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상 X poclanos] 2025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 부문별 수상후보 아티스트 소감

올해도 어김없이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2025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 후보발표가 진행되었다.

 

장르 분과, 종합, 특별 부문을 비롯한 총 26개 부문에서 144건의 후보가 공개된 가운데, 포크라노스와 함께한 17개의 작품이 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록, 모던록, 팝, 일렉트로닉, 랩&힙합, 알앤비&소울, 포크, 재즈 보컬 및 연주, 글로벌 컨템퍼러리의 장르 분야에서는 16개의 작품 및 노래가, 그리고 종합부문으로는 아티스트 ‘산만한시선’이 올해의 신인으로 노미네이트되었다. 본 시상식은 2월 27일 목요일 오후 8시에 공개될 예정.

 

음악평론가, 국내 웹진의 편집장 및 플랫폼 콘텐츠 제작자, 저널리스트·칼럼니스트, 공연·페스티벌 기획자와 라디오 PD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저명한 선정위원들의 치열한 고민 끝에 각 부문 후보로 오른 아티스트들은 어떠한 심정일까. 이들 중, 포크라노스와 함께 하는 아티스트 14인의 소감을 포크라노스 스태프들의 간단한 코멘트와 함께 확인해 보자.

 

 

 

 

 

 

  • 올해의 신인

 

산만한시선

 

“올해의 신인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되어 기쁘고 감사합니다. 동시에 앞으로 더 멋진 음악으로 보답 드리고자 하는 부담감 또한 들어요. ‘올해의 신인’은 가수에게 단 한 번뿐인 기회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더 재밌게 음악하는 산만한시선이 되어보겠습니다.”

 

 

포크라는 장르를 놓고 보면 2024년에는 해외처럼 고딕 풍의 판타지 콘셉트, 혹은 포크트로니카를 자신의 색으로 만든 신인들이 등장한 편이다. 하지만, 산만한시선은 이러한 외부적인 흐름보다도 그저 자기 자신들을 둘러싼 현실, 그리고 내면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노래를 들려주고자 한다. 예쁜 가사와 포근한 목소리, 간단하지만 필요한 악기로만 구성된 이들의 음악에는 기나긴 관찰 끝에 발견한 대상의 입체적인 모습들이 풍경처럼 담겨 있다. 이런 풍경들은 힘든 하루를 서서히 번지게 만들어 끝내 내일을 살아가게 만드는 낭만이 되어준다. ‘산’ 만한 현실을 산만한 시선으로 풀어 낸 덕분에 현실을 버틸 힘을 준 이들이야말로 2024년을 대표하는 신인임이 틀림없다.
선정위원 최승인

 

 

ㅡ POCLANOS’ COMMENT:

정말로 ‘올해의 신인’에 노미네이트돼 버렸다. 밴드 대항해시대에 한국 포크를 책임질 무뢰배.

 

 


 

 

  • 최우수 록 음반

 

소음발광 [불과 빛]

 

“기쁩니다. 수상을 하든, 하지 못하든 저희가 할 일은 이야기를 내뱉고 굉음을 내뱉는 일입니다. 계속할 뿐입니다. 그러니 만납시다. 공연장에서. 감사합니다.”

 

 

무겁고 감정이 삭제된 듯한 톤으로 말하듯 노래하다가도 순식간에 격정으로 들끓는 스크리모를 들려준다. 뭐랄까. 미친 듯이 휘몰아치다가도 정확한 타이밍에 브레이크를 딱 걸어 듣는 이의 귀에 정확하게 주차하는 솜씨는 이미 베테랑의 그것이다. 그러니까, 절묘한 완급조절이야말로 이 탁월한 밴드를 ‘톱’으로 끌어올리는 결정적 요소인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자세는 딱 하나, 이 격차를 온 몸으로 받아낼 거라는 각오뿐이다. 이 격차를 내면화하는 길이야말로 소음발광의 팬이 되는 바로 그 길이다.
– 선정위원 배순탁

 

 

 

ㅡ POCLANOS’ COMMENT:

부산에서도, 포스트 펑크의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정규 3집, 그리고 또다시 한대음 노미네이트. 뜨겁게 반짝일 수밖에 없는 이유.

 

 


 

 

  • 최우수 모던록 노래

 

한로로 ‘ㅈㅣㅂ’

 

“재작년에 이어 또 한 번 한대음에 노미네이트되어 기쁩니다. 제 음악을 들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순간을 든든한 발판 삼아 올해도 좋은 작품 만들기 위해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대중음악에서 ‘집’은 보통 평화와 안식의 장소로 묘사된다. 수많은 음악인들이 그리운 집으로 향하는 마음을 노래했다. 그런데 여기 이 집은 좀 이상하다. 고된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니 “텅 빈 방 안에는/ 이미 죽어버린 꿈/ 활활 타오르는 나의 집/ 바삐 죽어가는 나의 집”이 기다린다. 한로로가 그리는 집은 활활 타서 해체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제목도 ‘집’을 해체해 표기한 ‘ㅈㅣㅂ’이다. 한로로 스스로도 “까만 연기가 뭐든 닥치고 잡아먹으려 안간힘을 쓰”고 “불길이 쉽게 깰 수 없는 악몽처럼 뼈를 핥아 올라가”고 “정의로운 사이렌마저 갓난아기처럼 울어버리는 이곳. 이곳을 어떻게 집이라 부를 수 있니”라는 설명(앨범 소개 글)을 붙인 이 노래의 가사는 분명 음울하고 불온하다. 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사운드는 강렬하고 속도감 넘친다. 그런 부조화가 노래에 기묘한 생동감과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ㅈㅣㅂ’은 “다툼 절망 소화 소화”를 부르짖으면서 동시에 “기쁨 희망 소생 소생”의 씨앗을 심는다. 이는 결국 앨범 [집]의 마지막 곡 ‘보수공사’에서 “사라져가는 자들 여기로 모여라/…/ 뜨거운 우리는 따뜻한 집을 짓네”라고 노래하는 대목으로 귀결된다. 멸망 이후를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의 마지막 장면 같다. ‘ㅈㅣㅂ’은 그런 엔딩으로 가기 전 클라이맥스와도 같은 노래다.
– 선정위원 서정민

 

 

 

ㅡ POCLANOS’ COMMENT:

2024년, 마침내 완성된 한로로의 집.

 

 


 

  • 최우수 팝 음반

 

사비나앤드론즈 [Lasha]

 

“저의 자리가 있습니다. 수면 위 떠오른 귀처럼 너무 얕지도 깊지도 않은 위치에 있습니다. 그 주위로 저를 에워싸는 드넓은 바다만큼이 저와 함께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널리 알리는 분들의 자리입니다. 감사하다고, 마르도록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8년간 모아둔 통장 잔고가 다시 0원이 되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기쁘다. 그러나 아직은 더 가야 한다”

 

 

세상의 끝으로 향하는 순례의 길을 위한 위로와 포용의 노래. 8년이라는 긴 기다림과 고행의 시간 끝에 사비나 앤 드론즈가 발표한 정규 앨범 [Lasha]는 엄숙한 고행과 가벼운 일상의 발걸음을 오가며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에 오르는 모든 이들을 벅차도록 끌어안는다. 음악을 놓을지도 모르는 음악가의 고독한 실존적 위기부터 홀로 남겨졌을 때의 깨달음, 보편의 편안한 향유가 싱어송라이터 최민영의 깊은 목소리로 흐르고 있다.
– 선정위원 김도헌

 

 

 

ㅡ POCLANOS’ COMMENT:

언제나 잊지 않고 함께 하는 주변인을 챙기는 모습에도 찬사를.

 

 


 

 

  •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

 

해파리 [시작된 밤]

 

“일렉트로닉 노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기쁩니다. ’시작된 밤’은 해파리로서는 나름의 도전이 깃든 음원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용기 내서 작업하고 싶어요. 그리고 깊고도 짙은 색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음원 발매 과정에서 함께한 동료들, 그리고 리스너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해파리 챕터 2 시작을 알리는 몽롱한 숨결 같은 싱글. 낭창낭창하고 유연한 사운드가 감정 심연의 비밀을 품은 듯한 소리 정경을 보여준다. 헤엄치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는 음악의 자의식이 끼어들 틈 없이 소리 물성의 최대치를 어루만진다. 전위성이 곧 형태가 되는 맵시다.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한밤 중 윤슬 같다.
– 선정위원 이재훈

 

 

 

ㅡ POCLANOS’ COMMENT:

해파리의 반가웠던 신보 소식과 함께 전설이 시작되었다…

 

 


 

 

  • 최우수 랩&힙합 음반

 

O’KOYE [Whether The Weather Changes Or Not]

 

“우리를 믿어준 모든 분들 고맙다. 인력과 자본력이 넉넉지 않았지만, 한대음 후보로 선정되어 음악성을 인정받아 뿌듯하다. 오코예 프로젝트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음악성을 100 찍으면 어디까지 굴러가는가?’이다. 한대음까지 왔다. 또 어떻게 굴러갈지 기대된다. “

 

 

오코예는 첫 정규 앨범을 통해 일련의 대안을 제시한다. 음악적 탐구를 통해 체득한 맥시멀리즘 사운드로 장르적 경계를 부수는가 하면, 다양한 장르 씬에서 활동하는 연주자, 플레이어, 관련자들과 협업해 개개인을 잇고자 하기도 한다. 이런 의지가 담긴 내용물이 주는 몰입감은 현실을 벗어나 우릴 영적인 세계로 인도한다. 이렇듯 오코예의 앨범은 개개인을 넘어, 공동체 전부가 합심해 만든 한국 흑인 음악 씬의 값진 결과물임이 틀림없다.
– 선정위원 최승인

 

 

 

ㅡ POCLANOS’ COMMENT:

충족된 기대와 전복된 예상. 아직도 세상에 ‘없던 것’이 탄생할 수 있다는 증거.

 

 


 

 

  •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BRWN [Monsoon]

 

“안녕하세요 BRWN입니다. 21회 한국대중음악상에 이어 2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 음반 부문에 후보로 오르게 되어 감회가 새롭고 행복한 마음입니다. 제가 생각해왔던 음악적 가치관과 신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가고 그것을 인정받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더욱 굳건하게 저만의 색이 있는 음악, 더 실험적이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래도록 기억되는 음악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브라운(BRWN)은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특징을 모두 따르지만, 자신만의 문법으로 이를 뒤틀고 새롭게 만들어 장르적 전형성을 탈피한다. [Monsoon]이 바로 그 예다. 강하게 사용된 신스, 은은하고 몽환적이게 퍼지는 사운드, 가녀린 듯 음울한 분위기를 만드는 팔세토 창법, 슈게이즈(Shoegaze)의 문법을 따르는 전개와 구성, 기타 이펙터 등등, 그 모든 것이 정형성과 변주 사이를 끊임없이 유영한다.욜로돌로인스(Yolodolo-ins)가 주도했던 전작 [추 (Yours Truly)](2023)과 달리, 프로덕션 또한 직접 이끌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사운드를 완성했다. 어둡고 침잠하는 사운드 사이로 배치된, 사색 깊은 노랫말 역시 작품을 한층 빛나게 만드는 요소다. 의미없는 영어 가사로 도배하는 대신, 상실과 고통을 관통하는 아름다운 한국어 가사로 모든 순간을 가꿨다.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진 않더라도, 일관된 어투와 처연한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와 문장을 켜켜이 쌓은 덕에 충분히 의도하는 바를 느낄 수 있다. 마치 계절풍이 발생하듯,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흐름과 브라운의 존재감이 차를 일으켜 새로운 [Monsoon]이 등장했다.
– 선정위원 장준영

 

 

 

ㅡ POCLANOS’ COMMENT:

2년 새에 두 번의 정규앨범을 발표하는 아티스트의 광활한 이야기.

 

 

 

 

 

JINBO the SuperFreak, Hersh, PoPoMo [PoPoMo]

 

“허쉬와 제작비 합쳐 인디펜던트로 활동. 여러 로컬 브랜드와의 콜라보. 팬들과 설 대잔치. 민심을 얻고자,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어. 이런 노력을 ’대중’이 알 수 없는 ‘대중음악시장’의 현실. 그 와중에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올라 기쁘고 고마워. (JINBO)”

“잠시 움츠렸던 자신감을 펴고 다시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Hersh)”

 

 

포포모는 앨범 소개문처럼 알앤비와 소울이 동일시되는 요즘에서 ‘소울’의 본연에 충실히 하고자 한다. 작품을 통해 돌아본 소울의 가장 큰 면모는 삶 그 자체다. 이들은 그동안 알앤비/소울의 주된 소재로 쓰인 단편적인 사랑을 넘어 자기 자신과 삶,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사회로 확장해 나간다. 덕분에 가사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자신의 처지에 대입할 수 있다. 동시에 사운드적인 접근법도 돋보인다. 연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플레이어들과 함께 장르의 틀을 지키되, 개개인의 개성을 사운드로 드러내고자 하는 시도도 담겼다. 한국 장르 음악 신의 현재를 엿볼 수 있는 건 물론, 음악을 넘어 삶의 관점을 넓혀 줄 멋진 작품.
– 선정위원 최승인

 

 

ㅡ POCLANOS’ COMMENT:

근본에 충실한 총천연색 음악. 환희로 가득했던 첫 청취의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 최우수 포크 음반 & 노래

 

산만한시선 [산만한시선] & ‘노래가 되면 예쁠거야’

 

“저희가 하는 음악이 사람들에게 포크로 다가간다는 것이 신기하고, 다행이라고 느껴집니다. 가끔 둘이 앉아서 가볍게 나눴던 말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무게 없던 농담과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아서 괜히 쑥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음반 부문]
산만한 시선은 싱어송라이터 송재원, 서림으로 구성된 포크 듀오다. 이들의 셀프 타이틀 데뷔 EP는 마치 미지근한 물 같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히 편안한 온기가 앨범 전반에 은은하게 흐른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문장을 수수하게 엮은 가사,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꾸밈없이 말하듯 담백한 선율이 뭉근히 마음을 데운다. 들으면 들을수록 따뜻한 기운이 퍼진다. 데뷔작다운 풋풋함과 포크 유망주로서 잠재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반가운 작품이다.

– 선정위원 정민재

 

[노래 부문]
포크 듀오 산만한 시선의 첫 EP에서 원래 타이틀곡으로 정한 곡은 사실 ‘성두빌라’였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선정위원들은 음반 속 이 트랙에 더 높은 평가를 했다. 개인적 평가도 마찬가지였는데, 그 이유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이 듀오의 음악적 지향점을 제대로 소개하는 곡’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포크 듀오가 보여줄 수 있는 어쿠스틱 트윈 기타 연주의 정갈함과 담담한 두 보컬의 조합이 안겨주는 아름다움은 그들이 노래 속에 담고자 했던 힘든 현실 속 위로와 긍정의 메시지를 따뜻하게 전달한다. 포크라는 장르가 가져야 할 미덕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 선정위원 김성환

 

 

 

ㅡ POCLANOS’ COMMENT:

좋은 음악은 기어코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것이 어떤 음악이든.

 

 

 

 

 

 

강아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 &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한국대중음악상 포크 앨범, 노래 부문에 후보로 올라 무척 기쁩니다. 참 많은 축하와 응원을 받았어요. 스스로에게도 칭찬해 줄 수 있어 이 경험이 참 소중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받은 도움과 응원을 늘 기억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음악하겠습니다.”

 

 

[음반 부문]
썰물처럼 시간이 모두 빠져나간 듯 아무도 없는 곳에서부터, 돌고 돌아 마침내 밀물처럼 인파 속으로 빨려들어오는 삶의 순환. 이 음반은 허무주의와 낭만주의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꼬리를 물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담담하면서 날 선 따뜻하게 벼린 사운드는 얼음 속 수정체 같아 얼어붙어 있던 시간의 잔해에 잔상을 입게 만든다. 호호 불면서 귀하게 아껴 듣고 싶은 일곱 곡이 하얀 눈처럼 켜켜이 쌓여 있다.
– 선정위원 이재훈

 

[노래 부문]
세상을 미워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다 나를 놓고, 또 잊는다. 너를 향한 마음이 커질수록 나는 나를 잃는다. 외로움은 저울 같은 것일까, 하나의 마음이 커질수록 홀로 반대편에 두둥실 떠오른 쓸쓸함은 우리의 완전해질 수 없음을 공허하게 슬퍼한다. 한껏 나를 버리다가도 문득 초라해지고 잊힌 나를 연민해 본다. 강아솔은 텅 빈 사랑의 공터에 서서 가장 마지막에 남은 나를 돌아본다.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은 애써 마음을 돌려 이야기하지 않는다. 조금은 단출할지언정 직접적으로 가사에 마음을 내비치는 이 노래에서 진정성있고 한없이 깊은 포크 음악의 힘을 느낀다. 시를 읊듯 나긋이 내뱉는 그의 목소리는 홀로 선 나란 존재를 되돌아보게 한다.
– 선정위원 조혜림

 

 

 

ㅡ POCLANOS’ COMMENT:

얼룩진 마음 위로 따뜻함이 내려앉는다.

 

 

 

 

 

 

김사월 [디폴트]

 

 

“좁고 어려운 길목에서 어떻게든 자기 음악을 해나가는 모두에게, 그리고 작년에 앨범을 발매한 동료 음악가 여러분께 모두 너무 수고 많으셨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세상에 음악이 이렇게 많은데 자신만의 음악 취향을 찾아 살피고 들어주시는 청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김사월이란 아티스트가 10여 년 동안 했던 이야기는 시대와 자연스레 공감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과 증오라는 시대의 샴쌍둥이가 화이트 노이즈처럼 흘렀다. 이 앨범이 올 해 최고의 포크 앨범 중 하나인 이유는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인도하는 한 줄의 결정적 가사 때문이다. ‘사랑없는 세상이 디폴트’라는 그녀의 깨달음은 긴 정신분석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앨범은 결코 평평한 위로에 그치지 않고 전반부의 밴드 사운드와 후반부의 포크 사운드의 분리로 불길한 긴장을 유발한다. 세상살이의 깨달음을 얻더라도 자기애와 증오, 연민과 폭력, 시대의 아니마와 끓어오르는 아니무스가 저주파 앰비언스로 도사리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 선정위원 최지호

 

 

 

ㅡ POCLANOS’ COMMENT:

사랑하고 싶기에 사랑받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

 

김민희 [Confessin’]

 

 

“앨범 하나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행복한 시간과 동시에 외롭고 고독한 고민을 번복합니다. 많은 뮤지션들의 음악도 그러한 시간 속에 만들어집니다. 이번 솔로 앨범이 노미네이트된 것에 큰 위로를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

 

 

재즈 보컬리스트 김민희는 9곡의 스탠다드 곡을 다시 불렀다. 재즈 보컬리스트가 스탠다드 곡을 부르는 일은 일상이나 마찬가지. 김민희는 이 범상한 작업을 고졸한 스타일로 물들인다. 원곡이 담지한 매력을 신중하게 부활시킨 연주와 가창은 수십 년의 시간을 따스하게 연결한다. 과욕을 부리지 않은 열망에 배어 있는 존중과 이해. 도드라지는 것은 노래하는 김민희가 아니라 원곡이어서 결국 김민희가 빛난다.
선정위원 서정민갑

 

 

 

ㅡ POCLANOS’ COMMENT: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스윙. 달디단 스탠다드 재즈.

 

 

 

 

 

조해인 (Hae In Cho) [Sight Beyond Sight]

 

 

“이번 앨범이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어 기쁩니다. 음악은 찰나의 ‘순간’ 속에서 태어나 ‘의미’가 된다는 마음으로 동료 뮤지션들과 뿌리내리고 오래도록 자라고 싶습니다. 저의 음악을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셀 수도 없이 알고리즘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요즘. 조해인은 그저 보이는 것들이 다인 것처럼 여겨지는 세태 속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것들을 보이게 한다. 임미정, 박윤우, 김인영, 이성구, 그리고 김동기와 함께 만들어 가는 긴 호흡의 곡 속에서 때로는 연주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청자에게 안부를 건네며,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노래한다. 이들의 개별적인 대화가 담긴 각각의 곡에서는 내공이 깃든 테크닉, 우아한 화성, 전개, 스캣과 남다른 표현력들이 빛을 발한다. 특히 조해인의 짙은 보컬이 청자를 내면과 감정의 세계로 자연스럽고도 유연하게 안내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이런 앨범은 격동적인 사회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각자의 중심을 찾을 수 있게 돕는 건 물론, 우리 각자의 감정과 경험만은 다른 누구에게서 얻을 수 없음을 깨닫게 만드는 2024년의 대표 작품임이 분명하다.
– 선정위원 최승인

 

 

 

ㅡ POCLANOS’ COMMENT:

인터플레이에서 오는 서로 간의 배려감이 돋보인다. 단단한 재즈 앨범.

 

 

 


 

 

 

  • 최우수 재즈 연주 음반

 

Teho [Pierrot le Fumeur]

 

 

“기쁘고 감사합니다. 하지만 노여움, 슬픔, 즐거움… 남은 여정에서 무엇과 마주쳐도 그것은 우리의 음악이 될 거예요. 매달 한번 열리는 테호의 즉흥음악회를 찾아주세요. 화음과 소음과 침묵과 눈물과 웃음이 있습니다.”

 

 

다채로운 이력의 네 연주자들이 모인 즉흥연주그룹 테호가 매월 진행하는 월례 정기 공연 중 41~50회의 라이브에서 간추린 아홉 곡이 담긴 그들의 다섯 번째 앨범. 이 건조한 설명 안에는 휘발되는 것 같던 즉흥 연주의 기록이 주는 편집되지 않은 아름다움과 격정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든 건 지난 5년간 꾸준히 이들의 라이브와 함께한 관객들의 지지다. 연주자들의 라이브가 관객들에게 닿을 때의 마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훌륭한 ‘라이브’ ‘재즈’ 앨범이 그렇게 완성되었다.
– 선정위원 박정용

 

 

ㅡ POCLANOS’ COMMENT:

이만큼이나 섬세하고 정교한, 그럼에도 편안한 즉흥. 관객의 박수 소리가 들려오면 비로소 하나의 곡이 완성된다.

 

 

 


 

 

  • 최우수 글로벌 컨펨퍼러리

 

 

둘라밤 [둘라밤]

 

 

“안녕하세요 둘라밤입니다. 최우수 글로벌 컨템퍼러리 음반부분 후보에 선정되어 영광입니다. 둘라밤은 얻기 힘든 기회이자 사람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입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해온 멤버들이 만난 것도 얻기 힘든 기회이고, 함께 고민하며 만든 음악이 후보가 된 것도 얻기 힘든 기회입니다. 얻기 힘든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고, 서로에게 다정한 사람이 됩시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고맙습니다.”

 

 

현재 아시안 팝의 부상 속에서 록·재즈 등 다양한 장르가 녹아 들어간, 또 다른 아시아 음악의 색채를 길어 올렸다. 위트와 긴장감을 더해 오리엔털리즘을 벗어났다는 점이 가장 특기할 지점이다. 특히 악기 혹은 동물 울음소리 같기도 한 정형화되지 않은 보컬, 신비한 소리로만 소비되지 않은 인도 전통악기인 시타르 연주가 아시안 음악의 미학적 보수성을 타파한다.
– 선정위원 이재훈

 

 

 

ㅡ POCLANOS’ COMMENT:

맛있게 차려진 육첩반상. 이유 있는 오리지널리티.

 


 

 

 

 

*수상후보의 변은한국대중음악상시상식 공식 홈페이지에서 인용하였습니다.

 

[POV] 포크라노스 오리지널 바이닐 시리즈 2

[POV] 포크라노스 오리지널 바이닐 시리즈 2

 

음악을 소비하는 속도가 어느 때보다도 빨라진 시대. 음반을 구매하기보다 ‘플레이리스트’에 수록된 음원을 디깅하는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을 계속해서 찾고자 하는 소중한 구독자분들 덕분에 포크라노스가 제작한 바이닐이 어느덧 열 타이틀을 돌파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포크라노스의 바이닐을 차근차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각 작품들의 소개글에는, 음원 발매부터 피지컬 발매까지 전 과정을 함께한 포크라노스 스태프들의 시선이 담겨있습니다.

 


 

 

📀 전진희 <Breathing>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싱어송라이터 전진희의 세 번째 정규 앨범 [Breathing]입니다. ‘Breathing in (month)’ 형태로 1월부터 12월까지의 호흡들을 담아낸 피아노 연주 앨범인데요. 타이틀곡인 ‘Breathing in September’ 뒤에 두 번의 10월이 이어져 숨처럼 뱉어낸 13개의 트랙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반직선의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 위에 수많은 동심원을 그리며 매년 돌아오는 계절을 맞이하는데요. 그날의 전진희가 내쉰 길고 짧은 한숨들이 음표로 기록되어 누군가에게는 지금을 기억하게 하는 선율이 되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지털 커버에 쓰여진 13개의 ‘breathing’에 얹어진 푸른색 인쇄, 자켓의 펼침면에도 역시나 반짝이는 청색의 글자들이 한 글자 한 글자 숨결을 머금은 듯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인서트로는 백색으로 인쇄된 12개월 포스터와 전진희의 메시지가 담긴 정방형의 포스터가 선물처럼 담겨있고, 클래식한 블랙반 바이닐은 그 무게감을 지키며 푸른 라벨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바다를 만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 물처럼 그의 호흡이 멀리 퍼지길 바라요. [Breathing] 바이닐은 포크라노스 웹사이트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판매처를 통해 구매 가능합니다.

 

– 주말에 도합 50시간을 외출하는 익명의 스태프 F

 

 

 


 

📀 전진희 <여름밤에 우리 / 우리는 우리를>

 

 

다음 소개할 작품은 앞서 소개한 바 있는 싱어송라이터 전진희의 [여름밤에 우리 / 우리는 우리를]입니다. 2021년 어느 여름 발매된 EP [summer, night]의 타이틀 곡 ‘여름밤에 우리 (feat. wave to earth)’와 그보다 1년 전 여름날의 싱글 [우리는 우리를]이 각 사이드에 담긴 7인치 바이닐인데요.

 

종이의 질감마저 따듯하게 느껴지는 자켓의 앞, 뒷면에는 각각의 곡이 담긴 앨범 커버가 회색 프레임 속에 담겨있습니다. 지나간 찰나를 기록하는 액자처럼 가만히 놓여 있는 이 바이닐을 바라보면 지난 여름의 어느 날이 떠오르는 듯해요. 하얀색이 적당히 섞여 연한 노랑을 띄는 바이닐은 레몬의 투명한 새콤함보다는 부드럽고 은은하지만 살짝 텁텁한 바나나의 단맛을 상상하게 합니다. 마냥 산뜻하지만은 않지만 눅눅한 기억마저 진한 추억으로 기억되게 하는 여름의 날씨처럼요.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여름밤에 우리 (feat. wave to earth)’를 네이버 온스테이지 라이브 영상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영상 속 푸른 조명 탓인지, 전진희와 김다니엘의 녹진한 목소리 탓인지 물속에 잠긴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드럼과 함께 발맞춰 걷다 보면 어느새 강물이 바다가 되듯 ‘우리는 우리를’로 이어지는데요. 파열음 하나 없는 제목마저 흐르는 물 같아서 손에 잡히지 않을 우리의 지나간 그때를 더욱 아득히 멀어지게 합니다.

 

4분 남짓 그 자리를 지키며 돌아가는 노란 바이닐을 보고 있으면 수평선에 맞닿아 올라갈 듯 내려갈 듯 머물고 있는 태양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머무는 듯싶다가도 어느 틈에 사라져버리는 해처럼 순식간에 지나간 여름밤과 앞으로 우리가 만날 계절에 안녕을 전합니다.

 

-사계절 중 여름을 가장 종아하는 익명의 스태프 F

 

 


 

📀 이강승 <In other words / Korean Dream>

 

 

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싱어송라이터 ‘이강승’의 EP [In other words it’s all made by Kyeongsuk]과 [Korean Dream]입니다. 두 앨범은 포크라노스가 디지털 음원을 넘어 바이닐 영역으로의 첫발을 내디뎠던 2022년 봄, 그 시작을 함께했던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싱글 단위의 빠른 발매가 주류가 되고 있는 시대에, 다작보다는 확실한 대표작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강승의 두 앨범은 각각 2019, 2021년에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매 연도가 무색해지는 인기를 자랑합니다. 나긋하면서도 개성적인 음색과 언제 어느 순간에 들어도 부드럽게 녹아드는 아티스트 특유의 분위기는 이 피지컬로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러한 두 앨범을 보편적인 방식이었던 12인치 합본 수록이 아닌, 쉬이 보기 힘든 10인치 규격의 독립된 바이닐로 제작한 이유 또한 같은 맥락을 공유합니다. 그 희소성을 알아봐 주신 많은 팬분의 성원에 힘입어 데뷔 EP [In other words it’s all made by Kyeongsuk]은 빠르게 절판되었고 [Korean Dream] 또한 극소량의 재고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당시에 모든 제작 과정이 처음이었던 만큼 우여곡절을 참 많이도 겪었지만, 그 결과물이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팝업 스토어 현장의 뜨거운 분위기 덕분에 힘찬 스타트를 끊고 지금까지도 바이닐 프로젝트의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데뷔 초창기에 발매되어 이강승이라는 아티스트의 ‘시작’ 또한 멋지게 장식하고 있는 두 앨범. 그 안에 담긴 사랑과 청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많은 분의 출발선 또한 영감으로 가득히 빛나길 응원합니다.

 

– 수상할 정도로 카레를 사랑하는 익명의 스태프 B

 

 


 

📀 파란노을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

 

 

‘찐따무직백수모쏠아싸병신새끼
사회부적응 골방외톨이’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끌었던 이 가사를 다들 기억하시나요?

 

다음으로 소개해 드릴 작품은 파란노을의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입니다. 마음속 절망, 좌절, 우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RYM, 피치포크 등 각종 리뷰 매체와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며 큰 화제가 되어 외국 리스너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전 세계 각지에서 구매 요청이 쇄도하면서 빠르게 절판된 사례를 갖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한창 이 앨범을 즐겨 듣던 3년 전 겨울 즈음에는 별의별 것들이 이 앨범을 연상시켰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흰 천장’을 보거나 아오리 사과를 발견할 때, 혹은 요즘 같은 날씨에 입김을 호호 불 때마다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의 뿅뿅 거리는 리듬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었네요. 졸업을 목전에 두고 사회로 나와야하던 시절에 앨범을 접해서 그런지, 파란노을이 들려주는 ‘아마추어리즘’이 특히 와닿았던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이후로 파란노을은 다방면으로 왕성한 활동을 선보였습니다. 영국 슈게이징 밴드 Slowdive 내한 공연의 오프닝 게스트로 깜짝 등장하기도 하고, 2024년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무대에 진출하면서 국내 대중들에게도 존재감을 알린 바 있죠. 골방에서 홀로 막막한 현실을 감당하던 이들의 친구를 자처하던 작품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은, 그 타이틀처럼, 꿈을 현실화시킨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 한겨울에도 비빔냉면을 즐겨먹는 익명의 스태프A

 

 


 

📀 정우 <클라우드 쿠쿠랜드>

 

 

10 트랙 꽉 찬 정규앨범을 발매한다는 건, 살아가며 하나의 분기점을 찍어내는 일이 아닐까? 나의 20대는 시간의 흐름에 편승한 덕분에, 마침내 서른을 지나며 20대를 ‘어쩔 수 없이’ 덩어리 지을 수 있었다. 경이롭고 놀랍게도, 아티스트는 시간의 흐름에 편승하는 꼼수도 부리지 않고 ‘어떻게든’ 분기점을 찍어낸다. 정우는 “지금의 나를 완성한 내 미성년을 기록해 보고자 결심한 때 비로소 앨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토록 강한 의지로 덩어리 지어낸 아티스트의 기록을 관람하는 당신, 복 받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23년 11월 <클라우드 쿠쿠 랜드>가 디지털로 발매되었다. 2024년 11월 <클라우드 쿠쿠 랜드>가 바이닐로 발매된 건, 철저히 의도된 계획이다. 정우는 처음부터 <클라우드 쿠쿠 랜드>의 첫 번째 생일에 선물을 주고 싶었다. 펄이 들어간 알판과 자켓 곳곳에 자리 잡은 은박까지, 아티스트의 의도가 묻어나지 않은 지점이 없다. 바이닐의 매력은, 역시나 A면을 B면으로 뒤집는 행위에 있다. A면의 마지막 트랙 ‘충돌 1분’에서 잠깐의 멈춤을 갖고, B면의 첫 번째 트랙 ‘Strangers’가 등장하는 순간에도 역시 아티스트의 의도가 담겨있을지? 이 이상의 설명은 관람자의 관람평에 맡긴다. 앨범 작업을 시작한 의지부터 A면을 B면으로 뒤집는 지점까지, 아티스트의 영리하고 섬세한 의도가 디지털로도 바이닐로도 당신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 슈크림 붕어빵을 좋아하는 익명의 스태프 C

 

 


 

[POV] 포크라노스 오리지널 바이닐 시리즈 1

[POV] 포크라노스 오리지널 바이닐 시리즈 1

 

음악을 소비하는 속도가 어느 때보다도 빨라진 시대. 음반을 구매하기보다 ‘플레이리스트’에 수록된 음원을 디깅하는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을 계속해서 찾고자 하는 소중한 구독자분들 덕분에 포크라노스가 제작한 바이닐이 어느덧 열 타이틀을 돌파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포크라노스의 바이닐을 차근차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각 작품들의 소개글에는, 음원 발매부터 피지컬 발매까지 전 과정을 함께한 포크라노스 스태프들의 시선이 담겨있습니다.

 


 

📀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

 

 

처음으로 소개드릴 바이닐은 혼성 포스트록 밴드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의 [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입니다. 2017년에 발매된 디지털 앨범이 7년의 시간이 흘러 바이닐로 깜짝 제작된다는 소식에 반가움을 느꼈을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포크라노스 스태프들도 마찬가지로 테스트프레스반을 처음 받았던 당시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ANTIHERO], [Babel] 등의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프론트퍼슨 안다영을 중심으로, 일명 ‘끝잔향’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은 짜임새 있는 구성에 짙은 서정성을 더하며 대자연의 장엄하고 웅장한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밴드명에 걸맞게 청취자의 마음속에 깊은 잔향을 남기곤 합니다.

 

7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진한 여운을 남기는 [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 여러 우연의 순간들이 겹치면서 그야말로 필연처럼 바이닐로 제작되어 여러분을 찾아왔습니다. 그 덕분인지 이번 바이닐은 새로운 트랙 순서로 리패키지되면서 색다른 재미가 더해졌고, 미공개 곡 ‘What if’가 특별 수록되면서 오랜 시간 밴드 ‘끝잔향’을 기억해 온 팬들에게 선물 같은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포크라노스 비스테이지를 비롯한 각종 온오프라인 판매처를 통해 판매되고 있으니, 처음 이 앨범을 마주하던 운명의 순간을 다시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한겨울에도 비빔냉면을 즐겨먹는 익명의 스태프A

 

 


 

 

📀 버둥 <지지않는 곳으로 가자>

 

 

두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네오포크 뮤지션 ‘버둥’의 [지지않는 곳으로 가자] 리이슈 버전입니다. 제 10회 서울레코드페어 최초공개반을 통해 처음 바이닐로 제작되었던 이 앨범은 버둥의 대표곡 ‘연애’가 수록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빠른 절판 덕분에 추가 제작에 대한 팬들의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져왔던 바이닐이기도 합니다.

 

내면의 불완전함을 인정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사랑을 맞이하고자 하는 화자의 투명한 마음이 버둥 특유의 선명한 목소리를 만나 진득한 설득력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야말로 이 앨범에 시간이라는 속성이 누적됨에 따라 더욱 깊은 의미를 자아내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포크라노스는 [지지않는 곳으로 가자] 바이닐 발매 3주년을 기념하여 새롭게 탈바꿈한 디자인과 함께 리이슈 버전을 제작하기로 결정합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본인의 음악을 다시 들어보며 적어내려간 버둥의 코멘트가 포함되어 그 의미와 소장 가치를 더하는 이번 리이슈 버전은 세월이 흘렀음을 상징하는 빛바랜 색감으로 리디자인된 앨범 커버, 그리고 시간과 빛의 흐름이라는 컨셉으로 제작된 투명 민트 알판의 조화가 어우러져 이전 버전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감상 포인트를 선사합니다.

 

특히나 포크라노스에서 제작한 10번째 바이닐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공개되어 더욱 특별함을 더하는 [지지않는 곳으로 가자] 리이슈 버전은 한정 수량으로 주요 온오프라인 판매처를 통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 까다로운 식성을 보유한 익명의 스태프 B

 

 


 

 

📀 알레프 (ALEPH) <사과향>

 

 

EP 이상 단위의 앨범은 어떤 곡을 어떤 순서로 수록하였는지, 그 의미가 앨범의 감상을 좌우합니다. “순서대로 이어지는 곡들이니 차례대로 들어주세요”라는 아티스트의 언급이 더해졌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싱어송라이터 ‘알레프 (ALEPH)’의 [사과향]을 소개합니다.

 

치밀하게 짜낸 짝사랑의 서사는 총 여섯 트랙으로 흘러갑니다. 알레프가 그리는 짝사랑은, 대상 앞에서 붉게 물든 볼보단 옅고 완전히 달아진 사과보단 덜 익은 풋내를 내풍깁니다. 아티스트의 의도를 따라 여섯 트랙을 연달아 듣고 나면, 이윽고 바이닐을 뒤집을 시간입니다. B면은 A면에 수록된 전체 트랙을 인스트루멘탈 버전으로 담아냅니다. 오직 바이닐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트랙들로, 짙은 여운을 경험하게끔 합니다. 앨범은 청각의 영역을 의도함과 동시에 촉각과 시각의 영역에서도 색다른 경험을 의도합니다. 바이닐을 보고 만지는 또 다른 감상 포인트로, 자켓 색상을 반전한 포스터를 제공합니다. 포스터의 뒷면엔 알레프가 작성한 시 구절을 적어내어 소장 가치를 높입니다.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빠르게 절판되었습니다. 뒤늦은 소식을 접한 이들에겐 아쉬움의 대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언젠가 다시, 어디에선가 우연히 앨범을 만나게 되는 날을 기대하며 지내시길 희망합니다.

 

– 아이스크림은 우유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익명의 스태프 C

 

 


 

 

📀 안다영 <ANTIHERO>

 

 

네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안다영의 [ANTIHERO]. 안다영의 [ANTIHERO]를 들은 이들은 모두 ‘안다영이 누구야?’라는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조적인 언어로 풀어가는 가사들은 안다영의 머릿속을 유영하는 기분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날이 서있는 사운드 위에 몽환적인 목소리를 더 해 우울한 사람들을 유인하여 집어삼켜 버리죠. 땅을 보며 사과를 줍는 아이처럼 수록된 트랙을 하나하나 주워가다 보면 결국 신화를 써버린 본인만의 안다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불온함, 혐오감, 충동감, 허무주의 등 모든 것을 포용한 뒤 사랑을 갈구하는 그녀는 진정한 악마일까요?

 

12인치 블랙반으로 제작된 바이닐을 펼쳐보면, 새빨간 별색 인쇄지 위로 각 트랙의 무드를 시각화한 독특한 모형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검정과 빨강의 뚜렷한 시각적인 조화, 그리고 강렬한 사운드는 우리의 뇌리를 강타할 것입니다. 단숨에 우리의 감각을 사로잡는 안다영의 [ANTIHERO] 바이닐은 포크라노스 비스테이지와 온오프라인 판매처를 통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자고 일어나면 뿔이 나 있으면 좋겠는 익명의 스태프 D

 

 


 

📀 TRPP <TRPP>

 

 

다섯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밴드 TRPP의 정규 1집 [TRPP]입니다.

 

TRPP를 비밀스레(?) 편애하는 스태프로서 그들의 데뷔 풀렝스 바이닐을 소개하게 되어 기쁩니다. 다소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한 분이라도 구매 욕구를 자극했으면 좋겠네요.

 

각자의 활동으로도 충분히 멋진 세 아티스트가 부캐를 자처하며 TRPP라는 밴드로 첫 앨범을 발매했을 때부터 이들의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듣고 있으면 자꾸 나를 과거로 보내버리는, 웬 청춘물 반항캐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앨범이었죠.

 

지글지글 노이즈 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음악들은 이후 바이닐이라는 매체에 담기면서 그 매력이 한 번 더 극대화됩니다. 본인은 [TRPP] 바이닐을 처음 받아 든 날 퇴근하자마자 한 번, 그리고 주말에 여유롭게 한 번, 도합 두 번을 감상하였습니다. 그중 압도적으로 좋았던 건 주말 낮 타임이었습니다.

 

첫 곡 [Pause]의 가사대로 ‘이대로 누워-‘, ‘움직이는 것이 없이’ 소파에 널브러져 시작하니 왠지 모르게 뿌듯함이 올라왔습니다. 이어지는 최애 트랙 [Yeah]가 나올 때엔 이미 소파를 박차고 북적이는 도쿄 사거리를 비장하게 걷고 있습니다. 야-야-야-야 구호에 맞춰(실제로는 Yeah)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으로 변신하더군요. Yeah!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이닐을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어느새 꿈속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치치가 저 멀리서 부르는 목소리인지 옆에 있던 나의 고양이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낮잠에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래저래 영화 한 편 뚝딱 찍고 나면 ‘아- 맛있다!’ 생각이 절로 드는 음반입니다.

 

한여름 낮에 감상하는 [TRPP] 바이닐 소리는 낮잠처럼 달고, 몽롱하고, 어지럽고, 어딘가 또 울적한 맛입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이 여름이 완전히 가기 전 토요일 오후 2시, 볼륨을 이-만큼 키우고, 어딘가에 누워 감상하길 추천해 봅니다. 커버부터 이너슬리브, 디스크까지 강렬한 보랏빛을 내뿜는 TRPP의 바이닐은 포크라노스 웹사이트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판매처에서 오늘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베일에 싸인 익명의 스태프 E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김아일, Joe Layne, 곽태풍

대체할 수 없는 목소리의 힘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김아일 <some hearts are for two>

 

<some hearts are for two>는 4년 만에 발표하는 김아일의 신보이자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대체 불가능한 음색과 독보적인 음악성으로 이미 발매와 동시에 많은 관심을 받았던 만큼 열 한 곡이라는 풀랭스를 꽉 채워 구성된 이번 앨범은 우리 주변에 공기처럼 자리한 우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코 선명한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우울’이라는 대상의 특성 탓인지, 앨범은 러닝타임 전반에 걸쳐 바다 위를 부유하는 듯한 뭉근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더불어, 김아일의 강점이기도 한 복합적인 장르적 특성을 대변이라도 하듯 한 가지 색으로 좁혀지지 않는 소리들의 구성은 결국 그 모든 감정을 마주하고 그보다 커다란 사랑을 통해 그것들을 아우르려는 작품의 메시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Joe Layne <Life O Life>

 

조레인의 음악은 언제나 삶을 향한 충만한 감정들로 가득하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삶에 대한 예찬을 아끼지 않고 있는 이번 다섯 번째 정규 앨범 <Life O Life>는 아홉 곡에 걸쳐 자연스레 밝은 기운을 듬뿍 받아 갈 수 있게끔 든든한 손길을 내어주는 작품이다. 여유로운 분위기를 기반으로 이어지는 기타 연주와 담백한 보컬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파도보다는 잔잔한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그러나 꾸준하게 이어지는 해류의 그것을 닮아있다. 폭발적인 구간 없이도 시나브로 기분을 상기시키는 조레인의 작법은 그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악기들의 질감 조합을 통해서 단단하게 완성된다. 특히나 모든 곡의 작편곡을 1인 체제로 이어온 만큼 뚜렷한 색채로 칠해진 아홉 트랙은 든든한 한 끼 식사와도 같은 음악적 포만감을 선사한다.

 

 


 

곽태풍 <나는야 락스타 !>

 

작년 6월, 첫 번째 싱글 <소년이 소녀에게>로 데뷔한 후 꾸준한 활동과 함께 몇 차례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확실한 색깔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는 곽태풍. 곽태풍은 ‘강렬’이라는 표현마저도 부족해 보이는 활동명으로 한 번, 그리고 그 이름이 주는 느낌이 무색할 만큼 청량하고 풋풋한 소년의 감성으로 두 번 놀라움을 주는 음악가다. <나는야 락스타 !>는 지난 11월 발매된 그의 첫 번째 정규 앨범으로, “나의 첫 기록이자 나의 모든 시절”이라고 스스로 표현했을 만큼 음악가로서의 색깔을 가감 없이 담아낸 작품이다. 거칠거칠하고 시원시원한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이어지는 곽태풍 특유의 미려한 보컬은 길지 않은 활동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인이 가진 강점을 확실히 알고 있는듯한 노련미를 풍긴다.

 

 


에디터: 월로비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88호에 실린 글입니다.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다린, 손서정, 시너가렛

대체할 수 없는 목소리의 힘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다린 <축>

 

다린의 음악은 한 글자, 한 글자 연필로 꾹꾹 눌러 써 내려간 편지를 닮았다. 서걱거리는 목소리의 질감과 사려 깊게 골라낸 언어들이 한데 모여있으니, 마치 보내는 이의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처럼 포근한 온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26일에 발매된 <축>은 가을을 건너뛰고 부쩍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세상에 나와, 듣는 이의 마음 깊은 곳까지 그러한 따스함을 전하는 곡이다. 특히 이번 신곡은 ‘축’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지난 4월부터 두 달 간격으로 이어진 싱글 프로젝트의 끝자락에서 그간의 이야기들을 아우른다. 그래서일까, 곡 전반에 녹아든 첼로 연주와 함께 낮은 곳에서부터 일렁이는 다린의 목소리에서는 지금까지보다 차분한, 그러나 조금 더 묵직한 떨림이 느껴지는 듯 하다.

 

 


 

손서정 <갈피>

 

일부러 멋 내지 않아도 빛이 나는 목소리가 있다. 손서정의 음악은 애써 꾸미지 않아도 자연스레 새어 나오는 색깔로 가득하다. ‘티 없이 맑음’과 ‘가볍지 않은 진중함’ 사이 어디쯤에 놓인 그의 목소리는 쉬이 잊기 힘든 힘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로 그 의미를 확장하는 손서정의 작업 방식은 창작자로서의 색깔을 한층 더 밀도 있게 만드는 차별점이기도 하다. 이번 신곡 <갈피> 속에 담긴 이야기 또한 환상적인 연출이 인상적인 동명의 뮤직비디오와 짧은 동화로 여러 차례 확장되어 그가 생각하는 ‘사랑’의 면면을 다채롭게 담아낸다. 다재다능한 신예 음악가의 다음을 상상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 또 어딘가로 넓어져 갈 손서정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시너가렛 <Invisible Diary>

 

로컬씬이라는 표현이 점점 유명무실해져 가는 요즘, 시장의 분위기를 거스르고 심심찮게 눈에 띄는 지역이 있다. 바로 부산이다. 지역의 고유한 정취 덕분인지 출중한 실력은 물론 개성 있는 음악성으로 무장한 음악가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는 부산에서 또 한 번 귀를 사로잡는 팀이 등장했다. 지난 10월, 데뷔 EP <Invisible Diary>를 발표한 시너가렛이다. 이들의 음악은 ‘누아르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눅진한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없던 사연마저 떠오르게 하는 보컬 ‘허두원’의 목소리, 그리고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이동영’, ‘홍현승’의 안정적인 연주는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기승전결 한 편을 뚝딱 완성해낸다. 쉴 틈 없이 다음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는 시너가렛의 에너지는 이제 막 부산에서 시작해 세상을 향해 서서히 약동하는 중이다.

 

 


에디터: 월로비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86호에 실린 글입니다.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허캐(hukke), DRENCH, 고즈넉

늦여름의 열기를 닮은 뮤지션 셋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허캐(hukke) <closetclosetcloset>

 

싱글 <closetclosetcloset>과 함께 등장한 허캐의 모습에서 어딘가 익숙함을 느꼈다면 제대로 본 것이 맞다. ‘허캐’는 박문치 유니버스의 든든한 보컬리스트이자 외계인 시스터즈 중 한 명인 ‘루루’의 새로운 활동명이다. 그간의 개성 있는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어있었을 법도 한데, 이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본인만의 색깔을 듬뿍 담아 완성된 이번 싱글은 뭉근하면서도 허스키한 허캐의 보컬톤을 매력적으로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closetclosetcloset>은 그러한 보컬톤과 대비를 이루는 청량하고 상쾌한 분위기 사이의 균형이 인상적인 곡이다. 그래서일까, 짐으로 느껴질 수 있는 수많은 미련조차 소중히 간직하려는 메시지는 머뭇거림과 새로운 다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절묘하게 담아낸다.

 

 


 

DRENCH <DAY 2 NIGHT>

 

<DAY 2 NIGHT>는 작년 4월 데뷔 이후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작업을 이어온 DRENCH의 첫 번째 EP이다. 1번 트랙 ‘6 in the morning’을 시작으로 마지막 트랙인 ‘밤하늘’로 마무리되는 다섯 곡의 서사는 시간 축을 중심으로 마치 그라데이션처럼 ‘나의 하루’라는 서사를 이어가는데, 다시금 반복될지라도 그 또한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그간의 음악 활동을 갈무리하는 작품으로서의 손색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마침 이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이 선공개 트랙으로 발표되었다는 사실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 그 사이 사이의 이야기를 특유의 미성과 담백한 노랫말로 채워 넣은 DRENCH의 음악은 계속될 그의 또 다른 하루로 이어지는 중이다.

 

 


 

고즈넉 <두고 갈 것들:>

 

지난 9월 말, EP <두고 갈 것들>은 고즈넉의 데뷔 작품이자 소품집이다. 6곡에 걸쳐 짙게 묻어나는 공간감은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해주는 것은 물론, 순간순간 초연한 기운마저 느껴지게 한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두고 갈 것들을 모아 만”들었다 덧붙이고 있는 앨범 소개글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지점이다. 그가 마주한 일상의 장면들은 여러 뮤지션들의 목소리를 빌어 묘사되는데, 그 하나 하나의 목소리가 전부 곡 속의 감정선과 자연스레 어우러지고 있어 고즈넉의 프로듀서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치 인생의 새로운 장을 준비하듯 적어 내려간 누군가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들은 그렇게 음악이라는 언어를 타고 또 다른 누군가의 새삼스러운 공감으로 번져간다.

 

 


에디터: 월로비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84호에 실린 글입니다.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매미(MEMI), 보수동쿨러, 해서웨이 (Hathaw9y), 우 (Wooo!)

따로 또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뮤지션들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매미(MEMI) <I don’t give a>

 

올해 5월, 싱글 <Hate U>와 함께 등장한 매미(MEMI)는 사실 알고 보면 햇수로 1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뮤지션이다. 밴드 ‘24아워즈’와 ‘서울문’의 기타리스트 ‘김혜미’이자 이제는 어엿한 솔로 아티스트로서 어느덧 두 번째 싱글 <I don’t give a>를 발표한 매미의 음악에는 오랜 시간 쌓아온 실력과 더불어 그 시간 동안 변함없이 이어져 온 열정이 듬뿍 담겨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싱글 <I don’t give a>는 리프 하나하나 마다 음악과 기타를 향한 애정이 오롯이 새겨져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듣는 내내 기분 좋은 떨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24아워즈의 익살스러움과 서울문의 청량함, 이제는 묵직한 록 사운드까지 섭렵한 매미의 연주는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는 듯 강렬하고 또 거침없다.

 

 


 

보수동쿨러, 해서웨이 (Hathaw9y) <LOVE SAND>

 

명실공히 지금의 부산 밴드 씬을 대표하는 두 밴드가 뭉쳤다. 몇 차례의 합동 공연으로 이미 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가 이번에는 4곡으로 구성된 EP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장난처럼 자연스레 시작되었다는 이들의 협업은 더할 나위 없이 밝은 기운으로 트랙 전반을 감싸 안으며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곳곳에 묻어나는 두 밴드의 유대감은 마치 정겨운 가족사진을 연상케 하는 앨범 커버에서도 또 한 번 음악과 맞물리며 그 따뜻함을 배가시킨다. 보수동쿨러의 음악 같기도, 해서웨이의 음악 같기도, 그와 동시에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절묘한 소리의 합으로 가득한 <LOVE SAND>. 이런 만남이라면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이다.

 

 


 

우(Wooo!) <SATURATION>

 

<SATURATION>은 몇 차례의 작곡 활동으로 먼저 이름을 올린 바 있는 프로듀서 우(Wooo!)의 첫 번째 솔로 작품이다. 프로듀서의 솔로 작품으로 발표되는 여타 음악들은 주로 해당 트랙에 목소리를 더해주는 피쳐링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 것에 비해, <SATURATION>은 신기하게도 사람의 목소리보다 그 너머로 흩뿌려진 소리의 질감, 그리고 그 질감과 목소리 마저 아우르는 전체적인 뉘앙스가 훨씬 더 강렬하게 기억을 휘어잡는다. 그만큼 짙게 풍겨지는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적 색깔은 비할 바 없는 몰입감으로 이어지는데, 7곡으로 구성된 전체 트랙을 한 차례 정주행하고 나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통과한 것 같다는 인상마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월로비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82호에 실린 글입니다.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CHS, 아사히, 임세모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는 방법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CHS <HIGHWAY>

 

6인조 밴드 CHS의 음악을 아는 사람이라면 ‘여름 하면 CHS, CHS 하면 여름’이라는 표현을 두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섯 명이라는 인원이 뿜어내는 터질듯한 에너지는 여름의 그것을 쏙 빼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발표된 첫 번째 싱글 <땡볕>을 시작으로 매년 여름마다 꾸준히 멋진 음악을 선보여온 이들의 신곡  <HIGHWAY>는 흡사 열대 지방의 뜨거운 태양과 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물론, ‘HIGHWAY’라는 제목처럼 속도감 넘치는 구성을 자랑한다. 게다가 ‘Q the Trumpet’의 트럼펫 연주가 더해져 더욱 풍성해진 사운드로 완성되었으니 음악을 듣는 내내 덩달아 가슴 뛰는 여름의 에너지를 오롯이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사히 <춤이라도 춰>

 

아사히의 여름은 역동적이다. 이들의 신곡 <춤이라도 춰>는 제목 그대로, 이렇게 뜨겁고 설레는 날씨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 춤이라도 추는 것이 어떠냐 노래하는 곡이다. ‘Dreamlike’, ‘권혁주’, ‘고장난’ 3인으로 이루어진 아사히는 멤버 각자의 역할과 역량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완성되는 특유의 가슴 끓는 감성을 자랑하는데, 이 특유의 감성이 여름이라는 키워드와 어우러져 실제로 책상을 박차고 이 계절의 에너지를 만끽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의 음악이 탄생했다. 아무리 날씨가 더워져도 이조차 언젠가 사라져버릴 열기라 생각한다면 일분일초 전부가 아깝고 소중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아사히는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한가득 끌어안고 지나가는 여름의 뜨거움에 그대로 몸을 맡긴다.

 

 


 

임세모 <이게 사람 사는 날씨냐>

 

물론 모두가 여름의 뜨거움을 설레는 마음과 함께 만끽하길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목부터 눈을 사로잡는 임세모의 새 싱글 <이게 사람 사는 날씨냐>는 “근데 이건 좀 아니잖아”라며 찌는듯한 더위를 향해 진심이 뚝뚝 묻어나는 마음을 노래한다. 물론 실제로 음악을 들어보면 꽤나 직설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귀여운 투정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시원한 물속의 두부가 부럽다는 등의 표현들은 아기자기한 멜로디와 어우러져 은은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름이 마냥 싫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여름을 향해 부려보는 투정이야말로 “파란 하늘”과 “맛있는 과일”을 만날 수 있는 이 계절에 대한 애정 표현일 테니 말이다.

 

 


에디터: 월로비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80호에 실린 글입니다.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g1nger, 최낙타, Charming Lips

변함 없는 모습으로 돌아온 반가운 얼굴들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g1nger <You Found Me>

 

세련되고 단단한 감성, 그리고 그에 대비되는 친근한 이미지로 데뷔 초부터 꾸준히 사랑받아온 g1nger (이하 ‘진저’)가 새로운 싱글 <You Found Me>와 함께 돌아왔다. 물론 그사이에도 커버 영상과 공연 등을 통해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온 진저인 만큼, 이번 신곡은 그녀의 행보와 꾸준히 함께 해온 이들이라면 마치 반가운 선물과도 같이 느껴졌을 것이다. 안 그래도 반가운 진저의 목소리는 베이스가 두드러지는 미니멀한 악기 조합 위에서 주인공처럼 부각되는데, 분위기가 반전되는 파트와 파트 사이를 여유롭게 넘나들며 감정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모처럼 전자 사운드와 어우러진 그녀의 목소리처럼 미묘한 사랑의 면면을 노래하는 이번 곡은 그 분위기를 십분 담아낸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하길 적극 권한다.

 

 


 

최낙타 <HERB>

 

여전히 푸르른 감성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최낙타는 알고 보면 이제 만으로 데뷔 10년 차에 접어든 중견 뮤지션이다. 2013년 데뷔 싱글 <얼음땡> 이후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는 동시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얼굴을 알리며 그만의 음악성을 쌓아왔다. 이번 싱글 <HERB> 또한 약 1년 반 만에 발표하는 신곡임에도 불구하고 최낙타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질감으로 가득 차 있다. 낯설지 않은, 그러나 동시에 쉽사리 눈치챌 수 없는 감정의 끝자락을 음악으로 담아낸 <HERB>는 그 제목을 닮아 작지만 섬세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숨기지 못해 새어 나온 마음이 더 많았다”는 앨범 소개 글처럼 자연스레 새어 나오는 반가움과 설렘으로 가득한 초록빛 멜로디를 소개한다.

 

 


 

 

Charming Lips <Mindfulness Color>

 

대체 불가능하면서도 감각적인 작법으로 여러 뮤지션과 다양한 방식으로 합을 맞춰온 프로듀서 Charming Lips (이하 ‘차밍립스’). 가장 요즘의 소리를 선보이는 그가 정말 오랜만에 솔로 작품을 발표한다.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합작 앨범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2017년 데뷔 싱글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솔로 EP <Mindfulness Color>는 그간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다채로운 밀도를 자랑한다. 그 과정에서 Summer Soul, Western Kite 등 음악적인 색깔로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뮤지션들의 목소리가 차밍립스의 뭉근한 바이브로 어우러지는 과정은 특히나 프로듀서로서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지점.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이 가사 없는 연주곡으로 구성되어 여러모로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이번 EP의 시작과 끝을 매듭짓는다.

 

 


에디터: 월로비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78호에 실린 글입니다.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잭킹콩, 한로로, blurrin'(블러린)

처음의 마음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잭킹콩(Jackingcong) <Hiking>

 

풍성하고 기분 좋은 사운드로 대표되는 잭킹콩의 음악은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연주로 듣는 이의 텐션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주곤 한다. 그런데 올해 5월에 발표한 이들의 새로운 싱글 은 사뭇 낯선 분위기를 풍긴다. 지치고 무뎌진 마음을 안아달라 이야기하는 노랫말은 지금껏 이들이 선보여온 음악에 비해 처연하다고까지 느껴지는 감상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변화는 결코 어둡고 우울한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 발짝 떨어져 묵묵히 기반을 잡아주는 트럼펫 연주와 한껏 차분하고 잔잔해진 구성에 힘입은 노랫말은 도리어 공감과 위로라는 키워드와 함께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며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잔잔한 용기를 선사한다. 덜어낸 만큼 더욱 풍성해진 잭킹콩의 음악 끝에는 언제나 그렇듯 미소가 함께 한다.

 

 


 

한로로 <입춘>

 

<입춘>은 싱어송라이터 한로로의 데뷔 싱글이다. 스스로, “나의 발화(發花)를 기록하기 위한 곡”이라 소개하고 있는 이 노래는 제목 그대로 언젠가 다가올 자신의 봄날을 기다리겠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음악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요소로 인해 그 이야기가 전혀 ‘수동적인 기다림’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맑은 음색과 동시에 깊은 울림을 지닌 목소리는 단지 ‘기다리는’ 것을 넘어, ‘찾아 나서는’ 듯한 단단하고 초연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꽉 찬 기타 사운드와 그 위로 얹어지는 미려한 바이브레이션의 어우리짐은 곡 전반에 걸쳐 자연스러운 감정적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음악의 힘을 빌려 듣는 이의 마음과 공명하는 그녀의 발화(發花)는 곧이어 저마다의 마음속 불씨가 되어 발화(發火)할 수 있는 힘을 건넨다.

 

 


 

 

blurrin’ (블러린) – 기다리던 아침이 올 거야

 

마지막으로 소개할 싱글 <기다리던 아침이 올 거야> 역시 blurrin'(이하 ‘블러린’)의 데뷔곡이다.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미리 공개된 바 있는 데모 버전보다 훨씬 풍부한 사운드, 힘 있는 보컬로 완성된 이 곡은 ‘시작’이라는 단어에 담긴 설렘보다도 그 이면에 드리운 적막함, 그리고 막연함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아진 아침”을 그리며 “매일을 설레어하자”며 노래하는 목소리는 마치 온 힘을 다해 꾹꾹 눌러 디디는 발자국의 기운을 닮았다. 곡의 후렴구에 밴드 더 폴스와 wave to earth의 멤버이기도 한 김다니엘의 목소리가 더해져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는 감성이 완성되었다. 저마다의 계절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모두를 위해 시린 햇살을 닮은 블러린의 음악을 권해본다.

 

 


에디터: 월로비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76호에 실린 글입니다.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Jflow, 김오키, OART(오아트)

프로듀서와 보컬리스트, 그 유연한 유대감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Jflow [If You Didn’t Know]

 

음악은 국경 없는 언어라는 표현이 있는 것처럼, 별다른 소통 없이도 음악을 매개로 특별한 유대감이 형성되는 경우를 우리는 살면서 종종 경험하곤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아티스트 Jflow의 신곡 작업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평소 좋아하던 해외 가수와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일면식도 없던 필리핀 출신 아티스트 Peej에게 연락을 보낸 그의 진심은 그렇게 ‘If You Didn’t Know (With. Peej)’라는 곡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음악을 듣고 있자면 Jflow가 깔아놓은 편안한 선율 위에 이국의 향을 물씬 풍기는 Peej의 보컬이 얹어져, 마치 오래 알고 지낸 두 친구의 편안하면서도 진득한 대화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국경 없는 언어로 짜여진 이들의 기분 좋은 유대감은 듣는 이들마저 녹여내는 음악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오키 [안부]

 

본인의 가창 없이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뮤지션의 작업은 마치 용병술과도 같다. 수많은 뮤지션의 목소리와 성향을 고려한 후 적재적소에 그들의 힘을 보태 곡을 완성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색소포니스트 김오키는 이 분야의 대가라 할 만하다. 장르 구분 없는 다양한 피쳐링으로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김오키의 용병술은 최근 발표한 정규 앨범 <안부>에서도 여지없이 이어진다. 메이저 씬의 독보적인 보컬리스트 이하이부터 범 장르적인 음악성을 자랑하는 듀오 D’allant의 보컬 DAYE, 그리고 밴드 까데호의 멤버이자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탄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태훈까지, 인디와 메이저를 막론하고 한자리에 모인 뮤지션들은 김오키의 프로듀싱으로 날개를 달고 각자의 방식으로 그의 ‘위로’를 다채롭게 색칠한다.

 

 


 

 

OART (오아트) [untidy]

 

안목을 갖춘 신인은 남들보다 한 발짝 앞서 달리기를 시작하는 셈이다. 이 ‘안목’, 혹은 ‘감’이라는 것은 보통의 경우 오랜 경험이 누적되어야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올해 4월 데뷔한 프로듀서 OART (오아트)의 첫 번째 싱글에 깊은 감성의 소유자인 paulkyte (폴카이트)가 참여했다는 사실은, 앞서 언급한 ‘안목’을 가진 신인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곡과 목소리는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어긋난 관계의 끝자락에서 서로의 행복을 바란다’라는,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이 오묘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폴카이트는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다. 노련미마저 느껴지는 오아트의 프로듀싱을 보고 있자면 이 아티스트가 앞으로 보여줄 음악적 행보를 기대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에디터: 월로비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74호에 실린 글입니다.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FRankly (프랭클리), BLUE ROOM, Tuesday Beach Club

싱그러운 에너지와 끈끈한 시너지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FRankly (프랭클리)

 

‘하이틴 너드 밴드 (Hi-Teen Nerd Band)’를 표방하며 등장한 4인조 밴드 프랭클리는 그 모토에 걸맞은 젊은 날의 ‘설익은’ 감성을 노래한다. 작년 6월 발매된 이들의 데뷔 싱글 [DD(Drunk Dreaming)]에는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지만 괜스레 상기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프랭클리 표 청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리고 올해 3월, 마치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성숙함이라는 변화가 찾아오듯, 나긋한 미성과 말랑말랑한 신스 사운드로 대표되던 프랭클리가 속이 꽉 찬 록 사운드와 함께 돌아왔다. 작년 말부터 프로듀서로 함께 참여하고 있는 선배 뮤지션 ‘Joe Layne’의 서포트를 통해 완성된 이들의 첫 번째 EP [Frankly I…]에는 그렇게 사뭇 진지해진 ‘프랭클리 표 청춘’의 새로운 면면이 가득 담겨있다.

 

 


 

 

BLUE ROOM

 

총 7명의 멤버로 구성된 밴드 블루룸은 그 인원수만큼이나 다채로운 소리를 선보이는 팀이다. 2021년의 마지막 날 발매된 데뷔 싱글 [Not So Far]에 이어 올해 2월에 선보인 [badbutgood]에 이르기까지, 재즈와 힙합 무드가 적절히 가미된 흑인 음악 사운드를 기반으로 곳곳에 배치된 밴드 사운드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일곱 멤버 사이의 시너지를 닮아 신선한 에너지를 시종일관 이어간다. 이들의 기분 좋은 바이브는 유튜브에 공개된 라이브 비디오를 통해서도 즐길 수 있으니 꼭 함께 감상해 보길 권한다.

아마도 이 글이 공개되었을 시점이면 4월 초로 예정된 블루룸의 신곡 또한 세상에 발표되었을 것이다.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의 보금자리’라는 뜻의 밴드명처럼, 듣는 즉시 기분을 끌어올려 줄 이들의 새로운 음악을 즐거이 기다려보자.

 

 


 

 

Tuesday Beach Club

 

금요일도 아니고 토요일도 아닌, 그렇다고 월요일도 아닌 ‘화요일 해변가 클럽의 분위기를 음악으로 담아낸다’라는, 독특하면서도 구체적인 컨셉과 함께 등장한 4인조 밴드 Tuesday Beach Club (이하 ‘TBC’). 한 주의 시작을 이제 막 통과하며 만끽하는 잠깐의 일탈이 이런 기분일까? 그래서인지 이들의 음악은 무작정 신나고 들뜨는 것도, 그렇다고 마냥 차분하고 잔잔한 것도 아닌 ‘뭉근한 흥겨움’을 듬뿍 담고 있다. 평범한 밴드셋 구성임에도 느껴질 수밖에 없는 특유의 분위기는 분명 TBC가 추구하는 구체적인 뉘앙스에 기반한 것이리라.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실제로 화요일에만 발매를 진행한다는 사실이다. 3월 22일 화요일에 맞춰 따끈따끈한 신곡으로 돌아온 TBC의 ‘화요일’과 함께라면 한 주의 텐션을 기분 좋게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월로비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72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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