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the trumpet [연구일지 1]

강렬한 트럼펫 사운드를 비롯하여 겹겹으로 쌓인 악기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랩이라는 형식을 사운드적으로 조화롭게 버무릴 수 있을지를 파고든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큐 더 트럼펫의 이번 EP는 단순히 싱잉 랩이라는 단순한 수식어로 한정 지을 수 없는 보다 넓은 영역에 걸쳐있다고 할 수 있다.

 


 

Q the trumpet
연구일지 1
2021.06.30

 

랩에도 분명 음정이 존재한다. 물론 장르 특성상 박자의 비중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존재감이 좀처럼 부각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는 잇따른 코드 진행 위에 목소리를 얹어야 한다는 보편적인 가창의 형태로 인해 음정의 존재는 랩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새 EP [연구일지 1]을 발표한 Q the trumpet(이하 ‘큐 더 트럼펫’)의 행보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한 명의 트럼페터인 큐 더 트럼펫은 프로듀서이자 비트메이커이며 래퍼이자 보컬리스트로서 장르의 경계를 차례차례 깨부수며 음악적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 중인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다. 물론 세션 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이력만으로도 큐 더 트럼펫이라는 아티스트를 주목할만한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지만, 앞서 언급한 ‘랩에서의 음정’이라는 키워드는 그가 트럼페터라는 사실과 맞물려 또 다른 차별점을 낳는다.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은 다시 말해 그것을 섬세하게 다루는 경우 또한 많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간혹가다 코드 위로 딱 떨어져 완벽한 화음을 이루는 랩 구절(그것이 멜로디컬한 선율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을 들을 때면 새삼스러운 청각적 쾌감이 느껴지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 큐 더 트럼펫은 악기를 다루고 소리를 만들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연구일지 1]에서도 여전히 이 효과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신선한 연출을 이어간다. 사소하지만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 혹은 복수의 보컬 트랙을 층층이 쌓는다거나 오토튠을 활용하는 등의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금관악기 중 가장 높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트럼펫이라는 악기의 특성상, 수많은 소리 위에서 어긋나지 않는 선율을 이어가는 데에 남다른 감각을 키워온 탓인지 그의 음악은 전체적으로 트랙 간의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쓴 흔적이 짙게 묻어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것은 흔히 말하는 ‘싱잉 랩’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전작 [YELLOW FLOWER]에 비해 멜로디컬한 라인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안 그래도 강렬한 트럼펫 사운드를 비롯하여 겹겹으로 쌓인 악기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랩이라는 형식을 사운드적으로 조화롭게 버무릴 수 있을지를 파고든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큐 더 트럼펫의 이번 EP는 단순히 싱잉 랩이라는 단순한 수식어로 한정 지을 수 없는 보다 넓은 영역에 걸쳐있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주는 다양한 감정에 대한 연구’라는 원래 주제와는 전혀 다를지언정, 그야말로 소리에 대한 충실한 ‘연구일지’나 다름없는 셈이다.

 

5곡짜리 EP임에도 불구하고 Intro, Interlude, Outro 등의 요소를 알차게 끌어와 음악적 유기성을 의도하려 한 점이나, 상대적으로 저음역대를 가진 제이유나와Meego의 피쳐링으로 소리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점 또한 앞서 언급한 맥락과 함께 감상한다면 눈여겨볼 만한 지점들이다. 자칫 진지해질 수도 있는 시간이라는 주제를 두고 친근한 태도를 취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작품의 전체적인 무게감은 전작에 비해 훨씬 가벼워졌지만 그 밀도 만큼은 지금껏 나온 큐 더 트럼펫의 작품 중 으뜸이 아닐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고, 연주자 출신의 아티스트가 엮어내는 소리의 조합은 그의 두 번째 연구일지를 기다려볼 만큼 충분히 신선하고 또 흥미롭다.

 

 


Editor / 월로비

GaYoung Bae (배가영) [Gugak and Jazz on Canvas Live Album]

[Gugak and Jazz on Canvas Live Album]은 전작에 수록된 곡의 또 다른 버전을 포함해 새로운 곡까지 담아냈다. 함께 했던 해외 연주자들도 국내 연주자들로 바뀌었고, 한층 더 깊이 있게 정서를 표현해낸다. 전통과 재즈, 어느 한 쪽에 구심점을 찍지 않고 오히려 그 두 가지를 정말 재료처럼 유연하게 녹여내는 과정과 결과를 감상하다 보면 앨범은 비교적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짧게 느껴진다.

 


 

GaYoung Bae (배가영)
Gugak and Jazz on Canvas Live Album
2021.07.05

 

한국에서의 첫 데뷔 앨범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재즈 피아니스트 배가영의 이야기다. 한국의 악기를 포함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의 리듬, 그러니까 장단을 연주하고자 했고 한국의 음악과 재즈 음악 양 쪽 모두 자신의 앨범 안에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크로스오버에 해당하는 많은 작품이 한국의 악기, 호흡과 재즈의 악기, 문법이 절묘하게 묶이는 작업을 해냈다면 배가영은 재즈를 도구로 한국의 것을 표현하는 방식을 택했다. 어쩌면 가장 원론적인 접근이기에, 그렇기에 더욱 어려운 길이어서 자칫하면 더 박한 평가를 받기 쉬운 형태다. 개인적으로도 [Sepia Painting]을 만나기 전까지는 한국 고유의 음악을 온전히 몸으로,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지 않은 이상 한국의 장단과 정서를 재즈로 표현하기란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은 고민과 관찰, 애정과 관심이 만드는 것이라는 더 원론적인 사실을 깨닫게 해준 것이 바로 배가영의 작품이다.

 

 

[Gugak and Jazz on Canvas Live Album]은 전작에 수록된 곡의 또 다른 버전을 포함해 새로운 곡까지 담아냈다. 함께 했던 해외 연주자들도 국내 연주자들로 바뀌었고, 한층 더 깊이 있게 정서를 표현해낸다. 여기에 앨범의 절반 정도에 참여한 황애리의 소리가 앨범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하며, 한국적인 표현의 비중을 단숨에 끌어올린다. 황애리의 경우, 전작 [서울민요]에서 이미 한국의 소리가 보컬로서 구성될 수 있는 영역을 한 층 더 넓혔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그것을 또 한 번 구현해낸 듯하다. 아울러, 동시에 배가영의 음악과도 좋은 조화를 이룬다.

 

전통과 재즈, 어느 한 쪽에 구심점을 찍지 않고 오히려 그 두 가지를 정말 재료처럼 유연하게 녹여내는 과정과 결과를 감상하다 보면 앨범은 비교적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짧게 느껴진다. 버클리 음대 전액 장학생이라는 타이틀, 다닐로 페레즈(Danila Perez)와 같은 피아노 명인들과 호흡을 맞췄다는 점만큼 어쩌면 지금까지 발표한 두 장의 앨범이 배가영이라는 음악가를 소개하기에 훌륭한 이력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앨범 전곡 모두 라이브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고 하니, 연주와 합을 직접 볼 수 있는 영상이 궁금하고 또 기대가 된다.

 

 


Editor / 블럭

7 [청춘]

오르간 연주를 들인 것도 신의 한 수지만, 담배 한 대 생각나는 먹먹한 분위기와 이를 잘 유지하는 연주, 포크 록에 소울풀함과 한국적인 멜로디가 더해지니 이것은 아무리 가까이 잡아도 1980년대 초반의 곡이 아닌가 싶다. 힘을 잔뜩 들인 뻣뻣한 연주가 아닌, 치열하면서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니 이들의 나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7
청춘
2021.05.07

 

기타에 문석민, 베이스에 박종우, 드럼에 서주영으로 구성된 세 사람은 7이라는 밴드를 결정했다. 작곡에 연주는 물론 믹싱, 마스터링, 커버까지 직접 해낸다. 여기에 세 사람의 면면이 모두 화려하다. 따로 또 같이 다니는 이들은 자이언티부터 스텔라장, 에릭남, 치즈, 이진아 등 하나 하나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들과 호흡을 맞춰오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각자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을 건 작품들이다. 박종우는 PJNOTREBLE로, 서주영은 younghotstuff로, 문석민은 slowminsteady로 각자의 앨범을 발매한 바 있고, 여기에도 구원찬, 이진아 등 많은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커버하는 장르도 다양하다. 재즈부터 록, 힙합, 알앤비 등 여러 형태를 자유롭게 오가는 가운데 그러면서도 각자의 색채는 어느 정도 유지한다. 파편적으로 들으면 각 연주자의 색채라는 것을 깊이 음미하긴 어렵겠지만 이들이 연주한 곡들을 쭉 모아서 들어보면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7은 한글로 칠이라고 읽지만, 영어로 생각해보면 chill이다. 하지만 ‘chill’이라는 단어에 가까운 음악을 연주했던 전작을 듣고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다소 당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정도 되는 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감상해도 무방할 만큼 과거의 향수를 놀랍도록 천연덕스럽게 재현한다. 아트워크부터 심상치 않다. 옛 시대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하며 마치 과거의 흑백 사진인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기억을 조작한다. 여기에 첫 곡 “연안부두”와 두 번째 곡 “처량한 경음악”까지 들으면 아마 소싯적 대학가요제 좀 들었다 하시는 분들은 혀를 내두를 것이다. 이 감성은 단순히 흉내 내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감탄할 수밖에 없다. 오르간 연주를 들인 것도 신의 한 수지만, 담배 한 대 생각나는 먹먹한 분위기와 이를 잘 유지하는 연주, 포크 록에 소울풀함과 한국적인 멜로디가 더해지니 이것은 아무리 가까이 잡아도 1980년대 초반의 곡이 아닌가 싶다. 힘을 잔뜩 들인 뻣뻣한 연주가 아닌, 치열하면서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니 이들의 나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세 사람의 본캐가 아주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네가 좋아하던 바다”부터 “안반데기”, “너랑 벚꽃”으로 이어지는 따뜻한 포크 록의 색채에는 결국 세련됨을 감추지 못하고 아름답게 풀어나간다. 마지막 “다음에 다시 만나요”는 어쩌면 본캐와 부캐의 좋은 합의점이 아닐까 싶다. 옛 정취를 살리는 톤과 깔끔한 진행의 조화는 멋 그 자체다.

 

앞서 말했듯 이들은 다양한 장르를 품어 왔다. 그리고 [청춘]을 통해 이들이 잘하는 새로운 것을 또 들려주며 세 사람의 세계관은 무척 넓어지는 중이다. 창고에서 만들어져 러프한 감성을 살린 전작, 한국적인 그룹 사운드의 본작을 지나 다음에는 어떤 것이 등장할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세 사람 모두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한 뒤 열심히 이들의 행보를 추적하며 기다리자.

 

 


Editor / 블럭

화분 [소만]

브라질 음악이라고 모두 신나는 축제 음악이 아니듯, 능수능란한 퍼커션의 넘실거리는 리듬과 존재감 강한 기타 톤이 있지만 사이키델릭한 순간부터 이지연의 보컬, 다양한 변칙 연주까지 때로는 잔잔하다가도 때로는 격정적으로 봄과 여름, 청춘과 낭만을 전달한다. 아마 브라질 음악에 대해, 혹은 삼바에 대해 전혀 모르더라도 이것이 우리의 여름에 훌륭한 주제곡으로 남을 수 있음을 한 번만 들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화분
소만
2021.06.11

 

소만은 24절기 중 하나로 해가 많이 들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시기다. 여름이 시작되는 즈음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삼바를 기반으로 브라질 음악을 선보이는 이들이기에 소만이라는 시기가 지닌 이미지와 화분은 잘 어울리는 듯하다. 화분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2012년 첫 정규 앨범을 시작으로 2016년 두 번째 앨범 [서교호텔], 세 번째 앨범 [봄, 꽃]에 이어 이번에 네 번째 [소만]을 발표했다.

 

 

화분의 음악은 비교적 그 방향이나 색채가 명료하다. 브라질 삼바 음악을 중심에 두고, 보다 본격적으로 브라질 음악에 깊이 있게 접근한다. 워낙 화분을 구성하는 멤버 구성이 화분의 색채와 가깝기도 하다. 솔로 앨범에서도 브라질 음악인 쇼로를 기반으로 다양한 작업을 했고 까데호의 1/3이기도 한 이태훈을 비롯해 라커퍼션에서도 중요한 인물인 유이엽, 소울소스의 드러머인 이종호까지 그 면면이 화려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인연을 만들어 준 계기 중에는 삼바 스쿨인 에스꼴라 알레그리아(Escola Alegria)도 있다고 하니, 삼바 음악은 어쩌면 이들에게 필연적인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이들의 소개글대로 보사노바부터 브라질리언 훵크까지 다양하게 담아내며 브라질의 재즈 훵크 밴드인 아지무스(Azymuth)부터 주앙 지우베르투(Joao Gilberto), 일찍이 다양한 장르를 섞어냈던 에우미르 데오다토(Eumir Deodato)에 토킹뉴(Toquinho)까지 언급한 것을 보면 이들의 목적지는 단순히 삼바 하나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브라질 음악이라고 모두 신나는 축제 음악이 아니듯, 능수능란한 퍼커션의 넘실거리는 리듬과 존재감 강한 기타 톤이 있지만 사이키델릭한 순간부터 이지연의 보컬, 다양한 변칙 연주까지 때로는 잔잔하다가도 때로는 격정적으로 봄과 여름, 청춘과 낭만을 전달한다. 아마 브라질 음악에 대해, 혹은 삼바에 대해 전혀 모르더라도 이것이 우리의 여름에 훌륭한 주제곡으로 남을 수 있음을 한 번만 들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화분의 브라질 음악을 이국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들으면 그런 느낌보다는 오히려 각자의 여름에 관한 기억이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 이들만큼 삼바를 애정 있게 대하는, 그리고 잘 풀어내는 밴드도 없을 것이다. 때마침 날씨도 화분의 앨범을 듣기 딱 좋다. 올해 여름은 화분과 함께 보내보자.

 

 


Editor / 블럭

GREENVILLA [GREENVILLA EP]

여덟 트랙으로 이루어진 [GREENVILLA EP]는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인디 락의 미덕을 충실히 따른다. 낭만을 머금은 기타 사운드와 맑고 투명한 보컬, 정갈하고 차분한 프로덕션까지. 밴드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낸 타이틀 넘버 ‘Venus’가 그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GREENVILLA
GREENVILLA EP
2021.06.03

 

밴드 그린빌라(GREENVILLA)가 셀프타이틀 데뷔 EP를 발표했다.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그린빌라가 조금은 낯선 이름일 수 있기에, 간단하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그린빌라는 창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4인조 혼성 밴드로, 엉클밥과 Paper River 출신의 멤버들과 별도의 활동 이력을 지니지 않은 보컬 배우미가 의기투합하여 결성되었다. 앞서 소개한 두 밴드에 모두 몸담았던 기타리스트/송라이터 신가람이 음악적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

 

밴드 소개글에 따르면, 그린빌라는 1980년대 남쪽 나라의 따뜻하고 나른한 문화적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남쪽 나라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을 오스트레일리아는 198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인 음악적 전성기를 맞이했다. Air Supply, Little River Band, Bee Gees, INXS, Olivia Newton John과 같은 팀이 세계 시장에서 그 위용을 떨쳤다. 비록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지라도, 당대에 사랑받았던 남쪽 나라의 소프트 팝/락을 감상해본다면 그린빌라의 음악적 근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덟 트랙으로 이루어진 [GREENVILLA EP]는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인디 락의 미덕을 충실히 따른다. 낭만을 머금은 기타 사운드와 맑고 투명한 보컬, 정갈하고 차분한 프로덕션까지. 밴드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낸 타이틀 넘버 ‘Venus’가 그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앨범과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 역시 현재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고 있다. 댄서블한 리듬이 시종일관 이어지며 트랙 간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Cici’ 역시 주목할만하다. 밴드의 시작을 알리기에 이것보다 더 근사한 출사표가 있을까.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시끄러운 소음도, 매캐한 연기도 없는 따뜻한 국외의 어드메에서 이 앨범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팬데믹 시대가 하루빨리 종결되어 하늘길도 열리고 다시금 평범한 일상을 맞이했을 때, 그때의 감상을 여러분과 다시 함께 나눴으면 한다.

 

 


Editor / 키치킴

과수원 [상념채색]

두 사람은 음악적 공통분모 외에도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비주얼 작업을 직접 한다는 것이다. Mellow Blush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주로 하며, 미야오우는 회화 작업을 주로 한다. 두 사람은 이번 앨범의 비주얼도 함께 작업했는데, 그것마저도 훌륭하다. 기술적인 영역에서 시너지도 있겠지만, 앨범의 감성이 더없이 잘 표현된 앨범 커버를 만들었다.

 


 

과수원
상념채색
2021.05.31

 

서로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두 음악가가 만나지 않고도 함께 작업하여 좋은 작품을 낼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봉쇄와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음악가가 소통의 가능성을 보이며 이를 훌륭하게 증명해냈다. Mellow Blush와 미야오우(ミヤオウ)가 결성한 듀오, 과수원(果樹園, Kajuen)이 만든 [상념채색(想念彩色)]이 바로 그 증거다. 두 사람은 2020년부터 연을 맺게 되었고 놀랍게도 아직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음악적 성향이 맞기에 이정도 좋은 호흡이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결과적으로는 직접 만나서 작업한 만큼, 함께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알고 지낸 것처럼 긴밀한 호흡을 만들어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만들어낸 과정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소개글에 따르면 온라인 상에서 서로 곡의 토대를 바탕으로 주고받으며 곡의 구성을 쌓고, 그 과정을 반복하며 완성해나가는 작업방식을 택했다고 하는데,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어느 정도 자주 왔다갔다했는지 그런 것들마저 알고 싶어진다. 아마 이쯤 얘기했으면 여러분도 첫 곡을 재생하기 시작했으리라 생각한다.

 

 

두 사람은 음악적 공통분모 외에도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비주얼 작업을 직접 한다는 것이다. Mellow Blush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주로 하며, 미야오우는 회화 작업을 주로 한다. 두 사람은 이번 앨범의 비주얼도 함께 작업했는데, 그것마저도 훌륭하다. 기술적인 영역에서 시너지도 있겠지만, 앨범의 감성이 더없이 잘 표현된 앨범 커버를 만들었다. 수록된 다섯 곡에는 혼성 보컬이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노래를 한다.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듯한데 어쿠스틱한 악기 소리가 주를 이루고, 장르 역시 보사노바부터 포크까지 교묘하게 스며들어 있다. 곡을 구성하는 소리를 담아내는 방식도, 공간감도 흥미롭고 하나의 곡 안에서 진행되는 전개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다섯 곡 안에 담긴 감성과 분위기가 가장 큰 포인트다. 두 사람이 각자 했던 음악과는 묘하게 겹치는 듯 다른, 그래서 더 감상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장르를 한데 뒤섞어 음악가의 취향 혹은 의도대로 담아내는 것이 한 장르를 고집하는 것보다 더 당연해진 시대이기는 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이 이토록 새로운 과정을 통해 멋진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그 과정을 통해 이런 앨범을 만들었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포크부터 일렉트로닉까지, 엠비언트부터 재즈까지 비록 다섯 곡이지만 앨범은 다양한 들을 거리를 담고 있다. 만약 본인이 주변에서 음잘알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은 꼭 들어보자. 그리고 지면으로 다 이야기하기 어려운 수많은 감상 포인트를 함께 공유해보자.

 

 


Editor / 블럭

김마리 [淸, 靑]

맑을 청에 푸를 청, 이번 EP는 김마리의 두 번째 EP이자 김마리라는 음악가의 매력을 압축해 놓은 듯한 네 곡으로 되어 있다. 진심을 다하는 것과 그것을 전달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운 세상 속에서 이렇게 따뜻하고 온전하게 마음을 전하는 노래가 있다는 것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김마리
淸, 靑
2021.05.20

 

누군가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을 대부분 비슷하다고 한다. 하지만 백 명의 음악가가 있으면 당연히 백 가지의 감성이 존재한다. 물론 그 안에는 표현력이나 자신의 감성을 풀어내는 언어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리 비슷한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저마다 등장하는 결과는 다른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언컨대 김마리라는 싱어송라이터가 단 한 번도 매력적이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긴 시간 싱글 단위로 작품을 발표해왔고 그렇기에 어딘가 아쉬움을 느꼈을 수는 있지만, 스트리밍 시대의 생존 방법 때문에 음악가의 평가가 떨어지는 것은 팬으로서 아쉬운 일이다.

 

김마리의 곡은 지금까지도 그랬고 이번 앨범도 그랬지만 언제나 늘 예쁜 노랫말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한 싱글의 제목만 둘러보아도 이미 음악가의 특색이 드러나는 듯한데, 가사만 읽어도 진심이 전해지는 가사가 팝-록, 혹은 발라드 넘버의 형식으로 전달된다. 음악도 그렇지만 가사도 담백하고 아름답다.

 

 

맑을 청에 푸를 청, 이번 EP는 김마리의 두 번째 EP이자 김마리라는 음악가의 매력을 압축해 놓은 듯한 네 곡으로 되어 있다. 앨범 제목만큼 청량하고 푸른 분위기의 음악이 가득 담겨 있는데, 첫 곡인 “너의 이름은 맑음”과 “우산을 들어줄게”는 자연스럽게 학원물이라 불리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어쩐지 어릴 적 투니버스에서 본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이나 엔딩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김마리 특유의 분위기와 서정적인 전개, 결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감정선과 순수한 느낌의 전달까지 곡은 그야말로 듣는 이의 추억을 조작한다. 여기에 “영원을 걷자”는 스트링 전개가 들어옴에도 절절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좀 더 김마리만의 발라드에 가깝게 다가온다. 마지막 곡 “파란”은 내가 김마리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가 담겨 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가사를 천천히 읽어보고, 그 다음 가사를 부르는 김마리의 목소리에 집중해보자. 그리고 팝-록에 가까우며 악기의 편성을 적절하게 가져가는 곡의 구성까지 놓치지 말자.

텀블벅 프로젝트는 이미 성공적으로 끝났기에 뒤늦게 음악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면 아쉬움이 클 수도 있을 것 같다. 학생 컨셉의 비주얼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나는 [淸, 靑] 이후의 김마리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겠지만, 진심을 다하는 것과 그것을 전달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운 세상 속에서 이렇게 따뜻하고 온전하게 마음을 전하는 노래가 있다는 것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김마리의 노래를 들으면 그 온전한 마음을 전달받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EP라서, 네 곡이어서 아쉬운 분들은 김마리가 발표한 모든 곡을 한데 모아 들어보자. 특히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맘때 더없이 잘 어울린다.

 

 


Editor / 블럭

Flatshop [Khundi Panda Vs Damye Vs Viann Vs Noogi]

앨범의 백미는 단연 뮤직비디오지만, 앨범을 한 바퀴 돌리고 나서 나오는 감탄은 비단 재미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리라 확신한다. 네 사람의 포지션은 모두 소중하니 어느 한 사람 빠짐없이 소중한 만큼 플랫샵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일회성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Flatshop
Khundi Panda Vs Damye Vs Viann Vs Noogi
2021.05.27

 

솔직하게 말하면 있는 그대로 내가 느끼는 버전, 그리고 다른 사람 눈치를 본 버전(?) 두 가지 글을 쓰고 싶었다. 누가 봐도 뚜렷한 컨셉의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 그리고 결을 함께 하는 앨범 소개글과 가사, 여기에 절묘하게 어울리는 분위기의 곡까지 가볍고 유쾌한 이런 작품을 진지하게 글을 쓰려니 솔직히 이 앨범을 두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정해져 있는 듯하다. 그래서 네 사람의 커리어와 이번 앨범의 특징,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여러 포인트를 두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굳이 더 꺼내자면 상당히 해맑고 귀여운 느낌의 뮤직비디오와 커버, 그리고 어딘가 찌질하면서 귀여운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내용까지 상대적으로 무해하면서도 밝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요소들이 흥미롭고, 김치국을 마시는 “K-juice”부터 사랑에 빠지는 감정을 부드럽게 전달하는 “아이스스케이팅”, 킬링포인트 한 바가지인 “두유노”, 갑자기 분위기 하드코어 힙합의 “…가질 수 없다면”, 여기에 좀 더 센치해지는 “사랑 따위”에 마지막으로 강렬한 드럼과 함께 전달하는 팝 록의 무드가 담긴 “Brozone”까지, 앨범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부터 프로덕션까지 방향도, 의도도 뚜렷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프로덕션과 컨셉을 구현하는 능력, 결과적으로 드러난 퍼포먼스까지가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사랑을 목전에 둔 찌질한 남성의 이야기를 결코 우스워 보이지 않게 만들어낸 네 사람은 결국 훌륭한 퀄리티라는 탄탄한 기반이 있었기에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러한 컨셉과 가사를 가져가면서 음악적 능력이 없었다면 이토록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없다. 워낙 얼터너티브한 음악을 잘 해내는 담예의 보컬과 랩은 그동안 오히려 빛을 보지 못해 아쉬웠을 뿐인데 이번 기회에 더 많은 사람이 알 수 있게 되어서 기쁠 따름이다. 여기에 랩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도 잘하는, 다양한 분위기와 이야기를 수용할 수 있는 쿤디판다 또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자연스럽게 증명해냈다. 비앙과 누기는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가져오는 얼터너티브한 음악을 만들고 또 조율하며, 연주하며 이 앨범이 가능하게 탄탄한 뒷받침 역할을 했다.

 

앨범의 백미는 단연 뮤직비디오지만, 앨범을 한 바퀴 돌리고 나서 나오는 감탄은 비단 재미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리라 확신한다. 끝으로 쿤디판다, 담예, 비앙, 누기 네 사람의 포지션은 모두 소중하니 어느 한 사람 빠짐없이 소중한 만큼 플랫샵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일회성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아이돌은 아니지만 군백기가 있다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6월 6일 오후 네 시, 모데시에서 쇼케이스 공연이 열린다고 하니 언제 다시 올 지 모르는 라이브 공연만큼은 꼭 가보자. 공휴일을 빼앗긴 아쉬움까지 날릴 수 있지 않을까.

 

 


Editor / 블럭

제이호 [LOCALS ONLY]

울산 출신인 그는 바다에 대한 애정은 물론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 자연스러운 자유를 얻기 위한 본인의 생각과 여정, 로컬을 사랑하는 마음가짐과 애정을 기반으로 하는 표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한 앨범에 담았다.

 


 

제이호
LOCALS ONLY
2021.05.20

 

한국 힙합 안에서 앨범이 안 나와 팬들의 애를 태우는 전설과도 같은(?) 몇 음악가가 있다. 제이호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낚시꾼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첫 정규 앨범 [르망]을 2016년에 내고 5년이 지나서야 두 번째 정규 앨범 [LOCALS ONLY]를 발표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아버지 간이식 수술을 해드리고 그 뒤에 발표하여 늦어진 정규 앨범은 발표와 동시에 힙합 커뮤니티 내에서 수작으로 꼽히며 좋은 반응을 얻는 중이다.

 

우선 앨범은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하나의 무드를 유지하면서도 결코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모든 곡이 제이호라는 사람을 드러내고 일관된 정서와 말투를 담고 있지만 각각의 곡이 담고 있는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울산 출신인 그는 바다에 대한 애정은 물론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 자연스러운 자유를 얻기 위한 본인의 생각과 여정, 로컬을 사랑하는 마음가짐과 애정을 기반으로 하는 표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한 앨범에 담았다. 한 장소를 지키고 그 자리를 사랑하면서도 자유로운 마음가짐을 지니는 그의 태도는 물론, 느긋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그의 평소 모습도 담겨 있는 듯하다.

 

 

웹 예능 등지에서 보였던 그의 유머감각부터 진지하고 깊이 있는 면모까지 고루 있으면서도 초지일관 기타를 기반으로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과하지 않고 여유로우면서도 세밀함까지 놓치지 않는 프로덕션도 인상적이다. 아이디얼(iDeal)이 주로 제작한, 여기에 VMC의 버기와 The o2, Biglightbeatz가 참여한 앨범 전반에는 제이호만이, 그리고 리짓 군즈만이 선보일 수 있는 나른하면서도 멜로디컬한 힙합 음악이 있다. 독특한 싱랩 뒤에는 마샬(MRSHLL)의 코러스가 있고, 코러스로 참여한 재달부터 피쳐링으로 참여한 뱃사공, 김아일, 버벌진트까지 여유 안에서 (역설적이지만) 기분 좋은 긴장을 느슨하게 가져간다.

 

앨범은 전반부에서 확실하게 분위기를 잡는다면 “동네”, “컨츄리보이”, “서프갱”과 곡에서 좀 더 위트와 삶의 태도, 제이호라는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다. 여기에 후반부 “Same Room”부터 “동해”, “Tsunami”까지는 좀 더 진중하고 무게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한 장의 정규 앨범이지만 꽤 많은 걸 담고 있으면서도 많은 사람이 기대했던 지점을 정확하게 드러낸다. 이것은 제이호만이 선보일 수 있는 것이기에 아마 다들 목말랐던 것이 아닐까 싶다. 기대에 부응하는 정규 앨범, 오랜만에 모두에게 반갑고 고마운 그런 작품이 아닐까 싶다.

 

 


Editor / 블럭

EJO [Chameleon Man]

 

래퍼이자 프로듀서이면서 디제이, 모델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는 에조가 그간 누구인지 대략은 알면서도 정확히 그에 관해 잘 몰랐던 이들에게 이번 앨범은 그를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이 아닌가 싶다. 어딘가 깊이 있는, 그의 철학적 태도가 담겨 있으면서도 훵크와 힙합으로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이 작품을 여러분도 한 번씩 들어보자.

 


 

EJO
Chameleon Man
2021.04.20

 

클럽하우스에서 열렸던 웃음꽃의 토크 프로그램 중 에조가 한 이야기에 따르면 카멜레온 맨이라는 앨범 제목의 유래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어느 환경이든 잘 묻어나는 듯하지만 홀로 독특하게, 투명하게 존재하는 카멜레온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이 발표한 곡 “Chameleon”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한다. 재즈-훵크의 형식을 지닌 이 곡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곡임에도 스탠다드처럼 많은 이들이 연주하고는 했는데, 재즈-훵크, 재즈 퓨전으로 역사에 남았던 앨범인 [Head Hunters]의 수록곡인 이 곡은 훵크와 재즈를 높은 순도로 담고 있다. 어쩌면 에조의 음악도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에조의 앨범 [Chameleon Man]은 그동안 자신의 내면 세계를 음악적으로, 은유적으로만 담아내다가 비로소 자기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기 시작한 지점이다. 그런 점에서 에조의 첫 EP는 본인에게도, 음악가의 커리어로서도 의미가 있다. 선공개한 곡이자 첫 곡인 “Home Callin’”은 퍼커션과 랩의 리듬이 듣는 재미를 주면서도 미국, 한국, 인도에서 살아온 자신에게 집이라는 존재, 고향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에 관해 생각을 풀어놓는다. 이어지는 “Pandemic”과 타이틀곡인 “Legalize It”은 상당히 아나키즘적인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과 현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는 나름의 날카로운 통찰이 있다. 여기에 “Legalize It”은 메시지, 에조의 랩, 트랙의 구성까지 과거 힙합 음악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환영할만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곡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8, 90년대 힙합 음악에 향수나 감흥이 있는 이들이라면 음악적으로 호기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훵크, 재즈, 전자음악 등 다양한 부분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이는 음악은 (영어가 편한 분들이라면) 상당히 공감이 가면서도 해체주의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콘크리트 정글이라는 다소 뻔한 비유를 에조는 좀 더 실감나게 풀고, 그 안에 살아가는 이들 가운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풀어내고자 한다.

 

누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아도 결국 그 모든 것이 자신을 구성하는 것이고, 그렇게 자신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카멜레온 같은 존재임을 구구절절하지 않게, 투박한 듯 담담하게 나열한다. 래퍼이자 프로듀서이면서 디제이, 모델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는 에조가 그간 누구인지 대략은 알면서도 정확히 그에 관해 잘 몰랐던 이들에게 이번 앨범은 그를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이 아닌가 싶다. 어딘가 깊이 있는, 그의 철학적 태도가 담겨 있으면서도 훵크와 힙합으로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이 작품을 여러분도 한 번씩 들어보자. 아마 에조에 관한 호기심이 더욱 커질 것이다.

 

 


Editor / 블럭

Yangyang (양양) [Beautiful mess]

 

세련된 표현으로 멋진 음악을 선보이는 양양은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낯선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 들어보면, 그리고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면 아마 그 뒤로는 꾸준히 팬이 되어 새로운 소식이 없나 하고 기웃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Yangyang (양양)
Beautiful mess
2021.05.06

힙한 음악 시장에 관심이 많다면 레드불 뮤직 서울 소리 프로젝트 앨범에 참여한 양양이라는 싱어송라이터의 이름을 한 번은 본 적 있을 것이다. 당시 선보였던 “MAEHWA”는 [Beautiful mess]와는 상당히 다른 결의 작품이다. 프로듀서로서 양양은 뛰어난 감각으로 매화타령을 해체하여 다시 이어 붙였고, 타악기가 지닌 색채를 비롯해 다양한 소리를 흥겨운 구조로 만들었다. “MAEHWA” 발표 이전에는 유튜브 오리지널에 있는 GD의 다큐멘터리 [권지용 Act III: Motte]에 안신애와 함께 음악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다시 싱어송라이터 양양으로 돌아오면, [Beautiful mess]에는 매력적인 네 곡이 배치되어 있다. 먼저 공개한 “19%가 앨범 전체의 힌트였다면, 이어지는 세 곡은 좀 더 쉽게 들을 수 있으면서도 깊이를 잃지 않는다. 보컬은 화려한 전개 혹은 현란한 기교, 넓은 음역의 이동 없이도 적절히 리듬을 주며 정제된 흐름을 만들며 울림을 준다. 옛 알앤비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듯한 리듬이 등장하지만 결코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양양의 음색도 한 몫 차지한다. “19%”와 “ALCOHOL”이 연인 간의 관계나 감정에 관한 얘기라면, “LIKE ME”와 “MORE!”는 좀 더 자신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하여 더 마음 깊이 무게 있게 다가온다. 사실 “LIKE ME”는 아마 자신의 목표를 지니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사이기도 하다. 여기에 “MORE!” 역시 간결한 가사이지만 여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많으리라 생각한다. 더 마음이 가는 건 이 두 곡 모두, 아니 네 곡 모두 감정의 깊이는 크게 다가오지만 그것을 극적으로 지나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동시에 리드미컬하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세련된 표현으로 멋진 음악을 선보이는 양양은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낯선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 들어보면, 그리고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면 아마 그 뒤로는 꾸준히 팬이 되어 새로운 소식이 없나 하고 기웃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러 형태의 음악을 선보이는, 그리고 여러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을 공개하는 그의 음악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또 계속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ditor / 블럭

안0김박재재 [green dolphin]

 

두 사람의 음악적 공통점이 있다면 재즈가 아닐까 싶다. 김박재재는 음색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안0의 트랙과 함께 가기 위해서인지 조금 더 좁은 보폭으로 걷는 듯한 섬세함을 들려주고, 안0은 김박재재를 위해 공간을 마련하면서도 다이나믹함은 최대한 배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안0김박재재
green dolphin
2021.04.28

 

프로듀서 안0과 싱어송라이터 김박재재의 조합은 2017년 “X”라는 싱글을 발표하며 처음 세상에 등장했다. 이후 시간이 한참 지나 김박재재는 재즈를 기반으로 한 팝 음악을 들고 Studio MOS의 소속 음악가가 되어 자신의 싱글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안0은 프로듀서로서 꾸준히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는가 하면 소금(sogumm)을 비롯해 여러 음악가와 협업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유학을 다녀왔고, 이제는 한국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지만 아마 “X”라는 싱글을 발표할 때만 해도 두 사람이 2021년에 이렇게 달라진, 혹은 훨씬 더 성장한 음악가가 되어 각자 나름의 활동을 하게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이번에 두 사람이 함께 발표한 [green dolphin]은 두 사람의 음악적 기량이 훨씬 성장했다는 것을 각자의 작품으로 보여준 뒤, 그것이 만났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앨범에는 총 다섯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길지 않은 러닝타임은 물론 곡도, 앨범 전체도 심플한 구성을 지니고 있어 누군가에게는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작품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 짧은 탓에 아쉬움이 큰 작품일 것 같다. 안0과 김박재재를 모르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전자에 해당하겠지만, 개인적인 감상은 후자에 가깝다. 안0은 프로듀서로서, 또 곡을 만드는 음악가로서 장점이 많다. 어느 정도까지 소리를 구성해서 메워야 듣기 편안한지 아는 듯하며, 가용 범위 내에서 최대한 풍성하게, 다양한 색의 실로 천을 직조하듯 유연하면서도 알차게 채워 넣고는 했다. 김박재재는 반대로 자신의 음악에서는 좀 더 여유 있는, 적재적소의 쉼표와 넉넉한 폭의 음역대를 토대로 삼은 음악을 해왔다. 이번 앨범에서는 서로의 장점을 조금씩 양보하며 두 사람만의 화학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1차적으로는 성공한 듯하다. 김박재재는 음색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안0의 트랙과 함께 가기 위해서인지 조금 더 좁은 보폭으로 걷는 듯한 섬세함을 들려주고, 안0은 김박재재를 위해 공간을 마련하면서도 다이나믹함은 최대한 배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사람의 음악적 공통점이 있다면 재즈가 아닐까 싶다. 앨범에서 전면에 재즈가 드러나진 않지만, 사운드를 쓰는 방식이나 전개 곳곳에 묻어 있다. 결과적으로는 일렉트로닉과 알앤비가 결합한 팝 음악의 모양새가 되었지만, 그 안에 있는 재즈를 만나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두 사람이 꾸준히 각자 활동하며 함께 작품을 낸다면 더 멋진 호흡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상투적이지만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말은 그만큼 이 앨범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을 냈으면 하는 바람과 더 최선의 무언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청자로서의 욕심이 담긴 말이다.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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