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 [조그만 너를 위한 한 문장]

사랑하는 한 사람을 위해 음악을 만든다는 건 어떤 걸까? 음악을 만들어본 적 없는 나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지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온 마음을 다해 작업을 하고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같은 창작가에게도 경외로운 작업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본다.

 


 

이태훈
조그만 너를 위한 한 문장
2021.11.08

 

이태훈이라는 음악가가 자신의 음악을 담아낸 지 어느덧 긴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까데호부터 세컨세션, 헬리비전, 화분, 테호, 마찰, 비헤디드, 오복성, 음악그룹 시로는 물론 최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의 협연까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가 쌓아온 수많은 음악 여정만 복습해도 꽤 많은 음악적 영감과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그는 오랜 시간 솔로로서 활동해왔다. 다른 이들과 함께 만드는 음악도 멋지지만, 오롯이 그의 연주와 목소리만으로 만든 솔로 앨범은 수많은 활동들 사이에서도 독창적인 가치가 있다. 폭발하는 에너지, 넘치는 그루브 사이에 슬쩍 보이는 독주집은 상대적으로 정적이면서도 그 안에 조용히 꿈틀대는 것이 있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밴드 안에 있는 이태훈과 전혀 다른 독립적인 음악가가 아니라, ‘이런 세계도 있구나’ 하면서도 이태훈의 음악을 줄기차게 따라온 팬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음악이다. 이번에 선보인 세 번째 앨범은 그러한 음악 여정의 중간에 있으면서도 어딘가 은은한 빛이 난다.

 

 

사랑하는 한 사람을 위해 음악을 만든다는 건 어떤 걸까? 음악을 만들어본 적 없는 나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지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온 마음을 다해 작업을 하고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같은 창작가에게도 경외로운 작업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본다. 이태훈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은 그런 과정과 마음이 담겨 있다. 조용한 공간에서 나지막이 틀어 놓고 듣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거창한 편성이나 화려한 전개가 없어도 아름다움은 이렇게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앞선 두 장의 앨범과 결이 다르거나 솔로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이 바뀐 것은 아니다. 그는 첫 번째 앨범에서도, 두 번째 앨범에서도 자신의 진심을 전했고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잔잔한 가운데 그 안에서 작은 변화로 울림을 바꾸는 방식을 통해 곡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쇼루의 성격이기도 한데, 이태훈은 지난 두 번째 앨범에서 쇼루를 기반으로 자신의 앨범을 꾸렸다. 이번 앨범도 그러한 성격이 어느 정도 들리는 듯한데, 그보다는 앨범 전체에 담긴 진심이 먼저 다가오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크게 생각하게 되지는 않는다. 기타 한 대로 연주하는 곡도, 여기에 이태훈의 보컬과 노랫말을 얹은 곡도 듣고 있으면 행복해지지만 여기에 동료들이 함께 전하는 마음도 그야말로 이심전심이다. 특히 마치 모두가 한 아이를 조심스레 바라보고 달래주듯 천천히, 섬세하게 얹는 연주는 그 세밀함을 듣는 재미도 있다.

 

언제나 나는 이태훈이라는 음악가가 만드는 거대한 유니버스를 다른 이들도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 앨범은 아마 그가 만든 작품 중 가장 접근성이 높으면서도 그 진심을 좀 더 크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만약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음악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어떤 음악을 만들 것인가를 상상해보고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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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찰 [마찰시험]

놀랍고도 재미있는, 이태훈이라는 음악가의 에너지와 그에 충분히 동행할 수 있는 민상용이라는 음악가의 합이 놀라우며 이태훈이 기타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동안 민상용은 그것을 훌륭하게 때로는 뒷받침하고, 때로는 그 장단에 맞춰 놀고, 때로는 잘 정리한다.

 


 

마찰
마찰시험
2021.07.23

 

워낙 훌륭한 소개글이 있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어떤 말을 덧붙일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을 하며 이 앨범을 들었는데, 앨범은 예측하는 것과 거리가 멀 것 같다는 예측만을 맞췄을 뿐 그 외에는 온통 흥미로움의 연속이었다. 앨범 소개글 중에서 굳이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적합한 단어를 찾는다면 스토너 록이 아닐까 싶다. 물론 얼터너티브 메탈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동의한다. 실제로 이 앨범에서 특정 장르 문법을 찾으려고 애를 쓰면 별로 건질 만한 단서는 없을 것이다. 놀랍고도 재미있는, 이태훈이라는 음악가의 에너지와 그에 충분히 동행할 수 있는 민상용이라는 음악가의 합이 놀라우며 이태훈이 기타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동안 민상용은 그것을 훌륭하게 때로는 뒷받침하고, 때로는 그 장단에 맞춰 놀고, 때로는 잘 정리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비단 연주자로서의 역량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민상용이라는 엔지니어가 얼마나 뛰어난 기술을 지니고 있는지 특히 밸런스와 기타 녹음의 측면에서 감탄할 수 있다. 일전에도 몇 차례 소리에 감탄하여 엔지니어를 찾아봤을 때 민상용이라는 이름을, 혹은 스튜디오 로그라는 이름을 발견했는데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가장 익숙한 사람과의 호흡이기 때문에 더욱 긴밀하고 밀도 높은 결과를 만든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듣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이 앨범이 실험이 아닌 시험인 이유에 관하여 사실 궁금함이 큰데, 그러한 질문을 가지고 앨범을 몇 차례나 반복해서 들었다. 결국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변화무쌍한 호흡과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이희문의 소리만큼은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희문이 모든 곡에 피쳐링으로 표기가 되어 있는데, 함께 호흡을 맞춘 팀원이 아니라 피쳐링인 이유는 알 것 같았다. 비단 곡에 파편적으로 배치되어 그런 것이 아니라, 곡을 이끄는 주역이 아닌 객원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좀 더 마찰의 색에 이희문을 끌어온 것에 가깝다고 느껴서다. 잼의 형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며 한국의 소리를 더한 것이지만 여기에는 즉흥과 연주의 태도가 느껴지지만 그 안에 담긴 한국의 소리에 관한 설득력은 이희문이 끌어올렸다. 국악 크로스오버라는 세간의 범주에 넣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잘 살펴 들어보면 어떤 부분은(혹은 어떤 정신-spirit-은) 온전히 마찰이라는 2인조 밴드의 것이자 한국의 것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희문이라는 인물을 끌어들인 것은 톤의 측면에서도,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여러모로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마찰의 음악은 한여름에 더울 때 들으면 더 좋다. 이유는 직접 들어보면 알 수 있다.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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