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김아일 <some hearts are for two>
<some hearts are for two>는 4년 만에 발표하는 김아일의 신보이자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대체 불가능한 음색과 독보적인 음악성으로 이미 발매와 동시에 많은 관심을 받았던 만큼 열 한 곡이라는 풀랭스를 꽉 채워 구성된 이번 앨범은 우리 주변에 공기처럼 자리한 우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코 선명한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우울’이라는 대상의 특성 탓인지, 앨범은 러닝타임 전반에 걸쳐 바다 위를 부유하는 듯한 뭉근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더불어, 김아일의 강점이기도 한 복합적인 장르적 특성을 대변이라도 하듯 한 가지 색으로 좁혀지지 않는 소리들의 구성은 결국 그 모든 감정을 마주하고 그보다 커다란 사랑을 통해 그것들을 아우르려는 작품의 메시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Joe Layne <Life O Life>
조레인의 음악은 언제나 삶을 향한 충만한 감정들로 가득하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삶에 대한 예찬을 아끼지 않고 있는 이번 다섯 번째 정규 앨범 <Life O Life>는 아홉 곡에 걸쳐 자연스레 밝은 기운을 듬뿍 받아 갈 수 있게끔 든든한 손길을 내어주는 작품이다. 여유로운 분위기를 기반으로 이어지는 기타 연주와 담백한 보컬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파도보다는 잔잔한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그러나 꾸준하게 이어지는 해류의 그것을 닮아있다. 폭발적인 구간 없이도 시나브로 기분을 상기시키는 조레인의 작법은 그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악기들의 질감 조합을 통해서 단단하게 완성된다. 특히나 모든 곡의 작편곡을 1인 체제로 이어온 만큼 뚜렷한 색채로 칠해진 아홉 트랙은 든든한 한 끼 식사와도 같은 음악적 포만감을 선사한다.
곽태풍 <나는야 락스타 !>
작년 6월, 첫 번째 싱글 <소년이 소녀에게>로 데뷔한 후 꾸준한 활동과 함께 몇 차례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확실한 색깔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는 곽태풍. 곽태풍은 ‘강렬’이라는 표현마저도 부족해 보이는 활동명으로 한 번, 그리고 그 이름이 주는 느낌이 무색할 만큼 청량하고 풋풋한 소년의 감성으로 두 번 놀라움을 주는 음악가다. <나는야 락스타 !>는 지난 11월 발매된 그의 첫 번째 정규 앨범으로, “나의 첫 기록이자 나의 모든 시절”이라고 스스로 표현했을 만큼 음악가로서의 색깔을 가감 없이 담아낸 작품이다. 거칠거칠하고 시원시원한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이어지는 곽태풍 특유의 미려한 보컬은 길지 않은 활동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인이 가진 강점을 확실히 알고 있는듯한 노련미를 풍긴다.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다린 <축>
다린의 음악은 한 글자, 한 글자 연필로 꾹꾹 눌러 써 내려간 편지를 닮았다. 서걱거리는 목소리의 질감과 사려 깊게 골라낸 언어들이 한데 모여있으니, 마치 보내는 이의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처럼 포근한 온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26일에 발매된 <축>은 가을을 건너뛰고 부쩍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세상에 나와, 듣는 이의 마음 깊은 곳까지 그러한 따스함을 전하는 곡이다. 특히 이번 신곡은 ‘축’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지난 4월부터 두 달 간격으로 이어진 싱글 프로젝트의 끝자락에서 그간의 이야기들을 아우른다. 그래서일까, 곡 전반에 녹아든 첼로 연주와 함께 낮은 곳에서부터 일렁이는 다린의 목소리에서는 지금까지보다 차분한, 그러나 조금 더 묵직한 떨림이 느껴지는 듯 하다.
손서정 <갈피>
일부러 멋 내지 않아도 빛이 나는 목소리가 있다. 손서정의 음악은 애써 꾸미지 않아도 자연스레 새어 나오는 색깔로 가득하다. ‘티 없이 맑음’과 ‘가볍지 않은 진중함’ 사이 어디쯤에 놓인 그의 목소리는 쉬이 잊기 힘든 힘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로 그 의미를 확장하는 손서정의 작업 방식은 창작자로서의 색깔을 한층 더 밀도 있게 만드는 차별점이기도 하다. 이번 신곡 <갈피> 속에 담긴 이야기 또한 환상적인 연출이 인상적인 동명의 뮤직비디오와 짧은 동화로 여러 차례 확장되어 그가 생각하는 ‘사랑’의 면면을 다채롭게 담아낸다. 다재다능한 신예 음악가의 다음을 상상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 또 어딘가로 넓어져 갈 손서정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시너가렛 <Invisible Diary>
로컬씬이라는 표현이 점점 유명무실해져 가는 요즘, 시장의 분위기를 거스르고 심심찮게 눈에 띄는 지역이 있다. 바로 부산이다. 지역의 고유한 정취 덕분인지 출중한 실력은 물론 개성 있는 음악성으로 무장한 음악가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는 부산에서 또 한 번 귀를 사로잡는 팀이 등장했다. 지난 10월, 데뷔 EP <Invisible Diary>를 발표한 시너가렛이다. 이들의 음악은 ‘누아르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눅진한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없던 사연마저 떠오르게 하는 보컬 ‘허두원’의 목소리, 그리고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이동영’, ‘홍현승’의 안정적인 연주는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기승전결 한 편을 뚝딱 완성해낸다. 쉴 틈 없이 다음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는 시너가렛의 에너지는 이제 막 부산에서 시작해 세상을 향해 서서히 약동하는 중이다.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허캐(hukke) <closetclosetcloset>
싱글 <closetclosetcloset>과 함께 등장한 허캐의 모습에서 어딘가 익숙함을 느꼈다면 제대로 본 것이 맞다. ‘허캐’는 박문치 유니버스의 든든한 보컬리스트이자 외계인 시스터즈 중 한 명인 ‘루루’의 새로운 활동명이다. 그간의 개성 있는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어있었을 법도 한데, 이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본인만의 색깔을 듬뿍 담아 완성된 이번 싱글은 뭉근하면서도 허스키한 허캐의 보컬톤을 매력적으로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closetclosetcloset>은 그러한 보컬톤과 대비를 이루는 청량하고 상쾌한 분위기 사이의 균형이 인상적인 곡이다. 그래서일까, 짐으로 느껴질 수 있는 수많은 미련조차 소중히 간직하려는 메시지는 머뭇거림과 새로운 다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절묘하게 담아낸다.
DRENCH <DAY 2 NIGHT>
<DAY 2 NIGHT>는 작년 4월 데뷔 이후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작업을 이어온 DRENCH의 첫 번째 EP이다. 1번 트랙 ‘6 in the morning’을 시작으로 마지막 트랙인 ‘밤하늘’로 마무리되는 다섯 곡의 서사는 시간 축을 중심으로 마치 그라데이션처럼 ‘나의 하루’라는 서사를 이어가는데, 다시금 반복될지라도 그 또한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그간의 음악 활동을 갈무리하는 작품으로서의 손색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마침 이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이 선공개 트랙으로 발표되었다는 사실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 그 사이 사이의 이야기를 특유의 미성과 담백한 노랫말로 채워 넣은 DRENCH의 음악은 계속될 그의 또 다른 하루로 이어지는 중이다.
고즈넉 <두고 갈 것들:>
지난 9월 말, EP <두고 갈 것들>은 고즈넉의 데뷔 작품이자 소품집이다. 6곡에 걸쳐 짙게 묻어나는 공간감은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해주는 것은 물론, 순간순간 초연한 기운마저 느껴지게 한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두고 갈 것들을 모아 만”들었다 덧붙이고 있는 앨범 소개글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지점이다. 그가 마주한 일상의 장면들은 여러 뮤지션들의 목소리를 빌어 묘사되는데, 그 하나 하나의 목소리가 전부 곡 속의 감정선과 자연스레 어우러지고 있어 고즈넉의 프로듀서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치 인생의 새로운 장을 준비하듯 적어 내려간 누군가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들은 그렇게 음악이라는 언어를 타고 또 다른 누군가의 새삼스러운 공감으로 번져간다.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매미(MEMI) <I don’t give a>
올해 5월, 싱글 <Hate U>와 함께 등장한 매미(MEMI)는 사실 알고 보면 햇수로 1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뮤지션이다. 밴드 ‘24아워즈’와 ‘서울문’의 기타리스트 ‘김혜미’이자 이제는 어엿한 솔로 아티스트로서 어느덧 두 번째 싱글 <I don’t give a>를 발표한 매미의 음악에는 오랜 시간 쌓아온 실력과 더불어 그 시간 동안 변함없이 이어져 온 열정이 듬뿍 담겨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싱글 <I don’t give a>는 리프 하나하나 마다 음악과 기타를 향한 애정이 오롯이 새겨져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듣는 내내 기분 좋은 떨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24아워즈의 익살스러움과 서울문의 청량함, 이제는 묵직한 록 사운드까지 섭렵한 매미의 연주는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는 듯 강렬하고 또 거침없다.
보수동쿨러, 해서웨이 (Hathaw9y) <LOVE SAND>
명실공히 지금의 부산 밴드 씬을 대표하는 두 밴드가 뭉쳤다. 몇 차례의 합동 공연으로 이미 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가 이번에는 4곡으로 구성된 EP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장난처럼 자연스레 시작되었다는 이들의 협업은 더할 나위 없이 밝은 기운으로 트랙 전반을 감싸 안으며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곳곳에 묻어나는 두 밴드의 유대감은 마치 정겨운 가족사진을 연상케 하는 앨범 커버에서도 또 한 번 음악과 맞물리며 그 따뜻함을 배가시킨다. 보수동쿨러의 음악 같기도, 해서웨이의 음악 같기도, 그와 동시에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절묘한 소리의 합으로 가득한 <LOVE SAND>. 이런 만남이라면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이다.
우(Wooo!) <SATURATION>
<SATURATION>은 몇 차례의 작곡 활동으로 먼저 이름을 올린 바 있는 프로듀서 우(Wooo!)의 첫 번째 솔로 작품이다. 프로듀서의 솔로 작품으로 발표되는 여타 음악들은 주로 해당 트랙에 목소리를 더해주는 피쳐링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 것에 비해, <SATURATION>은 신기하게도 사람의 목소리보다 그 너머로 흩뿌려진 소리의 질감, 그리고 그 질감과 목소리 마저 아우르는 전체적인 뉘앙스가 훨씬 더 강렬하게 기억을 휘어잡는다. 그만큼 짙게 풍겨지는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적 색깔은 비할 바 없는 몰입감으로 이어지는데, 7곡으로 구성된 전체 트랙을 한 차례 정주행하고 나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통과한 것 같다는 인상마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CHS <HIGHWAY>
6인조 밴드 CHS의 음악을 아는 사람이라면 ‘여름 하면 CHS, CHS 하면 여름’이라는 표현을 두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섯 명이라는 인원이 뿜어내는 터질듯한 에너지는 여름의 그것을 쏙 빼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발표된 첫 번째 싱글 <땡볕>을 시작으로 매년 여름마다 꾸준히 멋진 음악을 선보여온 이들의 신곡 <HIGHWAY>는 흡사 열대 지방의 뜨거운 태양과 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물론, ‘HIGHWAY’라는 제목처럼 속도감 넘치는 구성을 자랑한다. 게다가 ‘Q the Trumpet’의 트럼펫 연주가 더해져 더욱 풍성해진 사운드로 완성되었으니 음악을 듣는 내내 덩달아 가슴 뛰는 여름의 에너지를 오롯이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사히 <춤이라도 춰>
아사히의 여름은 역동적이다. 이들의 신곡 <춤이라도 춰>는 제목 그대로, 이렇게 뜨겁고 설레는 날씨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 춤이라도 추는 것이 어떠냐 노래하는 곡이다. ‘Dreamlike’, ‘권혁주’, ‘고장난’ 3인으로 이루어진 아사히는 멤버 각자의 역할과 역량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완성되는 특유의 가슴 끓는 감성을 자랑하는데, 이 특유의 감성이 여름이라는 키워드와 어우러져 실제로 책상을 박차고 이 계절의 에너지를 만끽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의 음악이 탄생했다. 아무리 날씨가 더워져도 이조차 언젠가 사라져버릴 열기라 생각한다면 일분일초 전부가 아깝고 소중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아사히는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한가득 끌어안고 지나가는 여름의 뜨거움에 그대로 몸을 맡긴다.
임세모 <이게 사람 사는 날씨냐>
물론 모두가 여름의 뜨거움을 설레는 마음과 함께 만끽하길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목부터 눈을 사로잡는 임세모의 새 싱글 <이게 사람 사는 날씨냐>는 “근데 이건 좀 아니잖아”라며 찌는듯한 더위를 향해 진심이 뚝뚝 묻어나는 마음을 노래한다. 물론 실제로 음악을 들어보면 꽤나 직설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귀여운 투정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시원한 물속의 두부가 부럽다는 등의 표현들은 아기자기한 멜로디와 어우러져 은은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름이 마냥 싫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여름을 향해 부려보는 투정이야말로 “파란 하늘”과 “맛있는 과일”을 만날 수 있는 이 계절에 대한 애정 표현일 테니 말이다.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g1nger <You Found Me>
세련되고 단단한 감성, 그리고 그에 대비되는 친근한 이미지로 데뷔 초부터 꾸준히 사랑받아온 g1nger (이하 ‘진저’)가 새로운 싱글 <You Found Me>와 함께 돌아왔다. 물론 그사이에도 커버 영상과 공연 등을 통해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온 진저인 만큼, 이번 신곡은 그녀의 행보와 꾸준히 함께 해온 이들이라면 마치 반가운 선물과도 같이 느껴졌을 것이다. 안 그래도 반가운 진저의 목소리는 베이스가 두드러지는 미니멀한 악기 조합 위에서 주인공처럼 부각되는데, 분위기가 반전되는 파트와 파트 사이를 여유롭게 넘나들며 감정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모처럼 전자 사운드와 어우러진 그녀의 목소리처럼 미묘한 사랑의 면면을 노래하는 이번 곡은 그 분위기를 십분 담아낸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하길 적극 권한다.
최낙타 <HERB>
여전히 푸르른 감성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최낙타는 알고 보면 이제 만으로 데뷔 10년 차에 접어든 중견 뮤지션이다. 2013년 데뷔 싱글 <얼음땡> 이후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는 동시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얼굴을 알리며 그만의 음악성을 쌓아왔다. 이번 싱글 <HERB> 또한 약 1년 반 만에 발표하는 신곡임에도 불구하고 최낙타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질감으로 가득 차 있다. 낯설지 않은, 그러나 동시에 쉽사리 눈치챌 수 없는 감정의 끝자락을 음악으로 담아낸 <HERB>는 그 제목을 닮아 작지만 섬세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숨기지 못해 새어 나온 마음이 더 많았다”는 앨범 소개 글처럼 자연스레 새어 나오는 반가움과 설렘으로 가득한 초록빛 멜로디를 소개한다.
Charming Lips <Mindfulness Color>
대체 불가능하면서도 감각적인 작법으로 여러 뮤지션과 다양한 방식으로 합을 맞춰온 프로듀서 Charming Lips (이하 ‘차밍립스’). 가장 요즘의 소리를 선보이는 그가 정말 오랜만에 솔로 작품을 발표한다.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합작 앨범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2017년 데뷔 싱글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솔로 EP <Mindfulness Color>는 그간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다채로운 밀도를 자랑한다. 그 과정에서 Summer Soul, Western Kite 등 음악적인 색깔로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뮤지션들의 목소리가 차밍립스의 뭉근한 바이브로 어우러지는 과정은 특히나 프로듀서로서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지점.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이 가사 없는 연주곡으로 구성되어 여러모로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이번 EP의 시작과 끝을 매듭짓는다.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잭킹콩(Jackingcong) <Hiking>
풍성하고 기분 좋은 사운드로 대표되는 잭킹콩의 음악은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연주로 듣는 이의 텐션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주곤 한다. 그런데 올해 5월에 발표한 이들의 새로운 싱글 은 사뭇 낯선 분위기를 풍긴다. 지치고 무뎌진 마음을 안아달라 이야기하는 노랫말은 지금껏 이들이 선보여온 음악에 비해 처연하다고까지 느껴지는 감상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변화는 결코 어둡고 우울한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 발짝 떨어져 묵묵히 기반을 잡아주는 트럼펫 연주와 한껏 차분하고 잔잔해진 구성에 힘입은 노랫말은 도리어 공감과 위로라는 키워드와 함께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며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잔잔한 용기를 선사한다. 덜어낸 만큼 더욱 풍성해진 잭킹콩의 음악 끝에는 언제나 그렇듯 미소가 함께 한다.
한로로 <입춘>
<입춘>은 싱어송라이터 한로로의 데뷔 싱글이다. 스스로, “나의 발화(發花)를 기록하기 위한 곡”이라 소개하고 있는 이 노래는 제목 그대로 언젠가 다가올 자신의 봄날을 기다리겠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음악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요소로 인해 그 이야기가 전혀 ‘수동적인 기다림’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맑은 음색과 동시에 깊은 울림을 지닌 목소리는 단지 ‘기다리는’ 것을 넘어, ‘찾아 나서는’ 듯한 단단하고 초연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꽉 찬 기타 사운드와 그 위로 얹어지는 미려한 바이브레이션의 어우리짐은 곡 전반에 걸쳐 자연스러운 감정적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음악의 힘을 빌려 듣는 이의 마음과 공명하는 그녀의 발화(發花)는 곧이어 저마다의 마음속 불씨가 되어 발화(發火)할 수 있는 힘을 건넨다.
blurrin’ (블러린) – 기다리던 아침이 올 거야
마지막으로 소개할 싱글 <기다리던 아침이 올 거야> 역시 blurrin'(이하 ‘블러린’)의 데뷔곡이다.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미리 공개된 바 있는 데모 버전보다 훨씬 풍부한 사운드, 힘 있는 보컬로 완성된 이 곡은 ‘시작’이라는 단어에 담긴 설렘보다도 그 이면에 드리운 적막함, 그리고 막연함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아진 아침”을 그리며 “매일을 설레어하자”며 노래하는 목소리는 마치 온 힘을 다해 꾹꾹 눌러 디디는 발자국의 기운을 닮았다. 곡의 후렴구에 밴드 더 폴스와 wave to earth의 멤버이기도 한 김다니엘의 목소리가 더해져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는 감성이 완성되었다. 저마다의 계절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모두를 위해 시린 햇살을 닮은 블러린의 음악을 권해본다.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Jflow [If You Didn’t Know]
음악은 국경 없는 언어라는 표현이 있는 것처럼, 별다른 소통 없이도 음악을 매개로 특별한 유대감이 형성되는 경우를 우리는 살면서 종종 경험하곤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아티스트 Jflow의 신곡 작업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평소 좋아하던 해외 가수와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일면식도 없던 필리핀 출신 아티스트 Peej에게 연락을 보낸 그의 진심은 그렇게 ‘If You Didn’t Know (With. Peej)’라는 곡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음악을 듣고 있자면 Jflow가 깔아놓은 편안한 선율 위에 이국의 향을 물씬 풍기는 Peej의 보컬이 얹어져, 마치 오래 알고 지낸 두 친구의 편안하면서도 진득한 대화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국경 없는 언어로 짜여진 이들의 기분 좋은 유대감은 듣는 이들마저 녹여내는 음악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오키 [안부]
본인의 가창 없이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뮤지션의 작업은 마치 용병술과도 같다. 수많은 뮤지션의 목소리와 성향을 고려한 후 적재적소에 그들의 힘을 보태 곡을 완성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색소포니스트 김오키는 이 분야의 대가라 할 만하다. 장르 구분 없는 다양한 피쳐링으로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김오키의 용병술은 최근 발표한 정규 앨범 <안부>에서도 여지없이 이어진다. 메이저 씬의 독보적인 보컬리스트 이하이부터 범 장르적인 음악성을 자랑하는 듀오 D’allant의 보컬 DAYE, 그리고 밴드 까데호의 멤버이자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탄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태훈까지, 인디와 메이저를 막론하고 한자리에 모인 뮤지션들은 김오키의 프로듀싱으로 날개를 달고 각자의 방식으로 그의 ‘위로’를 다채롭게 색칠한다.
OART (오아트) [untidy]
안목을 갖춘 신인은 남들보다 한 발짝 앞서 달리기를 시작하는 셈이다. 이 ‘안목’, 혹은 ‘감’이라는 것은 보통의 경우 오랜 경험이 누적되어야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올해 4월 데뷔한 프로듀서 OART (오아트)의 첫 번째 싱글에 깊은 감성의 소유자인 paulkyte (폴카이트)가 참여했다는 사실은, 앞서 언급한 ‘안목’을 가진 신인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곡과 목소리는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어긋난 관계의 끝자락에서 서로의 행복을 바란다’라는,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이 오묘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폴카이트는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다. 노련미마저 느껴지는 오아트의 프로듀싱을 보고 있자면 이 아티스트가 앞으로 보여줄 음악적 행보를 기대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FRankly (프랭클리)
‘하이틴 너드 밴드 (Hi-Teen Nerd Band)’를 표방하며 등장한 4인조 밴드 프랭클리는 그 모토에 걸맞은 젊은 날의 ‘설익은’ 감성을 노래한다. 작년 6월 발매된 이들의 데뷔 싱글 [DD(Drunk Dreaming)]에는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지만 괜스레 상기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프랭클리 표 청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리고 올해 3월, 마치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성숙함이라는 변화가 찾아오듯, 나긋한 미성과 말랑말랑한 신스 사운드로 대표되던 프랭클리가 속이 꽉 찬 록 사운드와 함께 돌아왔다. 작년 말부터 프로듀서로 함께 참여하고 있는 선배 뮤지션 ‘Joe Layne’의 서포트를 통해 완성된 이들의 첫 번째 EP [Frankly I…]에는 그렇게 사뭇 진지해진 ‘프랭클리 표 청춘’의 새로운 면면이 가득 담겨있다.
BLUE ROOM
총 7명의 멤버로 구성된 밴드 블루룸은 그 인원수만큼이나 다채로운 소리를 선보이는 팀이다. 2021년의 마지막 날 발매된 데뷔 싱글 [Not So Far]에 이어 올해 2월에 선보인 [badbutgood]에 이르기까지, 재즈와 힙합 무드가 적절히 가미된 흑인 음악 사운드를 기반으로 곳곳에 배치된 밴드 사운드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일곱 멤버 사이의 시너지를 닮아 신선한 에너지를 시종일관 이어간다. 이들의 기분 좋은 바이브는 유튜브에 공개된 라이브 비디오를 통해서도 즐길 수 있으니 꼭 함께 감상해 보길 권한다.
아마도 이 글이 공개되었을 시점이면 4월 초로 예정된 블루룸의 신곡 또한 세상에 발표되었을 것이다.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의 보금자리’라는 뜻의 밴드명처럼, 듣는 즉시 기분을 끌어올려 줄 이들의 새로운 음악을 즐거이 기다려보자.
Tuesday Beach Club
금요일도 아니고 토요일도 아닌, 그렇다고 월요일도 아닌 ‘화요일 해변가 클럽의 분위기를 음악으로 담아낸다’라는, 독특하면서도 구체적인 컨셉과 함께 등장한 4인조 밴드 Tuesday Beach Club (이하 ‘TBC’). 한 주의 시작을 이제 막 통과하며 만끽하는 잠깐의 일탈이 이런 기분일까? 그래서인지 이들의 음악은 무작정 신나고 들뜨는 것도, 그렇다고 마냥 차분하고 잔잔한 것도 아닌 ‘뭉근한 흥겨움’을 듬뿍 담고 있다. 평범한 밴드셋 구성임에도 느껴질 수밖에 없는 특유의 분위기는 분명 TBC가 추구하는 구체적인 뉘앙스에 기반한 것이리라.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실제로 화요일에만 발매를 진행한다는 사실이다. 3월 22일 화요일에 맞춰 따끈따끈한 신곡으로 돌아온 TBC의 ‘화요일’과 함께라면 한 주의 텐션을 기분 좋게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Summer Soul
2018년 데뷔 이래 무려 다섯 장의 EP를 발표하며 왕성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Summer Soul이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 11월, 따스함과 차가움을 모두 지닌 눈의 이중성을 그려낸 EP [November]를 발표한지 채 한 달 만에 연이어 EP를 발표하다니. 그의 창작욕과 음악을 향한 열정이 새삼 느껴지는 대목.
EP [December]는 아티스트의 열아홉부터 스물한 살까지의 발자취를 담아낸 단편집과 같다. 그의 발표작 중 겨울의 정취를 머금은 아홉 곡의 노래를 새로이 재녹음 및 리메이크했는데, Summer Soul의 팬이라면 과거작과는 다른 새로운 무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여운을 잊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My Christmas Day’s For You’를, 형언할 수 없는 무한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싶은 청자들에겐 마지막 트랙 ‘Night Call’을 권한다. 노래 중간 흐르는 음성은 Summer Soul과 아버지가 나눈 실제 통화를 녹음한 것이라고.
DOF2D
DOF2D로 표기하고, ‘dayofftoday (데이오프투데이)’라 읽는다. 과거 호주에서 거주했던 DOF2D는 언어적 차이로 인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유독 ‘Day off!’라는 말만큼은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았다고 한다. 이때의 기억을 살려 다음과 같은 예명을 짓게 되었다고.
문자 그대로 휴일과 같은 행복하고 편안한 음악을 추구하는 DOF2D의 데뷔 EP가 지난 15일 발매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이들 모두 똑같이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다섯 트랙은 지금도 갖은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 용기의 BGM이 되어준다. ‘모어’를 필두로 LGBTQ+를 대표하는 아티스트/크리에이터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타이틀곡 ‘meanings!의 뮤직비디오 또한 함께 감상을 권한다.
웨스턴 카잇 (Western Kite)
한편, 본지 248호를 통해 한차례 소개하기도 했던 싱어송라이터 웨스턴 카잇은 9개월 만에 새 싱글 [칭찬의 돌고래]를 발표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오랜 글귀처럼 웨스턴 카잇은 우리에게 아무런 대가 없는 위로와 응원을 전한다.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이제는 안정권에 접어든 송라이팅 역시 인상적인데, 전반적으로 미니멀한 사운드 프로덕션 아래 느긋하고 평온한 웨스턴 카잇의 목소리가 음악을 가득 채우며 노랫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한다. 거친 파도와 풍랑을 이겨내고 유유히 춤추듯 바다를 유영하는 돌고래처럼, 모두 기운찬 새해를 맞이하길 바란다.
포크라노스가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포크라노스의 시선으로 바라본 유능한 음악가와 그 앨범을 매년, 다음과 같이 선보인다. 그 시작이 될 2021년을 마무리하며, 포크라노스를 통해 데뷔작을 발표했거나, 인상적인 커리어를 쌓아 올리던 중 포크라노스 카탈로그로 2021년 새로이 합류한 스물다섯 팀의 아티스트, 그리고 꾸준하고 고유한 신념을 듬뿍 담아낸 열다섯 장의 정규 앨범을 소개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음악이 쏟아지는 지금, 포크라노스의 움직임이 여러분의 뮤직 라이프 속 단단한 가이드라인으로 자리 잡길 기원한다.
1. Poclanos New Faces 2021
baewonlee [Sonder]
슈게이징과 드림팝, 앰비언트 씬의 영향을 온몸으로 받아낸 baewonlee의 정규 1집. 스물한 살부터 이어진 5년간의 정서적, 음악적 성장의 기록을 짙은 감성으로 담아낸다.
그렇게 누군가의 정규 앨범은 묵묵한 발자국으로 완성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빨라진 호흡에 보폭을 맞추기 위해 덩달아 파편화되기 시작한 음악 시장의 흐름 속에서, 그리고 매일 같이 쏟아지는 음악의 홍수 속에서 정규 앨범이라는 포맷은 어쩌면 그 기능적인 쓸모를 이미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결된 이야기의 힘은 여전히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되려 쓸모에서 해방된 정규 앨범의 가치는 더는 ‘묶음’이라는 단순한 이유에 한정되지 않고 음악가의 이야기에 진득한 진정성을 부여하는 그릇이 되어준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다채로운 빛을 뿜어낸다. 누군가에게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음악적 여정의 일환이며([The Volunteers], [LOCALS ONLY]), 누군가에게는 홀로서기를 위한 증명의 수단이기도([독립음악], [많이 과장해서 하는 말]), 고요하게 침잠하는 내면의 기록물이기도 하다([Breathing], [발라드], [Lament]). 또 누군가에게는 신인의 호기로움을 한가득 담아낼 의미 있는 상징이며([PC음악],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 다른 누군가에겐 비로소 역경을 딛고 탄생시킨 새로운 이정표이기도 할 것이다([모래], [도마]).
밀도 있게 쌓아 올린 이야기의 힘은 사라지지 않는다. ‘귀에 머문다’라는 표현이 어색해졌을 만큼 빠르게 돌아가는 시장 논리 속에서도 여전히 정규 앨범의 가치를 믿어 의심치 않는 많은 음악가들의 묵묵한 노력을 되새겨보고자, 2021년 한 해 동안 포크라노스에서 발매된 앨범들 중 커다란 울림을 주는 열여섯 장의 작품을 기쁜 마음으로 소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