낸다. 도재명은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환경 속에서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오히려 편안하고 담대한 자세로 이야기한다. 힘을 덜어낸 모습은 그가 이번 앨범에서 제시하고자 했던 방향성과도 닮아 있다. 앨범 속 숨겨진 여러 장치부터 그가 그리는 시대에 대한 모습까지. 다양한 주제로 정규 2집에 관해 도재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11월 11일에, 2집 앨범 <21st Century Odyssey>를 발매한 뮤지션 도재명입니다.

 

 

Q. 이번 정규 2집이 서울레코드페어 한정반/최초공개반으로 선정이 되면서 팬 분들이 발매 소식을 접하셨을 것 같기도 해요. 어떻게 서울레코드페어 한정반으로 나오게 되었을까요?

 

함께 LP를 제작한 무선지에서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고요. 음원이 발매되는 시기가 레코드 페어가 시작되는 시점(11월 18일)쯤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프레스 제작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겨서 현장 판매를 진행하지는 못하고, 온라인 판매만 진행을 했었어요. 제작사 측과 레코드 측도 아쉬워하긴 했지만, 그래도 온라인 판매가 무사히 진행되었어요.

 

 

Q. 어제(12월 3일)는 현대 음률에서 음감회도 진행하셨다고 들었어요. 잘 마무리하셨나요?

 

재미있게 진행했어요. 구체적인 생각은 없었는데, 발매 후에 현대음률 대표님과 만나서 대화하다 보니 음감회 이야기가 나왔어요. 얼떨결에 진행하게 되었지만, 30명 정도 참석해 주셔서 재미있게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음감회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냥 LP 틀고 앨범에 대해 말해야겠다 정도로 생각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혼났어요. ‘로로스 시절에도 무대에서 그렇게 어버버 거리던 애가 퍽이나 잘 진행하겠다’와 같은 식으로요. 제가 말주변이 없는 편이거든요. 라이너 노트를 작성해 주신 김윤하 님께 요청드렸는데, 부탁하지 않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했습니다. (웃음)

 

 

Q. 2017년에 발매된 <토성의 영향 아래> 이후로 6년만에 발매된 정규 2집인데요. 그 사이 이선지 님과 EP <A True Travel>을 발매했지만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일적으로는 특별한 건 없었어요. 그간 진행해왔던 무용, 전시, 영상 음악 작업 등, 일종의 품앗이처럼 작가분들 도와드리면서 지냈어요. 개인적으로는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어머니와 교대로 병간호를 진행했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부터 음반을 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업하게 됐던 것 같아요.

 

 

 

 

 

 

Q. 말씀해주신 개인적인 이야기가 이번 앨범에 담겨 있기도 한데요. 정규 2집 <21ST Century Odyssey>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21st Century Odyssey>는 크게 전반부, 후반부로 곡을 배치한 앨범인데요. 전반부에서는 일상을 살아가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보고 듣게 되는 사회적 현상을 주로 담았고요. 후반 5번 트랙 ‘Nostalgie’부터 9번 트랙 ‘Manée & Conti’까지는 개인적인, 가정사라고 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정규 단위이기 때문에 파트를 나눠 작업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앨범을 LP로 제작하면서 신기했던 건, LP판이 앞면과 뒷면으로 나뉘잖아요. 감쪽같이 앞뒷면이 (앨범의 구성대로) 나뉘더라고요. A사이드에는 말씀드린 전반부가 담기고, B사이드에는 후반부 트랙이 담겼어요.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재미있었어요.

 

 

Q. 앨범의 구성이 두 파트로 나뉜다는 말씀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인터뷰를 통해 접하게 됐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반부가 아닌 후반부에 녹여낸 까닭이 있을까요?

 

곡을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전반부와 후반부 색깔이 분명하게 구분돼요. 앞부분은 되게 리드미컬한 반면에 뒷부분은 정적이에요. 음악을 처음 접할 수 있는 전반부에 임팩트를 담아내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Q. 영상 인터뷰를 보면 Daft Punk의 <Random Access Memory>를 차용했다고도 말씀하셨는데, 포스트록 기반의 앨범이지만, 장르적으로 전자음악의 색이 확실히 짙어졌어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할까요? ‘그냥 받아들여지겠지’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전자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혼자 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신디사이저를 많이 사용하게 됐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병간호로 인해) 어머니와 교대로 움직여야 하다 보니까, 다른 사람이랑 함께하기 보다 혼자 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의외로 그런 얘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결심을 갖고 작업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Q. 맞아요.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내레이션이나 인용구가 많이 쓰인 것도 특징 중의 하나인데, 도재명 님이 의도하고 싶은 소리들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일렉트로닉이었던걸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내레이션이나 인용구를 사용하게 된 점도 자연스러운 현상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목 컨디션이 예전에 비해 많이 안 좋아졌어요.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게 듣기에는 거슬리는 상태여서 제 목소리를 담고 싶지 않더라고요.

 

Q. 평소 자주 즐겨듣는 전자음악 아티스트가 있나요?

 

너무 많은데요. (웃음) 아까 말한 Daft Punk도 포함이 되고요. 유튜브에 ‘Cercle’이라고, DJ들이 여러 장소에서 전자음악을 하는 채널이 있는데, 자주 보는 편이예요. 찾아들으면 재미있더라고요.

 

 

Q.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인용구나 내레이션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작업 방식에 있어서 달라진 점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직접 노래를 부르면 좀 더 감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데, 그런 점이 없다보니 듣는 사람에게는 차갑거나 낯설 수도 있고, 또 불친절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기는 했어요. 속상하기도 했어요.

 

특히 ‘Happy Meal’같은 경우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보니 직접 노래를 부르고 싶었거든요. 이번 앨범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상태를 받아들이고 작업하는게 처음엔 쉽지 않았는데, 그런 아쉬움은 초반에 작업을 하면서 잊어버렸던 것 같아요.

 

 

Q. 도재명 님 음악의 특징 중 하나가 다양한 언어가 혼재된 점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도 한국어, 영어, 독일어 등 여러 언어가 등장하잖아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줄곧 사용하게 된 요인이 있을지 궁금해요.

 

외국에 자주 나가는 편은 아닌데요. 다른 언어가 주는 속도감이나 뉘앙스가 있잖아요. 악기로 따지면 (평소에 사용하던 악기와) 다른 악기라고 느껴지는 재미가 있어요. 물론 메시지는 다른 문제지만요. 같은 메시지를 한글로 읽는 것보다 영어나 도구로 읽는 건 다른 느낌이 있죠. 외국어를 뽐내고 싶어서 그런 식으로 차용한 것은 아니고요. (웃음) 개인적인 흥미가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Q. 그러면 트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트랙 ‘21st Century Odyssey’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격정적인 연주로 마무리되는 곡이에요. 곡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을까요?

 

곡의 초반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은 비행기 방송음으로 나오는데요. 공감하는 분들이 계실 진 모르겠지만, 저는 비행기에 탑승하면 무서운 상상을 하게 돼요. 기본적인 공포감이 있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안전 지침 같은 걸 찾아보거든요. (웃음) 메시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경각심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텍스트를 처음에 던져놓고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텍스트에 ‘Will it be doom? or new hope? (파멸일까? 아니면 새로운 희망일까?)’라는 질문이 나오는데요. 트랙 후반부 격렬한 연주가 끝나고, 방향을 유추할 수 있는 피아노 연주로 마무리할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피아노 연주를 삽입하면 질문을 던져놓고, 리스너에게 아예 답을 주는 것 같아 없앴어요.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목표였어요.

 

 

Q. 후반부의 휘몰아치는 연주가 일품인 곡이기도 한데요. 구현해내기까지 연주자 분들과 소통하면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나요?

 

사실 걱정을 했거든요. 연주자 분들한테 곡을 들려줄 때만 해도 ‘과연 구현이 될까?’ 생각이 들 만큼 드럼 연주를 난해하고 거칠게 찍어놨어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제가 우리나라 연주자들을 과소평가했더라고요. (웃음) 컨트롤 룸에서 연주를 듣는데, 감탄의 연속이었어요. 특별한 설명도 없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트해줘’, ‘하고싶은 거 다 해봐’라고 말씀드렸던 것 같아요.

 

 

 

 

 

 

Q. 4번 트랙 ‘In Our Darkness Hour’는 라이너 노트에 따르면 젊은 세대의 아픔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고 적혀있어요. 빈센트 반 고흐와 프리다 칼로의 편지에 대한 내레이션이 중첩되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두 아티스트의 편지 속에 본 트랙의 주제와 맞닿아 있는 공통적인 메시지가 있었던 걸까요?

 

대략적으로 말씀드릴게요.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는 경감에게 붙잡혀서 요양시설에 감금이 되어있을 때, 동생 테오에게 자신의 상황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프리다 칼로의 편지는 교통사고 이후 뼈가 아스라져서 코르셋을 착용해야할 만큼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걸 친구에게 토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요.

 

아직까지 고흐와 프리다 칼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질문하신 분은 없었어요. 빈센트 반 고흐와 프리다 칼로가 등장하는 건 앨범 속에 숨겨놓은 힌트 같은 장치예요. 고흐는 자살을 택하는 반면, 프리다 칼로는 그 와중에도 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잖아요. 개인적으로는 프리다 칼로를 조금 더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처음에 던진 질문인 ‘파멸일까? 아니면 새로운 희망일까?’랑 비슷한 맥락이 숨어 있는 거네요.

 

후반부를 집중해서 들어보시면, 다른 연주가 끝나고도 드럼 연주가 오래 남아 있어요. 앞서 말했던 타이틀곡 ‘21st Century Odyssey’에서 지워진 부분인데, 이 트랙에서는 조금 더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드러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앨범 속에 몇 가지를 조금씩 숨겨두었어요. 저만의 유희 같은 건데요. ‘다른 분들이 발견해서 자기만의 해석대로 질문해주시면 재미있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Q. 앨범의 초반부가 지금 시대의 군상을 담았다면, 후반부에는 도재명 개인의 삶과 기억에 초점이 맞춰져있어요. (앨범 후반부에서) 담아내고자 한 감정들, 생애의 기억들에 대해 여쭤보아도 될까요?

 

한 단어나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후반부의 곡들이 전달될 때의 바람이 있다면 위안이었어요. 듣는 분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어요. 제 바램은 그런데, 성공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Q. ‘Nostalgie’에는 장례식 때 상여를 메고 가는 상여꾼의 ‘상여소리’가 등장해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도 그렇고, ‘두 곡이 아버지를 추억하고 기리는 마음이 담긴걸까?’ 그런 생각을 조심스럽게 했어요. 이번 곡을 통해 위로하고자 했던 감정이나 상황이 있을까요?

 

아버지를 대상으로 했다기보다는 유년 시절을 대상으로 한 것 같아요.  상여소리를 녹음해주신 황민왕 님께 부탁드릴 때, 사람에 대한 상여가 아니라 시대에 대한 상여 소리를 부탁드렸어요. 그 말씀만 드렸었는데, 상여소리를 나열해주시더라구요. 가사를 정확하게 전달받지 않았었는데. 사람이 대상이 아니라 지나간 시절에 대한 추억 등에 대한 상여소리 등을 얻었어요.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재미있게 담아낸 트랙이예요.

 

 

Q. 언급하신 유년 시절에서, 어떤 기억들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담은 걸까요?

 

곡의 시작은 되게 엉뚱하고 재미있어요. 어릴 적에 등산을 하러 가서 계곡에서 행복하게 놀고 있는 가족 사진에서 비롯된 음악이기도 해요. 당시에는 코미디언이나 어린 아이가 나오는 SF물 영화가 많았어요. 그중에서 ‘은하에서 온 별똥동자’라는 영화를 좋아했어요. ‘이건주’라고 아역 배우로 유명했던 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명왕성을 떠나 지구에 와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악당들을 물리치는 내용의 영화에요. 당시에는 그런 영화가 꽤 많았어요. 연두색 총알이 나오기도 하고. 지금보면 조악할 수도 있는 영화에요.

그 시절에 봤던 영화를 모티프로 삼고 사고가 튀는 소재로 가공을 했어요. 명왕성이 원래는 행성이었지만 지금은 그 지위를 잃었잖아요. 그런 것과 맞물려서 명왕성이 행성이던 제 유년 시절이 지나간 것에 대한 표현을 담았어요. 가령 ‘명왕성의 식별 번호는 134340이니까, 그에 맞춰서 비트는 하이햇을 활용하거나 악센트를 맞춰보자’ 등 사운드적으로 장난을 쳐보기도 했고요. 무겁거나 심각한 내용을 담진 않았고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유희적으로 표현했습니다.

 

 

Q. 실제로 사운드적으로 다양한 시도들이 묻어있는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음악에 ‘하’, ’하’ 하는 Breath(숨) 소리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어릴 때부터 장미셸 쟈르(Jean-Michel Jarre)라는 프랑스 전자 음악가의 음악을 많이 들었었어요. 장난이라면 장난이고, 오마주라면 (장미셸 쟈르 곡에 대한) 오마주에요. 그 시절에는 그 아티스트가 정확히 어떤 아티스트인지는 몰랐고 나중에 커서 알았죠. 그런 식으로 조금씩 앨범에 숨겨둔 것들이 있어요. 재미있게 작업했던 곡입니다.

 

 

Q.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후반부에는 아기와 아버지의 대화가 나오는데요. 도재명 님의 실제 음성일까요? 당시의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계신지도 궁금해요.

 

어릴적 부모님이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했던 건데,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음성이에요. 이런 식으로 쓰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요. 온전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되었던 시기의 사진이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 어렴풋이 생각이 나는 것 같기도 해요. 세네 살 쯔음에 녹음되었던 음성이에요.

 

 

 

 

 

 

Q. ‘Happy Meal’에서는 ‘라이너스의 담요’의 연진 님과, ‘Fractal’에서는 ‘로로스’의 제인(Jane Ha)님과 함께 했어요. 오랜만에 합을 맞추시는 것일 텐데 그에 대한 소회도 궁금해요.

 

연진 누나한테 (곡을 불러달라고) 제의했을 때, 누나가 처음에는 제목만 듣고 그냥 귀엽고 앙증맞은 음악이라고만 생각했대요. 보통 Happy Meal(해피밀)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맥도날드를 떠올리잖아요. 음악의 분위기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곡을 듣고 울었대요. 그런 노래인 줄 미처 몰랐다고. 그래도 최선을 다해 불러준다고 흔쾌히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고, 녹음실에서도 불러주는 곡을 들을 때도 정말 좋았어요.

 

‘Fractal’같은 경우에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로로스 시절의 제인이 불렀던 노래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을 하게 됐어요. 제인이 걱정을 많이 하기도 했어요. 노래를 안한 지 오래되어서 곡에 해가 될까 걱정된다고, 정말로 자기 목소리를 원하는 게 맞냐고 물어봤었어요. 막상 와서 녹음하니까 너무 잘하더라고요.

 

 

Q. <토성의 영향 아래>가 외롭고 허심탄회한 마음을 조명한다면, <21st Century Odyssey>는 같은 결의 감정이 담긴 듯하면서도 방황하는 이들을 위한 “초대장”이라는 점에 집중하게 돼요. 전작과 비교하여, 작업할 때의 마음가짐이나 태도 등에 있어 변화한 부분이 있을까요?

 

1집에 비해 힘이 덜 들어갔던 것 같아요. 힘을 뺀 상태로 작업했고요. 그래서 조바심이나 초조함 없이 마음이 편안한 상태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1집뿐만 아니라 <A True Travel>이나 기존에 해왔던 여러 프로젝트는 에너지가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 작업 했었고, 그런 와중에 제 마음처럼 진행되지 않는 시기도 겪었죠. 그러는 사이에 6년이 지나고, 여러 과정을 겪어가면서 이번 앨범은 힘을 빼고 작업할 수 있었어요.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만들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죠. 앨범이 갖고 있는 메시지가 담고 있는 감정이 무거울 수 있지만, 작업은 편안하고 마음에 여유 있는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큰 폭풍이 지나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Q. <21st Century Odyssey>를 소개하실 때,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상태에 공감하는 이들을 위한 초대장 같은 앨범이라고 하셨어요. 도재명 님은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거창하게 말하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지실 수 있는데, 음감회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어요. 로로스가 2015년도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음악 박람회 ‘미뎀(MIDEM)’에 초청받아 공연했을 때, 공연 이후에 시간이 생겨 멤버들이 각자 여행하고 싶은 지역으로 흩어졌던 적이 있어요. 사람들에게 어디가 가장 핫한 도시인지 물어보니까 베를린이라고 했고, 제인도 마침 대학교 동창을 만나야해서 함께 베를린에 갔어요.

 

그때 하루 이틀 제인과 같이 거리를 걸었는데, ‘단 한 번이라도 나답게 살아보고 싶다’, ‘관계에서 벗어나서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 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사회생활도 하고, 여러 관계를 맺어가면서 그 속에서 굳어진 채로 살아가잖아요.

 

평소에도 대자연 속 에서의 삶을 동경하고, 그해서 여행을 가면 자연을 찾아 떠나는 편인데요. ‘나 답게 사는 게 어떤 느낌일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시도하고픈 마음에서 자연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그런 모습이 저인 것 같아요.

 

 

Q. 정규 2집을 발매한 지금 시점에서는 나답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아직도 나답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것 같아요. 항상 그런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Q. 나답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도재명 님에게 있어서 음악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궁금해요.

 

얼마 전에 어깨가 안 좋아져서 진찰받은 적이 있는데, MRI를 찍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찍고 왔어요. 찍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MRI 기계 안으로 들어갈 때 무섭거든요. 안으로 들어가면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요. 근데 그 소리가 비트처럼 들리는데 너무 멋져서 녹음해서 집에 가져가고 싶더라고요. (웃음) 환자복을 입은 와중에 기계 소리가 근사하다고 감탄하는 모습이 웃기기도 했어요.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싶더라고요.

 

사람들이 자켓을 사고 싶을 때 전철을 타거나 밖으로 나가면 남들이 입고 있는 자켓을 보게 되잖아요. 신발을 사고 싶으면 신발을 유심히 쳐다보고. 그런 것처럼 음악은 오랜기간 동안 꽂혀 있는, 제일 관심이 가게 만드는 무언가 같아요. 최우선적으로 관심을 두게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사고방식과 연결되는 존재 같아요.

 

 

Q. 도재명 님이 바라보는 지금 이 시대는 어떠한가요?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앨범에서 느꼈던 지점이 제가 시대를 바라보는 모습 같아요. 객관적인 지표를 보면 어둡고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지표만 본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행동을 취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는 결국 긍정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희망을 가져야 행동으로 나오니까요. 시대상에 매몰되면 힘들잖아요. 좋은 걸 많이 보고, 에너지를 얻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Q. 정말 오랜만의 정규 소식에 반가우신 팬 분들이 많을 텐데요. 발매 후 음감회나 LP제작 등 여러 가지를 진행하셨지만, 앞으로 남아있는 활동도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해야 할 일이 딱 한 가지 남아있어요. 아버지 기일이 12월 24일인데요. 아버지가 팻 분 (Pat Boone)이라는 미국의 가수가 부른 캐롤을 정말 좋아하세요. 아버지한테 가서 팻 분 캐롤이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들려드리면 올해가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팬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요. 최근에 음원 앱 중에 어떤 지역이나 도시에서, 어떤 연령대가 제 음악을 듣는지 데이터를 집계할 수 있기도 하더라고요. 슬로바키아나 아프리카처럼 정말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한 지역에서도 음악을 듣는다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하더라고요.

 

그런걸 보면서 요즘 들어 고마운 마음이 더욱 큰 것 같아요.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Interview | 박현영

사진제공 | 도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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