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혁 [Tech:No.1]

내적 댄스를 필요로 하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음악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조금은 정적인 구석이 있으면서도 아기자기한 요소를 지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미니멀한 테크노, 하우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방민혁
Tech:No.1
2021.11.05

 

일전에도 이 공간에 글을 쓴 적 있지만, 방민혁은 일찌감치 전자음악과 힙합, 알앤비, 재즈를 관통하는 음악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뛰어난 보컬리스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멋진 프로듀서,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구현의 폭이 넓은 음악가인 그는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때로는 디자이너로서 앨범 커버를 드러냈고, 비트가 강하게 느껴지는 댄서블한 음악부터 감성적인 발라드 넘버, 매력적인 사운드 디자인으로 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곡까지 다양한 곡을 선보여 왔다. 그래서 늘 호기심이 가는 음악가 중 한 명이다. 더불어 코로나-19가 끝나면 꼭 라이브로(혹은 그의 라이브 셋으로) 만나고 싶은 음악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렇게 흥미로운 음악가인 그가 이번에는 테크노로 가득 채운 앨범을 발매했다.

 

 

방민혁은 테크노 비트를 만드는 것이 2017년부터 자신의 취미생활이자 스트레스 해소의 일환이었다고 하며,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이 쌓여 앨범으로 나오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믹스테입과 같은, 그러니까 편하게 자신의 작업을 드러내는 방식의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앨범에 결이 없거나 작품에 있어 아쉬움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방민혁만의 테크노 음악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뚜렷하게 짐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고, 방민혁이라는 사람의 음악에서 온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Alcoholic’에서 드러나는 세련된 전개의 폭이나 ‘Busan’에서 드러나는 재즈의 영향은 물론, 초반부 ‘0709’와 ‘1220’에서 드러나는 미니멀 테크노의 성향까지 음악가 특유의 섬세함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대목에서는 방민혁이라는 음악가가 지금까지 선보여 온 작품들이 구성하는 세계와 이 작품이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방민혁의 테크노는 하드코어 테크노나 인더스트리얼 테크노처럼 선이 굵고 공격적이며 거친 느낌의 테크노가 아니라, 앞서 말한 것처럼 미니멀 테크노, 딥 테크노 계열에 가깝다. 깔끔하고 선명하면서도 적은 가지의 소리로 폭을 흔드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여기에 ‘Lucid Dream’이나 ‘Summit’은 좀 더 테크노 팬들이 좋아할 것 같은 그러한 사운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게 각각의 곡뿐만이 아니라 앨범이 첫 곡부터 후반부로 이어지면서도 천천히, 켜켜이 소리가 쌓이는 것을 듣는 재미가 있다.

 

앨범은 방민혁이라는 음악가에게 관심이 있다면 당연히 들어보겠지만 내적 댄스를 필요로 하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음악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조금은 정적인 구석이 있으면서도 아기자기한 요소를 지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미니멀한 테크노, 하우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테크노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ditor / 블럭

방민혁 [NOV3L]

스스로 대부분의 작업을 해내는 그이기에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구름의 참여가 그의 음악을 어떠한 방향으로 다듬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구름과 함께 한 곡과 그렇지 않은 곡의 차이를 보는 것도 또 다른 감상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방민혁
NOV3L
2021.07.24

 

방민혁은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작사, 작곡은 물론 보컬도 뛰어나다. 2014년에 첫 작품을 내고 지금까지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선보여왔다. 여기에 다른 음악가의 앨범 아트워크를 제작하기도 했으며, 캘리그라피 작업은 물론 미술로 작지만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여기에 디제이처럼 셋을 선보이기도 하며, 라이브로 기존 재즈 스탠다드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거의 2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고 그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이다. 3이라는 숫자를 더해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있다는 소설을 의미하는 [NOV3L]은 방민혁과 구름 외에는 다른 누구도 참여하지 않았다(5번 곡에 기타로 죠니가 참여한 것 빼고).

 

스스로 대부분의 작업을 해내는 그이기에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구름의 참여가 그의 음악을 어떠한 방향으로 다듬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구름과 함께 한 곡과 그렇지 않은 곡의 차이를 보는 것도 또 다른 감상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대표적인 예로 들고 싶은 곡은 “I feel you”가 있는데, IDM 느낌의 글리치 사운드와 매력적인 신스 톤의 절묘한 조화, 여기에 등장하는 변조된 보컬과 심플한 진행까지 방민혁의 음악 세계 중 일부를 만날 수 있는 구간이다. 반대로 “사진첩”이나 “나만의 이야기”는 심플하면서도 재즈의 요소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으면서도 음악적 깊이가 느껴지는 곡이다.

 

하지만 첫 곡 “OAOA”를 듣는 순간부터 방민혁의 다양한 매력 가운데서도 장점에 포인트를 잘 두는 듯한 편곡과 방향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알앤비/소울 음악의 매력을 잘 아는 이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곡이 아닐까 싶다. 이어지는 “Pushover”나 “쉽게 설명되지 않는”, “새벽, 봄” 같은 곡은 발라드부터 재즈까지 다양한 결의 음악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그이기에 가능한 앨범이다. 방민혁에 입문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세 곡이기도 하다. 여기에 “친구로 지내자”는 방민혁의 매력이 강하게 다가오며, 음색에서 오는 텐션이나 매력적인 편곡의 변주는 “OAOA”를 좋아하는 장르 음악 팬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보사노바를 매력적으로 녹여낸 “Cuando”, 90년대 알앤비 음악을 닮은 댄서블한 리듬의 “Butterfly”까지 앨범은 단단하게 하나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멋진 구성을 담고 있다.

 

짧은 글로는 미처 다 풀지 못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방민혁의 정규 앨범을 기다리기도 했고 좋은 작품을 어떻게든 소개하고 싶었으나 글이 다소 부족했을 수도 있다. 이 글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글인데 이 글이 왜 아쉬운지, 어떤 점에서 아쉬운지는 직접 앨범을 들으며 확인해보자.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 글의 아쉬움을 채우는 좋은 글을 더 많이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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