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닙(honnip), 곽 [Dogs]

 

개들이 서로를 물어대는 모습을 어쩔 도리 없다는 듯 지켜보는 이야기를 광폭하거나 혼란스럽게 담기보다 “차분하게 내려보 (‘이유’)”는 시선으로 담담하게 다룰 때, 이 기이한 경관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걸지도 모른다.

 


 

혼닙(honnip), 곽
Dogs
2021.12.29

 

‘Dogs’의 첫머리에서 소리의 조각과 불순물은 장식품이 된다. 우울 한날(Oowl Hannal)에서의 작업까지를 포함하더라도 길지 않은 시간동안 적은 수의 트랙을 발매했지만, 혼닙의 음풍경이 유사한 음색과 양식의 포크 음악들보다 두드러졌던 건 그 때문이다. 곽이 말문을 열기 전까지 50초, 아니면 트랙 전체의 골격이 되어줄 베이스가 들어오기 전까지 30초 동안, 코와 입에서 나오는 미약한 숨소리와 기타 현이 만들어내는 경미한 잡음이 소리의 둘레에 자그마하게 뿌려진다. 중앙에는 나중에 목소리가 들어올 자리가 빈 채, 전자음 박동과 다르지 않는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서서히 채워진다. 미묘하게 컨트리풍인 기타 피킹을 짧고 차분하게 반복해 속도감을 형성하는 이러한 방식은 [이유]에 수록됐던 ‘PAPEPATI’나 ‘조’, 아니면 ‘취’와 같은 트랙에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이는 혼닙의 트랙에서 기타 소리가 리듬과 선율에서 등장하는 두 개의 주된 방식이기도 하다. 다만 ‘Dogs’에서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감초처럼 등장할 뿐이고, 베이스음이 대신 주요 자리를 차지한다.

 

 

‘Dogs’는 음량 간의 큰 차이를 두지 않고 뒤섞여있던 소리들의 위계가 서서히 분류되면서 시작된다. 그나마 중심축에 위치하는 것은 다만 반복에 따라 심어지는 베이스음과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곽의 보컬이다. 베이스만큼의 저음부를 차지하지 못하여 퍼커션처럼 툭툭 들어오는 드럼과 가물거리는 전기 기타음이 새 장식음이 된다. 재미있게도, ‘Dogs’에서는 이렇게 하나의 길고 연속적인 호흡을 가진 구간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주요 뼈대는 반복으로 이뤄졌고, 스쳐지나가는 작은 소리들이 빈 공간들을 드문드문 채운다. 이에 따라 곽의 보컬이 담아내는 멜로디 또한 어떠한 ‘라인’을 타고 오르내리기보다는, 큰 음고 변화 없이 짧게 흥얼거리는 구절들에 가까워진다. 그렇지만 그 덕에 각 절 맨 뒤에 위치한 “lose it”이 한 호흡에 길게 늘여지는 것에 따라, 상대적으로 힘을 세게 주었던 목소리가 끝까지 견디려 애를 쓰다 결국 흩어져버린다. 그 형상은 개들이 서로 싸워대고 신발을 물어뜯고 땅을 파고 파고 또 파는 광경에 손쓸 수 없이 기술만 하는 노랫말과 함께, 화자가 정신머리를 느리고 무력하게 “잃어가는” 것에 동원된다.

 

트랙의 전개에서 분명한 시작과 중간과 끝이 없이 언제나 진행 중인 느낌이 드는 것은 위에서 이야기했듯 대부분의 부분들이 각자의 규모에서 짧게 반복되거나 문득 나타났다 사라지며 전체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유’와 같은 트랙에서도 그랬듯, 혼닙은 반복을 새로 시작하는 구간을 서서히 삽입해오거나, 조그마한 소리들을 곳곳에 흩뿌리는 것으로 이러한 정경에 자세함을 더한다. 개들이 서로를 물어대는 모습을 어쩔 도리 없다는 듯 지켜보는 이야기를 광폭하거나 혼란스럽게 담기보다 “차분하게 내려보 (‘이유’)”는 시선으로 담담하게 다룰 때, 이 기이한 경관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걸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걸 굳이 드러내지 않더라도, 트랙은 짧은 단위의 장면들이 계속 반복되는 줄 모르게 이들을 진행시키면서 청자를 서서히 옭아매온다. 나뒹굴고 있는 개들을 허탈하게 내려다보고만 있는 사람을 먼발치에서 가만히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어느새 곽의 목소리는 훨씬 더 옅은 코러스와 미세한 중얼거림의 조각들이 되어 연주음들의 희미한 장식이 되어버리고, 약하게 둘러싸인 어쿠스틱 기타만이 남아 그 연주를 몇 십 초간 반복한다. 맨 앞에 나타났던 것보다 울림이 덜해진 사운드가 슬쩍 분명해지며, 다시금 무슨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 또 다른 브릿지가 찾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예감을 준다. 하지만 “Dogs”는 거기에서 곧장 끝난다. 그것은 이를테면 이동 중에 잠시 멈춰선 차창 바깥으로 기이한 풍경을 쳐다보다가, 멈춰선 것만 같던 시간이 다시 원래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눈앞의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질 때의 짧은 여운만을 남긴다. 귀 안쪽의 세계에서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겠지만, 개들은 여전히 트랙 속에서 언제나 그랬듯 다른 개들이나 자기 자신이나 누군가의 신발을 물어뜯고 있을 것이다. 그 여운의 뒤꽁무니에서 채 사라지지 않고 10초가량 남아있는 조용한 여음은 이렇게 말하는 것도 같다: “난 낭만적인 개들과 여기에 있어. 그리고 계속 여기에 머물 거야. (로베르토 볼라뇨, 「낭만적인 개들」, 김현균 옮김, 열린책들, 2018.)”

 


Editor / 나원영 (대중음악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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