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won Yim (임수원) [When It Falls]

임수원의 [When It Falls]는 각 곡이 지닌 매력이 큰 작품이다. 결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흐름과 호흡 속에서 다양한 편성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임수원의 독주 역시 빛나는 순간이다. 올해 한국 재즈는 이렇게 또 하나의 빛나는 순간을 얻게 되었다.

 


 

Suwon Yim (임수원)
When It Falls
2021.10.15

 

이 앨범을 듣다 보면 두 가지 측면에서 굉장히 감탄하게 된다. 우선 하나는 서정이다. 자연에서 오는 영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나무와 바람, 하늘, 달, 바다 등 소리와 느낌, 보여지는 색들을 보며 써 내려간 앨범”이라는 소개글에 부합하게 뚜렷한 분위기를 넘어 분위기 이상으로 한 사람이 지니고 있는 감성을 온전하게 전달한다. 재즈 피아니스트인 동시에 동요 작곡가이기도 한 그의 음악은 단순히 순수함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 있다. 마냥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순진한 것이 아닌, 그렇다고 순수한 척하는 것도 아닌 자신의 시선과 마음을 잘 간직해온 단단하면서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 물론 임수원이라는 음악가가 실제로 그러한 사람인지, 혹은 그러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결과로 드러나는 앨범은 그러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표현이나 마음을 이 작품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으며, 앨범을 듣다 보면 억지로 자연의 소리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곡을 통해 그러한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임수원이라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밴드리더가 들려주고 싶은 모습은 자연의 모습이지만, 동시에 그걸 통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건 임수원이라는 음악가만이 풀어낼 수 있는 감성이다.

 

 

서정적인 음악 뒤에 또 다른 감탄의 요소가 있으니, 바로 비대면 세션이다. 앨범은 모든 곡이 비대면 홈 레코딩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며, 코로나-19에 더없이 잘 맞는 작업 방식이다. 2020년부터 봉쇄령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락다운을 겪으며 몇 음악가는 혼자서, 그러니까 나의 피아노 연주와 나의 베이스 연주가 합을 맞추는 식으로 음악을 제작하고는 했다. 베드룸 팝이라고 해서 한 사람이 랩탑과 악기 한, 두 가지 연주를 기반으로 곡을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기는 했지만, 재즈 내에서는 한동안 혼자서 모든 악기를 연주하고 녹음하여 만드는 것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 추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 앨범은 비대면 홈 레코딩을 통해 제작되었다고 하니 그 방식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정확히 어떤 식으로 연주를 주고받았는지, 또 녹음된 것을 받았는지 등의 과정이 궁금하지만 어쨌든 이 작품은 그러한 방식으로도 충분히 좋은 합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 물론 좀 더 불처럼 타오르는 성격의 앨범은 이러한 방식으로 연주 간의 합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코로나-19 시국 속 생겨나는 여러 풍경 중 또 하나의 방식을 제시하여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지면 상 가장 크게 느낀 두 가지만 썼지만, 임수원의 [When It Falls]는 각 곡이 지닌 매력이 큰 작품이다. 결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흐름과 호흡 속에서 다양한 편성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임수원의 독주 역시 빛나는 순간이다. 올해 한국 재즈는 이렇게 또 하나의 빛나는 순간을 얻게 되었다.

 


Editor / 블럭

Suwon Yim (임수원) [애벌레]

특정 시기에 만들어진 동요는 어떤 세대에게 기억으로 남아 어른이 되어도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고, 어떤 동요는 깊이 있는 가사로 어른의 마음도 울리고는 한다. 임수원의 작품 [애벌레]를 들으면 그러한 생각이 든다. 어른들을 위한 동요라는 것이 존재하는구나 싶어서 마음 한 켠에 울림이 있었고, 편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Suwon Yim (임수원)
애벌레
2021.08.27

 

동화 중에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많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있다. 그걸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동화도 있다. 어떤 동화는 아이를 위해 쓰였지만 어른이 더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동요도 마찬가지다. 특정 시기에 만들어진 동요는 어떤 세대에게 기억으로 남아 어른이 되어도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고, 어떤 동요는 깊이 있는 가사로 어른의 마음도 울리고는 한다. 임수원의 작품 [애벌레]를 들으면 그러한 생각이 든다. 어른들을 위한 동요라는 것이 존재하는구나 싶어서 마음 한 켠에 울림이 있었고, 편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임수원이라는 음악가를 지난 해 뒤늦게 GQ 어워즈 리스트에 올렸다. 동요라는 테마와 재즈를 동시에 가져가면서 훌륭한 재즈 앨범을 만들어낸, 그래서 새로운 재즈를 만드는 데 성공한 임수원의 데뷔 앨범은 코로나-19 시국에 발매된 데뷔작이라 반가운 동시에 활발한 라이브 활동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이번 앨범은 전작보다 좀 더 보컬에 비중을 두었고, 동시에 좀 더 동요에 무게를 옮겼다. 전작에서 보컬이 있었던 ‘Dottori’는 재즈 곡 위에 동요에 가까운 보컬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임수원의 보컬이 동요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다. 어린아이와 같은 음색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간결한 폭의 보컬 라인과 예쁘고 사랑스러운 가사는 동요로서도 훌륭한 가치가 있겠지만, 재즈라는 단단한 토대 위에 동요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애벌레’와 ’숲속에는’은 당장이라도 힙한 엄마, 아빠들이 아이에게 들려주며 같이 즐길 것 같은 곡이다. 조금은 차분한 ‘Hope’나 ‘인생이 그래’는 후에 나오는 ‘토닥이’와는 또 다른데, 아무래도 위로해주는 느낌을 주다 보니 어른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마지막 두 곡 중 ‘토닥이’가 정말 아이들에게 힐링을 주는 곡이라면, ‘Leaving Nest’는 Edmund Lee의 음색도 그렇고 편안한 재즈 곡에 좀 더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하면서도 동요 음악을 만드는 것을 놓지 않는 임수원의 음악을 들으며, 그의 다른 활동을 함께 보며 동요를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낀다. 아마 동요를 만들 때 필요한, 혹은 꼭 있어야 하는 그런 감성이 존재하기에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 루나(LUNA), 솔(SOLE)과 협업한 것은 물론 풀리 볼드(Fully Bold)로 마제스틱 채널을 통해 제이문과 선보인 곡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하면서도 임수원은 자신의 것을 단단하게 가져간다. 앞으로 나올 동요 앨범도, 재즈 앨범도, 그리고 작곡가, 연주자로서의 멋진 협업도 계속 기대하게 되는 건 자신의 것을 선보였을 때 더욱 가치가 느껴지는 아름다움 덕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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